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3)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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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마마께서 소손에게 힘이 되어 주십시오.”
인수대비는 사실 쓸모가 많다.
왕실의 최고 어른이며 종친부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막대한 할머니이니까.
“즉위 후에 무엇을 하시려고 그러시오?”
누구나 한 나라의 왕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왕실 내탕고부터 차고 넘치게 채울 것입니다.”
“왕실 내탕고부터?”
뭐든 돈이 있어야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법이니까.
“소금이 나는 밭을 만들 것이고 광산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조선에서 소금은 금과 같다.
아니지.
명나라도 그렇고.
왜국도 그렇다.
물론 유럽에서도 소금은 비싸다.
‘향신료가 더 비싸지만.’
지금 조선에서 범선 같은 배를 만들 수 없으니 인도나 스리랑카로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를 찾으러 보낼 수도 없다. 그게 가능해지면 조선은 단시간에 부유해질 거다. 그리고 또 세상 모두의 표적이 되겠지만 그건 강한 나라의 숙명인 거다.
나는 그런 강한 자의 숙명을 가진 조선으로 만들고 싶다.
“소금이 나는 밭이라고 했소?”
인수대비는 말도 안 된다는 눈빛을 보였다.
‘조선은 지금.’
자염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한다.
자염 방식은 큰 가마솥에 바닷물을 넣고 장작을 이용해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방식이고.
그래서 자염 생산 지역은 산이 헐벗는다.
그런 문제로 홍수와 가뭄이 끝없이 일어난다.
하여튼 자염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고 있으니 소금의 생산 양도 적고 그래서 비싸다.
물론 조선만 비싼 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소금은 귀한 것이니 내가 소금만 손에 쥐면 돈 걱정하지 않고 내가 하려는 모든 일들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으리라.
‘사실.’
염전의 역사가 오래된 것 같지만.
한반도에서 염전이 만들어진 것은 1907년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염전을 만든다면 최초보다 400년 이상 시간을 앞당기는 걸 거다.
“그렇습니다. 이름하여 염전입니다.”
소금이 생산되는 밭!
딱 맞는 표현일 거다.
‘몇 년이 걸릴까?’
백성들을 동원하여 횃불을 켜고 24시간 염전 개발에 박차를 가해도 족히 2년은 걸릴 거다.
또 그렇게 개발된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까지 추가한다면 내가 개발할 염전에서 실질적인 소득이 발생하는 것은 최소 4년이다.
‘4년은 너무 길지.’
하지만 미루면 그 세월이 더 길어진다.
“염전?”
인수대비가 되물을 수밖에 없는 것은 한반도에 염전이 처음 개발된 것은 일제 강점기이기 때문이다.
“왕실 내탕고가 금과 은으로 가득해야 왕권이 더욱 확립되지 않겠습니까.”
강병 육성을 위해서는 돈이 제일 먼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주상, 가능하시겠소?”
인수대비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내 말에 인수대비는 여전히 못 믿겠다는 눈빛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마마마, 저는 진성에게 좋은 형이 될 것입니다.”
이런 후에.
딱 웃으면 된다.
내가 웃으면 인수대비는 수많은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니까.
‘인수대비도 이게 협박인 건 알겠지.’
젊은 날의 인수대비는 남편을 잃고 왕실에서 끈 떨어진 연 꼴이 됐지만 끝내 내 아버지인 자기 아들을 조선의 임금으로 만든 여장부이니까.
‘그러고 보면.’
노산군이 꽤 가엽다.
‘진성을 왕위에 올리려고 든다면?’
나를 죽여야 할 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2의 노산군인 또 한 명의 단종이 만들어질 테니까. 그걸 인수대비는 절대 원하지 않을 거다.
단종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는지 들어서 알 테니까.
* * *
임금 융이 즉위한 지 한 달 후, 조선의 대전.
“사대문 안에 비융사를 설치하여 대대적으로 병기를 만들게 하고 기존 병기를 정비케 하라.”
비융사는 훗날 비변사가 된다.
대대적인 병기 정비라는 말에 조선 신료들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왕이 하겠다는데 인상부터 찡그려?’
이게 바로 아버지이신 성종께서 내게 남기신 빚이다.
“주상 전하, 지금 대대적으로 병기를 만들고 기존 병기를 정비하게 된다면 국고가 바닥날 것이옵니다.”
대신 중 한 명인 조지서가 내게 고했다.
‘뭐만 하려고 하면 안 돼.’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무기 정비는 돈이 드니.’
조정 신료와 사대부에게 내가 무기 정비의 비용을 갹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저러는 거다.
그래서 나는 어젯밤에 내가 세자일 때 모셨던 두 명의 스승을 불렀었다.
내가 세자일 때 성종께서는 나의 스승으로 셋을 정했는데 그중 두 사람이 바로 조지서와 허침이다.
조지서는 고자질쟁이고.
허침은 나를 측은히 보는 스승이었다.
‘공부하기 싫었던 내 잘못이지.’
반성을 통해서 명군이 되리라.
‘남을 탓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할 거다.
명군?
밝은 군주라는 뜻보다 현명하여 부국강병을 이루는 군주의 의미로 나는 명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말한 명군은 결국에는 정복 군주이고.
정복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재화가 가득해야 한다.
허침이 기겁했다.
짐은 황제가 자신을 칭할 때 쓰는 말이니까.
[스승께서는 이제 명에 가서 고자질하시겠소?] [아, 아니옵니다. 주상, 주상 전하.]내 물음에 조지서는 기겁했었다.
‘고자질을 잘하는 성격이니?’
대사간이 딱 맞을 거다.
조선은 망할 놈의 유교의 나라.
그래서 스승을 홀대하면 안 된다.
‘그래도 아직은.’
성리학이 완전하게 뿌리를 내리지 않은 상태다.
그러니 바꾸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충분히 바꿀 수도 있다.
‘통치 이념으로 성리학이 나쁠 건 없지.’
성리학은 충과 효 그리고 예를 강조하니까.
하지만 실질적인 학문과 기술을 천대한다. 물론 성리학을 배운 사대부들이 그런 거지만 말이다.
나는 스승을 철저하게 이용할 생각이다.
“아바마마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는데 어찌 국고가 바닥났다고 말씀하시는 거요?”
이렇게 말하면 대신들은 할 말이 없다.
성종 대왕을 잘못 보필했다고 돌려서 내가 질책하는 거니까.
“망극하나이다.”
조선 신료들이 할 말이 없을 때면 ‘망극하나이다.’로 끝내려 한다.
“그렇습니다. 조정 대신들께서는 망극하셔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니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왜와 여진에 교역할 것이오.”
소금은 돈이 된다.
‘뭐든 독점하면 돈이 되지.’
소금을 시작으로 나는 모든 것들을 국유화할 생각이다.
‘인삼도 대량 재배해서 독점해야지.’
돈이 있어야 펼칠 수 있는 일들이 많으니까.
“주상 전하,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조선의 초목을 베어야 하니 산에 나무가 없게 되옵니다.”
자염 생산 방심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선 중기 이후에 자염 생산을 위해서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벌목했고.
또 1700년대가 되면 조선을 비롯한 전 세계가 소빙하기에 접어들면서 조선은 온돌을 깔게 되는데 그때부터 조선의 산은 헐벗게 된다. 그리고 서양은 온돌 방식보다 모피를 활용해서 추위를 견디게 되는데 소빙하기의 나비 효과를 통해서 러시아가 모피를 찾아 시베리아를 넘게 되어 러시아는 거대한 땅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청나라와 충돌하게 되어 나선정벌이 일어나는데 그때 조선은 청의 강요로 병력을 파병해야 했다.
“나는 나무를 베어 불을 지펴서 소금을 만들지 않을 것이오.”
내 말에 조정 대신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눈빛을 보였다.
“대신들께서는 내가 그렇게 못 할 것 같소?”
누구도 지금은 염전 방식을 모른다.
“아니옵니다. 주상 전하.”
“그런 눈빛인데 그렇다면 우리 내기하시겠소? 하하하!”
나는 호탕하게 웃었다.
‘돈이 있어야 조선이 강해진다.’
* * *
밤, 대궐 임금 융의 처소 전각.
칠흑같이 어둡다.
손에는 검이 들렸고.
나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쳐라!”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제히 나를 향해 공격해 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검이 뿜어내는 살기가 번뜩인다.
챙!
내 목을 노린 검은 그림자의 칼을 막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둘렀으나 검은 그림자는 바로 뒤로 물러나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와 함께 검은 그림자들은 내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다시 공격했고.
나 역시 검을 고쳐 잡고 검은 그림자의 공격을 막았다.
챙, 챙!
칠흑 속에서 오직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만 요란하다.
퍽!
내게 검을 휘두른 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느리다.’
아니면 내가 빨라진 거고.
“됐다.”
그와 동시에 나를 공격하려고 했던 검은 그림자들이 자세를 고친 후 내게 묵례한 후 다시 사라졌다.
“내금위장.”
“예, 주상 전하.”
칠흑과 같은 어둠 속에는 나와 나를 노린 그림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과인이 빨라진 건가? 아니면 저들의 실력 향상이 더딘 건가?”
내 영혼이 현대인의 영혼이기에 지식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누구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체력은 국력이고.
나 하나 정도는 스스로 지켜야 할 힘이 있어야 생각했기에 어릴 때부터 무예를 익혔다.
“송구하옵니다.”
“송구하다는 말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답을 그대에게 말하라는 거다.”
나는 객관적인 대답을 항상 원한다.
“주상 전하께서 일취월장하시옵고 그림자들의 실력 향상이 더딘 것이옵니다.”
“저런 실력으로 누굴 베겠나?”
정치로 안 되는 일은 또 말로 안 되는 것들은 벨 것이다.
‘때론 단순한 것이 빠르지.’
물론 정치로 차근차근 풀어야 할 일은 인내하며 풀어낼 거다.
하지만 지금은 조선시대다.
말이 안 통하는 족속들은 꼭 존재하는 법이다.
그런 자들에게는 자비란 없다.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또 가장 확실한 방법일 때가 있으니까.
하여튼 검은 그림자는 나를 지키는 호위무사이며 나의 적을 벨 암살자다.
이렇게 나는 참 많은 것을 세자 때부터 준비했었다.
“아탕개는 언제 도착하지?”
아탕개는 건주여진 출신 측근.
내가 조선을 위해서 준비한 것들 중 하나다.
“내일이면 한양에 당도할 것입니다.”
“알았노라.”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