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30)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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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대전 회의장.
“무령군, 꼭 그래야 합니까?”
유자광을 비롯한 훈구파들은 이번에 아예 정적인 사림파의 뿌리를 뽑을 생각인 거다.
‘자기들끼리 조정을 운영할 수 있나?’
불가능할 거다.
사림파 신료들이 조정에서 다 축출되면 어쩔 수 없는 공백이 만들어진다. 하여튼 그 공백을 얼마나 빨리 채워서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지가 내게는 관건이다.
“김일손의 죄가 하늘을 찌르옵니다. 능지처참으로 벌하셔야 합니다.”
조선은 법전도 그렇고 형벌 제도도 중국의 것을 많이 도입했다.
‘김일손을 내가 찢어 죽일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찢어 죽이게 된 거다.
그런데 조선에서 보통 말하는 능지처참과 중국의 능지처참은 좀 다르다.
조선에서 능지처참이라는 것은 거열형이고.
거열형은 사형수의 사지를 소달구지에 묶어서 사형수를 찢어 죽이는 형벌이다.
중국의 능지처참은 사형수의 살을 베어내며 마디마디를 잘라내는 가혹한 형벌로 죽지도 못하게 치료하면서 집행하는 형벌이다.
역시 쓸 곳이 있을 줄 알았다.
‘능지처참은 내가 알기로.’
태종과 세조 그리고 진짜 연산군과 광해군 때 많이 일어났고.
사실 그 시절에 많은 신료가 각각의 목적에 의해서 죽임을 당했다.
또 진짜 연산군에게 간언하다가 즉참을 당한 신료들도 많다.
“영의정.”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영의정을 불렀다.
“예, 주상전하.”
영의정의 목소리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참담함을 예견하는 듯 차분하면서도 서글프게 들렸다.
“김일손이 죄가 크다고는 하지만 능지처참은 너무 가혹하니 사사하는 것으로 마무리합시다.”
사람 찢어 죽이는 거 아니다.
물론 정말 찢어 죽여야 할 때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조선은 빨리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빠른 성장을 명나라 황제인 홍치제가 몰라야 한다.
‘홍치제라.’
명나라 중흥을 위해 노력한 마지막 명군이지.
홍치제가 죽으면 명나라도 서서히 또 빠르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되고.
끝내 건주여진 출신 누르하치에 의해서 중국이 통일된다. 누르하치가 이룬 것을 내가 하려는 거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영의정도 내 말에 동의했다.
“불가하옵니다. 절대 아니 되옵니다. 주상 전하.”
“안 된다고 했나?”
“예, 아니 되옵니다. 역적을 사사하는 것은 온정을 베푸시는 것이고 주상 전하의 그 온정이 훗날 역적의 발호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유자광이 선을 넘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훈구파 신료 중에 갑자기 유자광을 따르는 자들이 부쩍 늘었다.
‘사람의 인심이 이래.’
힘 있는 자의 뒤에 줄을 서려는 심리.
‘유자광이 얼 자라고 무시할 때는 언제고?’
유자광에게 붙어서 권세를 누리려는 인간들이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또 어떤 면에서.’
나는 조선의 붕당 정치를 100년 이상 앞당긴 꼴이다.
하지만 괜찮다.
결국에 썰려서 나갈 것들이니까.
‘내가 사대부를 급하게 썰면?’
내가 폭군이 되는 거고.
명분을 가지고 움직이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자멸하게 될 거다.
이런 상황을 만들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은 대사헌일 수밖에 없다.
대사헌은 신료들과 지방 수령들을 감찰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니까.
옥사에서 김일손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령군, 자중합시다.”
영의정이 더는 거론하지 말라고 유자광에게 말했다. 그리고 영의정의 눈빛은 너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의정 대감께서는 어찌 역적에게 온정을 베푸시려는 겁니까?”
사실 나는 이걸 유도했다.
‘유자광은 노사신 위에 서고 싶지.’
왜?
얼자라는 서러움 때문이고.
억울했을 것이고.
한풀이하려면 권세를 잡아야 하니까.
하여튼 이렇게 되면 훈구파는 영의정 노사신과 함께 하는 온건파와 유자광을 필두로 하는 강경파가 생기니 붕당이 만들어지는 거고.
이제는 훈구파 내부에 분열이 발생할 거다.
“김일손은 능지처참으로 다스려야 하옵니다!”
사실 능지처참은 칼로 죄인의 살을 한 점씩 베어내어서 죽이는 가혹한 형벌인데 보통 조선은 능지처참의 형벌을 내릴 때 거열형으로 끝낸다.
“김일손을 능지처참하셔야 합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원래 온건파보다는 강경파들이 더 설치는 법이다.
“경들의 그리 내게 주청한다면 나는 역적 김일손을 능지처참으로 다스릴 것이오. 또한 무령군이 내게 강력하게 사사를 요구한 모든 자들을 사사할 것이오. 하지만 내가 사헌부에 확인해 보니 권오복, 허반은 죄가 그리 크지 않으니 유배형에 처한다.”
[사림을 남겨 훈구파를 잡겠다는 거군요.]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없다.]사실 글을 배운 사대부는 이 시대에서 최고의 엘리트다.
그러니 다 죽일 수는 없다.
나는 잠시 김일손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유자광이 내게 말하며 살짝 미소를 보였지만 영의정 노사신의 표정은 굳어진 상태다.
‘내 의도를 이제야 파악했군요.’
영의정의 표정이 굳어진 이유는 내가 훈구파 내부를 찢어놓기 위해 이런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리라.
“사관은 들어라.”
내 말에 사초를 기록하는 사관이 나를 봤다.
“사초에 무령군 유자광이 역적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에 따라 임금인 과인이 승인했다고 적으라.”
내 말에 유자광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오늘 어전 회의는 이것으로 마칩시다.”
내일 김일손이 능지처참을 당하게 되면 조정은 더욱 공포 분위기에 휩싸일 거고 그때 내가 신료들에게 할 말이 많다.
* * *
그날 밤, 대궐 대전 임금 융의 침소 전각.
“장인.”
나는 영의정을 불렀다.
“예, 주상 전하.”
“장인께서도 무령군처럼 정적인 사림파를 모두 쓸어버리고 싶으십니까?”
내 말에 영의정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말씀이 없으십니까?”
“주상 전하.”
“예, 장인.”
“조정에서 훈구파 신료가 하나면 사림파 신료가 열이나 됩니다.”
“그래서 무령군이 이번 사화를 기회로 삼아 사림파를 제대로 축출하려는 것 같소.”
“주상께서 무령군 유자광에게 힘을 실어주시어 사림파 신료들을 모두 조정에서 몰아내고 죽이신다면 누가 있어서 주상 전하의 치세를 보필하겠나이까?”
영의정은 이런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시오?”
“예, 그렇사옵니다. 주상 전하께서는 하시고자 하는 일이 많으신 줄 노신도 잘 압니다. 지금까지 사사건건 사림이 주상께 반기를 들었으나 결국에는 그 모든 일들을 처리해야 할 사람은 신료들입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주상 전하!”
영의정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왜요?”
“신, 영의정 노사신, 주상 전하께 간곡히 청하오니 김일손에게 내려진 거열형은 너무 가혹하니 사사하여 주상 전하의 은덕을 김일손에게 베풀어주십시오. 통촉하여 주십시오.”
“거열형으로 사지가 찢어지면 참으로 고통스러울 겁니다.”
“그렇사옵니다. 신체 발부는 수지부모라 했사옵니다.”
“장인.”
“예, 주상 전하.”
“김일손이 정적인데 영의정께서는 밉지도 않으십니까?”
“주상 전하, 오랜 정적은 때로는 벗이 될 때도 있나이다.”
“옳은 말씀이오, 하지만 이미 대전 회의를 통해서 결정된 일이기에 번복할 수 없소. 그러니 이걸 받으시오.”
나는 보합에서 내의원에서 만든 초강력 진통액을 꺼냈다.
“예?”
“내의원에서 만든 약이요. 온몸이 마비되는 약이니 고통을 조금은 줄여줄 거요.”
김일손이 가여워서 이런 일을 하냐고?
내가 진통액을 받았다는 사실은 내의원 어의가 알고 이제 영의정이 안다. 그리고 곧 백성이 알게 될 거다.
‘무오사화의 모든 가혹함은.’
유자광의 권력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로 백성들에게 각인시킬 생각이다.
“주, 주상 전하.”
“장인께서도 김일손처럼 변치 마시오.”
내 말에 영의정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 * *
정읍 벌판.
정읍에서 노략질하던 왜구를 급습한 갑사 2군 부대와 지리산 별기군 본대의 전투력은 가공할 정도였다.
특히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화승총의 위력과 그 총성에 왜구들은 바로 겁을 먹고 전의를 상실했는데 이건 임진왜란 초기에 왜군이 조총으로 조선군을 선제공격했을 때 조선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화승총이 화력 무기로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기보다 천둥 같은 소리에 왜구들이 놀랐고.
200기의 조선 지리산 별기군 기병이 화승총 소리에 놀라 우왕좌왕한 왜구들을 썰어버렸다고 말해야 옳을 거다.
또한 개량된 쇠뇌의 위력 역시 가공했고.
기존 각궁 역시 최고의 성과를 냈다.
이것이 지리산 별기군 부장이 내린 명령이고.
백병전이 펼쳐지면 어쩔 수 없이 희생이 뒤따르기에 최대한 근접전을 피한 지리산 별기군 보병이었다.
하여튼 정읍에서 노략질하던 왜구들은 일망타진됐고.
그에 따라서 확보한 왜구의 수급이 200두이며 포로로 잡은 왜구의 수가 또 200여 명이었다.
“뭐 하는 겁니까?”
갑사 부대 부장이 직접 왜구의 혀를 뽑고 있는 지리산 별기군 부장을 보며 물었다.
아무리 왜구라고는 하지만 포로인데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 거다.
“왜구 포로는 혀를 뽑고 한쪽 귀를 자릅니다.”
마치 규칙이라도 되는 듯 말했다.
“왜 이리 잔인한 거요?”
“구분입니다.”
“구분?”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왜인과 조선 백성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소.”
물론 유심히 살피면 왜인과 조선인도 구분이 되지만 말이다.
“그렇기는 합니다. 그래서요?”
“그래서 이러는 것이고 왜구들은 대부분 글을 쓰지 못하니 이렇게 혀를 뽑으면 혹여 탈출에 성공해서 왜로 돌아가도 우리 군의 정보가 누설되지 않을 겁니다.”
“혹시 주상께서 명하신 겁니까?”
“그렇소이다.”
“그러면 왜 한 쪽 귀는 자릅니까?”
“이들은 이제 곧 광산 노비가 되어서 광산으로 가서 죽을 때까지 금이나 은을 캐다가 죽을 겁니다. 그러니 구분이 필요해서 한쪽 귀를 자르는 겁니다. 거긴 조선 백성도 일하고 있으니까.”
광산에서는 인부의 통제 자체가 다르다는 거였다.
“아!”
“들으셨겠지만 광산에서 일하는 것은 힘듭니다. 주상 전하의 백성들이 그 고된 일을 해야 하는데 흉악무도한 왜구 놈들이 꽤 많이 대신하고 있소.”
모든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 그랬군요. 그래서 목이 없는 몸통이 해안가에 설치된 장대에 꽂혀 있는 거군요.”
“경고인데 경고를 무시하는 놈들은 이리되는 겁니다.”
지리산 별기군 부장이 왜구의 귀를 잡고 단도로 바로 그 귀를 잘라버렸다.
“으아아악-!”
왜구의 거친 절규가 평야에 울려 퍼졌는데 왜구의 절규는 여기저기서 계속됐다.
어느 측면에서 본다면 조선은 적에게 모질고 잔인한 조선이 된 거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