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33)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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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33화
대궐 대전 회의장.
“소신이 지리산 화적에게 투항 권고를 먼저 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듯 되물었다.
‘말은 이미 맞췄고.’
어제 갑사 2군 부장을 따로 또 은밀히 침소로 불렀다.
“투항하려는 자들과 투항하지 않으려는 자들끼리 내부 분란이 일어났고 자기들끼리 칼부림하는 상황을 포착하고 바로 급습하여 일망타진했나이다.”
“어부지리를 얻었네.”
“예, 그렇사옵니다. 주상 전하. 만약 투항하려는 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갑사 부대의 피해도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
“알겠다.”
“주상 전하.”
“왜? 내게 더 할 말이 있나?”
“지리산 화적을 일망타진하고 부대가 한양으로 복귀하려고 할 때 정읍에 왜구 500여 명이 왜구 선단을 이끌고 출몰하여 정읍 지역에서 노략질을 일삼고 주상 전하의 백성을 도륙하였나이다.”
갑사 부대 2군 부장의 보고에 조정 신료들은 기겁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급히 출동하여 왜구들을 모두 섬멸하고 포로로 잡은 왜구들은 김제와 인근 광산에 넘겼나이다.”
갑자기 왜구 문제가 거론되자 대전 회의장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으며 무거워졌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지? 으흐흐!’
허를 찔렀다.
내가 그냥 백번 수군을 양성하자고 해도 안 된다고 상소만 할 위인들이다.
‘사림이 정리됐지만.’
훈구파도 양반이고.
초록은 동색이고 뿌리가 같기에 피우는 꽃도 추하고 악취가 진동하리라.
“잘했도다. 그대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나?”
“주상 전하, 간곡히 주청을 드립니다.”
표정이 확 달라진 갑사 부대 2군 부장이다.
“뭔데 그래?”
“왜구의 침입이 끝도 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남부 지방은 주상 전하의 조선이오나 백성은 주상 전하의 백성이 아니옵니다.”
갑사 2군 부장의 말은 듣는 자의 해석에 따라 임금에 대한 불경을 넘어서는 반역으로도 들릴 수 있다.
[주상 전하, 내일 있을 어전 회의에서 제가 올릴 발언이 너무 과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면에서?] [남도의 백성은 주상 전하의 백성이 아니라는 말은 주상 전하에 대한 불경이옵니다.] [갑사 2군 부장의 간곡한 표현이 나의 분노를 끌어내는 것이다.] [……!] [또 임금이 돌보지 못하는 백성이 과연 그 임금의 백성이겠는가.] [백성을 아끼시는 주상 전하의 성심은···.] [됐다, 아부는 너의 장기가 아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하여튼 오늘 갑사 2군 부장이 이 자리에서 어떻게 말하고 또 어떤 눈빛을 보이고 또 어떻게 신료들을 노려볼지를 모두 다 말해줬고 연습까지 시켰다.
“갑사 부장, 말을 삼가시오.”
영의정이 갑사 2군 부장을 타이르듯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영의정 대감, 하오나 영의정 대감께서는 정읍의 참담한 모습을 보지 않으셨기에 저의 울분을 헤아리지 못하시는 것입니다.”
갑사 2군 부장이 영의정에게 말할 때 유자광이 피식 웃었다.
‘이럴 줄 알았다.’
유자광은 아마도 갑사 2군 부장을 가까이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다.
[영의정이 네 발언을 꾸짖을 것이다.] [예, 그럴 것이옵니다.] [아마 그때 유자광이 웃겠지.] [예?}[조정 신료 사이에 붕당이 만들어지고 있을 거다.] [무슨 말씀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붕당이 만들어지고 세력이 갈라지면 문반들은 무반을 가까이하려고 하지.]
어제 내가 했던 말에 갑사 2군 부장은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주상 전하, 그 말씀은?] [임금이 힘이 있어야 임금이고 칼을 쥐고 있어야 임금이다. 그렇지 못할 때는 허수아비지.] [망극하신 말씀이십니다. 어찌 감히, 누가 감히 그런 불경을 저지르겠나이까.] [누군지 궁금해?] [아, 아니옵니다.] [내 증조부께서 그러셨고, 어린 노산군께서 그리되셨지.]자기반성이 중요할 때가 있다.
[주, 주상 전하.] [과인이 생각하기에 태종께서 또 세조께서 많은 업적을 남기시고 백성들을 보살핀 것은 자신의 잘못을 업적으로 덮기 위함이시겠지.]이런 말을 하는 조선의 임금은 없었을 거다.
‘때가 되면.’
노산군도 단종으로 돌려놓을 생각이다.
아마 그때가 되면 단종이 된 노산군도 조선의 발전에 쓰임이 있을 때일 거다.
어느 쪽이든 내가 공포 정치를 펼치고 조선을 독단적으로 이끌 때 불만이 터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갑사 부대를 반정을 위한 군대로 만들려 할 것이니.
그때 딱 뒤통수를 치면 된다.
왜 이러냐고?
모든 상황은 열어두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래도 주상 전하 앞이니 말을 삼가시오.”
영의정의 말에 갑사 2군 부장은 내가 알려준 그대로 영의정을 딱 3초 동안 노려봤고 고개를 돌렸다.
“영의정”
“예, 주상 전하.”
“무장은 용맹한 혈기로 전쟁에서 목숨을 거는 존재이니 백성에 대한 그의 울분을 너무 탓하지 마시오.”
“망극하옵니다.”
“주상 전하 남부 지방은 주상 전하의 은혜를 입지 못하는 가여운 백성이 사는 곳입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나의 조선인데 나의 은혜를 입지 못하고 왜구에게 도륙당하면 나는 남부 백성에게 임금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거다.
“듣고 보니 그대의 말도 옳기도 하다. 그래서?”
분노한 눈빛 한 번!
모든 신료가 나를 살피고 있다.
광기가 뿜어지게 느껴지는 입술 씰룩거림 한 번!
명분을 만드는 일은 이렇게 치밀해야 한다.
* * *
일본 시모노세키 인근 다이묘의 저택.
“쌀 500석의 대가로 은이 부족하니 무엇으로 대신하면 되겠소?”
이미 일본은 전국시대에 돌입했고.
막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다이묘들은 더 크고 강하게 반항했으며 이제는 각자도생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제 일본은 스스로 강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잡아 먹히는 지옥이 된 거다.
“처음 거래를 틀 때 은과 유황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박충선은 단호하게 말했다.
[왜인 노비라고 상관이 없다.]임금 융은 이미 왜인 박충선에게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알겠습니다.] [너는 버림받은 자들로 세력을 더 강화해라. 나라에서 또 주인에게 버림받은 자들은 복수심이 더 강할 테니까.]“알고 있소, 하지만 은을 구하기가 쉽지 않소. 조선에는 노비 제도가 있다고 하던데 대가로 노예를 주면 되겠소?”
“노비는 먹어야 하고 입혀야 하니 재물이 많이 들어갑니다. 배를 돌리라고 하겠습니다.”
박충선이 압박하듯 말했다.
“싸게 넘기겠소, 또 반반한 계집들도 많이 넘기겠소.”
이 다이묘는 자기 백성을 팔아먹을 수도 있고.
인근 지역을 약탈할 수도 있으리라.
훗날 아프리카에서 그랬으니까.
강한 추장이 약한 부족을 공격하는 노예사냥을 했고. 그 노예들을 서양인 노예 상인에게 팔았다.
“정말입니까?”
“그렇소.”
“알겠습니다.”
일본에서 노예들이 조선에 유입되는 첫 거래가 성사된 거였다.
[충선.] [예, 주상전하.] [내가 중국 고서를 확인해 보니 류큐 왕국은 오래전부터 남만에 있는 나라들과 왕래했다고 적혀 있다.] [명을 내리십시오.] [양귀비의 씨를 구하라.] [예?] [소금으로는 군비를 확대하기 어렵다.]박충선은 조선의 임금 융이 양귀비의 씨를 구해서 어디에 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류큐 왕국으로 상단을 이끌고 떠나야 했다.
* * *
완도 해변에 급조된 포구.
“내가 여기에 끌어다 놓은 왜선의 수가 12척입니다.”
완도는 청해진이 있었던 곳이다.
“임금께서는 저 흉직한 왜구 놈들의 배를 어디에 쓰시려고 모아 두시는 거요?”
“임자는 뭐가 그리 궁금한 것이 많나?”
지리산 별기군 거점 조장이 완도 최고의 선장에게 되물었다.
[주상 전하께서 소탕한 왜구가 타고 온 배를 완도에 모아두라고 하셨다.]거점 조장은 지리산 별기군 부장에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 배들을 다 태워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소.”
“주상께서 쓰임이 있다고 하셨으니 그렇게만 알면 된다.”
“왜 그 어디로 보내서 노략질이라도 하시려고 그러시나?”
“뭐라고?”
눈빛이 확 달라지는 별기군 거점 조장이다.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광기를 품은 연산군이라면 무슨 짓을 못 할까?
* * *
대전 회의장.
“어리석은 소장이 생각하기에 한산도와 진도에 진을 설치하시고 빠른 군선으로 바다를 순찰하여 왜구의 범접을 막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합니다.”
“그래?”
“예, 그렇사옵니다. 왜구가 상륙하면 주상 전하의 백성이 도륙당하나이다. 한 명의 조선 백성이 왜구에게 억울하게 죽었다면 1,000명의 왜구의 목을 벤들 기쁠 수 있겠나이까.”
갑사 2군 부장이 분노가 담긴 어조로 또 침통한 눈빛으로 조선 백성이 왜구에게 도륙당할 때 조선 신료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질타하는 눈빛으로 노려봤다.
‘물론 내가 미리 지시한 일이다.’
갑사 2군 부장의 분노 눈빛이 나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어리석지 않은 신료들은 짐작할 테니까.
“그대의 말이 옳도다. 나는 남도 백성의 임금이 아니었다.”
내 말에 서 있던 영의정이 제일 먼저 바닥에 엎드렸다.
“망극하나이다. 주상 전하!”
“망극하나이다. 주상 전하!”
모든 신료가 엎드렸다.
‘저들이 할 줄 아는 건!’
그저 망극하다는 것.
대책도 대안도 없다.
“수군을 강력히 양성하여 왜구의 범접을 막으셔야 하옵니다.”
갑사 2군 부장의 말에 바닥에 엎드린 영의정은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장, 방어적 행동은 크게 이롭지 않다.”
조정 신료들은 내 눈빛이 확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병법서에도 기록되어 있듯 최고의 방어는 강력한 공격이다.”
대마도를 점령한 명분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정벌이 아니라 점령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사옵니다.”
“하지만 조선 수군이 강성하지 않으니 수군 양성부터 해야겠군.”
이순신 장군이 위대한 것은 싸워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패할 것 같은 해전도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조선은 또 나의 군대는 한 번도 패해서는 안 된다.
왜?
조선은 인력도 물자도 지금은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대마도에서 산출되는 구리도 필요하고 은도 필요하다.
그리고 만주의 흑토지대도 꼭 필요하다.
‘내가 100년만 살 수 있어도.’
오늘의 조선과 미래의 조선은 다를 것이다.
아니지.
조선이 없어진다고 해도 그 다음의 나라가 세계의 강대국 중 하나가 될 거다.
‘내가 영원할 수 없듯.’
조선도 영원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조선보다는 조선의 백성들을 단단하게 만들고 그 후손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게 준비해야 하는 거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사실 내가 왜인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서 왜관을 허락해줬는데 왜구들의 출몰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왜관에 있는 왜인들이 낮에는 장사치고 왜관을 벗어나면 왜구로 돌변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영의정께서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일단 왜관부터 폐쇄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