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36)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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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36화
유자광의 사택 사랑채.
영의정의 사택 사랑채에 오지 않은 훈구파 신료들은 유자광의 사택으로 모였고.
그중에 대표되는 인물이 임사홍이었다.
“무령군, 주상의 눈빛이 오늘만큼 서늘했던 적이 없습니다.”
임사홍은 실록에 간신으로 기록된 인물이다.
그는 진짜 연산군 때 채홍사의 임무를 맡았기에 그렇겠지만 처음에는 채홍사의 임무를 거절했었다.
“그렇습니다.”
유자광은 어전 회의를 마치고 퇴궐할 때 뭐라고 할까 뒷맛이 썼다.
‘내가 영의정과 다른 건 딱 하나야.’
자기는 임금 융의 장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거기다가 서얼 출신이라는 거.
유자광은 자기 어머니가 자기 앞에서 눈물을 흘렸을 때가 떠올라서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거기다가 영의정께서 무령군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것 같습니다.”
“이조 판서이신 국구께서 그리 보셨습니까?”
유자광이 이조 판서에 국구라고 말한 것은 부러움에서 시작된 시기였다.
“허허, 임금의 장인이 저 하나입니까? 삼정승 육판서가 모두 주상 전하의 장인이지요, 또한 중전께서 계시고 그전에 본 후궁도 셋이나 더 있습니다.”
“그렇긴 합니다.”
“조선에서 발에 차이는 것이 주상의 장인입니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그렇기도 합니다.”
“과거 고려의 왕건이 이런 식으로 왕권을 다졌습니다.”
놀랍게도 유자광의 주변에 모인 훈구파들은 임금 융에 다소 불만이 있는 신료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금 융의 말이라면 뭐든 옳다고 말하는 영의정에게 붙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영의정과 권세를 두고 정쟁할 유자광에게 모인 거였다.
‘나는 아니잖아.’
자기가 임금 융의 장인이 되면 자신의 권세가 영의정을 넘어설 거라고 확신하는 유자광이었다.
“그나저나, 무령군 대감.”
“예, 형조 판서.”
“주상께서 군선을 건조할 비용을 각축하셨습니다. 이건 너무한 일이지 않습니까.”
많이 가진 자들일수록 자기가 가진 것을 더 내놓기 싫은 법이다.
“옳은 말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왜 어전 회의에서는 주상 전하의 뜻대로 행동하신 겁니까?”
“영의정 일파가 그리할 것이기에 선수를 친 것이오.”
“정말 내놓아야 합니까?”
“신료들께서는 나를 믿고 각각 알아서 성의껏 내시오. 주상께서는 지금까지 한다면 하신 분이십니다.”
“그렇기는 하지요.”
“왜구 문제로 또 한 번 대마도를 정벌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점령이라고 하셨습니다. 큰 전쟁이 승리로 끝나면 논공행상이 있을 것이고 공신전은 늘어날 수밖에 없소이다. 그러니 옳다고 말해야 합니다.”
유자광의 말에 이곳에 모인 훈구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주상께서 너무 총명하십니다.”
이조 판서가 신료들의 표정을 살피며 본심을 드러냈다.
“그래서요?”
“너무나 총명하시기는 하지만 또 어떨 때 보면 광기까지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걸 느낀 것이 오늘이었습니다.”
이조 판서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섬뜩함은 태종 대왕 같으시고 하찮은 재주를 아끼시는 것은 또 세종대왕 같으시며 정사를 논하고 백성을 돌보실 때는 세조 같으시니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무령군 이러다가 우리가 말라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요?”
“주상의 총기를 조금이라도 흐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말 자체가 밖으로 흘러나간다면 반역이 될 것이다.
“이조 판서, 말씀 조심하셔야 합니다. 무오사화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유자광은 한 번 일어나는 일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 그렇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주상께서 아예 여색을 밝히지 않는 것은 아니니 주상을 즐거움을 위해서 우리가 직접 나서서 전국 팔도의 미녀들을 뽑아서 주상께 바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던 임사홍이 유자광에게 말했고.
모두가 그게 묘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임금 융이 진짜 연산군의 몸에 빙의한 이후에 많은 일들이 나비효과로 변해 일어나기는 일어나지만, 또 그 결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일은 임사홍 대감께서 맡아주시겠습니까?”
유자광이 임사홍에게 물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 * *
대궐 어전 회의실.
대신들이 모두 퇴궐한 후에도 나는 옥좌에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내시부 감찰 무사를 통해서 그들이 귀가하지 않고 각각의 목적에 맞게 회동 중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김제광산에서는 금과 은이 나오고 있지만.’
그 양이 지금은 많지 않다.
‘상당한 양의 은이 확보되어야.’
은본위제를 시행할 수 있다.
사실 시행 중인 대동법의 폐해도 상당하다.
물론 조선 팔도에서 생산되는 쌀은 왕실에서 전매에 가깝게 관리하고 있으니 역사서에 기록된 폐해보다는 덜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납제가 또 좋은 건 아니잖아.’
공납제의 폐해가 극심하기에 대동법을 실행한 거니까.
하여튼 뭐든 다 좋은 건 없는 거다.
“주상 전하, 정선에서 전서구가 도착했나이다.”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어전 회의장으로 들어서며 내게 보고하는 도승지의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떠졌다.
사실 전서구 한 마리가 그 지역에서 내게로 오려면 많은 전서구를 한 번에 날려야 한다.
내가 세자일 때 장 교위가 물었었다.
[암호.] [예?] [산비둘기는 잘 키우고 있나?] [예, 그렇사옵니다.] [조선의 금수강산에서는 맹금류가 많지.] [예, 그렇사옵니다.] [키워지는 전서구들이 과연 내게 얼마나 돌아올까?] [사실 제가 처음 세자 저하의 말씀을 듣고 시행할 때 그게 가장 우려되던 일입니다.] [그러니 많이 날려야지.]전서구의 내용은 비밀이어야 한다. 그래서 암호를 준비하는 거다.
그리고 그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세자 때부터 양성했다.
‘조선에서 영어 그 자체가 암호지.’
이게 무슨 말이냐고?
이제 조선에서 영어를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100명이 넘는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들은 전국 100여 곳의 거점에서 함께 활동한다.
한 마디로 나는 세자 때부터 병력과 통신 지휘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물론 암호로 보내지 않아도 되는 내용은 한글로 보내지만 말이다.
“옳도다, 하하하!”
전서구의 내용이 어떤지는 바로 짐작이 된다.
“예, 그렇습니다. 엄청난 금맥을 찾았다고 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일단 됐다. 이제는 어느 정도 금이 넘쳐나는 조선이 되겠구나.”
하지만 갑자기 금과 은이 쏟아지면 조선의 물가는 폭등하게 된다.
‘내가 금과 은을 완벽하게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은본위제를 실행하려는 거다.
‘명나라도 이제 은본위제가 자리 잡았지.’
명나라 초기에는 지전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위조가 많아서 가치가 하락했었다. 그래서 세금을 은으로 걷기 시작했고.
그게 자리를 잡은 거다.
‘명나라 은괴를 위조하면?’
그것도 대규모로?
그런 위조되어 은의 함량이 부족한 은괴가 명나라 전체에 퍼지게 되면?
명나라 경제는 무너지게 될 거다.
그와 함께 왜구가 역사대로 명나라의 남부 해안에 계속 노략질하고 또 왜성을 쌓아서 일부 지역을 점령하여 도자기 산업을 장악하면?
‘명나라는 힘이 빠지지.’
이래서 내게 대마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마도와 오키섬.’
두 곳은 내가 꼭 차지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지금이 명나라 마지막 성군이라고 불리는 홍치제의 시대라는 거다.
그다음부터는 명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황제가 나오지 않는다.
“금광이 드디어 개발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잘된 일이다. 하지만 위태로운 일이기도 하다.”
금과 은이 많아지면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그런 물가 상승에서 백성만 죽어나는 거다.
“주상전하 무슨 말씀이신지 신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래서 성리학자들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거다.
‘죽은 공자와 맹자의 말만 달달 외우니, 쯧쯧!’
답답하다.
“금과 은이 조선에 많이 풀리면 물자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소.”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지만, 조선의 육조 중 하나인 이조에서는 그걸 감당할 능력이 없다.
“예, 그렇습니다.”
“백성들이 고단해질 수도 있소, 과인은 그것을 걱정하는 겁니다.”
내 말에 도승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상 전하.”
상선 김처선이 대전에서 나갔다가 돌아와서 나를 불렀다.
“오셨소?”
미래의 준비는 차곡차곡 미리 준비해야 하는 거다.
“예, 그렇사옵니다.”
“내 서재로 모시게.”
“예, 알겠습니다.”
* * *
임금 융이 직접 설립한 왕실 직속 가축 관리소.
임금 융의 몸속에는 현대인의 영혼이 있기에 새롭게 신설되는 관청은 거의 현대적으로 또 직설적으로 이름이 붙었다.
말 그대로 가축 관리소는 토끼를 기본으로 하는 가축을 관리하는 관청이다.
“닭이라고 했습니까?”
가축 관리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중인이 관리소 소장에게 되물었다.
“그렇다네, 주상께서 이번에는 닭을 양산하라고 하시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미 자산어보와 비슷한 책이 임금 융의 명령으로 집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여튼 임금 융은 조선의 물산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심초사하며 행동에 옮기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임무를 담당할 인재가 너무 부족해서 안타깝기만 했다.
“왕실에서 닭을 대규모로 키우시겠다고 하신 이유는 백성을 생각하시는 주상 전하의 어심이 하늘과 같기 때문이오.”
관리소 소장은 사대부로 놀랍게도 성균관 유생 중에서 실학에 눈을 뜬 유생들이 임금 융에 받은 직책인데 대부분 당하관이었다.
“예, 성은이 망극한 일입니다. 요즘 조선 백성의 얼굴에 개기름이 줄줄 흐릅니다.”
영양 공급이 좋아지면 체격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까지는 영양 공급과 단백질 공급을 토끼로 감당했지만, 임금 융은 이번에 닭이었다.
“나도 많이 봤소. 그런데 이번에는 닭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소.”“예?”
닭을 양산해서 대규모로 키우라고 했다가 닭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하니 되물을 수밖에 없는 실무자였다.
“닭의 똥이요.”
임금 융은 토끼 똥과 닭의 똥을 이용해서 비료를 만들 생각이었다.
조선의 기술로 당장 요소 비료나 석회 비료를 만들 수 없으니까.
“닭의 똥이라면 거름이지 않습니까?”
조선은 인분이나 계분을 이용해서 두엄을 만들어서 비료로 사용했다. 그걸 대단위로 생산하려고 마음을 먹은 임금 융이다.
만약 조선의 임금 융이 인광석 개발에만 착수한다면 조선의 비료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조선에는 인광석이 거의 생산되지 않았다.
인광석이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는 지역은 중국이고 아프리카의 모르고 그리고 남태평양에 있는 나우루라는 섬인데 그곳들 모두 조선이 가기에는 멀었다.
“그렇소, 주상께서는 그것을 앞으로 비료라고 부르시겠다고 하셨소. 산처럼 쌓이는 토끼 똥과 곧 그리될 닭의 똥으로 비료라는 물산을 그대와 내가 만들어야 하네.”
드디어 임금 융이 비료 개발에도 손을 덴 건대 임금 융이 해야 할 일들은 더 많을 수밖에 없으리라.
효율성이 떨어지는 무산 광산에서 채굴되는 철광석을 녹일 대규모의 철강소도 만들어야 하고.
조선식 범선 개발에도 착수해야 하니.
임금 융의 조선에서 생산되는 물산으로는 감당이 될 수가 없으리라.
그러니!
임금 융은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