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39)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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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노비의 수가 몇 할이나 될까?”
역사적으로 보면 현재 조선의 노비 수는 전체 인구의 3할 정도다.
세종대왕 때 1할 정도였는데 벌써 2할이 늘었고.
조선 중후반이 되면 5할을 넘어선다.
조선 초기만 해도 노비종부법이 적용되어서 양인 아비와 여자 노비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계를 따라서 노비가 아닌 양인이었다.
“정확하게 확인해 봐야겠으나 족히 3할은 될 것입니다.”
조선 전체 백성 중 30%가 세금을 내지 않는 노비라는 소리다. 그리고 10% 정도가 되는 양반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문제는 그 10% 정도의 사대부들이 조선의 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나머지 40%는 조선의 임금인 나와 종친부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조선 백성은 거지새끼 꼴로 살 수밖에 없다.
“3할? 세금을 내지 않는 과인의 백성이 3할이나 되는군.”
거기다가 사대부들도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네로가 되어야 할까?’
노비의 주인이 누군지 불명확해지면 그 불명확해진 노비를 모두 관노로 전환하면 된다.
‘약간의 불만이 있겠지만.’
힘으로 죄로 누르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공신전에 묶여 있는 사노비들이 또 사대부의 토지를 경작하는 노비들이 갑자기 주인이 불명확해지는 상태에서 관노로 전환되면 공신전과 토지에서 일할 노비가 사라지니 훈구파와 다른 사대부들은 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주상 전하, 주상 전하의 부르심을 받고 무령군 입궐했나이다.”
밖에 있는 환관이 내게 말했다.
“침소로 가자.”
여긴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다.
‘이제는 달랠 시간이지.’
* * *
금강산 별기군 사령부.
“화척을 기마 별동대로 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수척(水尺)이나 무자리라고 불리는 존재들로.
고려 초 혼란기에 유입되었던 양수척(楊水尺)이 고려 후기에 이르러 화척으로 불렸고 조선 초에는 백정(白丁)이라고는 이름으로 바뀐다.
그들은 당연히 이민족이고.
돌궐 계열인 유목민 출신이라서 사냥과 기마술에 능했다.
사실 화척들이 조선 조정의 통제에서 벗어나면 화적이 되어서 백성을 약탈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조선 조정은 그들을 회유하기 위해서 땅을 주어 농사를 짓게 했으니 그들은 농경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서 도축업에 종사하는 자들이 많았다.
“주상 전하의 어심이다.”
금강산 별기군 부장의 말에 부관급 무장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화척들이야 기마술은 타고났죠.”
“그러니까.”
얼마 전 금강산 별기군 부장은 임금 융의 부름을 받고 도성을 다녀왔었다.
그때 임금 융이 자신에게 지시했던 일을 떠올리는 거다.
‘암, 주군의 조선은 달라야지.’
충성심은 각자의 현실에서 싹트는 법이고.
각자의 목적에 의해서 성장하는 법이다.
* * *
대전 전각 임금 융의 침소.
“무령군. 서운하셨소?”
낮에 있었던 어전 회의에서 내가 철저하게 유자광을 무시했기에 이렇게 밤에 따로 불렀다.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유자광이 바로 대답했다.
‘따지고 보면 유자광이 불쌍한 인물이기는 하지.’
그는 서얼 출신이기에 판서나 정승이 되지 못했다.
그러니 자격지심이 있을 것이고.
권세를 더 추구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능력만 본다면 조선 최고의 전술 전략가로서 병조판서가 되기 충분할 인물이리라.
‘나는 김일손도 품으려고 했었다.’
그러니 능력 면에서 보면 출중한 유자광을 품지 못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유자광에게서 온전히 나를 위한 진짜 충성심을 끌어낼 수 있냐는 거다.
‘중종반정에서.’
유자광도 공신이 됐다.
그리고 중종반정 이후 조선은 공신첩을 난발했고.
또 공신전을 난발하여 왕권이 약화가 됐다.
물론 당연한 일일 거다.
신하에 의해서 임금이 된 중종이 어떻게 자신을 임금으로 만든 신하들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건 그렇고 어린 진성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역사적으로 그는 중종이다.
왕이 될 팔자인데 내가 임금 융이 됐으니 그 팔자가 변하게 된 거다.
하지만 역사는 흘렀던 그대로 흐르려는 습성이 있으니.
진성의 삶이 또 달라질 수도 있으리라.
“과인이 그대를 중하게 쓰고 싶으나.”
말을 끊고.
인상 한 번 찡그려줬다.
“그대의 출신이 안타깝게도 서얼이기에 영의정과 똑같이 대해줄 수 없어서 과인이 미안한 것이 많소.”
조정 신료들 대부분이 적자 출신이다.
그러니 서얼에게는 곱지 않은 시선이 대부분이다.
하여튼 적자 출신 사대부 신료들은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다른 존재들에게 조금이라도 내놓지 않으려고 발악한다.
그리고 그런 발악이 많은 사화를 만든다.
“성,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조선 임금 중에 서얼 출신에게 이런 말을 대놓고 한 임금은 없으리라.
“무령군.”
“예, 주상 전하.”
“그대와 같이 차별받았던 서얼들을 적극적으로 천거하여 등용하시오.”
조정에 바로 양인을 등용할 수는 없으니 서얼부터 등용하면서 충격을 완화할 생각이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홀아비 마음은 과부가 안다고.
서얼의 서러움은 또 서얼만이 안다.
차별받은 자들은 독해진다.
자기들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무슨 일이든 하게 된다.
그게 내가 바라는 거다.
‘능력보다 출생을 중하게 여기는 조선.’
이런 상황이 변화하지 않으면.
조선의 개혁은 어렵다.
“과인은 적통자이나 적자와 서얼을 구별하지 않을 생각이오, 하지만 조정 신료들이 반대가 많을 것이기에 당분간 과인은 그대를 무시할 것이니 상심하지 마시오.”
“예,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과인은 그대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조선이 어디 사대부 적자만의 조선이겠소, 서얼이라고 무시 받지 않고 출사에 차별받지 않아야 그대가 정승의 반열에 오르지 않겠소.”
“성,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충심을 다해서 주상 전하를 모시겠나이다.”
유자광의 목소리가 변했다.
‘충성심?’
충성심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니 온전히 믿을 수는 없으리라.
“나는 세자일 때 그대의 어머니께서 올린 상소를 봤소.”
내 말에 유자광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유자광에게 그의 어머니가 성종께 올린 상소문이 서러움이고 한으로 남았을 거다.
“그 상소대로 되는 날을 위해서 그대가 힘써야 할 것이오.”
충성심은 각자의 목적 실현을 위해서 발현되는 거다.
또 각자의 이익이 발생할 때 생기는 거고.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흑흑흑!”
자기 어머니를 내가 거론하자 유자광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너의 눈물은 진실일까?’
나는 조선의 임금이기에 모든 상황을 의심해야 한다.
‘그래도 내가 목표를 줬으니.’
그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는 유자광은 자신의 권세를 위한 나의 충신 노릇을 톡톡히 했으면 한다.
“무령군.”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때다.
“예, 주상 전하.”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유자광이 나를 우러러봤다.
‘시간을 좀 앞당기자.’
훈구파인 구파와 신파 사이에 뱀장어 한 마리를 풀어야겠다.
“요즘 백성들은 영의정의 일파를 구파라고 하고 무령군을 따르는 신료들을 신파라고 부르던데 사실이오?”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그렇다고 말하면 자기 입으로 붕당을 만들었다고 자백하는 것이니 아니라고 말하는 거다.
“하여튼 과인은 그리 들었소.”
“예, 주상 전하.”
유자광이 다시 내 눈치를 봤다.
* * *
대마도 성.
대마도 도주는 조선의 왜관에서 급히 돌아온 관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조선의 임금이 왜관을 모두 폐쇄했습니다.”
“왜 갑자기?”
대마도는 식량 생산이 항상 부족한 섬으로 조선에서 식량을 공급받거나 일본 본토에서 공급받지 못하면 바로 기아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마도는 일본 오키섬과 함께 왜구의 중심지가 된 거다.
“왜관이 왜구들과 내통한다고 조선의 임금이 생각한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왜관을 폐쇄하면 왜구의 수가 더 늘어날 건데?”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진도라는 섬에 새롭게 왜관을 설치한다고 합니다.”
“거기서만 교역하라는 거군.”
대마도 도주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예, 그렇습니다.”
“조선이 다시 공격해 올 수도 있다.”
역시 도주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합니까?”
“일단 조선에 사신을 보내서 바짝 엎드려서 빌어야지.”
전쟁이 일어나면 자기한테 좋을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마도 도주였다.
‘조선에 심어 놓은 세작들부터 색출하겠지.’
그게 시작되면 정말 조선은 왜구 문제로 대마도를 칠 준비를 할 거라고 확신한 대마도 도주다.
“막부에 보고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측근의 말에 대마도 도주는 인상을 찡그렸다.
“막부?”
“예, 그렇습니다. 도주님.”
“막부는 이미 힘을 잃었다. 누구도 우릴 도와줄 수 없어,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를 도와준 곳도 없었고.”
이게 바로 대마도의 실정이었다.
* * *
조선 임금 융의 침소.
“주, 주상 전하!”
유자광의 목소리가 커졌다.
‘유자광에게는 놀랄 일이지.’
숙청당한 사림파라면 유자광의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갈 거나 그 더러운 이름을 들었다고 귀를 씻을 테니까.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이지 않겠소?”
물론 유자광이 유배당한 사림파를 자기 쪽 세력으로 만드는 일은 미래 중국인이 대만은 또 하나의 국가라고 말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주상 전하, 사림파를 다시 등용하시겠다는 말씀이옵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림을 이용해서 조정에 자리를 만들어야 그대와 같은 서얼이 차고앉을 벼슬이 생기지 않겠소?”
이 일을 영의정에게 지시하면 쉬울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유자광에게 지시하는 것은 서얼이 내게 충성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무령군이 하기 어렵다면 나는 이 밤에 영의정을 부를 것이다.”
눈빛을 확 달리해서 유자광에게 말했다.
[살릴 자 둘만 말하라.]나는 의금부에서 김일손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니옵니다. 신이 해낼 수 있나이다.”
“그래야지요, 대사헌의 자리입니다.”
권오반을 귀양에서 풀고.
대사헌의 자리를 줄 생각이다.
‘그러면?’
감찰을 통해서 나의 개혁에 반발하게 될 훈구파들을 각개격파로 쳐낼 수 있다.
‘죄 많은 자를 쳐내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예, 알겠나이다.”
유자광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