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4)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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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임금의 침실.
“저하, 감축드립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야인은 건주여진 출신으로 내가 세자 때 알게 된 백정인데.
기골이 장대한 것도 있지만 소를 잡는 실력이 출중해서 시쳇말로 부하로 둔 놈이다.
“저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놈이 아탕개다.
“예?”
“야, 내가 임금이 된 지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 저하야? 세상 돌아가는 거 모르고 사네.”
북녘땅에서 내 지시로 야인들과 밀무역만 하기에 저러는 거다.
“아, 저하, 아니 전하의 명으로 야인 땅에 갔다가 돌아온 지 얼마가 되지 않아서···.”
“됐고, 야인들의 동태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자의 이름은 아탕개다.
건주여진 부족 출신으로 야인들의 부족 전투로 부족이 전멸 직전까지 몰렸다가 두만강을 넘어서 조선에 귀순했는데 조선 조정은 그에게 땅을 주고 백정으로 살게 했었다.
“건주여진 부족 중 족장 충샨의 부족이 기세가 오르고 있습니다.”
충샨?
‘누르하치는 건주여진 출신이지.’
어쩌면 충샨이라는 건주여진 족장이 누르하치의 몇 대조 조부일 수도 있으리라.
“놈의 성깔은?”
야인들 성깔이 더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물었다.
아마도 아탕개가 충샨의 성격을 제일 잘 알 거다.
왜?
아탕개의 부족을 전멸시킨 부족이 충샨의 부족이니까.
“포악한 성격이나 이익 앞에서는 누구에게도 엎드리는 인물입니다.”
좋게 말하면 실리를 추구한다는 소리다.
나쁘게 보면 표리부동한 자라는 소리다.
물론 야인 대부분은 표리부동하다.
“그러면 명의 벼슬도 받았겠네.”
“야인 족장 중에 어디 아닌 그런 자가 있사옵니까?”
야인들은 명과 조선 사이에서 이익만 챙기는데 명나라는 많이 두려워하고 조선은 슬쩍 깔본다.
고조부이신 세종대왕 때 까불다가 호되게 당했지만 말이다.
“네 부족과는?”
알면서도 묻는다.
“때려죽일 원수입니다.”
아탕개의 눈깔이 섬뜩해졌다.
아탕개는 부족이 거의 멸절되어 어쩔 수 없이 조선으로 내려온 녀석이다.
‘살기 위해서 투항한 거지.’
그래서 내가 주웠고.
살만하니 이제는 복수를 생각하는 거다.
‘사실!’
여진족은 여전히 약탈 경제로 살아간다.
말 그대로 다른 부족의 것을 빼앗아서 사는 거지.
그래서 먹을 식량이 없는 겨울이 되면 아무 생각 없이 국경을 넘어서 조선의 변방을 약탈한다.
“알았다.”
“예, 소인 물러가겠습니다.”
“탕개야.”
물론 아탕개의 성이 아 씨는 아니다.
“예, 전하.”
“힘이 없을 때는 적의를 보이는 거 아니다.”
이 말은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고.
나는 아직 완벽히 군권을 장악하고 호령하지 못하기에 훈구파도 또 사림파도 두고 보고 있다.
누군가 말했다.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행동하지 않는 힘은 불능이라고 했다.
“예?”
“충샨 부족을 갈아 마시고 싶겠지만 지금은 친하게 지내라고.”
건주여진 부족 중에서 충샨의 부족의 기세가 올랐다는 것은 주요 부족으로 성장했다는 의미고.
밀무역의 상대로 적합하다는 의미다.
“아, 예.”
“과인이 강해지면 너도 강해진다.”
내 말에 아탕개가 찌푸렸던 인상을 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인이 나중에 충샨의 가죽을 벗기고 해골로 술잔을 만들어 줄 테니까, 알지?”
말을 이렇게 살벌하게 하는 건 어쩌면 이 몸이 연산군의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그냥 진짜 연산군 되는 거다.
“명심, 또 명심하겠나이다.”
꼭 그렇게 해달라는 눈빛이다.
“과인의 조선은 말이 부족하다.”
“아!”
“곧 조선에 소금이 넘쳐날 것이니 네가 야인들과 교역하여 내게 말을 가져다 다오.”
소금이 대량 생산되면 아탕개는 숨통이 좀 트일 거다.
“예, 알겠사옵니다.”
야인 아탕개를 이용해서 이미 밀무역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머리가 터지고.’
앞으로 아탕개는 허리가 휠 거다.
* * *
며칠 후, 인수대비의 전각.
인수대비의 친정 사람들을 모두 여기로 불렀고.
성종께서 붕어하신 지 하루 후에 있었던 일을 빌미로 해서 할마마마를 겁박하고 있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나는 세자일 때 내금위에 신경을 많이 썼고 중급 무관인 내금위 별장들을 살뜰하게 챙겼다.
‘현재 내금위의 수는.’
겨우 150여 명!
이러니 사림을 필두로 하는 사대부들이 임금 알기를 낡은 짚신처럼 보는 거다.
그리고 주요 대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반정도 쉬운 거고.
‘권력은 무력에서 나온다.’
이게 내 주관이고.
그래서 세자 때부터 많이 준비했고.
그중 하나가 한양 왈패들을 구워삶아 왜인과 밀무역하게 해서 돈을 모으게 한 거고.
밀무역으로 확보한 재물은 대부분 재물을 밝히는 환관과 나인들에게 흘러 들어가서 나는 내시들의 환심도 산 상태다.
그래서 아버지가 승하한 날에 인수대비 전 나인이 내가 온 것을 ‘주상 전하 납시었습니다.’라고 인수대비에게 말한 거다.
“주상, 잊는다고 하지 않았소?”
인수대비의 눈빛이 떨렸다.
인수대비는 이제는 내가 임금도 되었으니 실력행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예, 잊었습니다.”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게 내 방식이다.’
말로는 침묵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말이다.
“그런데 어찌 나의 친정 사람들을 모두 이 자리에 부른 것이오.”
전각 밖에는 내금위 병사들이 포위하고 있다. 물론 겁을 먹으라고 지시한 거다.
“며칠 전에 대전에서 소손이 염전이라는 것을 만들겠다고 신료들과 내기했습니다.”
“그건 나도 들었소.”
“제가 가서 만들 수 없으니 한씨 가문 외척들이 나서줘야겠습니다.”
“아!”
탄성을 터트리는 인수대비다.
‘쥐어짠다.’
일단 외척을 쥐어짜서 왕실의 내탕고를 채울 거다.
“염전이 완성되면 진성 아우에게 맡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또 한 명의 대비의 친정 가문이 죽어나게 되리라.
“만드는 일은 나의 친정이 하고, 그 관리는 다른 곳에서 한다?”
인수대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인수대비도 친정 가문이 있고.
진성대군의 생모도 외척인 친정 가문이 존재한다.
그런 외척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권세를 잡으려고 혈안이다. 물론 진성대군 쪽 외척은 이제 비루한 똥개 신세가 됐고.
나의 중전의 친정인 신 씨 문중이 실세로 거듭난 상태다.
‘내 처남인 신수근.’
그 사람은 믿어도 되지.
왜?
중종반정이 일어나기 직전에 중종반정의 주도자인 3인방이 신수근에게 중종반정에 가담할 것을 제안받았으나 신수근은 세자가 총명하니 지켜보자고 반정을 말렸다가 두 아우와 함께 반정과 동시에 참살당했다.
‘의리는 의리로 갚는다.’
앞으로 신수근의 가문은 역모의 죄만 아니며 무조건 내가 지켜줄 생각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지킬 힘을 줄 생각이다.
“대비마마, 사실 만든 소금을 팔아서 얼마나 남겠습니까?”
“뭐라고요?”
소금은 귀하다.
그런 소금을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하니 인수대비가 황당한 표정으로 되묻는 거다.
“한 씨 문중에는 금광을 개발하게 할 것입니다.”
조선은 금이 많이 생산된다.
단지 금광을 개발하지 않기에 금이 귀한 거다.
“금광?”
“예, 그렇습니다.”
운산 금광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지역에는 여진이 있다. 그러니 소금으로 일단 어느 정도의 부국을 이룬 후에 강병을 육성해서 운산 지역을 수복해야 한다. 나는 분명 수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
고토이니까.
“할마마마께서 저를 도와주시겠나이까?”
“일단 돕겠소.”
마지못해 대답하는 인수대비다.
자신이 거부하면 친정 가문 사람들이 대궐을 나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다.
‘일단?’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더 강해진다.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되리라.
“감사합니다.”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리고 내 미소에 이 자리에 모인 인수대비의 친정 가문 사람들도 그제야 안도했다.
* * *
두 달 후, 임금 융이 대전 옆에 세운 전각 안.
나는 분명 두 달 전에 조정 신료들에게 병기를 정비하겠다고 공표했었다.
‘창이나 칼 같은 병기?’
아니다.
조선은 총통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나는 조선의 임금으로 총통을 개량하고 또 발전시킬 생각이고.
그와 함께 화승총도 개발할 계획이다.
‘그와 함께.’
천보총도 200년 정도 앞당겨서 개발할 계획이다.
‘천보총은 숙종 때 개발됐지.’
내가 알기로 천보총(千步銃)은 박영준(朴永準)이 개발한 총으로 일본의 조총보다 뛰어났던 성능을 가진 화승총이다.
말 그대로 최대사거리가 1,000보(1,800m)라서 천보총이라 불렸다.
‘당시 총들의 최대사거리는.’
180m를 넘지 못했는데 천보총의 사거리가 1,000보이니 가공한 위력인 거다.
‘개발에만 성공한다면?’
전투 때 적 지휘관 저격용 화승총으로 적격인 거다.
“그대는 과인에게 총통에 관해서 설명하라.”
내가 부른 사람은 총통을 만드는 기술자이고 대장장이다.
“과인은 병사가 휴대할 수 있는 총통을 만들고 싶다.”
총통은 대포다.
무겁다.
보병이나 기병이 활용할 수 있는 총통을 기본으로 해서 나는 화승총 개발에 착수할 것이고.
또 저격용 천보총 개발에 성공할 생각이다.
“휴대할 수 있는 총통이라고 하셨나이까?”
“그렇다.”
“그렇다면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세총통이 있나이다.”
나도 현대인일 때 실록에서 봤다.
‘세종실록의 기록을 보면.’
세종 14년에 만들어진 휴대용 총통으로 후대에 만들어진 것까지 모두 포함해서 가장 작은 총통이다.
‘권총이라고 해야겠지.’
하여튼 조선이 이룬 모든 업적을 살피면 그 기본을 만드신 분이 바로 세종대왕이시다.
‘하여튼 세종대왕 때.’
세총통에 관한 실록의 기록을 살펴보면 세총통은 정탐꾼들이 휴대하는 보조 무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종실록의 기록에는 정탐꾼이 휴대하여도 창졸간에 쏘지 못하니 필요가 없다는 상소가 있지만 세종대왕께서는 군기감에서 만든 세총통을 직접 지니고 또 발사해 보니 편리하기에 그 이후에 세총통을 150정 이상 생산했다고 적혀 있다.
“그대는 총통을 만드는 기술자이며 대장장이다.”
“예,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이 설계도처럼 만들 수 있겠는가?”
나는 세자 때부터 현대인일 때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설계도로 그렸다. 그리고 내가 총통 기술자에게 내가 보여준 설계도는 화승총을 그린 그림이고 작동 원리다.
“보시게.”
“예, 주상 전하.”
“가능하겠는가?”
내 물음에 총통을 만드는 기술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그의 눈동자는 반짝이고 있었다.
“가능하겠는가?”
“이리 그려진 그림대로 또 적혀 있는 원리라면 충분히 발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내가 준 것은 화승총 같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며 승자총통에 개머리판을 부착했다고 보면 설명이 될 거다.
‘이거부터 만든 후에.’
진짜 화승총 개발에 착수할 생각이다.
‘이제 내 나이 18살이다.’
2년에서 3년 안에 돈을 쓰고 임금인 내가 관심을 보인다면 화승총 개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다.
‘돈, 돈이 문제지.’
그러니 염전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염전 개발 전까지 왕실 내탕고를 채울 사업을 생각해내야 한다.
‘뭐가 있을까?’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