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41)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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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감귤밭.
조선에서 감귤은 귀하다.
금귤이라고도 하고.
임금에게 진상되는 과일로 수확량이 많지 않았으나 임금 융은 제주 백성에게 감귤 나무의 수를 늘리고 수확량을 독려하며 세금까지 면제해주기까지 했다.
그래서 제주 백성들은 너도나도 감귤 나무를 재배했다.
“주상전하께서 감귤 나무의 수를 늘리라고 어명을 내리셨다.”
제주 목사의 주요 임무는 어느 순간부터 감귤 나무를 늘리는 일이 됐고.
분기마다 한양으로 감귤 나무의 증가를 보고해야 했다.
그런데 왜 임금 융은 감귤 나무 증가에 집중할까?
물론 감귤 나무만 증가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사과나무도 수를 늘리라는 것이 임금 융의 어명이었다.
임금 융은 조선식 대항해시대를 열고자 했고.
그 대항해시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원들이 걸리는 괴혈병인데 임금 융은 그 괴혈병에 대비하기 위해 과일나무의 수를 늘리는 거였다.
* * *
이틀 후, 조선 대전.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 의주에서 파발이 도착하는 데 3일이 걸렸다.
“주상 전하, 명나라 황제 폐하의 칙사가 의주에 당도했다고 합니다.”
파발꾼에게 서찰을 받은 도승지가 그 서찰을 읽은 후에 내게 고했고.
조정 신료들은 모두 인상을 찡그렸다.
“왜 갑자기?”
조정 신료들이 인상을 찡그리니 나도 찡그려야지.
명나라는 사사건건 내정간섭에 열중한다.
그리고 상당한 물자를 조공으로 받치기를 강요한다.
‘내가 명나라에 세작을 심어놓은 것처럼.’
명나라도 조선에 세작을 심어놨을 수도 있다.
그리고 조선이 물산이 풍부해지고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작을 통해 확인했을 수도 있으리라.
‘그것도 아니면?’
금광이 개발된 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다.
[주상 전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조선에서 금광과 은광이 개발되면 명나라에서 더 많은 조공을 요구할 것이니 물산이 풍부하지 않은 조선이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입니다.]금광을 개발하겠다고 신료들에게 통보했을 때 유자광이 내게 독대를 신청해서 주청했던 말이다.
[무령군의 말도 옳소.] [그런 연유로 선대왕들께서는 금광과 은광을 개발하지 않았나이다.] [무령군의 사택에는 된장이 없소?] [예?]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급니까?]그때는 둘이 있었기에 명나라를 나는 구더기로 비유했다.
[주, 주상 전하, 다른 신료들이 듣기라도 한다면, 신은 걱정되옵니다.] [내가 명을 구더기에 비유하는 사실을 무령군은 괜찮다는 겁니까? 하하하!]옳은 예시는 아니겠지만.
사대주의를 출신성분으로 본다면 명나라는 적자고 조선은 서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내 말에 무령군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었다.
[만인이 또 사대부의 적자들이 그대가 입은 옷이 천하다고 비난하지만. 과인은 그대에게 언제든지 새 옷을 내릴 수 있소.]왕자의 칭호인 ‘군’의 칭호까지 받은 유자광인데 여전히 사대부 적자 출신 신료들에게 무시와 천대를 받았던 유자광이다.
어쩌면 유자광이 서얼이 아니라 서자쯤만 됐어도 유자광의 인생이 그리고 그의 고집과 집착이 달라졌을 수도 있으리라.
‘유자광, 너를 내가 등용할 것이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주상 전하, 명나라 황제 폐하의 칙사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셔야 할 듯합니다.”
예조 판서가 내게 말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예조 판서가 전권을 가지고 준비하세요.”
[무엇을 위해서 조선으로 오는지 알아내라.]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목적 없이 그 멀리서 조선까지 칙사를 보낼 명나라 마지막 성군인 홍치제가 아닐 테니까.
‘지금은 들키면 안 돼.’
그래서 최정예 중 하나인 국경 수비대 병력을 노병으로 교체하는 연극도 감행했다.
“예, 아무런 차질도 없이 만반의 준비를 하겠나이다.”
예조 판서가 말했고.
나는 유자광을 보며 이제는 당신이 나설 때라는 눈치를 줬다.
“주상 전하.”
역시 눈치 빠른 유자광이 나를 불렀다.
“무령군, 과인에게 주청할 것이 있소?”
“지난 무오사화에 의해서 조정 신료 중 상당수가 귀양을 갔기에 행정적 공백이 심각하옵니다.”
유자광이 내게 이렇게 말하자 꽤 많은 신료 중 특히 훈구파에서 갈라진 구파가 유자광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일에 관해서는 그대의 공도 크지.”
공이라고 말했지만, 공일 수 없다.
“망극하나이다.”
“그래서요?”
이제 붕당 정치에서 사림파를 한 자락 끼워줘야겠다.
“신, 유자광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유배 간 신료 일부를 유배에서 푸시어 조정에 등용하시는 것을 주청하옵니다.”
유자광의 말에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영의정이 왜 이런 주청을 하느냐는 눈빛으로 변했다.
“죄를 지은 자 중 일부에게 과인이 아량을 베풀라는 건가?”
“예,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아량을 베풀면 좋을까?”
사림을 조정에 다시 등용하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권세에 눈이 먼 유자광이 내게 주청해서 진행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야 3개의 세력이 서로 권력 다툼을 하면서 내게 충성 다툼도 할 것이니까.
“주상 전하, 권오복의 유배형을 거두시고 조정에 다시 부르소서.”
“권오복?”
“그렇사옵니다.”
“일단 알겠소. 영의정.”
영의정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마치!’
왜 잠잠한 상황에서 벌집을 쑤시냐는 눈빛이다.
“예, 주상 전하.”
“영의정의 생각은 어떻소?”
사실 영의정은 역사적으로 무오사화가 났을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림파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다.
‘어떻게 나올까?’
정적이 된 유자광이 주청한 것이니 반대할까?
‘궁금해지네.’
나는 영의정을 빤히 봤다.
‘부처가 손오공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면 재밌지. 하하하!’
정치가 그런 거다.
내가 통제하고 계획할 수 있을 때 재미있는 놀이가 되는 거지.
* * *
건주여진 충샨의 거대 천막.
건주여진 전사 둘이 충샨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충산은 그 둘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장녹수가 충샨의 옆에 꼭 붙어 앉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충샨은 지금 부하들이 보는 상태인데도 장녹수의 옷 속에 손을 넣어서 젖을 만지고 있었다.
“명나라 사신단이 의주로 향했습니다.”
건주여진 전사의 말에 충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여진족 이만주의 세력이 와해가 된 후에 세력을 제대로 규합하는 여진족은 없었으니 임금 융이 조선의 임금이 된 후에 충샨의 부족과 밀무역을 진행하면서 그의 부족이 커졌으니 이것도 하나의 나비 효과였다.
“알았으니까, 나가 봐.”
“예, 족장.”
전사 둘이 거대 천막에서 나갔다.
“호호호, 명나라가 조선에 사신을 보내면 때때로 북녘에 피바람이 불지요.”
충샨이 장녹수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장녹수가 말했다.
[계집, 네가 그렇게 노래와 춤을 잘 춘다고?]충샨은 부하에게 장녹수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다시 불렀다.
[제가 장송곡이라도 부를까요?] [장송곡? 계집, 죽고 싶은 거냐?] [조선이 족장님과 교역하려는 이유는 족장님의 허벅지를 살찌우기 위함이니 약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선군이 건주여진을 도륙할 것이니 장송곡을 불러야죠, 호호호!]장녹수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충샨의 심기를 건드렸었다.
[하, 뭐라고?] [건주여진의 전사 3만이면 조선 한양까지 말을 달리면 며칠이고 그리만 하면 여진의 칸으로 또 조선의 왕이 되면 좋을 건데.]이래서 장녹수는 요물인 거다.
조선에 있을 때 진짜 연산군을 망쳤고.
지금은 임금 융이 장녹수를 건주여진 족장 충샨에게 보내니 조선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장녹수라는 여자는 사내를 망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거다.
“북녘에 피바람이 분다?”
충샨이 인상을 찡그렸다.
“족장님, 원나라라 명나라나 건주여진이 강해지는 꼴을 두고 본 적이 있나요?”
충샨의 부족은 조선과 교역하면서 풍요를 얻었고.
그 풍요가 전투력 증강에 영향을 입혀서 소수 부족을 하나씩 통합하고 있었다.
이래서 조선 임금 융에 이익이 되는 충샨이지만 또 위험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충샨의 부족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 있는 장녹수가 충샨의 옆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명나라가 내가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계속 되묻는 충샨이었다.
“위대하신 족장이시니 명나라 왕도 두려울 거예요.”
놀랍게도 장녹수는 명나라 황제를 왕으로 격하시켰다.
“하하하, 하하하!”
“칸이 되셔야죠. 건주여진 3만 기병이면 한양까지 5일이면 충분할 것이고 조선 임금의 목을 베면 칸께서 조선의 주인이 되시는 거죠, 호호호!”
요물은 요물 노릇을 하는 법이다.
“그럴 수도 있겠네.”
“금나라를 보세요. 얼마나 강했어요. 칸께서도 그리되실 수 있어요.”
어느 순간 충샨은 요물 장녹수에 의해서 칸으로 불렸다.
“칸, 칸! 하하하!”
계집은 사내의 마음에 헛바람을 넣고.
그 사내를 파괴한다.
그런데 장녹수가 과연 국제 정세를 제대로 알고 이런 말을 할까?
그녀는 이곳에서 몇 가지 주워들은 이야기로 오로지 조선에 복수하기 위해서 충샨의 귀에 욕망을 속삭이고 있는 거였다.
* * *
조선 조정의 대전 회의장.
“주상전하, 죄인 권오복이 귀양을 떠난 지 얼마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내가 아는 역사적 상황과 반대로 흐르고 있다.
“그건 또 그렇지요.”
“주상 전하께서 신료들과 백성들에게 내리시는 은혜가 하늘 같으나 권오복이 아직 죄를 뉘우치기에는 시기가 빠르다고 생각됩니다.”
영의정도 유자광이 붕당을 만들었기에 유자광을 견제하기 위해서 반대부터 했다.
“영의정의 생각은 그렇단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주상 전하, 통촉해 주십시오.”
통촉 또 나왔다.
‘원래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는 말이 있지만.’
나는 싸움을 붙이는 중이다.
“좋소이다. 그러면 영의정께서는 명나라 황제가 보낸 칙사가 의주까지 온 상태에서 조정의 행정적 공백을 어떤 방법으로 메꾸실 겁니까?”
이제는 진짜 목적을 밝힐 때다.
“주상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로 인재를 새롭게 등용하면 됩니다. 성균관 유생들을 바로 등용하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성균관 유생들을 조정에 등용하면 주자학은 누가 연구하여 발전시킵니까?”
내가 현대인이었을 때 개그맨이 유행시켰던 유행어가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그러면 소는 누가 키워?’
사실 성균관도 이제는 두 패로 나눠진 상태다.
‘정복 군주는 모든 것을 통합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분열시키고 있는 거다.
하여튼 성균관 유생은 주자학에 미친 녀석들과 훗날 실학의 선구자가 될 인재들로 나눠진 상태고.
실학의 선구자들은 내가 준 석탄을 연구 중이고.
또 기술을 가진 장인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비격진천뢰를 개발하고 있다.
“과인은 주자학에 심취되어 학처럼 학문 연구에 열중하는 선비들은 학문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소.”
물론 주자학을 더 발전시킬 마음은 없다.
사실 주자학도 성리학의 하나지만 그 성리학 중에서 제일 썩은 것이 주자학이리라.
“또한 과거까지는 오래 남았소. 그러니 과인은 그 안에 쓸 행정 관료는 필요합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있소.”
권오복은 사림의 핵심 인물이다.
그래서 그를 지금 거론한 거고.
내가 얻으려는 것은 권오복의 복직이 아니라 서얼의 등용이다.
“예, 주상 전하.”
“과인이 생각해봤는데 서자들과 서얼들을 일부 등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소, 내가 어느 농부에게 들으니 씨가 좋으면 밭은 흉하고 천해도 수확이 좋답니다.”
씨는 아비고.
밭은 어미란다.
“주, 주상 전하.”
영의정이 나를 보며 말을 더듬었고.
눈빛은 내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는 의미가 담겼다.
‘결정해, 권오복의 복직이냐?’
아니면 서얼의 조정 등용이냐.
어느 쪽이든 나는 목적을 달성한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