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42)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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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제조창.
임금 융이 즉위하면서 새롭게 설치한 관청 중 하나가 무기 제조창인데.
여긴 대장장이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기술을 가진 기술자들이 신무기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다.
“주상 전하께서 세종대왕 때 개발된 신기전을 더욱 개량하고 발전시키라고 했소.”
무기 제조창 관리들은 각각 부여받은 무기 개발이 있었다.
“아이고 머리야.”
대답을 들은 하급 관리 한 명이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러는가?”
바로 머리부터 감싸고 인상을 찡그리기에 되묻는 거였다.
“주상께서는 말로 하시고 우리는 몸으로 움직여서 뭐래도 만들어내야 하니 이거 죽을 맛입니다.”
맞는 말일 것이다.
사실 임금 융은 왕립 대장간 책임자에게 지시해서 천둥판 개발하다가 실패한 상태였다. 하지만 기술자들은 오기가 있기에 임금 융이 말한 천둥판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허튼소리는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신기전이라고 하면, 으음!”
신기전은 세종 30년에 개발되어서 1600년대 이후까지 널리 생산된 로켓추진 화살인데 100발 이상을 장전해서 이동시키는 화차인 신기전기(神機箭機)가 존재하니 세계 최초의 다연장 로켓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사실 따지고 보면 조선의 기술력이 나쁜 것은 아닐 거다.
단지 그런 기술력을 무시하기에 새로운 신물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고.
새로운 신물을 개발한 자금이 없기에 만들 수 없었던 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최초의 금속활자도 조선에서 만들었고.
또 최초의 철갑선인 거북선도 조선의 기술로 만든 것이니 조선 백성이 무엇인가 만들고자 한다면 못 만들 이유는 없었다.
“주상께서 명하신 것이니 우리는 해야지.”
임금 융이 즉위한 후에 사대부들에게 천한 쟁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대우받기 시작했고.
그런 쟁이로 불리던 사람들은 최소한 중인 이상으로 신분이 상승했기에 누구보다 임금 융에 충성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옳소. 그리고 이거 한 번 보시오.”
죽을 맛이라고 했던 기술자가 상급자에게 호박처럼 생긴 무쇠로 된 공을 보여줬다.
“이게 뭔가 새롭게 개발된 포탄인가?”
조선은 소화기인 화승총 개발에 성공함과 동시에 대포 개량에도 착수했고.
그래서 대포의 포신에 사용될 구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는데 그래서 임금 융은 대마도를 정벌하고 점령하려는 거였다.
“주상 전하께서 천둥판을 만들라고 하셨지만, 우리가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현대인이 본다면 저 호박처럼 생긴 무쇠 공을 보고 비격진천뢰라고 떠올릴 수 있으리라.
“다시 만들어 봤습니다.”
“그래?”
“예, 이름하여 비격진천뢰라고 지었습니다.”
시간을 앞당겨서 임진왜란 때 맹활약한 비격진천뢰가 개발되는 순간이었다.
“이름 한번 거창하군.”
비격진천뢰는 화포를 통해서 발사하는데 임진왜란 때 왜군들은 자기 앞에 떨어진 비격진천뢰가 터지지 않은 것을 보고 주웠다가 시차를 두고 터졌기에 큰 피해를 봤다.
“성능 실험을 해봤는데 상당한 위력을 확인했습니다.”
“수고했네, 주상 전하께서 정말 기뻐하실 거네.”
“이걸 공처럼 만들지 않고 같은 재질로 벼루 모양으로 만들면 천둥판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것도 비격진천뢰라고 부르면 좋겠습니다.”
“그래?”
“대포로 쏘는 것과 설치하여 적을 죽이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래서 연구를 거듭하면 끝내 만들어지는 법이다.
* * *
조선의 대전 회의장.
“주, 주상 전하···. 그것이, 그러니까.”
영의정은 내가 판을 짠 장기판에서 딱 그냥 외통수에 걸렸다는 눈빛이다.
“영의정 김일손처럼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되는 일이라고 과인에게 말하지 않을 거라고 믿소.”
약간의 압박을 줬고.
내 말을 들은 영의정은 차분한 표정으로 서서 자기를 보는 유자광을 노려본 후에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나를 봤다.
“주상 전하, 귀양 간 권오복에 주상전하의 자비로움을 베푸소서.”
곧 죽어도 서얼 등용은 안 된다는 거지.
그리고 영의정의 말에 유자광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유자광, 너의 한이 느껴진다.’
나는 이것으로 유자광을 선택했다.
‘유자광, 너도!’
나처럼 조선을 바꾸고 싶겠지.
“그래도 되겠소?”
“예, 그렇습니다. 권오복을 중심으로 선비들을 등용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알겠소. 영의정의 뜻이 그렇다니 내가 영의정의 말을 따르겠소. 도승지는 들어라.”
“예, 주상전하.”
“귀양 간 권오복을 조정에 다시 등용할 것이고 그를 대사헌에 제수하노라.”
내 지시에 눈과 입이 동시에 커지는 영의정과 훈구파 신료들이다.
이 대전에서 놀라지 않는 것은 유자광 혼자다.
이게 바로 제대로 된 뒤통수 치기지.
유자광은 서얼만 아니었다면 영의정이 되고도 남을 능력을 갖춘 사람인 거다.
[하하하, 서얼들에게는 권오복이 매요.]그렇다면 매에게 잡힐 꿩은 누굴까?
내가 추진하는 일을 반대하며 죄도 많은 훈구파 신료들일 거다.
그리고 노비를 많이 가진 신료와 왕족들일 것이다.
나는 유자광과 이야기했을 때를 떠올리며 웃은 후 영의정을 봤다.
“영의정께서는 왜 그렇게 놀랍니까?”
“주상 전하.”
권오복을 대사헌에 제수한다니 놀라는 거다.
“권오복이 대사헌이 되는 것이 두려운 신료는 사대부답지 못하고 선비답지 못해서 죄가 많은 신료뿐이라고 과인은 생각하오.”
사림파들은 복수심에 활활 불타고 있으리라.
그러니 감찰 권한을 가진 사헌부의 수장이 된다면 탄핵당할 훈구파 신료들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나는?’
그들의 노비를 챙길 수 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영의정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항상 그랬듯 성은이 망극하다는 말로 내게 굴복했다.
* * *
함경도 국경 지대에 있는 아탕개 상단.
“녹수라는 계집이 충샨의 애첩이 됐다고 합니다.”
임금 융은 건주여진 부족 중 하나인 충샨 부족이 조선과의 밀무역을 통해서 세력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기에 아탕개에게 충샨 부족 안에 첩자를 만들어 놓으라고 지시했었다.
“그래?”
아탕개는 이번 보고가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녹수라는 계집이 충샨을 칸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특별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 아탕개의 표정이 변했다.
“뭐라고 했나?”
“세작의 보고가 그렇습니다.”
“충샨을 칸으로 부른다?”
“예.”
“으음!”
아탕개는 인상을 찡그렸다.
“나의 임금께서 실수하셨다.”
아탕개는 녹수가 요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양에서 머물다가 임금 융에 의해서 야인의 땅으로 갔기에 조선에 또 자기 주인인 임금 융에 복수를 꿈꾼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서구로는 안 될 일이겠군.”
“예?”
“네가 한양으로 가야겠다.”
“가서 어떻게 합니까?”
“내게 보고했던 말을 그대로 임금께 전하라.”
“족장.”
아탕개의 부하가 아탕개를 족장으로 불렀다.
“왜?”
“이대로 또 이렇게 조선의 앞잡이로 살면 복수가 됩니까?”
아탕개 부족은 충샨 부족에 의해서 멸족된 상태로 겨우 전사 몇십 명만 살아남은 상태로 생존을 위해서 조선에 귀순했는데 그들을 받아준 사람이 바로 세자 융이었다.
“처음에는 차도 살인을 꿈꿨다.”
“그런데요?”
“이제 나는 임금과 같은 꿈을 꾼다.”
아탕개가 세자 융을 만났을 때가 세자 융이 13살 때였다.
그때 아탕개가 느낀 건 세자 융은 절대 13살짜리의 꼬맹이가 아니라는 거였다.
“한쥬.”
“예, 족장.”
“너는 나와 같은 꿈을 꾸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잠들면 죽은 어머니와 겁탈당한 누이들이 울부짖는 악몽에서 깹니다.”
“나도 그렇다.”
복수는 삶의 원동력이 될 때가 많다.
“가라, 한양으로.”
“예.”
아탕개는 자기 부하인 한쥬가 자기한테 한 말을 임금 융에 그대로 전하면 건주여진 충샨 부족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임금 융이 바로 알 거라고 확신했다.
* * *
다음 날 밤. 영의정의 사가 사랑채.
“주상께서 어불성설을 계속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극돈이 차분히 앉아 있는 영의정을 보고 말했다.
“초등학교라는 학당을 세워서 상놈들에게도 한자를 가르치고 성리학을 배우게 하신다고 했을 때부터 나서서 반대해야 했습니다. 어디 천한 상놈들에게 한자가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그때 대감께서는 반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소.”
영의정이 이극돈에 되물었다.
이극돈은 병조판서고.
영의정처럼 임금 융의 장인 중 한 명이지만 임금 융이 자기 딸을 총애하지 않기에 불만이 가득한 상태였다.
“주상이 창검으로 겁박할 때 누구도 나서지 못했지 않소.”
“영의정 대감, 내가 나서고 싶었지만 이름뿐인 병조판서라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소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주상께서 요구하신 서얼까지 조정에 등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사림의 한 뿌리인 권오복이 대사헌이 됐습니다. 이 일을 통해서 주상의 어심이 신파에 있고 서얼인 유자광에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이틀 전에 훈구파 구파 신료들은 임금 융의 외통수에 걸려서 사림을 다시 등용할 기회를 만들어줬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소.”
“이제는 막아야 합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이미 사대부들은 주상의 독주에 옷이 흠뻑 젖었습니다.”
“어찌 막으시려고요?”
“사림이 했던 그대로 진행할 겁니다.”
“사림이?”
“성균관 유생들을 이용하시지요.”
“초등학교라는 학당을 반대하는 상소를 유생들에게 올리게 하자는 겁니까?”
영의정은 이게 상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하나씩 자기의 뜻대로 하시는 주상입니다. 그러니 다음에는 서얼을 등용하시려 할 겁니다. 주상께서는 천하고 쓰기 좋은 서얼들이 마음에 드실 수 있습니다. 서얼이 조정에 등용되기 시작하면 유자광 같은 천한 자가 더 많이 생길 것이고 반상의 도가 무너집니다.”
하여튼 훈구파들도 서얼 출신인 유자광을 혐오했다.
“유자광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자?”
“그렇소이다. 영의정께서는 지켜만 보시면 됩니다.”
이극돈은 선을 넘고 있었다.
‘이극돈이 자기 무덤을 파는구나.’
영의정은 이런 이극돈을 말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감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알고만 있겠소. 그나저나 주상께서 왕자를 보시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진짜 연산군은 자식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의 임금 융은 역사와 다르게 자식이 없으니 이것이 왕실의 걱정이고 또 임금 융의 9명의 장인이 임금 융에 충성하는 한 가지 이유였는데 이극돈은 자기 딸이 임금 융의 총애를 잃었다고 생각하기에 충성 경쟁에서 나온 거였다.
“영의정께서는 자나 깨나 주상 걱정만 가득하십니다.”
이극돈이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 나가지 않을 것이니 이 밤을 살펴 가시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