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43)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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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옆 전각 임금 융의 개인 서재.
왕립 신물 연구소에서 드디어 불통으로 이름을 정한 지포 라이터를 개발해서 내게 진상했다.
“도승지.”
“예, 주상 전하.”
“과인은 이 신물을 보고 긴장이 된다.”
내게 진상했다는 것은 이미 성능시험도 끝냈다는 의미일 것이니 사용에 있어서 문제가 없으리라.
“수석 연구원의 말에 의하면 기름이 가장 문제였다고 했습니다.”
“그래? 부싯돌이 아니라 기름?”
“예, 그렇습니다. 부싯돌은 쉽게 구하고 석수들이 정밀하게 원형으로 만들어서 그 중앙에 홈을 파서 손가락으로 돌려서 쇠와 마찰시켜 불꽃을 일으키는 일에는 어려움이 없었다고 합니다.”
내가 조선의 기술력을 너무 무시했던 것 같다.
‘그렇지.’
총통만 놓고 봐도 그렇지.
조선에서는 총통이라고 부르지만, 유럽에서는 대포다.
거기다가 조선은 인류 최초의 다연장 로켓까지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가진 국가였다. 그러니 생각하고 연구하기에 따라서 지포 라이터 정도는 만들 수 있는 거다.
단지!
그런 것을 만들 생각을 못 했던 것이고.
만들 여유도 없었던 거였다.
사대부들이 공인들을 천대하기에 만들 필요가 없었던 거다.
‘사대부가 도공들을 얼마나 무시했냐면?’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끌려간 도공 중 상당수가 조선으로 귀환하는 일을 거부했다는 설도 있다.
나래도 그랬을지 모르지.
왜놈들이 사납고 부모 형제를 죽인 원수라고는 하지만 자신들이 가진 기술력만큼은 인정해주고 높게 대우해주는데 조선에 올 이유가 없는 거다.
“그랬구나, 하하하!”
“주상전하께서 기름쟁이들에게 알려준 고래기름 정제법으로 고래기름이 깨끗하게 정제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도승지도 포경 사업에 종사하는 백성들을 하대하듯 기름쟁이라고 불렀다.
“하여튼 수고했다. 이거면 화승총에 달린 화승에 불을 붙이기 쉽겠구나.”
화승총이 제일 뭐 같은 것이 화승에 불을 붙여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불이 꺼지지 않게 관리하는 일인데 이제는 이 사각의 불통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쉬워지게 됐다.
“도승지.”
“예, 주상 전하.”
“이 곽이 은으로 만들어서 보기도 좋구나.”
“그렇사옵니다.”
도승지는 자기에게 또 무슨 일을 지시하려고 운을 떼냐는 눈빛이지만 바로 대답했다.
“문양을 잘 새겨서 명나라나 왜에 수출하면 좋겠구나, 하하하!”
내 말에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도승지다.
신물로 만들어진 불통은 벼루처럼 사각 모양이다.
‘십장생을 새기면?’
엄청난 명품이 탄생할 것 같다.
‘그렇지.’
언젠가는 명나라와도 제대로 교역하겠지만 유럽과도 엄청나게 교역하게 될 것이고 또 고려처럼 벽란도 비슷한 곳을 설치해서 이슬람 국가와도 교역해야 조선이 더 부유해지니 그때 판매할 물품들을 미리미리 만들어놓으면 좋을 것 같다.
‘확 이참에 벽란도를 다시 설치해?’
고려가 했던 것을 내가 못 할 이유는 없는 거다.
물론 사대부들이 앵앵거리겠지만 말이다.
“그럴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래로 기름을 짜낼 생각을 하는 아시아 국가는 아직은 조선 밖에는 없다는 거다.
“그리고 주상 전하.”
“왜 그러는가?”
“장승포에서 고래기름을 만드는 기술자들이 그 고래기름으로 초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그렇습니다. 밀랍으로 만드는 초와 다르게 향까지 좋다고 합니다.”
맞다.
유럽에서는 향유고래의 기름으로 만든 초를 최고의 초라고 여긴다고 나는 알고 있다.
“그것도 만들어서 수출하면 좋겠구나, 하하하!”
어느 순간 조선은 아시아 최대의 수출 중심 국가로 거듭날 준비를 끝내고 있는 거다.
“주상전하, 불통을 친히 시험해 보소서.”
도승지가 내게 말했다.
“하하하, 그래야지.”
나는 바로 손가락을 이용해서 불통의 뚜껑을 열었다.
듀-!
퐁!
“하하하!”
소리도 좋다.
티릭, 티릭!
손가락을 이용해서 부싯돌을 돌렸고.
바로 불꽃이 만들어지더니 불통의 심지에 불이 붙었다.
“됐도다. 이거면 충분하도다.”
* * *
임금 융의 침소.
권오복을 귀양 보낼 때부터 빠른 복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그의 귀양지는 멀지 않았다.
“대사헌.”
나는 권오복을 불렀다.
“예, 주상전하.”
“대사헌이 되신 것에 놀라셨소?”
나는 이 밤에 권오복을 불렀다.
“신이 주상 전하의 어심을 헤아렸나이다.”
“그러면 됐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과인은 조선이 옳은 선비의 나라였으면 하오.”
내 말에 대사헌인 권오복이 찰나의 순간에 인상을 찡그렸다.
권오복은 내가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비가 나쁘지 않지.’
옳은 선비라면 나도 환영한다.
하지만 현재의 선비들은 모두 권세를 바라며 성리학을 외운다. 또 백성을 어리석게 만들어서 배운 것을 힘으로 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조선은 잠들게 되는 것이고 조선의 미래는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 하찮은 왜의 후손에게 침탈당하는 거다.
나는 그걸 막으려는 거다.
거열형으로 죽은 김일손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들 그렇지 않소,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하오.] [권오복은 주상의 칼이 될 수 있으나 사냥개처럼 삶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의금부에서 나는 김일손과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과인은 칼이면 족하네.]“그러니 그대가 대사헌이 되어서 죄 있는 가짜 선비들을 모두 감찰하고 탄핵하시오.”
“주상 전하.”
권오복의 눈빛이 변해서 나를 불렀다.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시오?”
“유자광을 어디로 앉히시려고 이러시는 것입니까?”
권오복, 바보가 아니다.
“무령군을 내가 어디에 앉힐 것 같소?”
유자광의 자리는 대사헌 권오복이 만들 자리가 아니다.
‘한양을 살벌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하면 거의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한양을 계엄령 상황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렇게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고.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유자광에게 제대로 된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게 계획해 놨다.
“무령군은 서얼만 아니었다면 어디든 그 재주를 발휘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적자 출신 신료 중에서 서얼인 유자광의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한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처지가 비슷하다면 비슷하지.’
사림이 다시 어느 정도 조정에서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이 한참 후이니까.
“나도 그의 출생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하오.”
“그런데 주상 전하, 마음에 어두운 구석이 있는 자는 쉽게 그 마음이 고쳐지지 않나이다.”
권오복은 이간질 비슷한 것을 하려는 것 같다.
“과인이 대사헌의 충언을 잊지 않겠소.”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그런데 주상 전하, 제가 탄핵할 대상이 살아 있는 권세라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살아 있는 권세라고 했소?”
“신은 대사헌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할 것입니다. 그래서 성역이 없었으면 합니다.”
“하하하, 왕실 종친이라도 탄핵하겠다는 겁니까?”
“가능하옵니까?”
“하시오. 뭐든 하셔도 됩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 대사헌 물러가옵니다.”
성역이 없는 탄핵?
사림의 마지막 희망이 된 권오복이 과연 누구부터 감찰하고 탄핵 상소를 올릴지 궁금하다.
“주상 전하.”
대사헌 권오복이 나의 침소 전각을 나가서 정선에서 돌아온 환관 상책이 조심히 나를 불렀다.
“처남께서 내게 하실 말이 있소?”
내시부 상책은 촌수로 따지면 내 손위처남이다.
왜?
상책은 특별 상궁이 된 꽃분이의 오빠이니까.
“주상 전하, 소인이 듣기 황망하옵니다. 그런 말씀은 거두어주십시오.”
“농으로 들리는가?”
“망, 망극하옵니다.”
“됐소이다. 할 말이 뭐요?”
“주상 전하의 부르심을 받은 유자광이 서재 전각에 당도했나이다.”
유자광을 내 수족으로 삼기로 했고.
그래서 다시 불렀다.
“갑시다.”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상 전하.”
나는 상책과 전각을 나왔는데 상책이 나를 불렀다.
“말하라.”
“어심대로 바람이 불겠나이다.”
상책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상책, 과인이 무령군을 본 후에 희빈 이 씨의 처소로 갈 것이다.”
내 말에 놀란 눈빛으로 변하는 상책이었다.
희빈 이 씨가 누구냐고?
이극돈의 딸이다.
공길이 첩보 부대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갑사 부대에도 첩보 부대가 있다.
[그래?] [과거의 사림처럼 성균관 유생을 도구로 쓰려는 것 같습니다.]“상책, 아니 되는 건가?”
“아니옵니다.”
“상책, 그대는 절대 다른 곳을 보지 마시게.”
“명심, 또 명심하겠나이다.
상책이 제대로 겁을 먹은 표정이다.
* * *
영의정의 사가 사랑채.
영의정의 앞에는 아들인 노공필이 앉아 있었다.
“내가 내일 입궐하면 영의정의 자리를 내려놓고 낙향할 수 있게 주상께 주청할 거다.”
영의정은 이극돈이 성균관 유생을 움직여서 임금 융에 반하는 일을 진행한다면 험한 세월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극돈의 딸이 주상의 총애를 받았다면 그렇게 하려고 들지 않겠지.’
이극돈이 움직이면 임금 융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스러운 영의정이었다.
“아버님!”
노공필은 놀랄 수밖에 없다.
“너도 나와 같이 낙향하겠느냐?”
영의정은 험한 시간이 오기 전에 낙향이 상수라는 생각을 한 거다.
“아버님, 그제 주상께서 저를 은밀히 부르셨습니다.”
“주상께서?”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영의정이었다.
“예, 그렇사옵니다.”
“주상께서 너에게 소임을 내리시더냐?”
“주상 전하께서 저를 처남이라고 살갑게 부르시고 제게 명하시기를 아버님께서 연로하시니, 이제 제게 의지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너는 나와 낙향하지 않겠다는 거냐?”
영의정은 자기 아들이 임금 융에 덫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리학을 배운 선비로 충심을 다해서 주상 전하를 보필했으면 합니다.”
“주상께서 너를 통해서 무엇을 하려는지 아느냐?”
“주상께서 제게 말씀하시기를 균형이라고 했습니다.”
“균형?”
“유자광이 비록 서얼이라고는 하나 세가 커지고 있으니 아버님의 아들인 저를 통해서 그 힘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하셨나이다.”
영의정은 자기 아들의 말을 듣고 임금 융이 자기 아들에게 권세욕을 마음에 심었다고 생각됐다.
“네가 그리 뜻을 세웠다면 그리해라. 하지만 절대 주상께서 보시는 곳과 다른 곳을 보지 말거라. 그리했다가는 나는 김종직이 될 것이니.”
영의정의 말을 노공필은 이해되지 않았다.
‘주상께서는 이기적이시도다.’
* * *
한양 으슥한 골목길.
영의정의 사가에서 나온 병조판서 이극돈은 가마를 탄 상태로 사택으로 귀가하고 있었다.
[아버지, 주상께서 저를 찾지 않으신지, 3달이 훌쩍 넘었어요.]만약 이극돈의 딸이 임금 융의 총애를 받았다면 이극돈은 절대 임금 융에 반대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다.
‘세자의 외조부가 되는 일은 물 건너간 거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는 이극돈인데 그때 가마를 막아서는 존재가 있었다.
“이극돈 대감.”
이극돈의 가마를 막아선 자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웬 놈이냐?”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