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44)
ⓒ 흑곰작가
=======================================
****
악덕 군주 연산! -44화
대전 옆 임금 융의 서재 전각.
“무령군, 그대의 조선은 어떤가?”
유자광은 갑자기 나의 부름에 놀랐을 거다.
[갑사 부대로 무령군의 사가를 포위하라.]또 갑사 부대 무장을 보고 두려움 속에서 수많은 생각들과 함께 대궐로 입궐했을 거다.
“주상 전하, 무슨 말씀이옵니까?”
나의 질문이 당황했기에 되묻는 유자광이다.
그런데 그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또 나의 심기를 어떤 것으로 불편하게 했는지 생각해내는 중이고 또 변명거리를 찾는 중이리라.
“그대는 아직도 과인이 너무 총명하여 과인의 총기가 흐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내 물음에 유자광은 기겁한 눈빛으로 변하더니 바로 바닥에 엎드렸다.
“주, 주상 전하!”
목소리가 떨렸다.
이걸 내가 알고 있었다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임사홍은 조선 팔도에서 과인의 총기를 흐릴 미녀를 아직 찾지 못했는가? 과인은 기대하고 있었다.”
내 말에 유자광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령군, 춥소? 왜 그러는가?”
놀랐을 거다.
훈구파 중 신파가 모인 회동에서 나에 관해서 나왔던 말을 내 입으로 들었으니 기겁할 수밖에 없고 또 그의 머릿속에는 신파 속에 누가 나의 눈과 귀인지 생각할 거다.
‘어디에도 있고.’
또 어디에도 없다.
나의 눈과 귀는 그렇다.
“주상 전하, 신을 죽여주십시오.”
유자광과 훈구파 중 신파의 회동에서 나온 말들이 내게 누설됐기에 자기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사실 훈구파 중 신파의 그 회동은 반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말들이 많았다.
갑사 1군 부장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랐다.
‘갑사 부장 천구.’
백정 출신이다.
[이 일이 사화로 번지면 많은 신료가 또 죽는다.]어쩌면 훈구파 중 구파에 해당하는 조정 신료들이 눈에 가시와 다름없는 유자광과 그를 따르는 신파들을 조정에서 쳐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할 거다.
[다 죽이면 어떻게 조선이 강해질까.]조선은 물산도 부족하고 또 인재도 부족하다.
‘그래서 나의 개혁이 50년짜리라고 말한 거지.’
[신이 어리석어 망극하나이다.] [바람이 불 때가 됐노라.] [유자광과 임사홍을 지우면 되겠나이까?] [아직이다. 바람은 언젠가는 잔혹하게 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그때 나의 총신인 도승지와 갑사 1군 부장은 유자광과 임사홍을 베어야 한다고 주청했었다.
“그대는 과인의 검에 쉽게 죽을 수 있겠는가?”
말한 것처럼 이 자리에서 유자광을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정 신료 중에 누구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을 거다.
‘그저, 얼자 하나가 치워졌다고 생각하겠지.’
이게 훗날 망할 수밖에 없는 조선이 가진 문제인 거다.
“……!”
“상책!”
목소리가 높아졌다.
“예, 주상 전하.”
“검을 다오.”
상책도 내 돌변한 태도에 놀란 듯 보였다.
“주상, 주상 전하.”
“검!”
내 말에 상책은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난 뒤에 검 대에 장식된 검을 조심히 가지고 와서 내게 내밀었다.
스릉!
검을 뽑았고.
내 앞에 엎드린 유자광을 검으로 겨눴다.
“벨까? 과인이 무령군 그대를 베어버리면 끝인가?”
“……!”
지금 유자광의 눈빛은 자신의 마지막을 떠올리는 것 같다.
“무령군 그대가 과인의 검에 베인 후 남은 자들의 삶은 얼마나 참혹할까? 쯧쯧!”
천민의 삶을 어릴 때부터 지켜봤을 유자광일 거다.
유자광의 어미가 천민이니까.
그래서 서자도 못 되는 얼자로 무령군까지 된 거다.
“과인이 서자도 못 되는 얼자인 그대를 여기서 베어버린다고 해도 조정 신료 중 누가 하나 과인의 과격함을 탓하지 않으리라.”
이것이 왕자의 칭호를 받은 유자광의 현실이다.
‘실록에 유자광이 한 말이 기록된 것이 없다.’
유자광은 그만큼 철저히 사대부들에게 배척당한 거다.
“죽여주소서!”
나의 행동에 유자광은 삶의 시간이 서러움으로 관철됐는지 눈물을 흘렸다.
“과인이 지금 그대를 베면 그대는 천한 얼자로 실록에 임금을 속인 대역죄로 죽는다. 너의 아들과 손자는 얼자의 자식이 아니라 대역죄인의 새끼로 낙인이 찍힐 것이다. 그래도 과인이 그대를 벨까?”
나는 매섭게 유지광을 노려봤고 내 말에 유자광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들어서 나를 우러러봤다.
“주, 주상, 주상 전하, 소신을 살려주소서!”
자기는 내게 베어 죽어도 되지만 자기가 당한 삶의 서러움을 자식과 손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기에 유자광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짐이 다시 묻겠다.”
내가 나를 과인이라고 칭하지 않고 황제가 자기를 칭할 때 쓰는 ‘짐’이라는 호칭을 쓰자 유자광은 또 놀라 나를 봤다.
“주, 주상 전하?”
“다시 묻노라, 그대의 조선은 어떤가?”
나의 조선은 무능함이고.
비겁함이며.
약함이다.
그렇다면 무령군 유자광의 조선은 어떨까?
이 물음으로 나는 유자광을 나의 총신으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말하라.”
나는 여전히 유자광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다.
“저의 조선은 어미의 눈물이옵니다.”
내게 말한 유자광은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받았던 서러움과 자기 어미가 당했던 서러움이 아마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으리라.
“너의 조선이 그럴 것인데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대는 조선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유자광이 했던 일은 또 할 수 있었던 일은 세조 대왕의 옆에 붙어서 못된 짓에 가담한 것이 전부였으리라.
온전히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니.
‘바꾸려고 했다면?’
그건 역성혁명이었을 거다.
그런데 역성혁명이 성공한다면 조선이 사라진다면 세상이 바뀔까?
사대부는 그대로 사대부일 것이고.
천민은 그대로 천민의 삶을 살아가게 될 거다.
그러니 왕조가 바뀐다고 해서 이 땅이 바뀌는 건 아닌 거다.
“명하소서, 저는 이미 백번 죽어도 부족함이 없는 죄인이오니 죽음으로 주상 전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내가 명령을 내리면 이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유자광이다.
“과인은 이미 과인의 충신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 그대에게 전했다.”
“예, 주상 전하.”
유자광은 말도 안 되는 일을 꿈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바꿀 것이다. 그대의 조선이 울지 않게 만들 것이고 과인의 백성이 강한 조선에서 살게 할 것이다. 그 일을 위하여 그대는 나를 위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내가 현대인이기에 인간은 평등하다고 강조하기 위함은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단 한 번도 평등해 본 적이 없다.
그 어느 시대에서도 그랬다.
‘양반에게 세금을 걷고.’
노비를 양민으로 만들어야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
입신양명할 기회는 공평해야 인재가 만들어진다.
‘나는 그저.’
조선이 강해지게 만들려고 이러는 거다.
“신 유자광, 임금이 가시려는 길에 목을 베어 디딤돌이 되겠나이다.”
“그렇게 해줄 수 있겠는가?”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병조판서가 될 것이다.”
내 말에 멍해지는 유자광인데 지금 유자광의 얼굴은 눈물 콧물로 엉망이다.
“병, 병조판서라고 했나이까?”
무령군이 된 후에도 제대로 된 직책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는 유자광이기에 목소리가 떨릴 수밖에 없다.
“또 짐은 조선을 완벽하게 바꿀 것이다. 그대와 함께.”
쿵!
내 말이 끝나자마자 유자광은 이마로 바닥을 찍으며 내게 절한 후 고개를 들었는데 그의 이마에 피가 흘렀다.
“신 유자광, 황제 폐하의 명을 수행하겠나이다.”
처음으로 나의 총신 중 하나가 나를 황제라 칭했다.
‘오랜 준비였다.’
물론 당장 북으로 진격할 수는 없다.
아직은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으니까.
* * *
희빈 이 씨의 처소.
내가 갑자기 희빈 이 씨를 찾으니 희빈 이 씨는 놀라 황급히 버선발로 나와서 나를 맞이했다.
“희빈, 과인이 그대에게 격조했소.”
“아, 아니옵니다. 주상 전하.”
“안으로 듭시다.”
나는 이극돈의 딸인 희빈 이 씨의 손을 잡고 그의 침소로 들어가다가 상책을 봤다.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이군.’
환관의 신분이라고는 하나 상책의 동생이 특별 상궁이다.
오라비가 환관이기에 특별 상궁인 꽃분이는 제대로 된 첩지도 받지 못한 거다.
물론 특별 상궁이라는 첩지를 중전에게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내일이면 조정이 뒤집히겠구나. 으음!’
* * *
권오복의 사택 사랑채.
“졸하신 탁영 대감이 내게 유언을 남기시길 주상은 하늘 같으나 그 하늘이 탁하니 청명케 하라고 했소.”
권오복이 귀양에서 풀리고 바로 임금 융에 의해서 대사헌이 되자, 무오사화에서 화를 피한 사림파 선비들이 권오복의 사가에 모였다.
“저는 탁영 대감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흐릅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천한 얼자인 유자광이 꾸민 일이니, 대사헌께서 천한 출신인 유자광을 감찰하여 죄를 밝히시고 주상께 아뢰어 탄핵하셔야 합니다.”
사림파에 속한 선비 하나가 유자광을 거론했다.
권세를 모두 잃은 사림파도 얼자 출신인 유자광은 천하게 보였다.
권오복은 임금 융이 자기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대사헌, 그대는 귀하게 태어나서 천하게 살고 있는가?]임금 융의 물음은 대사헌 권오복의 심장을 후벼팠다.
[그대는 누구를 천하다고 할 것인가?] [주상 전하!] [생각해보라. 나는 그대가 김일손처럼 이기적이지 않기를 바란다.]‘주상께서는 무서운 분이시다.’
임금 융을 만났던 권오복은 임금 융이 두려워졌다.
“탁영 대감께서 그리되실 때 주상께서도 그 참담함을 보시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십니다.”
무오사화는 임금 융의 계획에 의해서 사림이 숙청된 건데 사림파까지도 임금 융을 비난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라고 임금 융은 백성이 보는 앞에서 눈물을 흘린 거였다.
[성역 없는 살아 있는 권세를 감찰해도 됩니까?]대사헌 권오복은 임금 융에 물었던 때를 떠올렸다.
[그리하라.]“모두 들으시오.”
권오복이 근엄한 말투로 모인 사람에게 말했다.
“예, 대감.”
대사헌은 종 2품이기에 이제 권오복은 대감이라는 칭호를 들어도 됐다. 힘을 잃은 사림파 출신들은 대사헌이 된 권오복을 중심으로 다시 권세를 찾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대사헌은 공명정대해야 하기에 사림의 한을 푸는 일에 쓸 수 없소이다.”
그래도 사림파라고 해도 권오복은 김일손과는 조금은 결이 달랐다.
“대감!”
“사헌부 감찰의 칼끝은 죄를 쌓는 조정 신료와 지방 관리를 찾는 데 쓰일 것이니 그리 아시면 됩니다.”
“탁영 대감의 한은 어쩌고요?”
젊은 선비 하나가 반발했다.
“우린 사대부로서 공명정대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래야 우리에게 길이 있고 기회가 있습니다. 경거망동하지 마시기라고 그대들을 부른 것이오. 아시겠소.”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