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46)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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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46화
‘신료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모든 행동에는 의도가 존재하는 법이다.
나는 처남인 신수근을 호조 참의로 제수할 생각인데 그에게 자리를 주려면 그 자리를 비워야 한다.
도승지가 내가 알아보라고 했던 것을 보고했었다.
[자리가 딱 좋다.] [예?] [호조라면 국고를 관리하는 관청이니 가장 의리 있고 믿을 수 있는 측근을 앉혀야지.] [주상 전하?]하여튼 조선의 사대부들은 장례를 며칠 동안 치를 것인지 또 누가 어떤 상복을 입을 것인지로 싸우는 밥만 축내는 족속들이다.
그러니 그 싸움에 불을 붙여봐야겠다.
그리고 예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호조 참의 장세주을 쳐내고 그 자리에 나의 처남 신수근을 앉혀야겠다.
‘바람은 불고 있고.’
명나라 황제의 칙사는 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내가 계획했던 다음을 진행해야 할 때다.
내일이면 조정이 발칵 뒤집히고.
조선의 수도 한양은 현대적으로 말한다면 계엄령 상황으로 돌변하게 될 거다.
“사위가 장인을 보내는 마지막 밤이오. 말리지 마시게.”
나는 신수근에게 말하고 거창 부원군의 영전에 절했다.
“주, 주상 전하,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흑흑흑!”
“주상 전하,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신수근이 다시 엎드려 성은이 망극하다고 말했고.
중전 신 씨도 나의 행동에 고맙고 감격한 상태에서 아버지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와서 서럽게 울었다.
* * *
신수근의 사택 밖 대문.
“왜, 왜 그러시오?”
내금위장의 앞에 선 선비가 놀란 듯 두려운 듯 되물었다.
“호패.”
내금위장 옆에는 상선 김처선과 함께 이곳으로 온 상책이 작은 붓과 종이를 들고 있었다.
“예?”
“호패.”
내금위장은 위협하는 눈빛으로 다시 말했고 선비에게 말했고 어쩔 수 없이 선비는 내금위장에게 호패를 내밀었다.
내금위장 앞에 서 있는 남자도 사대부이기에 내금위장이 이렇게 막대할 수는 없지만, 칼 찬 무장으로 위협하고 있기에 선비도 어쩔 수가 없었다.
“상책께서 적으시오.”
“그럴 것이오.”
호패의 내용을 상책이 적었고.
내금위장이 다시 선비를 노려봤다.
“주상께서 이곳에서 행한 모든 일을 함구하지 않으면 밤에 칼이 선비님께 갈 것이오.”
“뭐, 뭐라고 했는가?”
“검은 사대부나 양인을 구별하지 못하오. 아시겠소.”
임금 융이 거창 부원군의 영정에 절을 한 것을 숨기기 위해서 내금위장과 상선 처선이 이렇게 움직인 거다.
“본 것 들은 것 모두 함구하시오.”
“알, 알겠소.”
선비는 내금위장에게 대답한 후에 황급히 사라졌다.
“내금위장 영감.”
“예, 상선.”
“주상께서 오늘은 또 다르십니다.”
상선 김처선은 임금 융의 새로운 모습에 짐짓 놀랐다. 하여튼 이렇게 임금 융의 돌발 행보를 임금 융의 충신들이 살피고 대비했다.
“그런데 이런다고 이목이 가려지겠습니까?”
상책이 상선 김처선에게 물었다.
“손바닥으로 해를 어찌 가리겠는가?”
“그러니까요.”
“그리도 신하인 우리가 주상 전하를 위해서 뭐래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상선 김처선의 말에 상책과 내금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상께서는 그냥 하시는 일이 없을 것인데.’
상선 김처선은 이 모든 행동이 임금 융의 의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그날 밤, 호조 참의의 사가 사랑채.
소문은 발이 없지만 빠르다.
“주상께서 거창 부원군의 영전에 절했다?”
호조 참의가 자기를 찾아온 성균관 유생을 보며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고 또 그것을 숨기려고 마치 살생부를 적듯 조문한 선비들의 호패를 강제로 빼앗아서 이름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조선의 예법이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 건가, 조선이 오랑캐의 나라가 되려고 이르는 거야?”
화를 내는 호조 참의였다.
“묵과할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내가 내일 입궐하면 바로 잡아야겠네.”
“예, 저도 성균관 유생들과 함께 상소를 올리겠습니다.”
“그리하게.”
임금 융이 원하는 그대로 호조 참의와 성균관 일부 유생들이 놀아나고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승정원 전각.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는 일이고.
거창 부원군의 문상했던 선비 몇이 조선의 임금이 신하인 거창 부원군의 영전에 절했다는 사실을 영의정과 육판서들에게 알렸다.
“영상 대감, 주상께서 예법을 어기시고 말도 안 되는 일을 하셨습니다.”
임금 융이 미리 알아본 그대로 호조 참의 장세준이 바로 승정원 전각을 찾아서 삼정승에게 따졌다.
‘내가 죽으면 주상께서는 내게 절할까?’
영의정은 임금 융이 한 일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삼정승 모두 그리고 육판서 중 살아 있는 다섯 명의 판서들 역시 임금 융이 예법을 어긴 것을 듣고 똑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으음!”
영의정은 즉답하지 않고 신음을 토했다.
“임금이 신하에게 절하는 예는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호조 참의 장세준의 말에 동의하듯 대답하는 영의정이었다.
“임금부터 예법을 어긴다면 어찌 조선이 성리학의 나라라고 하겠습니까?”
“호조 참의.”
“예, 영의정 대감.”
“그 일을 공론화하실 것이오?”
“예법이 어긋났다면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선비의 도리입니다.”
훈구파 중 진짜 선비가 몇이나 있을까?
원래 가짜들이 더 진짜처럼 보이려고 발악하는 거다.
“호조 참의, 자중하세요.”
“예?”
“사대문 안에 주상 전하의 창검이 5,000명이 넘었소.”
영의정의 말에 다섯 명의 판서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주상 전하의 창검이 무서워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어찌 신하입니까.”
호조 참의는 여기서는 더는 그 어떤 동조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자리를 박차가 나갔다.
“쯧쯧.”
영의정은 그런 호조 참의의 등을 보며 혀를 찼다.
“예조 판서.”
“예, 영의정 대감.”
“주상께서 왜 그러셨을까요?”
“주상 전하께서는 중전마마를 깊이 아끼셨습니다. 거기다가 세자 때부터 주상께서는 즉흥적이고 서정적이셨으니 거창 부원군이 졸했다는 사실을 듣고 감성적으로 변하신 듯합니다.”
예조 판서도 임금 융의 장인이기에 임금 융의 행동을 크게 거론하지 않고 무마하려는 듯 말했다.
“우린 같은 처지입니다.”
삼정승과 육판서는 모두 임금 융의 장인이다.
“그렇지요.”
“그러니 이번 일이 크게 공론화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영의정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영상 대감.”
“왜 그러십니까? 좌의정.”
“과연 주상께서 우리가 졸할 때도 절하겠습니까?”
이것이 걸리는 부분이다.
중전이 정실이라면 후궁은 말 그대로 첩이다.
첩의 아비에게 절하는 사대부는 없었다.
“으음.”
이것이 또 이들의 현실이기도 했다.
“죽어보면 알겠지요.”
요즘 맞는 말만 하는 영의정이었다. 그리고 영의정의 말에 더는 할 말이 없어진 정승들과 다섯 명의 판서들이었다.
“그런데 병조판서가 보이지 않습니까?”
* * *
한성 부윤 집무실.
“뭐라고 했는가?”
한성 부윤 윤구는 자신에게 보고한 정5품 판관에게 되물었다.
“저도 치안을 담당하는 군관에게 보고받고 놀랐습니다.”
“간밤에 병조판서가 자객의 손에 살해됐다니 이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사태는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부윤 대감.”
판관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사실 임금 융의 외숙부인 윤구가 한성 부윤이 된 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은 자기 사람을 한성부에 채우는 일이었고.
이것은 임금 융의 어명이기도 했다.
“왜 그러는가?”
“나졸들과 하급 무장들이 역모의 조짐이라고 수군거립니다.”
“역모?”
바로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는 한성 부윤 윤구였다.
“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게 아니고서는 누가 감히 병조판서를 암살하겠습니까?”
판관의 말에 윤구의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함구령은 내렸겠지?”
“예.”
판관의 대답을 들은 윤구는 입궐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임금 융에 어떻게 보고할지 고민스러웠다.
‘역모일지도 모르지.’
판관의 말처럼 병권을 쥐고 있는 병조판서가 살해됐으니까.
물론 임금 융의 조선은 병조판서는 허수아비나 다름없지만 말이다.
* * *
그날 오후, 조선 대전 회의장.
“주상 전하.”
대전 회의가 진행됐고 신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각각의 위치가 다르니.’
그 시선들의 의미도 달랐다.
삼정승과 육판서는 왜 그런 일을 하셨냐는 눈빛이고.
판서 아래의 직을 가진 신료들은 임금이 예법을 어기면 나라의 예가 무너진다는 표정이다.
“왜 그러시오, 호조 참의.”
호조 참의가 나설 줄 알았다.
“주상께서 간밤에 거창 부원군의 영전에 절하신 일은 일국의 임금으로써 예법을 어기는 일이옵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되옵니다.”
대차네.
자기 몸이 불탈지 모르고 덤벼드는 불나방 같다.
‘이럴 줄 알았다.’
나는 사실 지난 밤에 많은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행동했다.
물론 거창 부원군이 죽은 것이 슬펐던 것이 첫 번째 이유지만 그것이 전부일 수가 없는 이유는 내가 조선의 임금이기 때문이다.
“예법에 어긋난 일이다?”
나는 바로 얼굴을 붉혔고.
영의정은 일이 커질 거라고 직감한 눈빛을 보였다.
“그렇사옵니다. 공맹의 도리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공맹 나왔다.
그런데 과연 공자와 맹자가 장인이 죽었을 때 절하지 말라고 했을까?
“지금 호조 참의는 과인에게 공맹의 도를 논하자는 건가?”
딱 걸린 꼴이다.
꼬투리를 잡아서 파직시킬 생각인데 제대로 걸린 거다.
“예법이 바로 잡혀야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강상의 도가 무너지면 천출이 벼슬을 하는 세상이 되지 않습니까.”
이건 나만 공격한 것이 아니라 얼자 출신 유자광도 공격했는데 유자광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 뿐이다.
“그래?”
왜 느끼지 못할까?
나의 눈빛이 먹잇감을 포착한 맹호의 눈초리라는 것을.
“예, 그렇사옵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호조 참의가 통촉해 달라고 했지만 호조 참의의 주청에 동조하는 신료들은 없었다.
“그렇다면 공자와 맹자께서 임금은 장인에게 절하지 말라고 말한 문구가 대학이나 논어에 있는가? 그대는 그런 문구를 찾아내고 과인에게 말하고 또 과인의 지난 행동을 질책하는 것인가?”
내가 알기로는 없다.
없는 사실을 거짓으로 있는 것처럼 만들어서 그것을 예법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바로 조선의 사대부다.
“있는가? 어느 문구에 있는가?”
나는 도리어 따졌다.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 자식 된 자가 어버이와 다름없는 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위하여 절을 한 것이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면 어찌 효를 중시하는 조선이라고 하겠는가. 임금은 효를 다하면 안 된다고 말하려는 건가?”
내가 흥분해서 계속 따지자 영의정과 우의정은 호조 참의에게 그만하라고 말하고 있다.
“주상 전하, 하오나 주상 전하께서는 일개 개인이 아니옵니다. 대궐 밖 광장에는 성균관 유생들이 상소를 올리고 있나이다.”
호조 참의 자리 하나면 되는데.
성균관 유생까지 얻어걸린 꼴이다.
“성균관 유생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