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47)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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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47화
“그렇습니다. 그들 역시 예법대로 하셔야 한다고 주상 전하께 상소를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호조 참의의 말에 영의정은 일이 커졌다는 눈빛이다.
“그래서 임금은 장인이 졸해도 가만히 궁 안에 앉아 있으라는 건가? 영의정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영의정께서도 제 장인이지 않습니까? 좌의정, 우의정은 말씀해 보시오, 육판서께서도 입이 있다면 말씀해보시오.”
나는 바로 영의정에게 물었다.
또 다른 신료에게도 물었다.
물론 잔뜩 화가 난 표정이다.
“주상 전하, 망극할 따름입니다.”
망극이라는 단어는 참 여러 곳에서 쓰인다.
하여튼 영의정은 즉답을 피했다.
“알겠소, 호조 참의 과인이 장인을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소, 그러니 더는 거론하지 마시오. 과인은 그대의 불손함을 이해할 것이니.”
여기서 멈추면 호조 참의는 벼슬이 떨어지지 않을 거다.
하지만!
어디 선비라는 작자들이 멈춤이 있겠는가.
불구덩이로 뛰어든 후에야 뜨거운지 알지.
“주상 전하, 선례를 남기시면 아니 됩니다. 이것이 선례가 되어서 훗날 외척이 강성해지면 외척이 임금께 졸한 자에게 절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제대로 선을 넘는 호조 참의다.
‘삼정승과 다섯 판서를 모두 적으로 돌리네.’
호조 참의가 이런 말까지 했기에 호조 참의의 편에 서는 신료는 없을 거다. 내가 그를 파직시킨다고 해도 아무도 나서지 않을 것 같다.
“호조 참의 말씀이 지나치시오.”
내가 나서기도 전에 형조 판서가 나섰다.
“형조 판서께서도 외척 중 일인이시니 가재는 게 편이십니까?”
이건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문제라고 따지는 사람이 더 흥분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뭐라고 했나? 나이도 어린 자가 무엇을 안다고 이리도 설치는 거야?”
형조 판서가 호조 참의를 노려봤다.
‘나이?’
내가 살던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싸울 때 ‘너 몇 살이야?’로 싸움이 시작되는데 그게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유구한 전통이었던 거라니 기가 찬다.
‘여기서 싸우게 그냥 두면 숙청할 자가 많아진다.’
사림파가 대부분 조정에서 축출된 상태라서 행정 공백이 꽤 된다.
“모두 조용히 좀 하시오!”
내 말에 신료들이 허리를 숙였다.
“망극하옵니다. 주상 전하.”
내가 소리를 지르자 신료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호조 참의는 과인을 예법을 어기는 부덕한 임금이라고 하지만 과인은 인정할 수 없소.”
“어긋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신의 충심입니다.”
충심까지는 모르겠고.
아예 틀린 말을 한 건 아닌 것 같다.
그가 말한 것처럼 임금이 힘이 없을 때 외척이 임금에게 강제로 절을 시킬 수도 있으니까.
‘딱 사대부가 저 정도라면 같이 갈 수 있으련만.’
사대부 대부분은 그 선을 더 넘는다.
“호조 참의는 그 입을 다물라!”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옆에 둔 벼루를 집어서 그에게 힘껏 던졌다.
쾅!
벼루가 벽에 부딪혔다가 바닥에 떨어져 깨졌고.
대전 분위기는 말 그대로 공포 분위기로 변했다.
“호조 참의는 조선의 임금이 어긋났다고 말하는 것인가? 이것이 임금에 대한 불경이 아니고서야 무엇인가! 왕권의 존엄을 훼손하고도 그대가 온전하기를 바라는 건가!”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이 온 거다.
“주, 주상 전하.”
이제야 목소리가 떨리는 호조 참의다.
‘김일손처럼 대차지는 않군.’
김일손은 죽을 때도 당당했다.
“공자와 맹자께서 논하지도 않은 예법으로 임금을 압박하는 신하가 과연 올바른 신하인가?”
딱 걸린 거다.
“과인이 지난밤에 입궁하여 논어와 대학을 살폈으나 그런 일이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기록된 문헌은 없었다. 그런데 호조 참의가 없는 것으로 임금을 압박하니 과인은 그대의 잘못을 묵과할 수가 없도다.”
영의정을 비롯한 신료들이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만감이 교차하겠지.’
삼정승과 육판서에게도 해당할 수 있는 일이니까.
“도승지.”
“예, 주상 전하.”
“호조 참의는 참으로 부덕한 자이고 잘못된 예법으로 임금을 속이려 하니 과인은 호조 참의 장세준을 파직하고 강화로 유배를 보낼 것이니 바로 실행하라.”
내 지시에 조정 신료들 모두가 놀랐다.
‘여기서 끝내면 해학이 없지.’
나는 매섭게 장세준을 노려봤다.
“예조 판서.”
“예, 주상 전하.”
예조 판서를 비롯한 조정 신료들은 이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죽이고 있다.
“과인은 예법을 중시하는 전임 호조 참의에 얼마나 예법을 잘 따르는지 시험하고자 한다. 그래서 장세준을 군으로 봉할 것이다.”
내 말에 신료들이 멍해졌다.
파직되고 유배를 떠날 자를 왕자의 신분을 내린다?
신료들은 이해할 수 없으리라.
“임금이 장인에게 절하는 예가 없다고 하니, 군에 봉해진 장세준은 과연 왕자의 신분으로 자기 아비의 제사에서 절하는지 보자.”
내 명령에 조정 신료들은 모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다.
“주, 주상 전하.”
장세준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말까지 더듬으며 나를 불렀다.
“장세준, 그대가 그리 밝히는 예법대로 하라.”
조정 신료 모두가 황당한 표정인데 무령군 유자광만 미소를 머금었다.
‘이걸 실록은 뭐라고 기록할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임금이 이때부터 미쳐가고 있다고 사관이 기록할지도 모른다.
“주상 전하.”
영의정은 이제라도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는지 나를 불렀다.
“영의정 됐습니다. 과인이 그대가 졸할 때 그대에게 절하지 말라는 소리입니까? 장세준을 두둔하지 마세요.”
바로 영의정의 입을 막았다.
“망극하옵니다.”
영의정도 뭐라고 할 말이 없을 거다.
사실 장세준이 한 말로 파직시키고 유배를 보내는 일은 과한 응징일 거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나의 처남인 신수근을 앉혀야 하니 이러는 거다.
그래서 유배도 멀리 보내지 않고 강화도로 보내는 거다.
‘병권을 내가 쥐고.’
또 국고를 관리하는 호조를 내 처남인 신수근에게 장악하게 만들면 나는 정말 못 할 일이 없는 거다.
거기다가 신수근에게는 두 아우가 있고.
그들 역시 내 처남들이다.
‘곧 남벌이다.’
[완도에 남벌군을 대마도까지 수송할 군선을 건조하라.]군선은 이미 건조되고 있다.
[예, 알겠나이다.] [그 군선의 커야 할 것이고, 내가 그려준 설계도를 바탕으로 해서 만드는 범선이라는 것도 건조하라.]현대인으로서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서 범선을 그렸다.
‘좌·우측 48문의 대포.’
그 범선이 건조에 성공하면 아시아 최대의 군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삼각돛도 설치하게 지시했다는 거다.
‘대마도를 점령하고.’
범선 선단은 바로 조선으로 시작되는 대항해시대를 열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의 역사는 조선과 함께 달라지고.
대마도를 시작으로 대만 그리고 필리핀까지 점령할 수 있으며 스리랑카도 있다.
‘대마도에서는 은과 구리를.’
대만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현대인의 기억대로 아시아 최대의 금광을 개발할 것이고.
대만이 명나라 남부 해안을 장악하는 교두보가 될 거다.
‘거기다가 인도차이나반도도 있지.’
지금의 조선이 대륙으로 뻗어나가기에는 국력이 다소 부족하다.
그러니 손쉬운 상대부터 공격해서 강탈하고 식민지를 늘릴 생각이다.
‘조선이 최대한 빨리 더 발전하게 된다면?’
인도는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이 간접적으로 통치하는 동인도회사가 창설되는 거다.
만약 거기까지 성공할 수 있다면 세포이가 나를 위해서 창검을 들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인도의 세포이가 아래서 명나라를 치고 올라가고 위에서는 북원의 후손들이 남하하면서 여진을 복속한 조선의 북벌군이 서진한다면 명나라 황제는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처럼 자금성에서 목을 매어 자결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 영국처럼!’
내가 현대인일 때 알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있는데 신생 독립국에서 분쟁이 생기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 이면에는 모두 영국이 저질러 놓은 패악이라는 거다.
그걸 내가 할 생각이다.
그렇게만 되면 세계 역사는 완벽하게 변화하게 되리라.
‘조선은 일단 해상 식민지 강국으로 거듭난다.’
그런 점령 과정과 함께 충샨이 오판하기를 기다리면 만주로 북벌군이 진격할 수 있게 만들면 되는 거다.
하여튼 파직하라는 어명과 함께 대전 회의 분위기는 차갑게 변했다.
‘이런 공포 분위기에서 몇 가지를 밀어붙여야겠지.’
때가 된 거다.
“또한 과인은 과인의 장인을 거창군으로 추증할 것이니 조정 신료는 그리들 아시오.”
내 어명에 모두가 기겁한 표정이다.
그리고 영의정은 나의 노림수가 이것이었냐는 눈빛을 보였다.
‘이것만이겠소.’
남자는 입이 아닌 눈빛으로도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호조 참의의 직책이 중요하니 하루라도 공석으로 둘 수 없기에 신수근을 호조 참의에 임명할 것인데 반대하는 신료들이 있소?”
지금 내 눈빛은 서늘하다.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나는 제일 먼저 영의정을 봤다.
“주상 전하, 저도 거창 부원군이 졸해 슬프나 부원군이 왕자인 ‘군’에 봉해진 적은 없나이다.”
영의정은 이제 할 말은 해야겠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영의정은 안 된다는 겁니까?”
“예법이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장세준이 이 꼴이 되는 것을 보고도 영의정은 자중하지 않고 예법을 따졌다.
‘이래서 예송 논쟁이 일어난 거지.’
조선은 쓸모없는 것에 국력을 소비한다.
사실 예송 논쟁은 복상문제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송시열과 송준길 같은 자가 주자학의 불변성을 강조한 것이고 허목과 윤휴 같은 주자학 비판론자와 주자학에서 벗어나 조선이 유교를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상적 대립이다.
순간 나는 김일손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허목이 있었어.’
허목은 아직 유배되어 있다.
“주상전하, 통촉하여 주십시오.”
“그렇다면 신법에는 있으면 되겠군요.”
내 말에 영의정은 할 말이 없다는 눈빛이다. 그리고 나를 더는 반대해서는 안 되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이제 도성 안에 임금인 나를 지켜줄 친위대의 수가 5,000명이다.
그러니 내가 못 할 일은 없다.
‘왜 저런 눈빛이지.’
궁금해진다.
“무령군은 어떠시오?”
무령군에게 힘을 실어줄 생각이다.
“주상전하께서 거창군이 졸하신 것에 상심이 크신 듯합니다.”
유자광은 이미 거창 부원군을 거창군으로 칭했다.
“된다는 겁니까? 안 된다는 겁니까?”
화나고 짜증스러운 말투로 다시 물었다.
“조선은 임금의 나라, 주상께서 그리하시겠다면 하시면 됩니다.”
“알겠소. 무령군이 내게 한 말을 잊지 않겠소, 그렇소, 조선은 임금의 나라요. 과인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법인 겁니다.”
신료들에게 선전포고하듯 말했다.
“그러니 도승지는 차질 없이 실행하라.”
“예, 주상 전하. 죄인 장세준을 밖으로 끌고 나가라.”
도승지가 장세준을 죄인이라고 말했고.
그와 동시에 내금위 별장이 칼을 차고 대전으로 들어와 당황해서 멍해져 있는 장세준을 끌고 대전 밖으로 나갔다.
“주상 전하.”
그때 예조 판서가 나를 불렀다.
“또 왜 그러시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