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48)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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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48화
“호조 참의로 제수될 신수근은 상중입니다. 탈상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있습니다.”
상중이니 안 된다고 말하는 거다.
“충과 효 그리고 예가 같다고는 하지만 충신이라면 예법보다는 효를 효보다는 충을 앞에 둘 거라고 과인은 생각합니다. 신임 호조 참의는 그의 아비인 거창군에 불효하겠지만 과인을 위하여 차남에게 장남의 효를 맡기고 충심을 다할 것이라고 믿소. 또한 졸한 거창군도 사위의 마음을 분명 이해하실 것이오.”
그때!
“주상 전하, 신임 호조 참의 신수근 입궐하였나이다.”
대전 밖을 호위하던 내금위 별장이 모든 신료가 들으라는 듯 소리쳤고.
신수근이 흰색 관복을 입고 당당하고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모든 이야기는 끝낸 상태였다.
‘부모가 사망하면 슬프지만.’
3년이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해?
군대도 3년 복무가 아닌데 말이다.
‘이것으로.’
과한 장례 절차까지 간소화하는 선례를 만든 거다.
“주상 전하, 신, 신수근 주상 전하의 명을 받고 입궐했나이다!”
신수근이 우렁차게 대답했는데 삼정승과 다섯 판서는 뭐 저런 후레자식이 다 있냐는 눈빛을 찰나의 순간 보였지만 내가 여전히 화난 표정이기에 그게 전부였다.
“고맙소이다.”
나의 3년간의 치세는 장인 정치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럼 이제 앞으로의 국정 운영은 처남 정치라고 해야 할 거다.
‘그렇다!’
나는 수십 명의 처남이 있다.
정실 부인인 중전에게 3명의 오라비가 있고.
삼정승과 육판서에게도 많은 자식이 있으니까.
‘중종이 환국 정치를 했었다.’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면 되리라.
* * *
성균관 뒷마당.
성균관 유생 하나가 성균관 전각 뒷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뚫어지게 모닥불을 노려보고 있는데 성균관 유생 대부분은 임금 융이 장인에게 절한 일로 시위하기 위해서 대궐로 몰려간 상태였다.
그의 손에는 검은 천으로 된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고서에는 타는 흙과 돌이 있고 검은 기름이 활활 탈 수 있다고 했어.’
이 성균관 유생은 임금 융이 키운 실학파의 선구자였고 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에 주머니 안에 든 석탄 가루를 손으로 집어 모닥불 안에 뿌렸고.
그와 동시에 모닥불이 살짝 꺼지려다가 더 크게 활활 탔다.
“고서에 기록된 타는 흙과 돌이 이것이구나. 하하하!”
성균관 유생도 학자.
학자가 무엇인가를 발견했다고 증명했다는 것은 기쁜 일이라.
고서의 내용을 증명했기에 성균관 유생 박성균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
“성균 왜 그러는가? 뭐가 그리 좋아서 웃는가?”
성균관 유생 하나가 세상을 다 얻은 듯 웃고 있는 박성균에게 물었다.
“자넨 시위하러 안 갔나?”
다른 성균관 유생이 시위를 위해서 대궐로 몰려간 것을 알기에 박성균이 다른 성균관 유생에게 물었다.
“나는 다른 유생들처럼 그리 순하지 않네.”
“무슨 소리인가?”
“유생들이 상소를 올리고 대궐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시위한다고 들어줄 임금이시던가. 그런데 뭐가 그렇게 좋기에 혼자서 웃나?”
“상면, 불에 타는 흙이 있고 그 흙이 불길을 더 크게 만든다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흙이 정말 있을까?”
“보겠나?”
박성균이 주머니에서 다시 석탄 가루를 꺼내 모닥불에 뿌렸고.
모닥불이 잠시 꺼지려다가 다시 거세게 활활 탔다.
“어때? 놀라운 일이지 않나?”
박성균의 말에 다른 박상면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피식 웃었다.
“이런 잡기가 성현의 말씀을 깨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나? 이런 것은 상놈들에게나 시키게. 우리가 배움을 넓히는 이유는 부릴 것들을 관리하기 위함이네.”
성리학에 잘못 물들면 사람이 이렇게 되는 거다.
하지만 또 현실적이기도 했다.
“그런가?”
“아닌가?”
이 둘은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비슷한 접점을 찾으려고 한다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뭐라고 해야 할까?
보이는 결은 다르지만, 그 속은 같다고 해야 할까.
“그렇군, 그대는 죽은 공자와 맹자와 노시게.”
박성균은 이 유생과 말해봐야 답이 없다는 것을 직감했기에 농을 하듯 말하고 모닥불을 봤다.
“죽은 공자와 맹자와 노는 건 재미가 없어, 입신을 위해서 달당 외우는 거지.”
박상면은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상면 자네도 다른 유생과는 참 달라.”
“성균, 자네는 아니라고 생각하나. 하던 일 즐겁게 하시게.”
박상면은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고.
박성균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 흙이 많은 곳에서는 자염 방식으로도 소금을 만들 수 있겠어.’
생각이 점점 더 확대되는 순간이었다.
‘나무 땔감보다 화력도 좋으니, 꼭꼭 뭉쳐서 땔감으로 써도 되겠어.’
현실적인 표현으로 박성균 유생은 지금 불멍을 때리고 있었고.
그걸 본 죽은 성리학에 영혼이 팔린 유생은 혀를 한 번 차고 사라졌다.
“그렇게만 되면 백성들이 겨울에도 떨지 않을 수 있다, 하하하!”
박성균 같은 성균관 유생이 있고.
그들을 깨우치게 만든 임금 융이 있으니 조선은 아직 희망이 있었다.
휘리릭, 휘리릭!
그때 바람이 불었고.
모닥불의 불길이 박성균 유생 쪽으로 향했기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앗 뜨거워.”
뒤로 물러난 성균관 유생인 박성균이 인상을 찡그렸다.
“바람이 뜨거우면 더 강력한가? 이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엉뚱한 생각을 불현듯 해낸 박성균이었다.
“어떻게 하면 힘이 될까?”
그때 성균관에 속해 있는 관노비 하나가 박성균 쪽으로 걸어왔다.
“무엇을 그리 뚫어지게 보십니까?”
“자네, 바람이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지는지 아나?”
호기심은 발명을 만든다.
“예?”
“자네는 나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 지혜가 있지 않겠나?”
“천한 제가 성균관 유생이신 박 진사보다 어떻게 더 지혜로울 수 있습니까요?”
“지식이 많은 것과 지혜로운 것은 다르네.”
늙은 관노비는 성균관 안에서도 재주가 많다고 소문난 노비였다.
“바람을 더 세게 불게 할 방법이 뭘까?”
호기심은 지식을 만드는 법이고.
만약 성균관 유생 박성균이 이 방법을 알아낸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증기기관을 만들어내는 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여튼 임금 융이 깔아놓은 포석이 하나씩 반짝이기 시작했다.
* * *
대궐 앞.
“그런 예법은 없나이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성균관 유생들은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성균관 유생들이 모두 엎드려 임금이 예법을 어겼다고 시위 중이지만 임금 융은 무대응하고 있었는데 대궐 문이 열렸고.
좌승지가 어명이 적힌 두루마리를 듣고 나와 대궐을 향해 엎드린 성균관 유생들 앞에 섰다.
“주상 전하의 어명을 전할 것이다.”
좌승지의 말에 성균관 유생들은 드디어 임금 융이 자신들의 시위에 굴복했다는 표정을 보였다.
“주상 전하께서 상례 예법 논하여 임금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간언하는 성균관 유생들의 뜻을 따라서.”
좌승지는 잠시 어명을 전달하다가 자기들이 드디어 이겼다고 미소 짓는 성균관 유생들을 봤다.
‘하룻강아지들, 쯧쯧!’
책만 읽은 서생들이 임금 융의 정치를 알 수 없으니 좌승지는 가엽기까지 했다.
“성균관 유생들의 뜻을 따라 성균관 유생들이 말하는 그 공맹의 예법을 찾고자 한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임금께 시위하고 간언했던 모든 성균관 유생들은 성균관으로 돌아가서 공자와 맹자 그리고 주자께서 임금이 졸한 장인에게 절하면 안 된다는 성현의 문구를 찾으라고 어명을 내리셨다.”
순간 좌승지의 눈빛이 변했다.
“만약 대학을 비롯한 모든 서책에서 그와 똑같은 문구를 찾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시위한 성균관 유생들은 모두 임금을 속인 불충한 자이고 그것은 역모와 다름이 없으니 팽형에 처할 것이라고 엄명을 내렸다.”
팽형이라는 말에 모두가 기겁했다.
팽형?
말 그대로 죄인을 삶아 죽이는 잔혹한 형벌이지만 조선에서는 명예형으로 실제로 삶아서 죽이지 않고 죽인 것으로 간주한다.
한 번 삶아져서 죽었으니 산 사람이 아니니 그에 따라서 팽형을 당한 가족이 제사를 지내야 했으며 주변인들에게 모두 죽은 사람 취급받으니 사회적 관계적 사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팽, 팽형?”
성균관 유생들이 기겁했다.
한국인의 삶은 자신을 과시하고 증명하는 삶일 거다.
조선시대의 사대부도 다르지 않으니 팽형이 가장 무거운 형벌이리라.
* * *
대전 회의장.
“내가 며칠 전부터 노비 제도를 살피니 종모법에 폐단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일천즉천 역시 그 폐단이 심각하다는 것을 통감했기에 노비 제도를 개편하려고 합니다.”
내 말에 모두가 기겁한 눈빛으로 변했다.
‘노비 문제는 쉽게 건드릴 일이 아니지.’
사대부들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개편할 때만 거론됐다.
“앞으로는 종모법을 폐지할 것이고 종부법으로 환원할 것이니 아비가 노비인 자만 노비로 삼을 것이니 그리 알고 도승지는 육조에 명하여 차질 없이 실행될 수 있게 하라.”
남자 종이 여자 양인과 혼인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거의 없다.
그러니 노비의 수가 종모법을 시행할 때보다 적어질 것이다.
“주, 주상 전하!”
놀란 영의정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게 끝이면 서운하지.’
영의정도 놀랐고.
조정 신료들도 놀랐다. 그런데 내 어명에 제일 놀랄 사람으 따로 있다.
“영의정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으음···!”
영의정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제는 때가 왔다는 눈빛을 찰나의 순간에 보였다.
“주상 전하, 노신이 말씀 올릴 것이 있나이다.”
“기다리시오, 아직 과인이 공표할 것이 더 남았으니.”
내가 또 무슨 파격을 발표하려고 이러냐는 눈빛을 보이는 조정 신료들이다.
“조정이 쓸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일들이 실행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는 것이 없습니다. 또한 노비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여 세금을 내는 양인의 수가 부족해지고 있기에 과인은 세수 부족 현상을 더는 지켜볼 수 없기에 앞으로 노비를 보유한 백성들에게 노비에 관한 인두세를 징수할 것이오.”
내 말에 모두가 눈이 커졌다.
조선의 부는 대부분 사대부인 양반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 양반이 세금을 면제받으니 조정과 왕실이 풍요로울 수가 없었다.
내가 다행히 염전 개발에 성공하고 또 금광과 은광 개발에 성공했기에 내탕고가 재물로 꽉 찬 거다.
아탕개는 건주여진과 밀무역을 진행하고 있고 항왜 출신 박충선이 왜와의 무역을 거의 독점하고 있기에 재물 걱정은 하지 않고 상비군 증강에 차질이 없었다.
거기다가 나는 또 하나의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하여튼 내가 오늘 강하게 나갈 수 있는 이유는 확보한 친위대의 수가 이 도성 안에만 5,000명이기 때문이다.
“과인의 결정에 반대할 신료들이 있소?”
“……!”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그리고 영의정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파와 무령군이라도 지금 나서야 하지 않냐고 눈치를 주는 훈구파 신파들이다.
“그에 따라 조정에 세수를 내지 않으려고 노비의 수를 속이는 자, 문서를 조작하는 자가 발각이 된다면 과인은 그런 자를 대역죄로 다스릴 것이고 반드시 이유를 불문하고 거열형으로 다스릴 것이니 조정 신료들부터 실수 없이 노비의 수를 기록하여 내시부와 호조에 제출하시오.”
실제 노비의 수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