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50)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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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인수대비의 전각.
“주상이 병조판서가 암살된 것을 역모의 조짐이라고 신료들에게 소리쳤다고 했는가?”
인수대비가 놀란 눈빛으로 지밀상궁에게 물었다.
“예, 그렇다고 하옵니다.”
“역모의 조짐이라, 역모의 조짐이라.”
인수대비는 표정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주상께서는 역모의 조짐이라고 분노하셨고 역모라면 종친부의 왕자가 그 배후에 있을 수 있으니 한성 부윤에게 깊이 살피라고 하셨습니다.”
상궁의 말에 인수대비는 더욱 불길할 수밖에 없었다.
‘주상께서 누굴 표적으로 하시려고 이러시는 거지?’
인수대비는 어린 진성대군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대군이야말로 임금 융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수대비도 잘 알고 있으니까.
‘진정인가? 진성대군이 신경에 쓰이시는 건가?’
자신의 억측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인수대비고.
그에 따라서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쇤네가 어리석기는 하지만 역성혁명이 아니라면 왕자에서 배후가 있을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병권을 가진 병조판서를 살해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지밀상궁은 그렇게 생각해?”
상궁이 그렇게 생각하면 임금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쇤네가 어리석지만, 그리 생각됩니다.”
“그대가 그리 생각할 정도라면 주상께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인수대비는 자기 시아버지가 대군으로 거병하여 왕위를 찬탈한 것을 봤었다.
그러니 임금 융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또 다른 측면으로는 임금 융이 진성대군이나 장성한 다른 왕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꾸미는 일이라는 생각도 드는 그녀였다.
“대비마마.”
“왜?”
“어리석은 쇤네가 생각하기에 지금 가장 위태로운 왕자는 진성대군이라고 생각됩니다.”
“진성대군?”
자기만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니기에 더욱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인수대비였다.
“만약 병조판서를 살해한 자가 잡혀 진성대군 마마의 이름이 나온다면 누구도 막지 못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인수대비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거짓으로 진성을 밀고하기로도 하면 종친부에 피바람이 불 것인데, 이 일을 어찌할꼬, 이 일을.”
인수대비와 지밀상궁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역모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고 노비 제도 개편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쇤네가 보기에 주장께서 가장 아끼는 신하는 신임 호조 참의 신수근입니다.”
“그래서?”
“그에게 딸이 있나이다.”
상궁의 말에 눈동자가 커지는 인수대비다.
“상책 중 상책이로다.”
진성대군을 지켜야 하는 인수대비였는데 지금 인수대비에게 고하는 상궁도 임금 융의 재물에 굴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연로한 인수대비는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 * *
승정원 영의정의 집무실.
영의정은 저녁이 됐지만 퇴궐하지 않고 집무실에 남았다. 물론 다른 신료들도 낮에 있었던 임금 융의 모든 개혁 때문에 퇴궐하지 못했고.
“주상의 마음에 얼 자인 유자광이 있습니다.”
병조판서의 자리를 유자광에게 제수하려고 했던 임금 융을 거론했다.
“그자는 간교한 간신과 같으니 세 치의 혀로 주상의 총기를 흐린 것입니다.”
훈구파 구파 신료들은 영의정에게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노비 제도 개혁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이게 바로 임금 융의 노림수였다.
“영의정 대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주상께서 역모라고 하셨습니다. 그에 따라서 도성 안이 살벌해졌습니다.”
역모 이야기를 꺼내는 신료도 있었다.
“그렇기는 하오.”
임금의 입에서 역모라는 단어가 나오면 모두가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주상께서 이 모든 것을 의도하신 거야.’
역모라는 말이 나왔기에 아무도 자신들의 근간을 흔들 노비 제도를 말하지 않고 있으니까.
‘임금께서는 왕자 몇과 신료 몇을 쳐내시려고 이러실까?’
영의정은 임금 융에 종친부도 개혁할 존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장인.] [예, 주상 전하.] [적폐라는 단어를 아시오?] [예?] [과인이 장인께 정말 부끄럽소. 종친부가 백성들에게 가장 많은 패악을 저지르고 있으니 그게 적폐입니다.] [주상 전하.] [장인만 알고 계세요. 장인만.]임금 융의 칼날이 신료들과 함께 종친부로도 향하고 있었다.
“한성 부윤이 병조판서를 살해한 자객을 체포해도 큰일이고 체포하지 못해도 큰일이 날 것입니다.”
훈구파 신료 한 명이 영의정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그러니까요.”
“한성 부윤이 자객을 체포하지 않으면 주상께서는 갑사 부대에 명을 내려서 도성의 치안을 담당하게 할 것이오.”
그렇게 되면 현대적으로 말하면 계엄령이 선포되는 거다.
“그러니 반드시 체포해야 합니다.”
훈구파 신료가 영의정에게 말했다.
“체포한 후가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한성 부윤 윤구가 병조판서가 횡액을 당한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고 또 폐비 윤 씨의 복수를 하려고 한다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공조 판서가 영의정에게 말했다.
“폐비 윤 씨의 문제?”
“그렇지 않습니까.”
공조 판서의 말에 영의정은 임금 융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죄는 짓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지 않습니까.]훈구파 신료들의 걱정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누구 하나 노비 제도 개혁에 관해서는 거론하는 신료들이 없구려.”
영의정의 말에 신료들은 임금 융의 노림수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살 길은 낙향뿐이다.’
* * *
임금 융의 개인 서재 전각.
“일단 종부법으로 환원해서 노비의 수를 줄일 것이다.”
나는 도승지에게 말했다.
“예.”“도승지.”“예, 주상 전하.”“과인의 노비 제도 개혁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 중 하나라도 양인이면 그 소생은 양인으로 만들 법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도 노비 제도 개혁에 반발이 크다.
그러니 조선이 좀 더 강해졌을 때 노비 제도를 또 한 번 개혁할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천둥벌거숭이들의 명단은 다 확보했겠지?”
“어명을 내리신 그대로 대궐 밖에서 자리를 펴고 시위했던 성균관 유생의 수가 40인이고. 그 천둥벌거숭이의 성명을 모두 기록했사옵니다.”
모든 계획은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팽형은 삶아 죽이는 것.
하지만 진짜로 삶아 죽이지는 않는다.
“관련 문헌을 찾지 못하면 팽형으로 다스릴 것이라고 어명으로 전했는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난리가 났겠군.”
“예, 그렇습니다. 성균관 유생 박성균의 말로는 성균관 서재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승지의 말에 나는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유생들의 아버지들이 대부분 조정 신료겠지?”
내가 아비의 멱살을 잡을 방법인 거다.
‘나는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계속 개혁할 것이고 조선을 군사적으로 강성하게 만들 거다.
급한 마음에 어느 정도 병력이 확보되었다고 해서 북벌과 남벌을 감행하게 되면 전쟁 승리 후에도 피해가 상당할 거다.
전쟁이라는 것이 승리한 나라에도 상처를 입히는 법이니까.
‘고구려가 왜 망했어?’
내분 때문에?
물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계속 중국과 싸웠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승리했지만, 국력이 바닥났기에 한 번 패하고 망한 거다.
“예, 대부분 그렇습니다.”
“팽형을 받고 대가 끊어지면 어떻게 과인에게 읍소하는지 보자.”
조선은 남아선호 사상의 끝을 보여주고 장자 우대가 기본이다. 그런데 자기 아들이 팽형을 받아서 귀신 취급을 받으면 내가 조정 신료들의 멱살을 잡는 거다.
“예.”
“새로운 형태의 집현전을 만들 것이다.”
성균관 유생이라면 바보들이 아니다. 모든 면에서 조선시대의 천재들이 성균관에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그런 천재들을 귀신으로 만들고 현실에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하면 절망하게 될 것이고.
그 절망 속에서 내가 손을 내밀고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하게 만드는 조건으로 팽형을 거둬준다고 하면 내게 충성하지 않아도 나와 조선을 위해서 일할 수밖에 없다.
‘연구하고 개발할 것들이 너무 많아.’
내가 가진 현대의 지식을 나 혼자서 현실화시키기는 너무 어렵다.
그러니 제대로 된 연구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팽형으로 귀신이 된 자들의 검은 집현전이다.
‘블랙 기업 집현전!’
딱 이렇게 표현하면 될 거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도승지도 이제는 모든 일들이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다는 눈빛을 보였다.
“도승지.”
“예, 주상 전하.”
“과인은 백성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악덕 군주로 기억되고 싶다.”
“아!”
“오로지 백성들이 과인의 행보와 개혁을 기억해주면 된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지배자들이 기록하는 역사일 거다. 하지만 나는 기억해야 할 자들이 기억하는 역사를 만들고 싶다.
“주상 전하, 함경도에서 파발이 도착했나이다.”
서재 밖에 대기하고 있던 환관 하나가 내게 보고했다.
* * *
유구국 대궐 안.
박충선의 상단이 끝내 이 밤에 임금 융의 어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곳까지 왔다. 예전에도 박충선의 상단은 대마도와 일본 그리고 류큐 왕국을 연결하는 사각 밀무역을 진행했었기에 이렇게 류큐 왕국 대궐로 들어올 수 있었다.
“상단주, 밀무역이 아닌 정식 무역을 진행하자고 했소?”
유구국의 왕이 박충선에게 물었다.
“대국 조선의 임금께서 이제 류큐 왕국과 정식적인 무역을 추진하시겠다고 제게 어명을 내리셨습니다.”
박충선은 유구국 왕에게 조선은 이제 대국이라고 말했다.
“좋소. 내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요.”
조선은 류큐 왕국을 유구국이라고 불렀고 태종 16년에는 정식적으로 통신사를 파견했으며 왜구에 잡혀서 팔려 간 조선인 50명을 생환했었다.
또 조선 성종 8년에는 제주도의 귤을 임금께 진상하려다가 풍랑을 만난 선박이 유구국까지 떠밀려갔고 그로부터 2년 후에 귀환했었다.
“그렇다면 조선이 원하는 것이 뭔가?”
“대월국과의 쌀 무역을 대리해 주시는 겁니다.”
조선은 대월국과 직접 무역을 진행하기에는 거리가 멀기에 유구국을 이용하고자 했다. 사실 조선과 유구국 사이의 바다에도 왜구가 활동하고 있기에 곤란한 부분이 많은데 박충선의 상단이 이렇게 안전하게 유구국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상단의 선박 자체에 함포를 탑재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대월국과?”
대월국은 1418년쯤에 베트남 백성들을 하나로 만들어 명나라로부터 독립 전쟁을 벌인 후 레 태조는 명나라를 축출하고 1428년 대월국의 황제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베트남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가 바로 그 시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봐도 명나라는 해외 식민지를 대부분 잃은 상태라서 힘이 빠져 있었다.
“그렇습니다.”
임금 융은 조선에서 부족할 수도 있는 쌀을 더 확보하는 방법으로 3기작이 가능한 대월국을 택했다. 물론 지금 조선에서 생산되는 쌀로는 조선 백성은 충분히 먹일 수 있지만 임금 융이 생각하는 나라의 범위는 북으로는 간도 지역과 남으로는 대마도와 대만까지였으니.
정복 전쟁을 위해서는 더 지속적인 군량미 확보가 절실했다.
“알겠소, 그렇다면 대가는 무엇으로 지급할 거요?”
“은입니다.”
조선은 이미 은광과 금광이 상당하게 개발됐기에 은과 금이 풍부했다. 하지만 임금 융이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기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충산, 유구국과 정식 무역을 진행하고 양귀비를 찾아라.] [양귀비는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양귀비는 아편이 되고 모르핀이 된다.]물론 박충선은 모르핀이 뭔지 몰랐다. 그리고 임금 융도 조선이 가진 화학 기술로 아편에서 진통제인 모르핀을 추출할 수 있을지도 사실 의문이었다.
이 말의 뜻은 유구국도 임금 융의 정복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