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51)
ⓒ 흑곰작가
=======================================
“한쥬라 합니다.”
조선말이 서툴다.
“지쳐 보인다.”
아탕개의 심복인 한쥬는 함경도에서 여기까지 쉬지 않고 말을 달려왔으리라.
“아탕개가 임금께 저를 보냈습니다.”
“전서구로 보낼 내용이 아니라는 거지?”
중요하고 급박한 일이고 또 다른 이가 절대 알아서는 안 될 일이라는 소리다. 보통의 경우 이런 극비 사항은 영어로 적어 보내지만 아탕개는 돌대가리다.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머리가 없다는 소리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 많다. 공부는 못하는데 사업은 잘하고.
공부는 잘하는데 공부만 잘하는 사람들이 내가 살던 현대에도 꽤 많았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전하라.”
내 말에 한쥬가 아탕개가 내게 전하라는 말을 전한 후에 한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하하, 하하하!”
내가 웃자 한쥬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다.
“왜 그리 웃으십니까?”
선물로 보낸 장녹수가 충샨의 애첩이 됐으니 복수심에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아탕개가 한쥬의 입을 통해서 내게 전한 거다.
“무엄하다, 어느 안전이라고 주상 전하께 묻는 것이냐?”
오늘 나의 호위를 담당한 갑사 1군 부대 상급 무장이 여진족 말로 한쥬를 질책했다.
이렇듯 갑사 1군 부대에는 무예가 출중한 여진족도 있다.
“충샨은 잔인하고 욕심이 많은 자라고 임금께 말해 주시오. 충샨에게 기병 3만이 있다면 함경도는 임금의 땅이 아니게 됩니다.”
한쥬는 내가 여진족 말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쥬.”
나는 한쥬를 불렀다.
“예, 임금.”
“사내의 마음을 홀리는 요물은 계집, 또 사내의 마음을 들뜨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요물도 계집, 충샨의 마음에 그런 욕망이 타오르면 너의 임금인 나는 충샨의 땅을 차지하게 될 거다.”
“예?”
“녹수가 잘하고 있다.”
진짜 연산군과 놀아난 장녹수라면 그 죄가 크다.
하지만 나는 임금 융이지 진짜 연산군이 아니다.
대궐로 끌고 갔던 장녹수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를 떠올렸다.
“하하하, 하하하!”
크게 웃었다.
‘이젠 대비해야겠지.’
충샨 부대의 주력은 여진 기병이다.
‘침공하는 일보다 방어하며 섬멸하는 것이 쉽지.’
조선의 정규군이 두만강을 넘어서 익숙하지 않은 만주 땅에서 그 지역이 익숙한 충샨의 기마대와 싸우면 불리하다.
‘거기다가.’
조선의 정규군이 두만강을 넘게 되면 요동군이 좌시하지 않을 거다.
‘격퇴한 후에 잔당을 섬멸한다는 명분으로 북간도 일대를 점령하는 거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상책을 봤다.
“상책.”
“예, 주상 전하.”
“왕립 대장간 총책임자인 직장을 부르라.”
“예, 알겠나이다.”
이제 어느 정도 북벌 계획이 진행되고 있으니 대비해야 할 때다.
* * *
성균관 유생들이 쓰는 서재.
“논어와 대학에는 임금이 신하에게 절하지 말라는 문헌이 없소이다.”
대궐 앞에서 시위했던 성균관 유생들은 시쳇말로 똥줄이 타고 있었다. 임금 융이 어명을 내린 그대로 성리학의 문헌이나 중국 고서에서 신하에게 임금이 절하는 일이 예법에 어긋난다는 문구나 문헌을 찾지 못하면 팽형을 받아서 귀신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나도 다른 문헌들을 찾고 있지만 없소이다.”
성균관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품은 조정에서 부담하는데 요즘 초의 소모량이 부쩍 늘었다. 그에 반해서 식료품의 소모는 줄었고.
한 마디로 시위에 참석했던 성균관 유생들은 지금 식음을 전폐하고 자신들을 살릴 고서의 문구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뭐가 그렇게 눈이 빠지시나?”
대궐 앞 시위에 참석하지 않았던 성균관 유생 박상면이 서재로 들어와서 다른 유생들을 놀리듯 물었다.
“상면, 자네와 농을 할 시간이 없네.”
“쯧쯧!”
박상면은 유생들을 보며 혀를 찼다.
“우릴 놀리고 싶나?”
“놀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눈에는 덫에 걸린 짐승이 허우적거리는 꼴로만 보여서 안타까워서 그러지.”
“뭐라고 했는가?”
시위에 참석한 성균관 유생들은 화를 냈다.
“아무리 찾아보게 그 문구가 있는지.”
“뭐, 뭐라고?”
성균관에서 두 명의 천재를 꼽으라면 한량처럼 행동하는 박상면이고.
성리학에는 그리 관심이 없지만, 잡학과 잡기에 시간을 낭비하는 박성균이었다. 그리고 그 둘을 성균관 유생들은 박대박이라고 부르며 서로가 경쟁하기를 은근 기대했었는데 둘은 결이 달라서 경쟁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나라면 말일세, 내가 자네들이라면 살아생전에 부모에게 효를 다하기 위해서 대를 이으러 사가로 뛰어가겠네. 안 되는 것을 계속 찾는다고 답이 있겠나. 쯧쯧!”
임금 융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박상면이었다.
“뭐, 뭐라고?”
“팽형을 당하면 살아도 산 사람이 아니니 고운 아내를 다시 품을 수도 없는데 시간이 있을 때 품고 대라도 이어야지. 팽형으로 죽은 자가 아내를 품을 수도 없지만 품어서 낳은 자식도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지 않나.”
이건 박상면이 시위에 참석했던 성균관 유생들에게 해주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그리고 박상면의 말을 들은 일부 성균관 유생들은 서책을 덮고 바로 사가로 뛰어갔다.
‘임금께서 또 무슨 일을 꾸미시려고 이러실까?’
조선의 인재 40명을 귀신으로 만드는 일이 조선과 임금에게 이롭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박상면은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성균관에서 숨겨진 진짜 보석은 박상면일지도 몰랐다.
‘하하, 나도 시위에 나갔으면 더 재미있었을 걸 그랬나?’
* * *
다음 날, 평양으로 향하는 대로.
의주에 한참이나 머물렀던 명나라 사신단이 이제야 평양 인근에 도착했다.
“길이 점점 넓어지고 있군.”
명나라 황제의 칙사는 대로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이 신경이 쓰였다.
[대인, 황제 폐하의 명을 받고 조선으로 가신다고요?] [그렇소이다.] [조선으로 가신다면 조선의 길이 좁고 험해서 고단하실 것입니다.]먼저 조선에 황제의 칙사로 갔던 명나라 신료가 자기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요?] [예, 저도 참으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한양에 도착하여 조선 조정 신료에게 물으니 길을 넓히고 닦으면 외적의 침입이 수월해질 수 있으니 대로를 정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그런 조선이라는데, 왜?’
들은 조선과 자기가 보고 있는 조선이 완벽히 다르기에 이상한 기분이 드는 명나라 황제의 칙사였다.
“왜 그러십니까? 대인.”
호위 무장이 명나라 황제 칙사에게 물었다.
“그대는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는가?”
“무슨 말씀입니까?”
“길이 대도처럼 넓혀지고 있다. 이상하지 않나?”
명나라 황제의 칙사가 자꾸 이상하지 않냐고 하는 것은 국경 지역에 배치되었던 수비군이 오합지졸이었던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길이 정비하고 넓힌 것은 물류의 유통이 수월해졌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또한 물산이 풍부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길이 넓어졌고 잘 평탄하기에 대인께서 한양까지 가시는 고단하지 않으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쯧쯧!”
명나라 황제의 칙사는 호위 무장의 어리석음에 혀를 찼다.
사실 명나라 무장들이 이렇게 아둔하니 지금의 명나라는 황제국의 권위를 잃고 많은 지역을 빼앗겼다.
사실적으로 과거에 강했던 명나라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주변국들 역시 이제는 명나라를 대단하게 보지 않았는데 오직 조선만이 명나라에 사대하니 명나라는 조선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잠시 행렬을 멈추라.”
칙사가 지시했고.
명나라 사신단 행렬이 멈췄는데 말에서 내린 명나라 황제의 칙사는 바로 도로 바닥을 살폈다.
‘이렇단 말이지.’
마차 바퀴 자국을 보고 조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직감한 명나라 황제의 칙사였다.
* * *
왕립 대장간 사무실.
“또 왕명이 떨어졌다는 겁니까?”
임금 융에 벼슬을 받은 대장장이들의 책임자는 임금 융이 왕명을 내릴 때마다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에서 뼈가 녹도록 일하는 것은 일반 백성만은 결코 아니었고.
각자가 조선의 새로운 기틀을 만들기 위해서 임금 융의 강요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대부만이 임금 융에 반기를 들며 기득권만 지키고자 했으니 현대인의 기억을 가진 임금 융이 무오사화를 이용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네.”
“화승총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일만 해도 시간과 인력이 부족합니다.”
“그렇지, 그래서 주상 전하께서 대장장이 양성소를 만들라고 하시네.”
“누가 힘든 대장장이의 일을 하겠습니까?”
“노비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면 된다고 하셨어.”
“어르신,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도 마십시오. 천하고 둔한 노비들이 대장간 기술을 어찌 배웁니까?”
현대적 표현으로 갑이 을을 괴롭히는데 또 을과 을이 모이면 놀랍게도 갑이 생기는 법이고.
그렇게 갑이 된 을은 자기보다 못한 을을 더 괴롭히고 무시하는 법이다.
“어르신?”
왕립 대장간 최고 책임자는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대장장이를 노려봤다.
“왜 그러십니까요?”
“내 벼슬이 직장이야, 직장, 어르신이 아니고.”
이래서 힘없는 사람이 벼슬이 생기고 완장을 차게 되면 무섭게 변하는 거다.
‘좀만 더 일하면 내가 당상관이야, 당상관!’
인간은 각각의 욕망의 존재하는 법이고.
조선의 임금 융은 각각의 욕망을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아는 임금이었다.
“아, 송구합니다.”
“주상전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신의를 저버리고 두만강을 넘어서 약탈을 일삼는 야인 놈들의 기병을 막으려면 쇠 마름이 최고라고 하셨어, 그 정도는 배우면 다 만들어.”
“그렇기는 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들어서 가마니에 넣어서 비축해 두라고 하셨다.”
임금 융은 벌써 여진족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고.
또 대궐에서는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을 이용해서 각개격파로 그들의 힘을 빼는 정치 전쟁을 진행하고 있었다.
“왕명을 내게 들었으면 준비들 해.”
“예, 알겠습니다.”
대장장이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어르신이 벼슬에 환장했군, 환장했어.’
그런 생각을 하며 왕립 대장간 최고 책임자를 봤다.
“그런데 직장 나리.”
“그렇지, 하하하, 직장이지, 내가 직장이야, 왜?”
“쇠는 어디서 구합니까?”
“쇠?”
“쇠 마름을 만들려면 쇠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화승총을 만들 쇠도 부족합니다.”
“그러게.”
“주상전하께 말씀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겠네.”
벌써 조선은 철이 부족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부분까지 예상한 임금 융은 아탕개에 지시해서 무산 광산을 개발하게 만든 거였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