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52)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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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평야 들판.
왕립 무기 제조창에서 매설용 비격진천뢰를 개발한 관원이 숙달된 기술자들에게 지시해 들판에 자신이 개발한 매설용 비격진천뢰를 다량으로 매설했는데 어떻게 보면 이건 현대적인 관점에서 지뢰나 다름이 없었다.
“수석 나리, 다 매설했습니다.”
기술자 하나가 매설용 비격진천뢰를 개발한 왕립 무기 제조창 수석에게 보고했다.
“화승은 잘 연결했지?”
“예, 그렇습니다.”
대답한 기술자는 지금 매설해 놓은 비격진천뢰와 그 안에 든 화약이 재물로 따지면 엄청난 재물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럼 이제 기술자들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라.”
어떻게 보면 기술자로 불리는 이들은 현대적으로 본대면 공병들일 거다. 임금 융은 세세하게 정복 전쟁 준비를 이렇게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기술자들이 대피했고.
땅에 살짝 은폐된 상태에서 매설된 비격진천뢰와 연결된 화승에 불을 붙었다.
지지지, 지지직!
불이 붙은 화승이 빠르게 탔다.
꼴깍!
왕립 무기창 수석은 마른침을 삼켰다.
쾅, 콰콰쾅! 쾅쾅!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듯 매설된 비격진천뢰가 폭발했다.
“하하하, 저 안에 든 것이 오랑캐든 뭐든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한다. 하하하!”
* * *
아침, 인수대비의 전각.
임금 노릇 중 제일 피곤한 일은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왕실 최고 어른인 할머니인 인수대비에게 문안을 드리는 거다.
나중에는 이런 요식 행위도 철폐해야겠다.
내가 조선을 개혁하기 위해서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심하며 연구하고 계획을 수립하는데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인수대비에게 문안을 드려야 하니 한 마디로 죽을 맛이다.
“주상은 참으로 무심합니다.”
문안 인사를 아침마다 올리는데 인수대비는 내가 무심하단다.
“왜 그러십니까? 대비마마.”
사실 나처럼 효심이 지극한 손자는 없을 거다.
자기 어머니를 죽게 만든 할머니를 아침마다 문안을 올리고 있으니까.
그런데 나보고 무심하단다.
‘이런 소리는 한 적이 없지.’
아마도 진성대군 때문에 이런 소리를 하는 걸 거다.
“진성이 아직 혼례를 올리지 못했는데 주상께서는 어찌 어린 대군을 돌보지 않습니까?”
이 아침에 느낀 건 인수대비의 날카로운 총기가 이제는 늙어서 흐려졌다는 거다.
‘상궁의 말에 현혹되어서 이리 빨리 움직이니.’
노망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형으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고 신경을 못 쓴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진성대군에게 더 신경을 쓰겠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인수대비다.
‘역모라고 했고 종친부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다.
노비 제도 개편에 관해서는 입도 뻥끗할 겨를이 없는 거지.
“주상, 진성대군의 배필로 호조 참의 신수근의 여식이 어떻소?”
진짜 역사에도 신수근의 딸이 진성대군의 정실부인이 된다.
‘그러고 보면 진짜 역사에서.’
신수근의 집안만큼 복이 없는 집안도 없으리라.
신수근의 여동생이 진짜 연산군의 중전이었고.
또 신수근이 중종반정을 거부했기에 살해되면서 자신의 여식이 중종이 될 진성대군의 정실부인이지만 반정 성공 후에 공신들의 강요로 폐위가 됐으니 뭐를 해도 안 될 집안이 신수근의 문중인 거다.
‘하지만!’
이젠 그런 일 없을 거다.
“대비마마께서 그리 마음을 정하셨다면 저도 좋습니다.”
“주상께서 이 할미의 말을 따라주시니 마음이 흡족해요. 주상.”
온화했던 인수대비의 눈빛이 변했다.
“예, 대비마마.”
“이 아침에 주상에게 왜 내가 노망난 것처럼 이러는지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한 마디로 역모라고 해도 진성대군은 건드리지 말라고 내게 부탁하는 거다.
‘부탁?’
이제는 애원에 가깝지.
“제가 세자일 때 대비마마께 약조를 드렸습니다. 진성에게 좋은 형이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나는 믿고 싶어요.”
“믿으셔야 합니다. 조선에서 백성이 임금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누구의 말을 믿겠습니까.”
이 말은 인수대비 당신도 결국에 조선 임금의 백성이라고 강조해 준 거다.
* * *
성균관 전각.
“작금의 조정에서 붕당이 만들어지고 대립하는 것은 모두 주상의 계략입니다.“
노공필은 의외의 말을 하고 있었다.
“노 공은 그렇게 봅니까?”
“조선은 임금의 나라이지만 조선을 건국한 것은 사대부입니다. 사대부가 조선이라는 나무의 뿌리이고 임금은 화려한 꽃인데 조정에서 신료들이 반목해서는 안 됩니다.”
조선의 뿌리는 사대부고 임금은 화려한 꽃이라고 말한 사람은 정도전이다.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니 진정한 성리학의 길을 걷는 성균관 유생들은 신료들의 반목에 동조하지 말아야 합니다.”
훈구파 구파들이 임금 융의 개혁을 막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도구는 이제 세상 물정 모르는 성균관 유생이 전부였다.
“그래서요?”
“힘을 키우고 학문을 더 넓혀야죠. 조선이 사대부의 나라인 것은 사대부가 덕을 쌓고 임금을 바른 정치로 이끌기 때문이니까요.”
노공필의 말에 성균관 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공, 주상께서 그리 우리를 현혹하라고 시키더이까.”
성균관 유생 하나가 노공필을 보며 꾸짖듯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노 공의 속내가 주상처럼 검소이다.”
“으음!”
“가시오, 성균관은 시류에 타협하는 선비도 아닌 자가 있을 곳이 아니오.”
물론 성균관 유생 중에는 임금 융의 명령받고 석탄의 성질을 연구하여 끝내 찾아낸 박성균 같은 유생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성균관도 파가 갈리고 있으니.
그것이 훗날의 실학파의 시초가 될 것이고.
임금 융이 계속 집권하고 왕권을 강화한다면 조선은 주자학이 아닌 실학이 대세 학문이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어디서 누가 어떤 씨를 뿌리느냐에 따라서 수확은 달라지는 법이니까.
“어서 돌아가시오.”
노공필은 어쩔 수 없이 성균관에서 나와야 했다.
[처음은 쉽지 않을 거다.]성균관 전각을 나오면서 노공필은 임금 융이 한 말이 떠올랐다.
[예, 주상전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으니 정성을 다해서 성균관 유생을 바른 학자로 이끌어라.] [명심하겠나이다.]정말 노공필은 임금 융의 명령을 받고 성균관에 온 거였다.
[그대는 일단 종3품 성균관 사성에 제수할 것이다.]이것은 영의정을 위한 임금 융의 마지막 배려라면 배려이리라.
* * *
조선 대전 회의장.
“한성 부윤은 지금 뭐라고 했나!”
나는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 미친 듯 한성 부윤에게 소리를 질렀고.
대전 회의장은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
물론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이랬다.
“망극하옵니다.”
“한성 부윤은 과인의 외숙부를 떠나서 능력이 이리 없는가!”
내가 외숙부까지 강력하게 질타하자 조정 신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며칠 전에 병조판서가 암살당했다. 그런데 과인이 김기철을 신임 병조판서로 제수했는데 그가 다시 역모의 무리에 의해서 살해가 됐다면 한성 부윤이 책임지는 도성 치안을 과인이 믿을 수 있겠는가.”
“망, 망극하옵니다.”
한성 부윤 윤구가 바로 바닥에 엎드려서 빌었다.
“영의정, 역모입니다. 이게 역모가 아니면 무엇이겠소?”
영의정도 참담한 얼굴로 변해 있었다.
“주상 전하, 신도 망극할 따름이옵니다.”
“망극하다, 망극하다, 신료들은 그런 말 밖에는 할 줄 아는 말이 없소? 과인의 신하들이 이 정도밖에 능력이 없는 신하들이었소.”
내가 극도로 흥분하는 척하는 것은 역모에 모든 임금은 흥분하기 때문이다.
“망극하옵니다.”
“망극하옵니다.”
역시 훈구파들은 망극하다는 말만 할 줄 아는 족속들인 거다.
‘세조께서는 어찌 저런 것들과 힘을 합쳐서 왕위찬탈에 성공했지?’
운이 좋았나?
아니면 단종 노산군이 운이 없었나?
그것도 아니면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전임 병조판서의 암살 배후에 내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 유자광의 능력이 출중한 거였을까?
“과인은 이제 한성 부윤이 이끄는 병사들의 치안력을 믿지 못하겠소.”
“주상 전하!”
영의정이 나서려고 했다.
“가만히 계시오.”
“…….”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영의정은 아는 것 같다.
“이제 짐은 밤마다 날뛰는 역모의 무리에 의해 벌벌 떠는 백성들을 그냥 지켜볼 수가 없으니 갑사 1군과 2군을 동원하여 도성 치안을 담당하게 할 것이오.”
내 말에 영의정은 이럴 줄 알았다는 눈빛이다.
“신료 중에 반대하는 분 있소? 그대들도 역모 무리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오. 아니 그렇소, 영의정.”
“신이 더는 무슨 말을 주상 전하께 올리겠나이까.”
말은 곱게 하지만 이제는 자기는 모르겠으니까 네 마음대로 하라는 그런 뜻이다.
“그렇지요. 영의정께서는 할 말이 없으셔야 합니다. 조선의 병권을 움직일 병조판서를 무반이 아닌 문반 출신으로 과인에게 천거했으니 암살의 무리가 그렇게 쉽게 신임 병조판서를 해친 것이지 않소.”
“주상 전하, 신이 한성 부윤에게 들으니 암살자의 칼끝이 예사롭지 않다고 했나이다.”
“예사롭지 않다?”
“예, 그렇습니다. 목을 벨 때 깔끔하게 베었다고 했나이다. 출중한 무예를 갖춘 무사가 분명합니다.”
“그런 자들이 지금 역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오.”
이러면 영의정도 더는 할 말이 없어진다.
“망극할 뿐이옵니다.”
“그렇소, 망극하셔야 합니다. 영의정이 다시 병조판서를 과인에게 천거하시오.”
나는 영의정이 또 누구를 천거할지 궁금해졌다.
‘이번에도 반대하면.’
그다음은 내가 영의정의 아들 노공필을 성균관 종3품 사성이 아닌 병조판서로 임명할 생각이다.
“신, 영의정···.”
영의정은 내게 말을 하려다가 잠시 멈추고 신료들을 봤는데 누구도 지금은 영의정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아는 거지.’
역모의 무리로 생각되는 자들이 병조판서만 노린다는 것을 아는 거다.
“말씀하시오.”
“저는 문무에 출중한 조찬성을 추천하옵니다.”
역시 이번에도 유자광은 아니었다.
“좋소이다. 그럽시다. 조찬성에게 병조판서의 직무가 중요하니 항상 조심하라고 전하시오.”
조찬성은 이 자리에 없다.
그리고 나는 눈빛으로 조찬성이라고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하는 눈빛을 영의정에게 보냈다.
“오늘 대전 회의는 이것으로 끝냅시다.”
나는 옥좌에서 일어나서 대전 밖으로 나갔다.
* * *
대전 전각 밖.
영의정은 대전 회의를 끝내고 착잡한 마음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상의 눈빛이 많은 것을 내게 말하고 있다.’
영의정도 이제는 암살자의 배후가 어느 정도 짐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걸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칼이 자신을 향할 거라는 사실이 짐작됐다.
‘낙향만이 답이다.’
영의정은 다시 한번 낙향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영의정 대감.”
그때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영의정에게 임금 융의 충신인 상책이 다가왔다.
“자네가 무슨 일인가?”
영의정도 환관 상책이 임금 융의 충복이고 또 특별 상궁의 오라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주상전하께서 영의정 대감께 독대를 허락하셨습니다.”
“허락하셨다?”
영의정은 인상을 찡그렸다.
‘끝내 병조판서의 자리를 유자광으로 관철하시겠다는 건가. 으음!’
“예, 그렇습니다. 주상 전하의 서재 전각으로 모시겠나이다.”
“알겠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