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53)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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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상궁의 처소.
상책의 여동생인 꽃분이는 특별 상궁이 됐다.
“고기네요.”
꽃분이가 특별 상궁이 됐지만 다른 상궁이나 나인들에게 하대하지 않았다.
“상궁 마마, 저희에게는 하대하셔야 합니다.”
“괜찮아요. 제 오라비가 항상 상궁과 나인들을 잘 대하라고 했어요.”
“감사합니다. 드십시오.”
“먹지 않을 거예요.”
“예?”
“중전마마께서 상중이시니 저도 당분간 고기를 먹지 않을 겁니다.”
특별 상궁 꽃분이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나인들이었다.
[꽃분아, 주상께서 너를 총애하지만, 그것은 네가 순박하고 다른 사대부 출신 후궁들과 다르게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항상 너의 성격 그대로 착하게만 살아라.] [예, 오라비.] [그렇게만 살면 너는 주상전하의 총애를 잃지 않을 거다.]꽃분이의 모든 행동은 대궐 생활이 오래된 환관 상책이 알려준 거였다.
“내가 법도를 잘 몰라도 지금은 내명부의 수장이신 중전마마께서 상중이니 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것으로 알아요, 우욱!”
그때 음식 냄새를 맡은 꽃분이가 헛구역질했고.
그 모습에 나인들이 놀랐다.
* * *
좌의정의 사가 사랑채.
좌의정과 우의정은 퇴궐하자마자 좌의정의 사가로 향했다.
영의정이 임금 융에 낙향을 주청하자마자 새로운 붕당이 만들어질 조짐이다.
“주상께서는 즉위하실 때부터 강력한 왕권을 가지셨는데 이대로라면 무소불위의 왕권을 휘두르실 겁니다.”
좌의정이 회동을 함께한 우의정에게 말했다.
임금 융은 대전 회의에서 조정 신료들에게 선전포고한 상태라서 이들이 이렇게 나오는 거였다.
“그렇지요.”
임금 융이 처음 즉위할 때도 임금 융이 성종의 적장자라서 강력한 왕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임금 융은 도성 안에만 5,000명의 군사를 보유했고.
지방으로 가면 지리산 별기군이 이제는 정식적으로 조선의 정규군으로 편입되어서 병력 증강에 힘을 쓰고 있고.
금강산 별기군 역시 북방을 지키는 북벌군으로 전환되어 지방에만 모두 합쳐서 3만의 신식 무기로 무장한 군대가 존재했다.
거기다가 또 조정 신료들 모르게 조선을 해양 강국으로 만들 특별군(?)을 양성하고 있으니 그 특별군의 임무는 조선왕조실록에 절대 기록될 수 없는 임무를 부여받은 상태였다.
“주상께서 노비 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공신들의 근간을 흔들기 위함입니다.”
이제 훈구파 공신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악할 수밖에 없었다.
“노비에게 인두세를 부여하다니요. 이건 공신들과 사대부들에게 세금을 징수하시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들은 모두 공신들이고 세조에게 상당한 공신전을 받은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 공신전에서 일할 많은 노비를 보유하고 있기에 임금 융의 노비 제도 개혁은 이들에게도 치명타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조정 회의에서는 당황했기에 아무 말도 못 했지만, 꼭 막아야 합니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서 막소?”
우의정은 이제 대세는 임금 융에 넘어갔기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주상께서 생각하시는 그대로 다 되면 우리가 모두 말라죽습니다. 그렇게 되면 조정에는 신료는 없고 행정 잡무만 보는 아전만 남게 됩니다.”
맞다.
임금 융은 전문적으로 행정을 담당할 관료체제를 확립하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임금 융이 군사를 키운 후에 바로 정복 전쟁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정복 군주가 되어서 많은 식민지를 건설한다고 해도 조선의 통치 이념과 운영 체계가 그대로 썩어 있다면 후대의 임금이 어리석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학교도 설립하고 서얼들도 등용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준비하는 거였다.
“옳소.”
좌의정이 뭔가 결심했다는 눈빛으로 변했다.
“주상의 조선에는 사대부가 없는 것 같소.”
좌의정의 말에 우의정이 인상을 찡그렸다.
“조선을 건국한 것은 신진사대부입니다. 어떻게 왕실이 또 주상께서 사대부를 부정할 수 있답니까?”
아예 틀린 말도 아닐 거다.
“왕실 종친부가 아니라 주상입니다.”
“좌의정 그래서요?”
우의정의 눈빛도 확 달라졌다.
“최악의 상황이 되기 전에 최상의 상황으로 만들 특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사실 사대부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최상의 상황을 만들 방법을 찾겠다고 말하는 좌의정이었다.
“명나라 황제 폐하의 칙사가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칙사?”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요?”
“임금이 병조가 가진 군권 이상을 가졌으니 거병으로는 답이 없습니다.”
거병 나왔다.
이젠 역모다.
“설마 명나라 황제께 주상이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대마도 정벌을 고하자는 겁니까?”
“달리 방법이 있소?”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가 있고.
그래서 매국노는 만들어지는 거다.
그런데!
좌의정과 우의정의 이 회동을 미행하는 자가 없을까?
* * *
대전 옆 임금 융의 개인 서재.
“우의정과 좌의정이 이 밤에 회동했다?”
“예, 그렇사옵니다. 주상 전하.”
우승지가 내게 보고했는데 그는 사당패 공길과 연계하여 첩보 수집도 담당하고 있다.
“영의정이 낙향한다고 하니 바로 새로운 붕당을 만들려는 거군.”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상 전하께서 오늘 노비 제도 개혁을 발표했나이다.”
“그렇지.”
“훈구파는 대부분 공신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공신전을 일구는 자들은 대부분 노비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사대부에게 노비로 인두세를 내게 만드는 것은 반발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키고 성공했을 때 공신전을 너무 난발했다.
“제대로 반발한다는 건가?”
제대로 된 반말이 뭘까?
‘당연히 반정이겠지.’
그런데 이제는 반정이 쉽지 않다.
조선에서 나의 군대를 누를 군대는 이제 없으니까.
“그럴 공산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승지.”
“예, 주상 전하.”
“무슨 이야기가 오갈까?”
“좌의정의 사가 행랑아범을 매수해 놨으니 새벽닭이 울기 전에 알게 되실 것입니다.”
“과인은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은데.”
인상을 찡그렸다.
“주상 전하, 영의정이 도착했나이다.”
* * *
“장인, 정말 낙향하실 생각입니까?”
영의정이 내 개인 서재로 왔고.
영의정도 여긴 처음이다.
‘신기한 듯 살피는군.’
이 서재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설계도로 만들어서 보관하는 곳이다. 물론 아직은 내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러 놓지는 못했다.
[주상 전하, 뜨거운 바람이 힘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내가 성균관 유생 중에서 실학에 빠져 있는 박성균을 불렀을 때 들은 이야기다.
[그래?] [예, 그렇습니다. 제가 집중적으로 연구할 생각입니다.]뜨거운 바람이 힘이 된다?
그건 증기기관인 거다.
‘증기기관만 만들어지면?’
조선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또 믿어지지 않게 성장하게 되리라.
‘범선은 바람이 절대적이지만.’
증기기관이 탑재된 범선을 철선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건 현대적으로 본다면 핵 추진 항공모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성균.] [예, 주상 전하.] [그대가 조선의 보배다.]박성균은 조선의 보배가 될 것이고.
나의 보배가 될 것 같다.
‘이름이 성균이라서 뭔가 연구하는 재주가 있다니까.’
처음 박성균의 이름을 내가 들었을 때 성균관 유생 박성균이라고 할 때 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여튼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박성균인데 이쁜 짓만 하고 있다.
“예, 신이 늙었기에 대전 회의 때 서 있기도 어렵습니다. 윤허해 주십시오.”
영의정의 말에 나는 떠올렸던 생각 속에서 나와서 영의정을 봤다.
그것도 뚫어지게.
“두렵습니까?”
내 말에 영의정이 인상을 찡그렸다.
“주상 전하.”
“과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영의정께서는 아실 겁니다. 왜 부관참시가 된 김종직의 목이 자꾸 눈에 밟히시는 겁니까?”
나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고.
영의정의 관점에서 또 나와 대치하는 적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상 전하께서 생각하시는 조선은 사대부와 함께할 수 없는 조선이지 않습니까.”
이제야 본심을 말하는 영의정이다.
“그래서 장인께서는 낙향을 핑계로 피하시겠다는 거군요.”
“망극하옵니다. 노신은 이제 고단하옵니다. 조정에서 물러나 낙향하여 편히 여생을 마감하고 싶나이다.”
“알겠소. 그런 마음이신데 왜 내가 하려는 일을 막으시오?”
“무슨 말씀입니까?”
알면서 되묻는 영의정이다.
“나는 병조판서를 이미 내정했소. 그걸 아시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노신이 간언하옵니다. 얼자인 유자광을 병조판서에 제수하신다면 조정 신료들의 반발은 상상할 수도 없사옵니다. 도성이 아니라 전국 팔도의 사대부는 들고일어날 것입니다.”
“각오하고 있소.”
“주상께서는 그 사대부를 갑사 부대를 이용해서 다 참하실 수 있습니까?”
영의정이 심각한 얼굴로 나를 보며 물었다.
“과인이 못 할 것 같소?”
“주상 전하께서는 충분히 그리하실 것 같기에 충심으로 걱정됩니다.”
“장인께서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거래합시다.”
“거래라니요? 망극하신 말씀입니다.”
“내가 장인의 낙향을 윤허하겠소. 훗날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대의 묘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오.”
이건 거래가 아니라 협박이라는 걸 영의정도 알 거다.
“주상 전하.”
“역모의 조짐이 병조판서 내정자를 베고 있소. 장인께서 나와 거래하지 않으신다고 하신다면 과인은 과인의 처남인 노공필을 성균관 사성에서 병조판서로 만들 것이오.”
내 말에 기겁한 영의정이다.
“주, 주상 전하.”
“장인, 내가 처남인 노공필을 왜 성균관 사성으로 제수하려는지 아시지 않소.”
“그 부분에 관해서는 항상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성균관이라면 붕당에서 한발 물러나 있을 수 있고 과인의 개혁 칼날에서도 벗어나 있을 수 있소. 하지만 병조판서는 다를 겁니다.”
현재 병조판서 내정자가 두 명이나 암살당했다.
“내일 병조판서 예정자인 조찬성이 무사히 입궐할 것 같소?”
내 물음에 영의정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구나 하는 눈빛을 보이는 영의정이다.
“만약 입궐하지 못한다면 나는 처남인 노공필을 병조판서에 제수할 것이오. 장인께서 장자를 잃으시면 얼마나 슬프시겠습니까.”
“주상께서는 폭군이십니다.”
폭군 나왔다.
‘진짜 연산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경험하지 못한 거지.’
나는 영의정의 말을 듣고.
“알고 있소.”
고개를 끄덕였다.
“여생을 편히 마무리하실 것이고 장인의 문중은 덕이 있는 문중으로 만년의 세월을 누리실 것이오. 어떻습니까? 그러니 나와 거래하시겠습니까?”
내 말에 영의정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굴복.
영의정인 자기 하나 살자고 또 자기 문중을 지키고자 내게 끝내 굴복했다.
“장인.”
“예, 주상 전하.”
“우의정과 좌의정과 교류하지 마세요.”
“예?”
“그들도 내 장인인데 이 밤에 회동했답니다. 노비 제도를 개혁하고자 발표한 오늘 회동했다는 것은 과인에 대한 불만이 터졌다는 거지요. 장인께서는 생각하신 그대로 문중만 지키시면 됩니다.”
“주상, 주상 전하, 혹여 좌의정과 우의정이 역모를 꾸밀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위인 저는 아니기를 바랍니다.”
“으음!”
“이미 한 분 보내드렸는데 두 분을 다시 보낸다면 과인은 슬플 것 같소.”
내 말에 영의정은 참담함을 느낀 것 같다.
“갑사 1군 별장.”
“예, 주상 전하.”
“영의정 대감을 안전하게 사가까지 모셔라. 앞으로 내가 절할 유일한 장인이시다.”
내 말에 영의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나를 물끄러미 봤다.
다시 말해 조정에 남아 있는 장인들은 나의 개혁으로 화를 입을 거라고 마지막까지 협박한 거다.
“명을 따르옵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