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58)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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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서재.
성균관 분위기는 당연히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사흘 남았소.”
성균관 유생 몇 명이 서재에 모였는데.
당연히 문헌에서 예법을 찾는 일 때문이었다.
“사흘 후라···. 으음!”
사흘 후에 임금 융이 말한 그대로, 왕이 장인께 절하면 안 된다는 문헌을 찾지 못하면 이들은 팽형을 당하게 되기에 모두가 심각한 표정이었다.
“없소, 아무리 찾아도 그런 문헌은 없소이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모두가 팽형은 당하기 싫었다.
“일단 피신하는 것이 어떻소?”
성균관 유생 하나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피신?”
“그렇소이다.”
“선비가 서서 죽을지언정 어찌 엎드려서 살겠소.”
이들 중 일부는 곧 죽어도 선비였던 거다.
“도망은 못 가시네.”
그때 서재로 박상면이 들어오며 말했고.
이 서재에 모인 성균관 유생들은 박상면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상면 뭐라고 했는가? 그대는 친우들의 위급이 재미있는가?”
“내가 그렇게 말렸을 때는 말을 듣지 않더니, 왜 이제야 내게 화를 내는가? 쯧쯧!”
“됐네. 자네 일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
“하여튼 도망은 못 가시네, 밖에 갑사들이 쫙 깔렸으니까.”
박상면의 말에 모인 성균관 유생들이 기겁했다.
‘저들을 임금께서는 어디에 쓰시려고 이러실까?’
놀랍게도 박상면은 임금 융이 성균관 유생이 필요하기에 이런 계략을 꾸몄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박상면이야말로 군계일학일 거다.
“상면, 임금께서 우리를 어찌 쓰시려고 이런 계략을 꾸미신 걸까?”
성균관 유생 박상면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성균관 유생이 있었다.
“정암은 임금께서 계략을 꾸미시고 덫을 놨다는 것을 알면서도 걸려드신 건가?”
박상면이 정암에게 되물었다.
정암?
조광조의 호가 정암이다.
“선비라면 불의에 물러서지 말아야지.”
“알면서도 걸려든 자네가 우리 중에서 제일 바보네, 하하하!”
조광조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 * *
중궁전 전각.
“오라버니, 금강산에서 진상품으로 올라온 새끼 호랑이가 달려와서 제 품에 안겼어요.”
중전 신 씨는 오후에 있었던 일을 자기 오라비인 신수근에게 말해줬다.
“그렇사옵니까?”
신수근도 신기한 듯 되물었다.
“예, 그랬답니다. 상궁들은 생시가 아니고 꿈이었다면 정말 길한 태몽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요. 꿈에 호랑이가 품에 안겼다는 것은 정말 길한 태몽일 겁니다. 분명한 것은 꿈이 아니라도 정말 길한 징조입니다.”
이미 오후에 있었던 일은 대궐 안에도 소문이 쫙 퍼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일은 공길을 통해서 대궐 밖으로 소문이 날 것이다. 중전 신 씨가 회임했는데 산군의 새끼도 회임을 반겨서 인왕산에서 뛰어 내려와 반겼다고 퍼질 예정이었다.
“예, 숙의 조 씨도 함께 있었어요.”
“숙의 조 씨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랬어요. 정말 신기한 것은 숙의 조 씨의 어깨 위에는 나비가 내려앉았답니다.”
중전 신 씨의 말에 신수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전께서 원자를 생산하시고 숙의 조 씨가 옹주를 낳으면 다 좋은 거지.’
왕이 될 존재의 최대 명분은 적장자니까.
* * *
새벽, 대궐 안 임금 융의 개인 서재.
오늘은 이 서재 전각의 경호를 더 강화했다.
내 앞에는 한 명의 왜인과 또 한 명의 조선인이 무릎을 꿇고 있다.
“그대의 옛날 이름이 뭐라고 했지?”
나는 무릎을 꿇고 나를 우러러보는 왜인 출신을 내려보며 물었다. 그리고 지금 내 품에는 고양이처럼 새끼 호랑이가 안겨 있다.
[상선, 이 녀석을 과인이 키울 생각인데 어찌 생각하시오?] [주상 전하, 새끼라고는 하나 호랑입니다.] [그렇지요.] [새끼가 크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금수가 되옵니다. 주상 전하께 해가 될 수 있나이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금수는 주인을 배신하지 않소, 인간만이 오직 주인을 배신하고 주군을 버리며 임금을 욕되게 하지요.] [또 그렇기도 하옵니다.] [과인이 이 녀석의 이름을 우탱이라고 하렵니다.]내가 호랑이의 이름을 우탱으로 정하니 상선 김처선은 놀란 표정으로 변했었다.
왜?
홍치제의 이름이 주우탱이니까.
하여튼 새끼 호랑이를 내가 키우기로 했고.
이름은 우탱으로 정했다.
“가토 단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상 전하께서 하사하신 완도 단 씨 단조입니다.”
가토 단조?
그는 현대식으로 구분하면 구마모토현 출신이다.
‘구마모토의!’
가토?
그럴 확률은 희박하지만 어쩌면 임진왜란 때 왜군의 선봉장인 가토 기요마사의 선대 친척일 확률도 존재할 거다.
“단조.”
“예, 주상 전하.”
“그대가 충선과 함께 내게 왔을 때 눈동자에는 복수심이 가득했고 과인은 그 복수심을 보고 그대가 참으로 서글펐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 몸이 비록 왜에서 태어났으나 임금께 이름을 받고 조선인이 되었나이다.”
맞다.
그는 완도 단 씨의 시조가 되리라.
“알고 있다. 그대가 과인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이미 말했노라.”
내 말에 단조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뼈에 새기고 있나이다.”
“조선이 강해져야 너와 충선의 복수가 가능해진다.”
“그 역시 명심하고 있나이다.”
“왜선이 얼마나 준비가 됐지?”
이제는 명나라 홍치제가 어쩔 수 없이 조선과 나를 지원해 줄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
“왜선 50척과 왜구로 위장할 수군 3,000명입니다.”
그들을 나와 나의 최측근들을 왜인부대라 부른다.
[왜인부대의 주력은 왜인 2,000명이고 나머지 1,000명은 노비 출신 조선인입니다.]남벌군이 지리산 별기군이었을 때 별기군 창설과 함께 지시한 것이 왜인부대 창설이다. 물론 왜구들을 포로로 잡아서 왜인부대를 만든 건 아니지만 말이다.
‘충선과 단조가 이끌고 온 낭인들이지.’
그들이 주축이다.
[조선인들에게도 왜인의 말을 익히게 하라. 당분간 철저히 정체를 숨겨야 하노라.] [명심하겠나이다.] [모든 일을 하려면 재물이 우선되어야 한다.]나는 지리산 별기군 부장이었던 남벌군 총사령관과 나눈 말을 떠올린 후에 왜인 단조와 그의 옆에 있는 조선인 무장을 봤다.
“무장의 이름이 우현이라고 했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대는 왜 성은이 망극한 건가?”
“하찮은 소장의 이름을 주상 전하께서 기억해주시니 성은이 망극하지 않습니까.”
“옳도다. 나는 우현 그대와 단조의 이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지만!”
눈빛이 확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대의 이름을 과인은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을 것이고 실록에도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내 말에 두 사람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지.’
대궐을 나가면 이 둘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살아야 할 거다.
‘인간이 아니지.’
나를 위해서 또 조선을 위해서 악마가 되어야 한다.
특히 명나라 남부 해안에 사는 한족들에게는 악마 이상일 거다.
“그와 함께 과인이 열성조와 천지신명께 지금 맹세하니, 그대들의 아들은 과인이 황제가 될 때 왕이 될 것이며 조선이 황제국이 되었을 때 왕부의 수장으로 가장 명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단조와 우현이 내게 소리친 후에 머리를 조아렸다.
“남부로 돌아가면 계획한 그대로 출정하라, 산둥반도를 시작으로 명나라 해안 지역을 최대한 잔인하게 약탈하고 쑥대밭으로 만들어라.”
“……!”
“그렇게 계속 왜구의 탈을 쓰고 명나라 남부 해안까지 악명을 떨친 후에 명나라 남부에 있는 대만이라는 섬을 점령하라.”
처음 계획은 명나라를 괴롭힌 왜구들처럼 남부 해안에 왜성을 쌓고 비단과 도자기를 생산해서 판매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구가 쌓은 성의 규모가 커지고.
또 명나라 남부 해안을 장악한 왜구 세력이 명나라를 제대로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명나라 조정이 판단하면 군사를 파병할 것이다.
‘못 막을 것은 없지만.’
병력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명나라 남부 해안이 아닌 명나라에서 대군을 파병하기 곤란한 섬을 주요 세력 지역으로 만든 후에 명나라 해안에 왜성을 쌓고 명나라의 국력을 갈아먹어야겠다.
‘대만도 점령하고.’
지금의 대만 안에는 소수민족만 있을 테니까.
내가 알고 있기로는 대만 원주민은 16개 부족이다.
물론 이것도 현대인일 때 대만 원주민 관련 영화를 본 후에 인터넷으로 찾아본 거다.
‘그 영화에 나오는 대만 원주민은 시디그족이었지.’
고산족이고.
인간 머리를 사냥하는 사나운 부족으로 영화에서는 묘사됐다. 하지만 고산족이기에 당장에 만날 일은 없을 거다.
‘그러고 보니 그것 말고는.’
대만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대만 해안에 사는 대만 원주민 부족이 얼마나 사나운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총통으로 무장했으니 일단 상륙하기 전에 초토화 전략으로 포격을 감행하면 상륙군들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신, 단조! 주상 전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고맙도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조선인 왜인부대 사령관인 우현이 소리쳤다.
‘모두가 흥분했다.’
저 둘이 3,000명의 왜인부대 수군과 함께 조선을 떠나면 한동안 조선으로는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과인이 두 총신에게 명하니 왜인부대는 명나라 남부 해안 한족들에게는 야차처럼 잔인하라.”
“예.”
“하지만 대만에 사는 원주민들을 복속시킨 후에는 과인을 대신하여 베풀라.”
왜?
조선의 치명적인 단점이 인구수다.
‘영국과 비슷하지.’
명나라와 비교해도 인구가 적다.
적은 정도가 아니지.
그러니 영국처럼 현지 점령지의 원주민을 최대한 군사로 써야 하고.
이건 한족들이 주로 쓰는 이이제이와 같다.
“예, 알겠나이다.”
“대만의 원주민들은 과인의 군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창설된 왜인부대가 훗날에는 정말 외인부대가 되는 거다.
‘홍치제, 네가 나한테 군량미 100만 석을 주나 안 주나 보자.’
안 주면 받아내면 되는 거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죄가 없을 명나라 남부 해안의 한족 백성들이 지옥 속에서 살아야겠지만 말이다.
‘세계적인 위인이 될 생각은 없다.’
조선이 아닌 한민족을 강하게 만들 것이고.
한민족이 지배하는 땅을 최대한 넓힐 거다.
‘대영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대륙은 직영지로.
또 해양의 큰 섬들은 식민지로 만들어서 번영을 이룰 것이다.
‘대만을 완벽하게 점령한 후에는?’
명나라와 대월국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게 하이난이라는 섬도 식민지화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하이난의 아래에 있는 필리핀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또 유구국도 정복하기 쉽게 될 거다.
‘그러다가 보면.’
서양의 범선과 충돌하겠지?
그때가 아마도 조선 최대의 위기가 될 수도 있으리라.
“명심, 또 명심하겠나이다.”
우현이 내게 말했다.
“단조와 우현, 그대들이 강한 조선의 초석을 닦는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과인은 죽은 후에도 기억할 것이고 그대들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가라, 과인을 위해서, 또 조선을 위해서 그대들은 지옥에서 온 야차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과인은 참으로 그대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도다.”
“충!”
단조가 먼저 소리쳤다.
“충!”
우현도 뜨거워진 심장인 듯 나를 우러러보며 충을 외쳤다.
‘이제야 드디어 확장이고 정복이군.’
하지만 오늘은 그대로 저 두 사람의 미래는 절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될 수 없다.
“가라, 대항으로 나의 충신들이여!”
드디어 정복의 시간이 시작된 거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