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59)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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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조참판(吏曹參判) 성희안의 사가 사랑채.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적으로 중종반정의 주역인 성희안과 박원종 그리고 현 이조판서 유순정 그리고 군자감 부정인 신윤무가 성종 대왕 때 이조판서를 지낸 성희안의 사랑채에 모였다.
“이틀 후입니다.”
이틀 후면 조선의 왕인 임금 융이 공표한 그대로 성균관 유생 40명이 임금을 속인 불경의 죄로 팽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4인은 모두 성균관에 아들을 보낸 아버지들이었다.
“으음.”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장자를 산 귀신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조정 신료들은 모두 임금 융의 발표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주상께서 지금 역모 사건으로 심기가 매우 불편하신데 일이 더 커질까 저는 두렵소.”
성균관 유생 40명을 팽형에 처하는 일과 함께 여전히 한성 부윤은 3명의 병조 판서를 암살한 암살자를 찾지 못했기에 임금 융은 심기가 불편한 척을 하고 있었다.
“일이 더 커진다고요?”
박원종이 물었다.
박원종은 역사적으로 중종반정의 주역이고.
그는 조선 전기의 무신(武臣)이며 정치가(政治家)로 월산대군과 제안 대군의 처남이자 윤임과 장경왕후의 외숙부였다.
역사적으로는 승평 부부인이 연산군의 패륜에 의해서 자결하자 연산군에게 앙심을 품었고.
정변을 준비하여 유순정, 성희한 등을 포섭한 인물이라서 중종반정의 1등 공신일 거다.
“주상께서 한 번 노하시면 거침이 없으시다는 사실을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과거 연회 때 홍길동을 바로 참수하고 그의 형인 홍일동까지 파직하여 홍씨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드셨습니다.”
성희안이 말했다.
“홍가의 일과 우리의 일은 다릅니다. 성균관 유생이야 혈기가 왕성하고 임금을 바로 섬기기 위해서 그리한 것이니 다릅니다.”
“주상께서 제대로 분노하시면 그냥 팽형이 아니라 정말 우리 아들들을 뜨거운 물에 삶아 죽일 수도 있습니다.”
성희안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임금 융의 지시를 받은 승정원과 내시부가 대궐 앞에 40개의 가마솥을 놓고 그 옆에 장작들을 쌓아놨기 때문이었고.
공길은 사당패를 이용해서 그냥 평범한 팽형이 아니라 정말 임금을 속인 죄를 물어서 뜨거운 물로 삶아 죽일 거라는 소문을 퍼트렸기 때문이었다.
“대감들, 왜 모두가 주상의 덫에 걸린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하십니까.”
그때 아무 말도 없던 군자감부정인 신윤무가 나섰다.
“지금 덫이라고 했소?”
이조판서 유순정이 신윤무에 되물었다.
이조판서 유순정은 임금 융의 장인 중 한 명이었다. 그렇다면 임금 융은 자기 처남도 팽형으로 다스리겠다고 공표한 것이기에 모두가 기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대는 왜 그런 생각을 했나?”
“지금까지 임금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임금께서 원하시는 것?”
박원종도 다시 물었다.
“예전에 조정 회의에서 대마도를 정벌하기 위해서 군선을 건조해야 한다고 하셨고, 조정 신료들과 사대부들에게 각각 갹출을 명하셨습니다.”
“그랬었지.”
유순정이 그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영의정 대감과 얼 자인 유자광 말고는 군선 건조를 위해서 재물을 크게 내놓은 신료들이 없습니다.”
그랬었다.
“그렇기는 했지. 누가 자기 재물을 내놓고 싶겠나.”
박원종이 말했다.
“주상께서는 좋은 말로 하니 신료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겁니다. 그래서 덫을 파신 겁니다.”
신윤무의 말에 모두가 인상을 찡그렸다.
“과연 그럴까?”
“주상전하께서는 어떻게든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시려고 안간힘을 쓰시며 내탕고를 채우기 위해서 뭐든 다 하고 계십니다. 한양에 시전만 10개로 늘었습니다. 거기다가 소문에 의하면 장승포라는 곳에서는 고래라는 바다에 사는 짐승을 잡아서 기름을 짜서 판다고 합니다.”
“주상께서는 그 일을 포경 사업이라고 하셨소.”
임금 융의 장인인 유순정이 말했다.
“예, 저도 알고 있습니다. 주상께서 이렇게 재물을 모으시려는 이유는 도성에 있는 갑사 군단의 병사만 이제 1만 명입니다. 그들은 모두 녹봉을 받는 군인들입니다.”
“그렇지.”
무인인 박원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군사 1만이 도성 안에 있고 그들이 만약 제때 녹봉을 받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그걸 주상께서는 두려워하기 시작하신 겁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유순정이 신윤무에게 다시 물었다.
“이조판서께서는 주상 전하의 장인이십니다.”
“그래서?”
“주상 전하께 찾아가시어 물꼬를 터주시면 됩니다.”
“내가 물꼬를 터라?”
“예, 그렇습니다. 아마도 공신전을 내놓으시고 상당수의 노비를 주상전하께 헌납하신다면 팽형을 당할 40명의 죄인의 이름에서 이조판서 대감의 자제분은 빠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틀 후에 자제를 팽형을 받고 산 귀신으로 만드시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지.”
유순정은 결심한 눈빛으로 신윤무에 말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유순정이 임금 융을 찾아가 읍소하고 상당한 토지와 재물 그리고 노비를 헌납하여 살생부에서 아들을 빼면 자기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듣기로 이조판서께서는 이천 평야에 만석지기 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놀랍고 이상한 것은 신윤무가 이조판서가 가진 부동산에 관해서 꽤 많이 알고 있다는 거다.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았나?”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이조판서 유순정이었다.
‘주상께서 알려주셨다.’
놀라운 것은 신윤무가 임금 융의 첩자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삼정승과 육판서의 재산 현황은 내시부와 사헌부에 감찰로 이미 임금 융이 대부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천에 가면 이조판서 대감의 땅을 밟지 않고는 걸을 수가 없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신윤무의 말에 유순정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조판서 대감께서 우리의 희망입니다.”
박원종이 말했고.
“알겠소. 내가 날이 밝으면 주상께 독대를 신청하겠소.”
이들은 어떻게든 자기 아들만큼은 팽형을 받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대감들 제가 외람된 말씀이지만 뇌물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습니다. 한 번 거부당하면 더 많은 재물이 끝없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지.”
“주상 전하께서 거부하지 못하실 정도로 토지와 재물 그리고 노비를 내놓으셔야 합니다.”
신윤무는 강요하듯 말했다.
“얼마면 될까?”
“아마 이조판서께서 주상전하를 독대하신다면 이천 땅은 다 내놓으셔야 주상께서 양보하실 것 같습니다.”
“이천에 있는 만석지기 땅을 다 내놔야 한다고?”
바로 인상을 구기는 유순종이었다.
“결국에는 장자에게 물려주실 땅이지 않습니까? 손자도 없으신데 대감께서 졸하시면 조카가 웃겠죠.”
팽형을 당한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기에 상속권도 없었다.
“으음.”
바로 신음을 터트리는 이조판서 유순정이었다.
“알겠네, 암, 그렇지, 아들이 그 꼴로 죽으면 재산을 남겨서 뭐 하겠나.”
하여튼 임금 융의 뜻대로 모든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 * *
임금 융의 서재 전각.
“박원종의 장남, 주상전하의 장인이 되는 이조판서 유순종의 장남, 전 이조판서 성희안의 자제는 한 마디로···.”
도승지가 내시부 감찰에서 조사하고 또 사헌부에서 감찰한 내용을 내게 말하려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돌대가리지?”
블랙 기업 집현전에 돌대가리는 필요 없다.
“예, 표현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런 돌대가리들이 어떻게 성균관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조선 시대에도 입시 비리가 존재하는 거다.
“망극할 뿐이옵니다.”
“됐네, 신윤무가 잘하고 있을 거야.”
이미 나는 전 이조판서의 사가에 내 장인이며 현 이조판서인 유순종과 박원종이 모였다는 사실을 보고 받은 상태다.
‘끼리끼리 모인다니까.’
사실 그들은 중종반정의 주역들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감시를 붙였고.
중종반정의 주역 중 한 명인 신윤무를 세자 때부터 회유해서 측근으로 두고 있다.
며칠 전에 신윤무를 불러서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처남이 정말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시부에서 일일이 신상을 파악해서 기록하고 관리한다.
‘신수근을 비롯한 신 씨 처남들만 믿을 수 있지.’
그들은 끝까지 진짜 연산군에게 의리를 지켰으니까.
[내게 필요 없는 귀신들이다.]물론 신윤무에 내가 블랙 기업 집현전을 설치할 거라고 말해줄 필요는 없으리라.
“하하하, 내일이면 제일 먼저 장인께서 달려오시겠지.”
벼슬만 매관매직하는 것은 아닐 거다.
목숨이야말로 사고팔 수 있는 거지.
“주상전하,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될 것입니다.”
도승지가 내게 말했다.
“돌대가리는 내가 만들 집현전에는 필요가 없어.”
내 말에 도승지는 그것도 옳은 말이라고 생각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도승지.”
“예, 주상전하.”
“내일 아침에 되면 갑사 부대에 명해서 40개의 가마솥에 물을 붓고 팔팔 끓이라고 해라.”
“그 모습을 보면 조정 신료들이 기겁할 것입니다.”
“기겁하라고 그러는 거지. 시각 효과를 위해서 돼지도 털을 벗기고 통째로 삶아라.”
“주상 전하, 또 경로잔치입니까?”
예전에 성균관 유생들이 시위를 풀지 않아서 그들 앞에서 경로잔치를 베풀었다.
“이번에는 걸인들을 위한 잔치가 좋겠다.”
내 말에 도승지가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런 표정이지?”
“한양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
“한양에는 주상 전하께서 선정을 베풀어서 걸인이 없나이다.”
“진짜야?”
아부일 수도 있다.
“예, 사실이옵니다.”
저번에 재미 삼아서 도승지가 나와 내기했다가 도승지가 져서 도승지의 왼쪽 손목은 내 것이 됐다.
물론 도승지의 팔에 붙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기해도 돼?”
“예, 이번에야말로 소신이 제 왼쪽 손목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 같나이다.”“도승지의 왼쪽 손목이 아니라 내가 가진 손목이지, 그냥 도승지의 팔에 붙여두고 있는 거야.”
“그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진짜인 모양이네, 그러면 전처럼 경로잔치로 가자.”
하여튼 이틀 후면 40명이 팽형을 당하게 될 것이고.
그중에서 내게 막대한 재물을 헌납하는 아비의 자식 중 돌대가리는 집행을 유예해 줄 것이다.
“농은 여기까지 하고, 살생부를 보자.”
누가 이틀 후에 팽형을 당하는지 궁금해졌다.
“예, 여기 있나이다.”
도승지가 조심히 두루마리를 내게 내밀었고.
쫙!
나는 바로 힘차게 펼쳐서 살생부를 읽었다.
“오!”
놀라운 이름이 있다.
“왜 그러십니까? 주상 전하.”
“조광조가 있군.”
“예, 그렇습니다. 방년 18세로 성균관 입학 시 최고의 성적으로 입학하였고 성균관에서는 박성균과 박상면 그리고 조광조를 삼성이라고 부릅니다.”
“삼성?”
나의 영혼은 현대인이기에 도승지가 삼성이라고 말할 때 삼성전자가 떠올랐다.
“성균관을 밝히는 3개의 별이라고 불립니다.”
그럴 것 같다.
특히 박성균이 정말 마음에 든다.
박성균이 내게 했던 말이고.
그게 바로 증기기관의 원리다.
“그렇구나.”
조광조가 이틀 후에 팽형을 당하게 되면?
사림파의 역사는 꽤 많이 변할 수밖에 없으리라.
‘조광조가 과연 내 말을 들을까?’
이게 중요한 거다.
“조광조라는 유생의 집안 형편은?”
내가 알기로 조광조는 김일손보다 더 대쪽 같은 선비다.
한 마디로 다루기 곤란한 인물이고.
통제가 잘 안되는 인물이다.
‘임금을 보좌하며 개혁을 추진해야지, 쯧쯧’
임금을 가르치려는 자는 숙청을 당할 수밖에 없고.
사사될 수밖에 없는 거다.
“가문이 크게 재물을 축적하지는 못했습니다.”
도승지는 팽형을 당할 40명의 성균관 유생들의 신상을 다 외운 모양이다.
“그래?”
“예, 그렇사옵니다.”
“그럼 그냥 삶아 죽여야겠네.”
나도 모르게 눈빛이 서늘해졌고.
도승지가 긴장했다.
“주상 전하, 혹여 정말 삶아 죽이실 생각입니까?”
“과인이 그럴지 안 그럴지, 과인과 도승지는 내기하겠는가?”
내 물음에 도승지는 대답 대신에 자신의 두 손을 허리 뒤로 숨겼다.
“하하하, 모레가 되면 다 알게 될 거야, 하하하!”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