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60)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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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대궐 성벽 위.
지금 나의 어명으로 대궐 앞 공터에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40개의 가마솥에 불을 지필 준비를 끝냈습니다.”
도승지가 내게 보고하듯 말했다.
그리고 조정 신료들은 하나씩 대궐로 입궐하는 중이다.
“좋다, 오늘 저 큰 가마솥 40개를 제대로 한번 달궈 보자.”
가마솥이 활활 타는 장작에 붉게 달궈지면 아들을 걱정하는 아비들인 조정 신료들의 마음도 두려움과 심란함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주상 전하, 아니지요, 그건 정말 아니지요.”
도승지는 정말 내가 혹시라도 40명의 성균관 유생들을 삶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일이면 다 알게 되는데 뭐가 그렇게 궁금한가.”
이럴 때는 웃으면 되는 거고.
내가 웃으면 도승지는 더 불안할 수밖에 없으리라.
“주상께 불경을 저지른 천둥벌거숭이라고는 하지만 조선의 인재들입니다.”
“돌대가리도 꽤 있지.”
그 돌대가리는 재물을 내게 가져다 줄 거다.
“그렇기는 하지만 천둥벌거숭이의 아비들이 모두 조정 신료들입니다.”
“안다. 그래서 이러는 거지.”
나도 모르게 순간 눈동자에 살기를 담았다.
‘박원종, 유순정 그리고 성희안 패거리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중종반정의 주역들이다.
앞으로 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고.
또 내 이복동생인 진성대군을 흔들고 위태롭게 만들 족속들이 그 3인방인 거다.
‘저것들은 그냥 둘 수가 없지.’
물론 역모를 꾸민 우의정과 좌의정도 그냥 두지 않을 생각이다.
‘단지.’
명나라 사신을 명나라로 돌려보낸 후에 단호히 칼을 뽑을 생각이다.
“도승지.”
“예, 주상 전하.”
“진성은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내지?”
내가 갑자기 진성대군을 거론하자 도승지의 표정이 또 어두워졌다.
“주상 전하···!”
임금이 아우인 대군에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딱 하나다.
‘거슬리는 거지.’
임금에게 대군이 거슬리면 대군의 운명은 한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사사되거나.
미친 척을 하며 살거나.
“도승지, 자꾸만 마음대로 상상하지 마라.”
내가 계획했다고 해서 신하가 마음대로 상상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그 계획이 실행될지 말지는 아직 미지수다.
“망극하옵니다.”
분명한 사실은 진성대군이 모든 자들의 빌미가 될 거라는 거다.
‘그래서 조선에서 대군은 위태롭지.’
조선의 대군의 삶은 둘 중 하나다.
‘양녕 대군이 되거나 세조가 되지.’
앞으로 진성은 양녕 대군처럼 살아야 할 거다.
그래야 자기 어머니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 * *
진성대군 이역의 사가 사랑채.
진성대군 이역의 나이는 이제 13살이다.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임금 융이 신경이 쓰일 수 있는 나이가 된 거다.
“대군, 항상 몸을 낮추시고 출타를 삼가시며 선비들과의 교류도 자제하세요.”
임금 융의 배려(?)로 성종 대왕의 셋째 부인인 정현왕후 윤 씨는 대궐에서 나와서 사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물론 배려라고는 하지만 임금 융의 지시로 대궐에서 쫓겨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예, 어마마마.”
“대군께서 하시는 모든 말과 행동이 대군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어요. 그걸 명심해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곧 주상 전하의 처남이 되는 신수근의 여식과 혼례를 치르게 될 것이니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것도 임금 융의 계획이었다.
“어마마마, 무엇을 그리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13살이 된 진성대군은 대궐에서 나온 후 항상 몸을 낮추는 정현왕후 윤 씨를 보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군은 몸을 낮추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해요.”
아들의 삶이 위태로울 수 있기에 어미의 얼굴은 그늘이 질 수밖에 없었다.
[어마마마.]그와 동시에 정현왕후 윤 씨는 자신이 대궐을 나설 때 자신을 찾아왔던 임금 융이 떠올랐다.
[예, 주상.] [진성은 여린 꽃입니다.]대군을 꽃으로 비유하는 경우는 없었다.
[주상께서는 진성이 꽃처럼 살라는 말씀입니까?] [여린 꽃은 바람에 흔들리지요. 바람이 진성의 뜻과 다르게 불어 여린 꽃을 흔든다면 바람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겠습니까? 꽃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겠습니까.]바람은 반정을 꿈꾸는 자들이다.
그걸 정현왕후도 알았다.
임금 융은 정현왕후 윤 씨에게 협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는 그저 바람에 꽃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진성이 아무 걱정 없이 풍류를 즐기며 살았으면 합니다.]임금 융이 한 말의 뜻은 진성대군의 삶에는 그 이상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 * *
대궐 앞 공터.
대궐 주변은 갑사 군단에 의해서 또 한 번 철저하게 경호가 됐고.
화승총으로 무장한 갑사 군단 최정예 병사들이 입궐하는 조정 대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언제인가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임금 융이 대궐 성벽 위에서 입궐하는 조정 신료들을 내려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궐 앞 공터에는 임금 융의 어명대로 40개의 거대한 솥이 벽돌로 만든 아궁이 위에 올려져 있고 그 거대한 가마솥 옆에는 각각 산더미처럼 장작들이 쌓여 있었다.
“가마솥에 불을 지펴라!”
갑사 군단 하급 장교가 소리쳤고.
40개의 가마솥 옆에 각각 대기하고 있던 갑사 군단 병사들이 손에 들고 있는 불이 붙은 횃불을 이용해서 가마솥에 불을 지폈다.
화화화, 화화화!
장작에 불이 붙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가마솥 아궁이에 넣어진 장작은 고래기름이 발라져 있기에 바로 불이 붙었다.
그러니 입궐하는 조정 신료들은 이 모습을 보고 모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주상께서···.”
입궐하던 박원종이 성벽 위에 서서 내려보는 임금 융을 힐끗 본 후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차마 자기 입으로 꺼내기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설마 주상께서 우리 아들들을 정말 삶아 죽이시려는 것은 아니겠죠.”
박원종이 이조판서 유순정에게 묻다가 말꼬리를 늘였다.
임금 융의 어명은 협박이고.
또 압박이었다.
“또 모르는 일이지요.”
입궁하던 유자광이 한마디 거들 듯 말하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궐 문으로 들어갔다.
유자광은 마치 조롱하는 눈빛이었고.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주상께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습니다.”
이조판서 유순정도 겁을 먹었다.
“우린 이조판서만 믿습니다.”
성희안도 박원종도 모두 이조판서 유순정을 보며 말했다.
“과거의 팽형은 정말 죄인들을 삶아 죽였다고 합니다.”
그때 대사헌인 권오복이 대궐로 들어서며 겁먹은 조정 대신들에게 한마디를 한 후에 대궐 안으로 들어갔다.
“젠장!”
사실 사대부들은 조선의 임금을 압박하고 또 굴복시키려고 할 때 지방 선비들에게 지시해서 빗발치는 상소를 올리게 했고.
또 성균관 유생이나 집현전 학자들을 이용해 대궐 앞에서 시위하게 했다.
그래도 임금이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으면 조정 신료들은 모두 대전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서 시위했는데 임금 융은 이번 기회에 그런 신료들의 못된 버릇까지 뿌리 뽑을 생각이었다.
“내가 바로 주상께 독대를 신청하겠소.”
“예, 그러셔야 합니다. 내일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습니다.”
박원종이 활활 타는 장작더미를 보며 이조판서 유순정에게 말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우리 아들들은 살려야 합니다.”
여기서도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못된 심보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임금 융은 이런 분열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도륙한 돼지를 통째로 넣어라!”
또 한 번 갑사 군단 하급 장교가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일제히 갑사 군단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거대한 가마솥에 도축하여 털까지 잘 뽑은 돼지를 통째로 넣었다.
풍덩!
풍덩!
이 광경을 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서 가마솥에 들어가는 죽은 돼지가 자기 아들처럼 보였다.
‘이러면 아니 되는데, 아니 돼.’
이조판서 유순정은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임금 융에 확실히 질려버렸다.
* * *
한양에 있는 명나라 사신의 숙소.
“대궐 앞에 40개의 가마솥이 걸렸다?”
한양에서 일어나는 일은 명나라 사신과 함께 온 정탐꾼에 의해 확인되어 바로 명나라 사신에게 보고가 됐다.
“예, 그렇습니다. 대인.”
“그래?”
“예, 돼지를 가마솥마다 삶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크게 잔치가 열릴 듯합니다.”
정탐꾼의 말에 명나라 사신은 피식 웃었다.
“팽형이다.”
“예?”
“죄인을 삶아 죽이는 팽형인 거지.”
조선은 팽형이 집행되면 그냥 삶아 죽이는 척만 하지만, 명나라는 정말 잔인하게 죄인을 삶아 죽였다.
“조선 왕의 왕권이 이렇게 강하구나.”
명나라 사신은 조선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됐고 다른 것들은 없나?”
“있습니다. 대궐을 지키는 군사의 복색이 달라졌습니다.”
“달라져?”
“예, 그렇사옵니다. 또 창검을 들고 있지 않고 긴 몽둥이 같은 것을 들고 있는데 그 모양이 참으로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
“예, 그렇사옵니다.”
“자세하게 알아 오라.”
“예, 알겠습니다. 대인.”
정탐꾼이 명나라 사신에게 묵례한 후에 방을 나갔다.
“조선이 과거에 요동 정벌을 꿈꿨지, 아마······.”
명나라 사신이 처음으로 인상을 구겼다.
* * *
대궐 안 대전 전각 임금 융의 침소.
“대전 회의 전에 장인께서 과인께 독대를 신청하시니 당황했소.”
내 앞에는 이조판서 유순정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아마 이 전각 밖에는 박원종과 성희안이 똥 마려운 강아지 꼴로 이조판서 유순종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더 멀리에는 내일이면 팽형을 당할 아들을 둔 조정 신료들이 지금의 결과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을 거다.
이미 이럴 줄 알았기에 조정 신료를 감찰하는 대사헌 권오복을 대기하게 했다.
[예, 주상 전하.] [이조판서 유순정의 악행을 감찰한 내용을 지참하라고 하라.] [예, 알겠나이다.]나는 도승지에게 지시한 것을 떠올렸다.
“주상 전하, 제 아들이며 주상 전하의 처남을 살려주십시오. 흑흑흑!”
바로 내게 엎드리는 이조판서 유순정이다.
‘가짜 눈물!’
나는 계집의 눈물도 믿지 않지만.
불리할 때 흘리는 사내들의 눈물도 믿지 않는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장인께서는 내가 왜 아끼는 처남을 죽인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나는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이조판서 유순정을 봤다.
“주상 전하, 망극하옵게도 주상 전하께 불경을 저지른 성균관 유생 40인에 제 아들 유홍도 포함되어 있나이다.”
“그래요?”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과 서운하다는 표정을 동시에 지어 보였다.
“예, 망극하옵니다. 주상 전하.”
“처남 유홍이 매형인 나를 덕이 없고 예를 모른다고 질타했던 40인의 죄인 무리에 속해 있었다니 과인은 정말 처남에게 서운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