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61)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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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극, 또 망극하옵니다. 주상 전하, 제 장남 유홍이 팽형을 당하면 가문의 대가···.”
“임금의 어명이 지엄한데 과인이 어떻게 사사로운 정에 의해서 유홍 처남만 팽형을 면하게 해줄 수 있답니까.”
처음에는 이렇게 절대 안 되는 척해야 하는 거다.
“주상 전하, 통촉해 주십시오. 제발, 제발 주상께서 저를 장인이라고 부르시니 제발 한 번만 장인인 저를 살려주시듯 제 아들이며 주상 전하의 처남인 유홍을 면책하여 주십시오.”
입으로만 자꾸 살려달라고 한다.
“어려운 일입니다. 법의 집행은 공평해야 하지 않겠소.”
“주상 전하.”
내가 안 된다고 계속 말하자 유순정은 세 치 혀로도, 가짜 눈물로도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한 듯 미리 준비해 온 토지 문서를 관복 소매에서 조심히 꺼냈다.
“주상 전하께 바칩니다.”
이조판서 유순정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다가와 내 앞에 놓인 탁자에 조심히 토지 문서를 내려놨다.
“이건···.”
돌대가리를 팽형을 집행하는 것보다 이게 더 이익이다.
“주상께서 대마도를 정벌하실 때 군선 건조에 사용해 주옵소서.”
좋게 말할 때는 영의정과 유자광 그리고 내 진짜 장인이셨던 거창군만 기꺼이 재물을 내놨다.
그래서 영의정은 이 살벌한 조정에서 벗어나 곧 낙향하여 안빈낙도하게 되는 거고.
유자광은 자기가 원한 그대로 병조 판서라는 높은 벼슬에 오르게 된 거다.
‘이래서 말로만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진리인 거지.’
일단 1차 목표는 이걸로 달성한 거다.
“뭡니까?”
“이천에 있는 만석지기 땅입니다.”
“장인께서 그 정도로 대지주였습니까?”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노신의 충심을 받아주십시오. 주상 전하.”
“쯧쯧, 재물로 지은 죄의 면죄부를 산다, 이거 곤란합니다.”
내가 탁자 위에 놓인 만석지기 토지 문서를 내 옷소매에 넣으며 말하니 이조판서 유순정은 괜히 땅만 빼앗길 수 있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주상 전하.”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표정으로 이조판서 유순정이 나를 불렀다.
“예, 장인.”
내 대답을 들은 유순정이 다른 옷소매에서 또 다른 문서들을 꺼냈다.
‘이 상황이 다단계랑 비슷하지.’
한 번 돈을 넣으면 어쩔 수 없이 계속 넣게 되니까.
“만석지기 땅을 소작하는 노비의 노비 문서입니다.”
“그래요?”
나는 올려진 노비 문서들을 봤다.
“젊은 노비의 수가 500명이 넘고 그 노비에 붙은 식솔까지 하면 3,000명이 넘습니다.”
“장인께서 이것도 제게 주시는 겁니까?”
“그러니 제발, 제 아들이며 주상 전하의 처남인 유홍을 방면해 주옵소서.”
만석지기 땅에 붙어 있는 노비의 수가 500명이란다.
‘저 망할 늙은이가 얼마나 많은 양인을 노비로 만든 거야?’
기가 찰 노릇이다.
‘고려가 망한 이유는 권문세가의 횡포도 한몫했다.’
지금이 고려 말과 뭐가 다를까?
“장인, 장인께서 그리 눈물을 흘리시면 과인의 마음도 아픕니다.”
“주상 전하, 노신의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흑흑흑!”
내가 한풀 꺾였다고 생각했는지 유순정은 더 큰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장인께서 이리도 간절하게 말씀하시니 과인이···.”
“주상 전하, 대사헌 권오복 들었나이다.”
역시 상선 김처선이다.
딱 타이밍 좋게 대사헌을 입장시키는 거다.
“대사헌이 왜 갑자기?”
나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고.
대사헌이라는 말에 이조판서 유순정이 찰나의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현대에서도 이렇지.’
죄지은 놈이 경찰이나 검찰 소리를 들으면 인상부터 찡그린다.
“들라고 하라.”
내 말에 문이 열렸고 사림파 출신 대사헌인 권오복이 쟁반에 장계를 올린 서류를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 들어왔다.
“주상 전하께 급히 아뢸 것이 있어서 왔나이다.”
“대사헌, 급한 일이오?”
나는 대사헌 권오복을 본 후 엎드려 있는 유순정을 보며 말했다.
유순정은 내게 엎드린 상태로 눈물까지 흘리고 있기에 창피한 모양이다.
‘이러니 눈물도 가짜지.’
계집의 눈물도 믿을 것이 못 되고.
궁지에 몰린 사특한 짐승의 눈물도 믿어서는 안 되는 거다.
“예, 그렇사옵니다.”
“뭡니까?”
“이조판서 유순정의 비리를 감찰한 내용을 주상께 말씀 올리기 위해서 왔나이다.”
대사헌 권오복의 말에 유순정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대사헌은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자기 처지도 생각하지 않고 싸울 준비부터 하는 유순정이다.
“이조판서는 가만히 계시오.”
내가 말했고.
순간 유순정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표정으로 변했다.
* * *
대전 옆 임금 융의 침소 전각.
“아!”
나는 대사헌 권오복이 올린 상소문과 이조판서 유순정을 탄핵하는 내용이 기록된 문서를 읽고 탄성을 터트렸다.
내 표정을 살피는 이조판서 유순정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표정이다.
“대사헌!”
목소리가 심각하게 변했다.
“예, 주상 전하.”
“이조판서 유순정을 탄핵하는 이 상소문이 한 치의 거짓도 없는가?”
일단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없사옵니다.”
“대사헌이 사림파로 무오사화 때 귀양을 가야 했던 일에 대한 앙심이 조금이라도 있기에 작성된 탄핵 문서인 것은 아닌가?”
“대사헌으로 오로지 신료와 지방 관리를 감찰에 있어서 개인적인 감정은 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나이다.”
이 말의 뜻은 개인적인 감정은 있다는 거다.
‘없으면 사람이 아니지.’
무오사화에서 얼마나 많은 사림파 신료들이 귀양을 갔고.
또 썰려서 나갔는데 감정이 없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부처다.
“알겠노라. 이조판서.”
“예, 주상 전하.”
나는 대사헌 권오복이 있기에 이조판서를 장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면 과인은 이조판서 그대를 엄벌에 해야 맞으나 그 일을 헤아림에 있어 조금의 곡해도 없어야 하니 충분히 해명할 시간을 줄 것이오. 그래도 그대가 과인의 장인이니까.”
“주상 전하, 바로 국문을 여시어 죄인 유순정의 여죄를 추궁하셔야 합니다.”
타이밍 딱 좋게 나오는 대사헌 권오복이다.
“대사헌은 가만히 있으시게.”
나는 바로 대사헌 권오복을 질책하듯 말했다.
“주상 전하, 노신은 그저 가여운 백성들에게 가뭄과 홍수가 났을 때 곳간을 열어서 구휼미를 내어줬을 뿐입니다.”
조선은 치수 사업에 실패했기에.
아니지.
치수 사업을 거의 하지 않아서 가뭄과 홍수가 자주 일어난다.
그런데 내가 즉위한 후에 가문은 사라졌고.
곧 강들을 정비하고 산에 수목을 심을 것이니 홍수에도 대비하게 될 거다.
“구휼미를 내어줄 때 담보물을 토지로 받은 거군.”
“그렇사옵니다. 백성들이 빌린 구휼미를 갚지 못하고 가뭄과 홍수가 이어져서 기근이 계속되기에 토지를 제게 바치고 또 스스로 노비가 되기를 자청했나이다.”
과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망할 새끼네.’
조선의 지주들이 다 이렇다.
그러니 조선이 썩어가는 거다.
“그렇군요. 과인은 대사헌이 그대를 탄핵한 내용 중에 일부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바로 인상을 구기는 이조판서 유순종이다.
“주상 전하, 곡해이십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저는 모든 일을 공정하고 합당하게 처리했나이다.”
힘을 가진 자의 공정은 뭘까?
“과인은 그대를 위하여 지금 사사롭게 또 충분히 통촉하고 있소이다.”
내 말에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도승지가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주상 전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은 이조판서와 이조판서의 아들인 유홍을 동시에 처벌하는 일은 너무 가혹하니 과인이 장인이신 이조판서께 성은을 베풀 것이니 이조판서께서는 이조판서의 직에서 사임하시고 낙향하시오.”
“낙, 낙향이라고 했나이까?”
사임과 낙향이라는 말에 이조판서 유순정은 놀란 듯 말까지 더듬었다.
“주상 전하, 그리 처결하셔서는 절대 아니 되옵니다. 죄인인 유순정을 탄핵하시어 조정 신료들에게 본이 될 수 있게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옵니다.”
대사헌이 그럴 수 없다는 듯 내게 소리쳤다.
“대사헌은 그 입 다물라!”
바로 호통쳤고.
대사헌은 바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이조판서.”
“예, 주상 전하.”
“유홍이 자신의 매제이며 조선의 임금인 과인에게 불경을 저지른 것도 이조판서가 아들인 유홍을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죄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할 겁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또한 대사헌이 탄핵한 내용대로라면 파직 후에 섬으로 귀양을 보내어 위리안치해야 할 죄이나 과인도 사사로운 인정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기에 장인께 사임을 권하고 아들과 함께 낙향하는 것을 부탁하는 겁니다.”
정중하게 말했다.
‘낙향만 해라.’
이조판서가 사임하고 고향으로 낙향하게 되면 그때는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주, 주상 전하.”
나의 정중함에 이조판서는 탄복한 것 같다.
“사헌부에서 장인의 죄를 더 추궁하게 되면 나는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장인의 가산을 몰수해야 합니다. 과인은 정말 그러고 싶지 않소이다. 장인, 이제 어찌하시겠소. 아들과 함께 낙향하시어 과인과 후일을 기약하시겠소?”
후일을 말했다.
조정 복귀의 여지를 흘려야 내가 원하는 그대로 될 거다.
“주상 전하, 흑흑흑!”
사람의 혀가 이렇게 대단하고 간사한 거다.
‘우네.’
감동해서 울까?
아니면 감동한 척하고 울까?
뭐든 상관없다.
‘당신, 오래 살 팔자는 아니라고 내가 정했다.’
고향으로 낙향하면 되는 거다.
그리고 조선의 지방에는 여전히 도적들이 많다.
“그게 아니면 국문을 열고 죄를 추궁당하시는 모습을 사위인 과인이 보면서 가슴이 아파야 합니다. 또 처남을 팽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장인 어쩌시겠습니까?”
최후 통첩과 같은 질문을 끝냈다.
“주상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과인의 뜻을 따라주신다고 하니 고맙소.”
“주상께서 이 노신을 이리도 생각해 주실 줄은 정말 몰랐나이다.”
앞으로는 충성하겠다는 뜻이 눈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다.
“도성에 있는 가산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니 그 일은 내시부에 맡기시고 바로 낙향하세요. 그러면 사위인 과인이 다 알아서 처리한 후에 잠잠해지면 다시 장인을 부르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도승지.”
“예, 주상 전하.”
아무 말도 없이 듣고만 있던 도승지가 대답했다.
“가마솥 하나를 빼라.”
유홍은 재물을 써서 면죄부를 샀고.
삶아져서 죽은 귀신이 될 팔자를 당장은 면했다.
‘하지만!’
지방에는 사나운 도적이 참 많다.
“장인께서는 이만 돌아가 보시오.”
“예, 알겠사옵니다. 주상전하.”
이조판서 유순정이 내게 자리에서 일어날 때 한 번 휘청거렸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과인에게 절한 후에 침소 전각에서 나갔다.
“대사헌.”
“주상께서 원하시는 목적을 이루신 것 같습니다.”
대사헌 권오복이 내게 말했다.
“대사헌이 이리 말하니 그대는 과인과 타협하기로 했다고 과인은 생각하겠소.”
“이조판서가 사임할 것이니 그 공석은 누구에게 제수하실 것입니까?”
누구나 목적이 있는 거다.
“파주에 귀양 가 있는 허반을 다시 등용할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박원종과 성희안의 죄도 다 찾아냈겠지?”
“여부가 있나이까.”
나를 보며 웃는 대사헌 권오복이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