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67)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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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구차하게 귀신으로도 살고 싶은 자들은 가마솥에서 나와서 백성 앞에 엎드리라.”
내 말과 동시에 참을성을 잃은 성균관 유생들이 제 발로 가마솥에서 나왔고.
그래도 죽음을 불사하고 버티려는 성균관 귀신들은 그 귀신의 아비들이 뛰어가서 강제로 가마솥에서 꺼냈다.
‘나는 분명 말했다.’
조선의 임금 앞에 엎드리라고 하지 않고 백성 앞에 엎드리라고 말했다.
물론 저 귀신들이 정신이 없기에 똑바로 들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목적을 위해서 그 어떤 짓도 한다면 그게 악이다.
나는 오늘 이후로 악의 군주고.
또 조선에서 최고의 폭군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대부들이 나를 정의하는 것이고.
힘없는 백성들은 나를 성군이라고 칭할 거다.
그럼 된 거다.
‘선으로만 하는 개혁은 더디다.’
개혁이 더디게 진행되면 성공할 확률은 낮아지고.
끝내 개혁은 실패한다.
그러니 나는 오로지 성공을 위해서 폭군이 될 거다.
‘이제 남은 것은 조광조 하나다.’
그리고 그가 들어앉은 가마솥은 점점 더 달궈지고 있다.
* * *
경상남도 밀양 남곤의 사가 사랑채.
역사적으로 남곤은 사림파로 무오사화 때는 무사했던 인물로 놀라운 것은 김종직의 문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성종 25년에 별시 문과에 급제하여 승승장구했는데 부제학이 됐다가 나중에는 예조 판서가 된 인물이고 앞으로 일어나기 힘들 기묘사화 이후에는 대광보국숭록대부로 승진하여 의정부 좌의정과 영의정을 역임하게 되지만 임금 융에 의해서 일어난 무오사화 때 사임하여 고향인 밀양으로 낙향한 상태였다.
“풍문에 의하면 도성 안은 살얼음판이다.”
남곤이 말을 꺼냈고.
그의 문하에 있는 사대부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남곤은 무오사화가 일어나자마자 많은 문하를 데리고 밀양으로 낙향했다.
“그렇습니다.”
“지금 조정 신료들이 임금을 상대하는 방법이 틀렸다.”
남곤이 밀양으로 낙향했지만, 한양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부분 알고 있으니 이것은 그의 마음에 권세를 누리겠다는 야망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예.”
“지금의 주상은 절대 신료와 타협할 분이 아니시다.”
눈빛이 확 달라지는 남곤이였다.
‘지금의 주상은 너무 강경하다.’
사실 남곤의 마음에는 임금을 갈아치울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안양군과 교분이 두터우니 이곳에서 기회를 볼 것이다.’
남곤은 역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진성대군이 아니라 안양군?
대군도 아닌 왕자를 보위에 올리겠다고 생각하는 남곤이라면 임금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은 인간인 거다.
* * *
같은 시간 으슥한 산길.
임금 융과 약속한 전임 이조판서 유순정과 그의 아들 유홍은 호위 무사 몇과 함께 또 노비 몇과 함께 고향인 충주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버지.”
자기 때문에 부친이 이조판서의 직에서 사임하고 낙향까지 해야 했기에 유홍은 괴로웠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송구합니다. 하지만 주상께서 너무 하신 처사였습니다.”
“주상께서 내게 약조하셨다. 그러니 괜찮다.”
“아버지, 주상은 소인배입니다.”
유홍은 죽다가 살아난 꼴이지만 임금 융을 여전히 비방했다.
“소인배?”
“예, 그렇지 않습니까. 신료들을 겁박하려고 함정을 판 겁니다.”
“그렇기도 하지, 그 함정에 내가 걸린 거지.”
“그러니 주상은 소인배입니다.”
유홍과 유순정이 이렇게 대놓고 임금 융을 비방할 수 있는 이유는 함께 하는 자들이 측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내가 주상의 장인이고 네가 주상의 처남이라서 화를 면한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쌓아놓으신 만석지기 땅과 노비 500명을 강탈당하셨습니다. 주상이 이렇게 재물을 밝히니 부덕한 왕입니다.”
유홍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유순정이었다.
“재물이야 다시 복귀하고 모으면 된다. 네가 그 사지에서 구명된 것만으로도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아버지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소자는 그저 송구할 뿐입니다.”
“홍아.”
“예, 아버님.”
“이번 일로 너도 많이 배웠을 것이다.”
“예.”
“너는 앞으로 누군가의 도구가 되지 말고 도구를 쓰는 주인이 되어라.”
성균관 유생들의 시위는 암살당한 이극돈의 부추김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걸 임금 융이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는 거고.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이다. 이렇게 낙향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아마 내일이면 주상께서 생각하시는 팽형은 평범한 팽형이 절대 아닐 것이다.”
“예?”
“아마도 조정 신료들은 주상께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거야.”
“무슨 말씀인지 소자는 모르겠습니다.”
“주상께서는 성균관 유생 37인은 진짜로 삶아 죽일 수도 있는 분이시니까.”
유순정은 임금 융을 상대해 보고 이걸 느낄 수 있었다.
“하여튼 주상께서는 너무하신 분이십니다. 아버님.”
여전히 유홍은 임금 융에 대한 미움을 버리지 못했다.
“멈춰라.”
그때 수풀 속에서 괴한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의 손에는 쇠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웬 놈이냐?”
호위 무사가 소리쳤다.
“금수다.”
“뭐, 뭐라고?”
“쳐라!”
괴한 하나가 소리쳤고.
쇠몽둥이를 든 괴한들이 일제히 유순정과 유홍에게 덤벼들었다.
슈슈슈, 슈슈슈!
그때 그보다 빠르게 수풀에서 쇠뇌가 날아들었고.
유순정과 유홍을 호위하던 무사들이 그 쇠뇌의 화살에 벌집이 됐다.
“컥!”
“크윽!”
호위 무사들은 모두 화살을 맞아서 쓰러졌고.
쇠몽둥이를 든 괴한들은 놀란 유순정과 유홍을 때려죽였다.
“화살을 모두 회수하라.”
“예.”
“시체들은 떨어트려서 버리고 호환으로 위장하라.”
조선의 산에는 여전히 사람을 공격하는 금수가 많았다.
“예, 알겠습니다.”
“주상 전하를 소인배라고 모독한 자는 시체도 보존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유순정과 그의 아들 유홍의 시체는 산짐승의 먹이가 된다.
하여튼 임금 융이 생각한 그대로 유순정과 유홍의 삶은 이렇게 짧았고.
원래 역사와는 다르게 흘렀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일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탐관오리를 넘어선 유순정은 막대한 재물을 남기고 죽은 것이니 그 재물은 모두 임금 융이 가로챌 거다.
* * *
대궐 앞 공터.
나는 옥좌에서 일어나 조광조가 있는 가마솥 쪽으로 걸어갔고.
호위 군관들이 나를 호위했다.
‘모두가 웅성거리는군.’
그리고 바로 나는 장작더미에서 장작을 직접 집어서 조광조의 가마솥에 넣었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 시진이 지나면 물이 뜨거워질 것이다.”
나는 조광조를 협박했다.
“저는 선비의 기개로 죽겠나이다.”
아직 물이 뜨겁지 않아서 저런 소리를 할 거다.
‘고통은 공평하다.’
사대부이든 양인이든 천민이든 똑같이 느낄 수 있다.
‘그래, 선비의 기개로 버텨라.’
나는 사실 팽형을 집행할 때 아무도 삶아 죽이지 않으려고 작정했었다. 그런데 조광조는 아마도 선비의 기개라는 쓸모가 없는 것을 스스로 버리지 못하면 돼지고기처럼 삶아질 것 같다.
“그래? 하하하!”
내가 웃기에 조광조가 인상을 찡그렸다.
“주상께서는 선비의 기개를 모독하시는 것입니까?”
죽으려고 작정하면 무슨 말을 못 하겠는가.
“광조야, 너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저기 무릎을 꿇고 있는 36인의 귀신들을 기개가 없는 선비로 모독하는 것이냐?”
내 말에 조광조가 인상을 찡그렸고.
또 내가 자기 아들들을 이제는 사람이 아닌 귀신이라고 말했기에 팽형의 집행은 끝났음을 신료들이 알았다.
“주상께서는 참으로 양분법적인 논리로 소인배의 짓을 거침없이 하십니다.”
임금에게 소인배라고 하는 놈은 바로 목을 베어도 된다.
“과인이 소인배라? 광조야, 기개를 지키려면 너는 어제 홀로라도 자결했어야 했다.”
내 말에 조광조가 처음으로 놀란 표정으로 변했고.
눈빛이 떨렸다.
“주, 주상 전하!”
“너도 살고 싶었던 것이지 않더냐? 네가 성균관 정문에 줄을 걸어 목을 맸다면 오늘은 달라졌을 수 있었을 거다. 너는 다른 이들에게 자결을 종용해놓고서 왜 자결하지 못했을까?”
사대부들이 이런 족속이다.
정말로 행동할 때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아닌 사대부도 많다.
예를 들자면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일어날 확률이 희박하게 됐지만 임진왜란 때 임금인 선조가 또 권력자들이 한양을 버리고 도망칠 때 조정에도 출사하지 못한 지방 사대부들이 의병을 조직하여 왜군과 맞서서 싸웠다.
그런 사대부들이라면 나는 100번이라도 중용할 수 있다.
“그, 그것이.”
“그게 인간의 마음이다. 귀신 취급당해도 숨을 쉬고 살고 싶겠지. 너는 귀신이다. 또 저기 있는 36명도 이제는 제삿밥을 먹어야 할 귀신이다.”
나의 첫 번째 계획은 블랙 기업 집현전을 만들고.
또 성균관 입학 특혜를 차단하는 거다.
“그것이 너의 현실이다.”
“으음!”
“살이 움직이는 귀신은 이제 당장 누군가가 돌로 찍어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저들은 살고 싶은 거야. 광조, 너도 그렇기에 어제 자결하지 못한 거다.”
“……”
할 말이 없기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조광조다.
“좋다. 너는 선비의 기개를 지키며 가마솥에서 삶아져서 죽어라. 너를 누구도 강제로 끌어내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나와야 굴복하는 거다.
‘똑똑하기는 해.’
꼭 필요한 인재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조광조는 나의 개혁에서 계륵이다.
“과인이 임금이지 않았을 때 조선의 굶주린 백성들은 허기를 면하기 위해서 개구리를 너처럼 솥에 넣고 삶지. 개구리는 처음에는 찬물이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솥에 있다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푹 익어서 죽지. 너는 하찮은 미물과 같은 개구리처럼 죽는 거다.”
나는 의도적으로 조광조의 자존심을 팍팍 건드리고 있다.
“주상 전하!”
“말하지 마라, 개구리는 말할 수 없다. 선비라는 자가 끝내 실록에 이름 한 자를 남기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것이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는 사실은 너도 잘 알 거다. 너는 그렇게 죽는 거다.”
“왜 저를 이리도 흔드십니까?”
“너의 알량한 자존심을 꺾어보고 싶어졌다.”
“역시 주상 전하께서는 폭군이십니다.”
“신료들은 그렇게 부르겠지, 또 사대부들도 그렇게 부를 것이다. 그런데 백성 중 누가 나를 폭군으로 부르느냐? 과인의 조선에서 굶주린 자가 있더냐?”
“으음!”
“과인의 조선에서는 더는 굶주리는 백성이 없다. 광조야, 과연 나는 폭군이더냐? 네가 말해 보아라.”
내 말에 조광조가 나를 무엄하게 한동안 노려봤다.
“주상께서는 그래도 폭군입니다.”
“그렇다면 너는 가마솥에서 이름 없는 미물인 개구리로 죽어라. 실록에서는 오늘 과인은 임금에게 불경한 36인의 성균관 유생을 팽형으로 다스렸고 미물 한 마리를 죽였다고 기록할 것이다. 그러니 그 안에서 죽어라.”
나는 조광조에게 돌아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