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69)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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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어디 직언해 봐라.”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들어나 보자.
“임금, 임금께서는 정말로 사대부들을 모두 죽이실 생각입니까?”
“내가 왜?”
“사대부의 근간인 토지와 노비를 빼앗고 또 군역까지 감당하게 한다면 사대부들을 죽이는 것과 같소이다.”
“틀렸다.”
나는 우의정을 매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 장인 중 내게 절을 받고 죽을 신하가 몇이나 될까?’
최소한 영의정은 곱게 졸할 것 같다.
“이제 조선은 임금께서 틀렸다고 하면 틀린 조선이 됐지만.”
비난하는 거다.
“그렇소?”
“아닙니까? 부패한 고려가 멸망한 것은 신진사대부가 꿈꾼 개혁의 의지였고 태조대왕의 꿈이셨소. 임금께서 사대부를 부정하시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부정하시는 것입니다.”
태조 대왕의 후손이 태조 대왕을 부정한다면 정통성을 잃는 거다.
신진사대부의 뿌리는 고려 권문세가다.
권문세가가 친원 정책으로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했고.
그런 자들 중 과거에 급제한 자들이 하나의 세력을 만든 것이 신진사대부다.
신진사대부는 성리학을 배웠고.
고려 때는 개혁을 주장했지만 이제는 악취가 진동하게 된 거지.
뿌리가 같으니 같은 냄새가 나고.
같은 꽃이 피는 거다.
물론 기득권을 가지면 달라도 이상하게 같아진다.
‘망할 늙은이가 약을 치네.’
넘어가지 않을 거다.
“과인은 그대가 틀렸다고 했다.”
“힘으로 신료들을 누르는 왕권은 오래 갈 수 없나이다.”
힘으로 누르지 않으면 왕권이 강화될까?
덕으로 지배하는 왕은 전설의 시대에도 없었다.
“사대부의 힘은 백성들에게서 착복한 토지와 노비를 통해서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대화 내용 자체를 바꾸면 된다.
“역적인 네가 말한 그대로 신진사대부는 개혁의 의지에서 나왔다. 그런데 과연 지금은 그런 개혁의 의지가 있는가? 지금의 사대부들이 망한 고려의 권문세가와 무엇이 다른가? 과인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것으로 개혁되어야 할 존재가 사대부라는 것을 공표한 거다.
‘반발이 극심할 거다.’
하지만 괜찮다.
이미 지방 곳곳에 남벌군과 북벌군의 거점 부대가 그 주변을 장악한 상태니까.
“으음!”
할 말이 없어졌는지 우의정은 바로 신음을 토해냈다.
‘일단 조광조부터 마무리하자.’
저대로 두면 정말 돼지고기처럼 인간 수육이 될 테니까.
‘역사에 성리학의 순교자로 만들어줄 수는 없지.’
그리고 순교자가 만들어지면 사대부들은 순교자가 된 조광조를 중심으로 뭉치게 될 거고.
나에게 반발하게 될 거다.
“광조야, 이 어리석은 것아! 그대로 삶아져서 죽을 것인가?”
나는 여전히 가마솥 안에서 버티고 있는 조광조에게 소리쳤다.
“신진사대부의 힘은 개혁에서 나온다고 과인이 한 말이 옳다면 귀신이 되어서 과인의 앞에 무릎을 꿇어라.”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조광조가 죽고 사는 것은 이제 나의 뜻이 아니라 조광조의 변절에 달렸다.
‘한 번 꺾이며 더 충성하는 법이지.’
그리고 조광조가 만약 가마솥에서 나온다면 사대부 중 누구도 조광조를 따를 사람은 없으리라.
“주상 전하, 37인의 귀신들을 어디에 쓰실 겁니까?”
가마솥에 들어 있는 조광조가 내게 물었다.
“백성과 천하를 널리 이롭게 하는 도구로 쓰일 것이다.”
나의 본심을 말해줬고.
조광조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광조, 너는 나의 계략을 미리 알았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성균관 유생 박성균이 내게 보고할 때 했던 말이다.
그때!
조광조가 무슨 결심을 한 듯 가마솥에서 일어났다.
‘얼굴이 벌겋네.’
조금만 더 있으면 삶아졌을 것 같다.
그리고!
조광조는 천천히 가마솥 밖으로 나와서 36인의 귀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
‘광조, 너는 마지막까지 버텼어도 오십보백보다.’
이렇게 37인은 모두 귀신이 됐지만 죽지는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두 역적이다.
‘여기서 삶아 죽이지 않으면?’
내가 다시 조정 신료들을 압박하고 위협할 때 조정 신료들은 제대로 겁을 먹지 않으리라.
‘진짜 폭군이 되겠군.’
조선왕조실록에서 나는 역적을 삶아 죽인 폭군으로 기록되리라.
‘모든 것이 궤변이다.’
나의 주장도 사대부들의 주장도 다 궤변이다.
차이가 있다면 힘이 있고 없고일 거다.
힘을 가진 자의 궤변은 정당한 진리가 되는 거다.
“주상, 우매한 백성을 주상께서 가르치시면, 깨우친 백성이 왕실을 위협하게 될 것이오.”
가만히 있어도 죽일 생각인데 우의정이 뚫린 입이라고 다시 나를 건드렸다.
“배움이 힘이 되고 권력이 되기는 하지만 백성을 우민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하하하!”
우의정이 이판사판이라는 듯 크게 웃었다.
“고려 때 만적이 소리쳤듯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고 외칠 것이고 결국에 조선을 망치고 왕실을 망친 자는 주상이 될 것이오, 그것이 걱정되어서 구국의 충정으로 나선 것이고 나와 좌의정이 진성대군을 옹립하려고 했던 이유인 거요.”
망할 놈!
‘이런 젠장!’
역적인 우의정의 주둥이에서 진성의 이름이 나와버렸다.
그리고 나를 보며 웃는다.
‘독을 풀었네. 젠장!’
자기는 좌의정과 오늘 삶아져서 죽을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기에 이런 짓을 한 거다.
‘물론 나도 들기는 했다.’
반정을 성공시키고 진성대군을 옹립하자는 밀담을 들었지만 무시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백하듯 진성대군의 이름이 나와버렸다.
“늙은 역적이 과인을 정말 폭군으로 만드는군.”
나도 이제는 퇴로가 막혔다.
“갑사 군단 사령관.”
“예, 주상 전하.”
“역적은 곱게 죽을 수 없다.”
역적이 된 우의정은 거열형도 아깝게 됐다.
“예, 그렇사옵니다.”
“저 역적을 가마솥에 넣어서 삶아라. 그리고 좌의정이었던 자는 의금부에 하옥하라.”
진짜 연산군 때는 무오사화와 갑자사화가 있었다.
그런데 임금 융인 나의 치세에는 두 사화 사이에 또 한 번의 사화가 만들어진 거다.
‘이번 사화의 결과물은 환국이군.’
영의정이 사임하고 낙향하고 우의정과 좌의정이 역적으로 죽게 되니 환국할 수밖에 없다.
“어명을 수행하겠나이다!”
갑사 군단 사령관이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갑사 군단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가 그대로 서 있는 우의정의 양팔을 잡았다.
“놔라! 내 발로 갈 것이다.”
그래도 우의정이 대찬 성격이기는 하다.
저벅, 저벅!
우의정이 가마솥 쪽으로 걸었다.
“조정 신료들은 모두 나를 잘 보시오. 나의 오늘은 그대들의 내일일 것이오.”
아주 제대로 독을 풀고 죽으려는 우의정이다.
그리고 우의정은 스스로 물이 끓고 있는 가마솥으로 들어갔다.
“갑사 군단 사령관!”
이제는 폭군의 시간이다.
“예, 주상 전하.”
갑사 군단 사령관이 우렁찬 목소리로 내게 대답했다.
“그대는 갑사 군단을 이끌고 가서 역적의 후손은 구족을 멸하라.”
원래 역모가 발생하면 이렇게 되는 거다. 그리고 나는 국문도 없이 우의정의 가솔들을 바로 참수하겠다고 공표한 거다.
“그리고 역적이기는 하나 아비의 죽음이 귀신의 한이 될 것이니 같이 보내라.”
원한이 있는 자는 살려둬서는 안 된다.
그게 귀신이 됐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 소홀하지 않을 것이고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적은 적으로 볼 것이다.
그렇게 해야 연산군처럼 또 광해군처럼 반정으로 폐위되지 않을 테니까.
뭐 사실 진짜 연산군은 폐위가 되어도 할 말이 없는 폐륜아지만 말이다.
“예, 알겠나이다.”
갑사 군단 사령관이 대답했고.
바로 37인 속에 있는 우의정의 아들을 끌고 나와서 바로 칼을 뽑아서 참했다.
서걱!
“컥!”
툭!
목이 그대로 몸통에서 분리되어서 떨어졌고.
이제는 끓기 시작했다.
“화승총!”
아무리 내가 폭군이라고 해도 사람을 저렇게 죽여서는 안 된다.
“예?”
내금위장이 되물었다.
“화승총!”
내 말에 내금위장이 빠르게 갑사 총병이 든 화승총을 내게 가지고 와서 바쳤고.
나는 바로 조준했다.
“화승에 불을 붙여라.”
내 명령과 함께 내금위장이 허리띠 주머니에 넣어둔 불통을 꺼냈다.
딸깍, 딸깍!
불통이 지퍼 라이터이기에 바로 불이 붙었고.
내금위장은 화승에 불을 붙였다.
지지지, 지지직!
탁!
탕!
화승총이 발사됨과 동시에 하얀 연기가 자욱해졌고.
내가 쏜 총탄은 바로 가마솥에 앉은 우의정의 이마에 명중했다.
“컥!”
이렇게 우의정은 절명했고.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본 조정 신료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주상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때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영의정이 내게 소리쳤다.
‘장인께서만 내 마음을 아시는군요.’
역적이지만 우의정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내 마음을 이미 정치에서 멀어지고 또 권세에서 멀어지려는 영의정만 아는 거다.
[언제 낙향하시겠소?] [명나라 사신이 명나라로 돌아가서 도성이 안정을 찾으면 노신은 바로 낙향하겠나이다.] [영의정은 팽형 집행 때 또 많은 자를 살리시려고 사위인 과인을 다독이시겠군요.] [주상 전하, 주상께서 저를 장인이라고 불러주시니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말해 보시오.] [비록 불경한 성균관 유생들이나 인재들이옵니다. 귀신으로 만들어도 옆에 두고 쓰시어 그들에게 기회를 주소서.] [영의정께서는 과인의 속내를 꿰뚫어 보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영의정, 과연 내가 성은을 베푼 것이오?”
정말 실록에 기록된 노사신과 내가 직접 상대한 노사신은 이렇게 달랐다.
“그렇사옵니다. 주상 전하, 우의정과 좌의정이 역적모의하여 발각되기는 했으나 주상 전하께서 하늘 같은 은혜를 베푸시어 구족을 멸하시는 것만은 용서하여 주십시오.”
영의정이 여전히 영의정으로 있는 것은 이런 주청을 하기 위함인 거다.
“역적의 가문을 멸하는 것이 경국대전의 법이오.”
필요할 때는 나도 법을 들먹인다.
내게 필요할 때만 말이다.
“과거 주상께서 말씀하시기를 구법이 악독하면 신법으로 고치면 된다고 하셨나이다.”
“신법으로 고치라?”
마치 연좌제라도 폐지하라는 투로 들렸지만.
내가 연좌제를 폐지한다고 하면 신료들은 또 반대할 거다.
“예, 그렇사옵니다.”
“으음!”
나는 신음을 토해냈다.
‘영의정이 이럴 줄 알았기에 내가 막 나간 거지.’
모든 일이 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좋소이다. 영의정께서 그리 간청한다면 과인이 은혜를 베풀어서 역적 가문의 구족을 멸하는 것은 면하게 해줄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영의정은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영의정은 어쩌면?’
혹시 일어날지 모를 반정에 대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몰아내는 반정이 만약에라도 성공하게 되면 지금까지 영의정이 했던 모든 일들은 자기를 지켜주는 일이 될 테니까.
‘영의정은 오직 자기와 자기 가문만 생각하는 거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영의정도 조광조가 내게 말한 것처럼 소인배일 거다.
그래도 상관없다.
저 정도로 타협할 수 있는 사대부라면 내가 개혁을 준비하는 50년 동안 전문 관료들을 대신하는 존재로 쓸 수 있을 테니까.
“역적의 가문 사내는 정선에 있는 금광으로 보내 종신토록 광부로 살게 하고 여인들은 관노비로 삼을 것이오. 이것이 내가 내릴 수 있는 최대의 은혜요.”
이제는 죽은 자보다 살아 남은 자의 삶이 더 비참할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모든 신료는 들으시오. 앞으로 역적이 한 말을 단 한 마디도 입에 담는 자가 있고 공론화한다면 과인은 절대로 참지 않을 것이오.”
내가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지 또 영의정은 안다는 눈빛을 보였다.
‘내가 역적의 말을 듣고.’
진성대군을 귀양을 보내거나 사사하게 되면?
내가 세조가 되는 거다.
“알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것으로 오늘의 일은 마무리할 것이다.
“내금위장.”
“예, 주상 전하.”
“귀신 36인을 대궐 옆 전각으로 이끌고 가라.”
저들은 이제 블랙 기업 집현전의 도구가 될 거다.
“조정 신료들은 모두 잘 들으시오. 과인은 역적의 죄도 용서한 임금이오,”
조정 신료들에게 절망만 주면 안 된다.
한 치의 기대감과 여운을 남겨야 한다.
“예, 주상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성균관 유생 36인이 팽형으로 귀신이 되었으나 조정 신료들이 왕실과 조선에 공헌하게 되면 팽형을 무로 돌릴 것이고 공헌한 결과에 따라서 사면할 것이오.”
사람이었다가 귀신이 되고 또 귀신이 사면과 복권을 통해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거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귀신들이 조선의 과학과 수학 그리고 잡학을 비롯한 실학 발전에 공헌해도 사면해줄 생각은 절대 없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