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70)
ⓒ 흑곰작가
=======================================
윤탕로의 사택 사랑채.
윤탕로는 조선 중기의 무신이자 외척이며 군인이다.
본관은 파평으로 그 유명한 파평 윤 씨가 바로 이 집구석이다.
윤탕로는 정현왕후의 남동생으로 임금 융이 조선의 10대 임금이 된 후에 가장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인물 중 하나였다.
“뭐라?”
윤탕로가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임금께 죽은 우의정의 입에서 진성대군이 거론됐다고 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돼.”
윤탕로는 무신이다.
“다행인 것은 임금께서 누구도 거론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진성대군이 역모의 중심이 되면 진성대군의 외가는 당연히 쑥대밭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주상을 대비께서 친아들처럼 돌봤으니 그렇게 하셔야지.”
윤탕로는 말은 그렇게 해도 불길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 * *
그날 밤, 대궐 임금 융의 개인 서재.
“귀신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도승지에게 말했다.
“번호로 부르겠나이다.”
“옳다. 귀신이 어찌 사람과 똑같은 옷을 입겠는가. 검은 옷을 입히고 조석으로 내리는 밥상에 향을 피워라.”
“예, 알겠나이다.”
“귀신들끼리 작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명확하게 분리하라.”
나는 36인의 성균관 귀신들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외롭게 만들 생각이다.
“예.”
“그래도 감시할 자가 있으니 준비해 놓은 소녀들을 하나씩 붙이라.”
준비해 놓은 소녀들?
꽃은 칼보다 매서운 법이고.
철저하게 세뇌당한 소녀들은 사내들보다 더 충성스럽다.
“알겠나이다. 그리고 명나라에 보낸 상인들이 명나라와 인근 지역을 뒤져서 확보한 서책들이 도착했습니다.”
연구하려면 상상만으로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성균관 유생들을 귀신으로 만들어서 쓰려고 결정했을 때부터 아직은 아시아의 중심인 명나라를 이용해서 수많은 책자를 샀다.
“딱 맞춰서 왔군.”
“예,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지급하고 이미 확보해 놓은 신상 그대로 연구 과제를 주라.”
“예, 알겠습니다.”
“피곤하군.”
지친다.
“주상 전하.”
도승지가 내게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말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주상께서 직접 역적을 처단하실 때 화승총을 쓰셨습니다.”
“안다.”
“명나라 세작들이 봤을 것이고 그것을 명나라 사신에게 고했을 겁니다.”
“그렇겠지.”
도승지는 조선이 화승총을 개발에 성공했고 실전 배치까지 끝낸 사실을 문제 삼을 거라고 내게 말하는 거다.
“그래도 상관없다.”
왜?
이제 남벌군과 북벌군까지 합쳐서 조선의 정예군이 6만이다.
거기다가 왜인부대를 비롯한 특별군까지 포함하면 8만에 육박한다.
‘긴급 동원령까지 발동하면?’
20만의 병사를 바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이제는 명나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거다.
“주상께서는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제 웅크릴 필요는 없는 거지.”
내가 즉위하고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알겠나이다.”
* * *
명나라 사신의 숙소.
“조선 왕이 직접 화약 무기로 역적을 죽였다?”
역시 도승지가 예상한 그대로 명나라의 간첩은 임금 융의 행위를 그대로 보고했다.
“그렇사옵니다. 천둥이 치듯 거친 소리가 났고 안개가 자욱하더니 역적이라고 불린 조선의 신하가 머리가 터져서 죽었나이다.”
첩자는 자신이 본 모습을 떠올리며 말할 때 소름이 돋았다.
“화약 무기가 그렇게 대단한 거군.”
명나라 사신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황제 폐하께 보고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다른 건 없나?”
“들은 이야기로 수많은 책이 명나라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책이?”
“예, 그렇습니다.”
“또 무엇을 개발하겠다는 건가?”
명나라 사신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하여튼 조선이 변하고 있어.”
분명 명나라에는 이로운 일이 아니었다.
[조선은 대월국과 다릅니다.]명나라 사신은 임금 융이 자기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르다고 한 것은 같아질 수도 있다는 협박이지.’
이런 사실을 명나라 황제에게 보고하면 일이 커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이만큼의 선물을 칙사에게 보낼 겁니다.]‘선물!’
재물은 곧 정치적 힘이 된다.
[칙사가 대국의 수보의 직에 오르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소.]‘그렇지, 그거면 되는 거야.’
국가보다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결론을 낸 명나라 사신이었다.
* * *
다음 날, 임금 융의 개인 서재.
“두 처남은 이번 일을 어떻게 처결해야 할 것 같소?”
두 처남?
신수근과 노공필이 나의 부름을 받고 이곳으로 왔다.
‘이제는 장인 정치는 접고.’
처남 정치로 환국할 때다.
‘조정에도 젊은 피를 수혈한다.’
영의정은 노신으로 두고.
좌의정과 우의정은 젊은 신료로 임명할 생각이고.
우의정에는 나의 최측근인 도승지를 임명할 생각이다. 그리고 좌의정에는 노공필을 앉히고 도승지의 자리는 좌승지에게 맡기고 신수근은 좌승지에 앉힐 생각이다.
‘삼정승 중 둘은 젊은 인재로.’
젊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기 쉽다는 의미다.
‘지금이 서기 1500년이니까.’
역사적으로 좌의정은 성준일 거다.
하지만 나는 이 역사도 바꾼 거다.
‘성준은?’
옛날 신하이고 과거를 통해서 세조 때 등용된 신하다. 그러니 내가 키운 신하가 아니니 내가 원하는 뜻대로 조정을 운영할 수 없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좌의정은.’
의정부 삼정승 중 한 명으로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국회의장쯤 되는데.
태종 14년쯤에 의정부판사 2명이 좌·우의정으로 나누면서 생겼다.
‘좌의정이 권력 중심이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좌의정이 된 후에 영의정이 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최측근인 도승지를 왜 좌의정으로 삼지 않고 우의정으로 정했냐고?
‘우의정은!’
조선시대 정1품 벼슬로 현대적으로 보면 대법원장 격이다.
‘대법원장!’
대사헌을 견제할 수 있는 자리기에 최측근을 앉혔다.
하여튼 내일에 있을 대전 회의는 또 한 번 발칵 뒤집히게 될 거다.
‘모든 개혁은 결국에 토지에서 나오지.’
이걸 바로 진행하면 어떤 불만이 터질까?
그리고 그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까?
중요한 것은 그거다.
“의금부에 하옥된 역적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노공필이 내게 물었다.
“그렇소.”
“주상 전하, 역모는 대역죄로 다스려야 하옵니다.”
노공필이 내게 말했다.
“처남의 말이 옳소. 하지만!”
“예?”
“내일 국문이 열리면 역적의 입에서 또 신료들의 입에서 또 진성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니 처남이 가서 자결케 하시오.”
진성대군이 걸려 있기에 이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진성을 건드리면?’
종친부에서 들고 일어날 거니까.
“또한 나는 이번 역모 사건이 사화로 번지는 것이 싫소.”
“주상 전하?”
“사화로 번지면 누가 조선을 발전시키고 또 개혁하겠소.”
내가 추진하는 개혁의 핵심은 전문 관료 집단 육성이지만 그 전문 관료 집단이 성장하여 자리를 잡는 데는 최소 20년은 걸릴 거다.
그러니 그 20년 동안은 사대부 중에 생각이 똑바로 박힌 자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사화를 일으킬 생각이 없다는 내 말에 바로 노공필이 안심한 듯 내게 말했다.
“물론 역적의 가문이 가진 모든 가산은 몰수할 것이오.”
이게 이득이라면 이득일 거다.
“당연한 일이옵니다.”
이 정도로 마무리해야겠다.
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으니까.
“처남들은 잘 들으시오.”
“예, 주상 전하.”
“우의정과 좌의정의 자리가 비었으니 우의정에는 도승지를 승차하여 제수할 것이고 좌의정에는 노공필 처남이 제수될 것이오.”
내 말에 신수근과 노공필이 모두 기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이지.’
그래서 저런 표정인 거다.
“그리고 공석이 된 도승지의 자리는 좌승지가 승차하여 도승지가 되고 좌승지에는 신수근 처남이 제수될 것이오. 그리 알고 계시오.”
“주상 전하, 조정의 반발이 클 것입니다.”
“당분간 조정 신료들은 과인이 폭군이기에 아무 말도 못 할 것이오. 그러니 두 처남이 능력을 발휘하시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수근과 노공필이 내게 말했다.
“주상 전하.”
처남 신수근이 나를 불렀다.
“왜 그러시오?”
“그렇다면 영의정은 누구입니까?”
이미 영의정은 사임하기로 했고.
곧 낙향할 예정이다.
“영의정은 병조 판서 유자광으로 정했소.”
조선왕조 최초로 얼자 출신이 정승에 반열에 오르게 되는 거다.
‘그리고 이번 환국은.’
서자와 얼자를 최대한 등용하는 환국이 되리라.
또 나의 처남들이 정치 일선에 등장하는 환국이 될 거다.
“그러니 두 처남은 나의 개혁에 반대하지 마시오. 이 모든 일은 조선을 부국강병으로 만들고자 하는 과인의 의지입니다.”
“따르겠나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36인의 귀신들에게 각각 연구할 과제를 내리는 거다.
‘승정원과 육조도 완벽하게 현대적으로 개편해야 해.’
이게 나의 다음 목표다.
‘그리고 신대륙 개척이지.’
비밀 조선소에서 대형 판옥선들이 속속 건조를 끝나고 있단다. 물론 대형 범선 건조는 아직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진행한 식민지 개척이 먼저가 아니라 신대륙 개척이 먼저냐고?
백성의 수를 늘리는 것은 곡물이다.
‘신대륙에는 옥수수와 감자가 있다.’
그리고!
담배도 있고.
대형 판옥선으로 구성된 선단이 북부 해안선을 따라서 연해주로 이동하여 다시 알래스카를 넘어서 신대륙으로 향하게 만들어서 야생 옥수수와 감자를 가지고 귀환하게 할 생각이다. 물론 북미에서 남미로 더 내려가게 되면 마야 문명과 잉카 제국을 멸망시키는 존재는 스페인이 아니라 조선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수출용이 될 담배다.’
내가 박충선에 양귀비의 씨를 구하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그 양귀비에서 아편을 만들어도 망할 놈의 영국처럼 중국에 팔 수는 없다.
‘아편에서 어떻게든 모르핀을 추출한다.’
그 모든 일을 연구할 존재가 바로 36인의 귀신인 거다.
* * *
중궁전 전각.
“우의정과 좌의정이 반정을 꾸민 것이 발각되었고 우의정이었던 자는 바로 처형되었으며 좌의정은 의금부에 하옥되었다고 합니다.”
상궁 하나가 내명부의 수장인 중전 신 씨에게 고했다. 중전 신 씨는 이번 일로 또 많은 신료가 임금 융의 어명으로 죽게 될 것이기에 안타까웠다.
“안타까운 일이군요.”
중전 신 씨는 임금이 역적을 그렇게 처결했다면 자신도 내명부에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비를 잘못 둔 희빈 권 씨와 귀빈 박 씨가 가엽기도 했다.
“대비마마께서는 중전마마께서 인정을 두시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상궁은 이 말을 전하기 위해서 중궁전으로 온 거였다.
“그래요?”
중전 신 씨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예, 그렇습니다.”
“상궁.”
“예, 중전마마.”
“내가 내명부의 수장이오. 그것을 대비마마께서 가끔 잊으시는 것 같소.”
중전 신 씨가 순하고 지고지순한 여인이라고 해도 부창부수라는 말이 있듯 임금 융을 닮아가고 있었다.
“송구하옵니다. 중전마마.”
“희빈 권 씨와 귀빈 박 씨는 대궐에 그냥 둘 수 없으니 머리를 깎여서 비구니로 만드시오.”
두 후궁을 그냥 사가로 내치면 조정 신료들이 사사해야 한다고 주청할 것이기에 이렇게 지시하는 중전 신 씨였다.
“예, 바로 실행하겠나이다.”
상궁이 바로 대답했다.
“대전에 혹독한 겨울이 왔다고 해서 내명부까지 그럴 수 없으니 오늘 이후에는 두 후궁의 일은 아무도 거론하지 마시오. 그들이 무슨 죄가 있겠소. 아비를 잘못 만난 죄가 죄라면 죄이지.”
“알겠나이다. 중전마마.”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