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71)
ⓒ 흑곰작가
=======================================
임금 융의 개인 서재.
노공필과 신수근이 각각 나의 밀명을 받고 서재에 나갔고.
이 자리에는 갑사 군단 사령관이 남았다.
“유자광이 영의정에 오르면 병조 판서의 자리가 공석이 된다.”
내 말에 갑사 군단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사옵니다.”
“그대의 자리다.”
내 말에 갑사 군단 사령관이 기겁해서 나를 봤다.
“주상, 주상 전하, 저는 백정 출신입니다.”
백정이 벼슬에 올랐던 예는 이젠 없다.
이젠 없다?
이게 중요한 거다.
세종 대왕께서 화척(禾尺)을 평민을 부르는 단어로 백정으로 불렀고 조선 사회에 동화시키려고 했는데 훗날 사대부들이 그들이 거칠고 험하기에 천대했고 결국에는 천민으로 전락한 상태다.
‘사대부 놈들이 고기는 잘 처먹으면서.’
왜 도축업에 종사하는 백정을 천대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의 영혼이 현대인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알다가도 모를 놈들이 사대부지.’
표리부동하고 이기적인 집단이 조선의 기득권을 가진 사대부다. 사실 고려말에는 그들은 개혁 세력이었는데 제대로 썩고 있다.
하여튼 화척(禾尺)을 거란(契丹) · 여진(女眞) 귀화인의 후예로 보는 의견이 있고.
또 왕건에게 끝까지 저항한 후백제의 후손들이 국경 밖으로 추방된 사람들이라는 역사적 의견도 있다.
하여튼 그들이 다시 고려로 들어와 물건을 만들어 팔고 가축 도살(屠殺), 유기(鍮器)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천대받기 시작했다.
‘가장 천대하는 집단을 가장 위로 올린다.’
이것이야말로 급진적인 인적 개혁일 거다.
물론 그 집단 중에서도 능력을 갖춘 자만이 위로 오를 수 있으리라.
“백정은 병조 판서가 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느냐?”
경국대전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백정은 양인이다.
하지만 사대부가 양인인 백정을 천대했기에 천민 취급받았고 훗날에는 백정이 천민의 대명사가 된 거다.
“주, 주상 전하.”
“당사자인 너부터 안 된다고 하면 누가 된다고 하겠는가.”
영의정이 될 사람은 얼자인 유자광이고.
병조 판서가 백정 출신이라면 지방 사대부들은 조정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라고 말하며 불만을 가질 거다.
‘불만이 팽배해지면?’
그런 자들이 모여서 세력이 되고.
그런 세력 중 하나라도 칼을 들면?
남벌군이나 북벌군의 거점 부대가 색출해서 썰어버리면 되는 거다.
‘진짜 연산군 때는 민란이 없었지.’
민란은 계속 없게 할 생각이다.
하지만 불만이 팽배한 사대부들이 내가 파놓은 올가미에 걸려서 고깃덩이처럼 썰리게 할 생각이다.
“하오나 조정 신료들의 반발이 클 것입니다.”
사실 그렇다.
갑사 군단은 나를 통해서 만들어진 조선 임금의 친위대이고 또 녹봉을 받지만.
그 녹봉을 주는 주체가 조선이 아니라 조선의 임금인 나다.
이 말의 뜻은 갑사 군단에 소속된 주요 고급 장교들이 정식적인 벼슬이 없다는 소리다.
‘이번 일을 통해서.’
정식적인 벼슬과 품계를 내린다.
그리고 중앙군에 편입시키고 조선의 군사 체계인 5위를 혁신한다.
“그 반발을 누르려고 내가 화승총을 들었다. 너는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서 있으면 된다.”
내 말에 감격한 눈빛을 보이는 갑사 군단 사령관이다.
‘울 것 같네.’
갑사 군단 사령관이 나를 통해서 위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조선의 중앙 정치에 참여하게 됐으니 감격할 수밖에 없고.
이 모습을 국경 밖에서 소문을 통해서 들을 화척(禾尺)이 놀라게 될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갑사 군단 사령관이 바로 내게 엎드렸다.
“우냐?”
“아, 아니옵니다.”
“울어라. 기쁠 때면 한 번쯤은 울어도 된다.”
“주상 전하! 흑흑흑!”
울라고 진짜로 우는 갑사 군단 사령관이다.
“장쇠야.”
갑사 군단 사령관의 이름은 장쇠다.
“예, 주상 전하.”
“너는 기득권에 편입되어도 과거를 잊지 마라.”
기득권이 생기면 사람은 변하는 법이다.
“예, 절대 잊지 않겠나이다.”
“네가 변하면 나는 너부터 베어야 한다.”
나는 갑사 군단 사령관인 장쇠를 매섭게 노려봤다.
“예, 명심하겠나이다.”
“됐고, 내일 성희안의 아들이 제주로 귀양을 떠난다.”
“예, 그렇사옵니다.”
“제주로 향하는 뱃길은 험할 것이고 풍랑도 심할 것이니 안타깝게도 명나라에 사신으로 떠나는 성희안의 아들이 갑판에서 실족하여 바다에 떨어질지도 몰라서 나는 참으로 걱정된다.”
내 말의 뜻을 이해한 듯 갑사 군단 사령관의 눈빛이 확 변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야지. 그래야 하는 거다.”
살려고 내게 재물을 바치고 면죄부를 받은 자의 수명을 길어서는 안 된다.
‘나의 조선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북벌의 시작은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돌아올 성희안의 죽음으로 시작될 거다.
* * *
인수대비의 전각.
“역적의 아가리에서 진성의 이름이 나왔는데 주상께서 함구령을 내리셨다?”
인수대비의 표정은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성종은 16명의 왕자를 낳았고.
그중 대군이 3명인데 첫째 원자는 이름을 짓기도 전에 죽었다.
그래서 성종의 적장자는 임금 융이고.
그다음이 진성대군이였다.
물론 진성대군 위로 이복형이 몇이나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서자 출신의 왕자이기에 인수대비에게는 그리 중요한 왕자들은 아니었다.
“예, 그렇사옵니다.”
“진정 망할 놈이구나, 씹어 뜯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로세.”
인수대비는 임금 융에 총살된 우의정이 임금 융과 진성대군 사이를 죽기 직전에 이간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상의 마음이 진성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면 아니 되는데.’
의심은 없는 귀신도 만든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있는 인수대비였다.
“주상전하께서 그 일에 대해서 누구도 다시 거론하는 자는 대역죄로 물으시겠다고 하셨나이다.”
상궁이 인수대비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참으로 고맙고도 고마운 주상이시다.”
인수대비는 임금 융이 세자의 신분으로 자기를 찾아와서 했던 약속을 이렇게 지켰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도했다.
“그런데 대비마마.”
“왜 그러는가?”
“중전마마께서 역적의 여식 둘을 비구니로 만들어서 출가시켰나이다.”
인수대비는 어제 있었던 일을 상궁에게 보고 받은 후에 두 역적의 여식도 처벌하라고 중전에게 압력을 행사했었다.
‘부창부수라서 그런가?’
유순한 중전 신 씨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드는 인수대비였다.
“대비마마의 지시에 반하는 결정입니다.”
상궁이 인수대비를 떠보듯 말했다.
“이제 나는 중전이 하는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또 뒷방으로 물러날 것이야. 그게 옳은 일이다.”
진성이 역모의 주역이 되면 당연히 사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임금 융이 이복아우를 살리고자 했으니 자기가 더는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인수대비였다.
하여튼 이렇게 역모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대비마마, 주상 전하 드셨나이다.”
상궁이 보고했고.
인수대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성대군의 목숨을 살린 일이 이렇게 인수대비의 태도를 바꿔놓은 거였다.
“어서 주상을 안으로 모시게. 어서.”
역적인 우의정이 망발을 함구하라고 어명을 내린 임금 융이지만 인수대비는 속으로 임금 융이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기에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임금 융이 어느 순간에 세조처럼 돌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인수대비였다.
* * *
성희안의 사가 사랑채.
성희안은 임금 융에 읍소하며 세조와 성종에게 받은 공신전과 그 공신전에 딸린 노비를 모두 임금 융에 바치고 아들을 구했다.
그리고 내일이면 아들은 임금 융이 말한 그대로 제주도로 유배를 떠나게 됐는데 임금 융의 배려로 성희안의 아들은 사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주로 가거든 경거망동하지 말고 숨을 죽이고 있거라.”
성희안은 아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예, 아버지.”
“성균관 유생 40인 중에 너를 포함한 3인을 임금께서 구제하셨다.”
물론 구제받기 위해서 막대한 재물을 써야 했다.
“예.”
성희안의 아들은 마지못해서 대답했다.
“나도 들었고 본 듯 역적 우의정이 총살당했고 그의 아들이 참수됐다.”
성희안은 그날 화승총을 우의정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던 임금 융의 매서운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제주로 내려가서 또 경거망동하게 되면 우리 문중이 우의정의 가문처럼 될 것이야.”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소자가 저지른 일로 아버지께서 멀고 먼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시는 일이 소자는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니다, 조정이 살얼음판이니 멀어져 있는 것도 나쁠 건 없다.”
내일이면 성희안의 아들은 제주로 유배를 떠나고.
그다음 날이면 명나라 사신이 육로를 이용해서 명나라로 돌아가게 되어 있기에 성희안도 명나라로 가야 했다.
“예, 아버지, 그런데 이번에 우의정과 좌의정이 그리됐으니 환국이지 않습니까?”
성희안의 아들은 유배를 떠나기 직전인데도 정치에 관심을 보였다.
“너는 당분간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마라. 나도 그럴 것이니까.”
임금 융의 행보에 성희안은 기겁했고.
임금 융의 치세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정치에서 멀어지는 일이라고 확신하기 시작한 그였다.
“예, 아버지.”
* * *
의금부 옥사.
정승 자리가 예정된 노공필이 임금 융의 밀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의금부 옥사로 왔다.
“의금부 도사.”
“예, 영감.”
의금부 도사는 노공필에게 공손할 수밖에 없었다.
“주상 전하의 밀명을 수행하려고 왔네.”
“예?”
“의금부 옥졸들을 모두 물리시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의금부 안에 있는 옥졸들이 옥사 밖으로 나왔고.
임금 융의 지시를 받은 노공필이 옥사 안으로 들어가 참담한 몰골로 옥사 안에 갇힌 좌의정을 봤다.
“좌의정 대감.”
“영의정께서 보내셨는가?”
좌의정은 노공필이 영의정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노공필을 영의정이 보냈다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주상께서 보내셨습니다.”
“으음!”
주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바로 신음부터 터트리는 좌의정이었다.
“주상께서 내게 전할 말씀이 무엇인가?”
“서찰을 보내셨나이다.”
노공필이 조심히 임금 융이 직접 적은 서찰을 좌의정에게 내밀었고.
좌의정은 조심히 임금 융의 서찰을 펼쳐서 읽었다.
【그대의 죄가 대역죄이기는 하지만 사사로이는 과인의 장인이니 국문이 열리고 거열형을 집행되게 둘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독약을 보내니 자결하시오.】
좌의정은 임금 융의 서찰을 읽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찰을 다시 노공필에게 건넨 후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 쪽으로 돌아서서 큰 절을 세 번 올리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좌의정 대감, 여기 있습니다.”
노공필이 관복 소매에서 임금 융이 직접 내린 독약을 좌의정에게 건넸다.
[국문이 열리면 다시 진성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니 국문 자체가 없어야 하오.]노공필은 임금 융이 자기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고맙소.”
“송구합니다.”
노공필은 그렇게 말했고 좌의정은 노공필이 건넨 독약을 마신 후에 꽤 오랫동안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가 죽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