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72)
ⓒ 흑곰작가
=======================================
인수대비의 전각.
“대비마마.”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인수대비를 불렀다.
인수대비는 대왕대비고.
‘진성의 어머니는 대비시지.’
성종의 아내이며 진성대군의 어머니가 지금은 대비고.
‘나를 친자식처럼 돌보셨다.’
은혜라면 은혜지.
‘대비 윤 씨.’
어쩌면 나의 이번 결정은 대비 윤 씨인 정현왕후에 대한 보답이리라.
[주상 전하, 진성대군은 끝까지 주상 전하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실 겁니다.]도승지가 신수근과 노공필이 나간 후에 내게 했던 말이다.
[함구령을 잊었나?] [충언입니다.] [안다.] [지금은 조정 신료들이 주상 전하의 기세에 눌려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겠지만 붕당이 확대되고 정적을 제거하려고 또 그 일이 거론될 겁니다.] [그래서 어쩌자고?] [좌의정을 자결케 하지 마시고 국문을 열어서 이번 기회에 조정에서 주상께 불만이 있는 자들을 다 쳐내셔야 합니다.] [도승지.] [예, 주상 전하.] [그러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무오사화에서 더 큰 피를 흘리게 했을 거다.] [하오나.] [됐다. 나는 진성만큼은 아끼고 또 아낄 것이다. 보란 듯 아낄 것이다.]중요한 것은 보란 듯의 의미다.
‘세조처럼 하면 안 돼.’
세조가 욕먹는 가장 큰 이유는 힘을 잃은 어린 조카인 단종을 처참하게 죽였기 때문이니까.
“말씀하세요. 주상.”
나를 바라보는 인수대비의 눈빛이 따뜻하다.
어릴 적부터 저런 눈빛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제가 일단 진성에 관한 일은 조정 신료들에게 함구령을 내렸습니다.”
이건 강조하고 가야 할 부분이다.
‘진성 말고도.’
내게는 14명의 아우가 있다.
‘내게 불만을 가진 자들이 세력을 만들 때 그들을 이용할 것이고.’
그들 중에서 정통성을 가진 대군은 진성대군 하나다.
“참으로 잘하신 일입니다. 그 역적이 주상과 진성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계략일 것인데 주상께서는 그 계략을 간파하셔서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그렇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내 말에 인수대비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주상, 뭐라고요?”
“일단 제가 의금부에 하옥된 좌의정에게 자결을 명했습니다. 오늘 이후에 그 일에 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아무도 없다?
아니다.
좌의정의 사가 행랑아범이 들었다.
‘그러면?’
그 행랑아범은 어떻게 됐을까?
영원한 비밀은 존재할 수 없으니 차가운 바람이 밀고 한 번으로 팔자를 제대로 고쳤다고 생각하고 있을 행랑아범의 목을 스치고 지나가게 되리라.
“그래서요?”
“지금은 제가 함구령을 내렸지만 언젠가는 문제가 불거질 것입니다. 그러니 대비가 필요합니다.”
“주상, 역적의 이간질에 마음이 흔들리신 겁니까?”
안 흔들릴 사람이 있을까?
세조는 옥좌를 찬탈한 후에 모든 권력을 장악했음에도 어린 조카인 단종을 죽였다.
왜 죽였을까?
단종이 살아 있으면 자신의 정통성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혹시 모를 역모를 대비하고자 그랬을 거다.
‘세조의 마음이 이해되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세조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닙니다. 대비를 하자는 겁니다. 저는 할마마마께 약조를 드렸습니다. 진성에게 좋은 형이 되겠다고요.”
협박하려고 했던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약속이 된 거다.
“그런데 왜 지금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대비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대비라는 단어를 몇 번이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하자는 겁니까?”
“저는 당분간 진성이 부처께 귀의했으면 합니다.”
일단 중으로 만들 생각이다.
‘꽃은 가만히 있어도 바람이 분다.’
내가 계속 이렇게 사대부를 압박하고 개혁을 추진하면 사대부나 종친부는 위협을 느끼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대군인 진성을 또 도구로 쓰려고 할 거다.
그런 일을 사전에 막아야겠다.
‘물론 진성대군이 스님이 된다고 해도.’
반정이 성공하게 되면 반정의 주역들은 스님이 된 진성대군을 환속시키려고 하겠지만 말이다.
“주상, 진성대군을 스님으로 만들겠다는 거요?”
불심이 지극한 인수대비도 진성대군을 스님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형이 조선의 임금이고 아우가 조선의 부처라면 조선이 극락정토이지 않겠습니까.”
“주상,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눈빛을 보이는 인수대비다.
“아우인 진성을 살리는 조치입니다.”
“살리는 조치라고 했소?”
“어제 있었던 일은 할마마마께서도 상궁을 통해서 들으셨을 겁니다.”
내 말에 인수대비가 찰나의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저는 이제 사대부들에게는 폭군입니다.”
물론 모가지가 둘이나 셋이 있어야 그 말을 내 앞에서 할 수 있을 거다.
“누가 감히 지엄한 주상을 폭군이라고 한답니까?”
역사적으로 백성이 가장 평온하게 살았던 조선시대를 꼽으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연산군 때였다.
민란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지방의 탐관오리들이 폭군 연산의 눈치를 보느라 백성을 수탈하지 않았으니까.
“할마마마, 저는 폭군입니다.”
“주상.”
인수대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참 오래도 사신다.’
지금이 서기 1500년이기에 역사적으로 보면 3~4년 후에 인수대비는 죽는다. 그보다 더 살면 인수대비는 정말 험한 꼴을 본 후에 죽게 될 거다.
“그런 압박을 통해서 저는 많은 것들을 바꿨습니다.”
내 말에 인수대비는 놀란 표정이다.
몇 년 만에 엄청난 개혁을 실행해 놓고서 또 다른 것을 바꾸겠다고 자기에게 말하니 놀라는 거다.
“압니다. 그 모든 일이 왕실과 종묘사직을 위함이라는 사실을 이 할미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나를 다독이려는 인수대비다.
“개혁은 기득권자의 것을 빼앗아서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내 말에 인수대비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약간은 빨간색 맛이 나지만.’
사실 또 나는 빨간색을 싫어한다.
하지만 지금은 기득권을 가진 자의 모든 것을 몰수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후에 규칙을 정해서 분배해야 한다.
물론 그 규칙은 내가 정할 거다.
‘계속 사대부를 압박만 할 수는 없지.’
지금까지는 채찍이었다.
물론 당장 당근을 제공할 마음은 없다.
‘사대부에게 당근은?’
남벌과 북벌에서 확보한 영토가 될 테니까.
하여튼 현재는 비밀스럽게 남벌과 북벌 준비가 진행되고 있고.
왜인부대를 통해서 식민지 개척이 시작된 상태다.
“그런가요?”
인수대비가 내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할마마마, 그런데 소손의 개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핵심이라면 핵심이다.
“그 엄청난 일들을 주상의 마음대로 했는데 아직 남았다고요?”
놀라는 인수대비다.
“예, 가장 중요한 토지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개혁의 진짜 핵심은 인적 개혁과 함께 토지 개혁일 수밖에 없다.
“토지를 개혁한다고요?”
정말 인수대비가 기겁했다.
공신전만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 * *
영의정의 사가 사랑채.
“우의정의 자리와 좌의정이 자리가 공석입니다.”
영의정에게 말한 사람은 성준이었다.
“그렇지요.”
영의정은 이미 조정 권세에는 미련이 없었다.
‘안타깝도다.’
영의정은 자기 아들 노공필이 임금 융의 측근이 된 것이 안타까웠다.
“임금께서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다른 모습이라고 하셨소?”“예, 그렇습니다. 영의정.”
성준의 말에 영의정은 임금 융이 우의정을 사살한 것을 떠올렸다.
‘이번만큼은 사화로 번지지 않을 것 같군.’
이제 남은 것은 임금 융이 공석이 된 좌의정과 우의정의 자리에 누구를 앉힐 거냐는 것이 관건이었다.
‘영의정의 자리도 있군.’
자기는 이제 낙향할 것이니까.
“그래서요?”
“영의정께서 저를 천거해 주신다면 제가 주상을 바른길로 이끌겠나이다.”
성준의 말에 영의정은 속으로 기가 찼다.
“주상께서는 신하의 말을 들으실 분이 아니오. 또한 나는 이미 낙향하기로 했으니 나설 일도 아니고.”
영의정은 그렇게 말했다.
‘영의정의 자리는 파격일 것이야.’
영의정이 떠올린 인물은 유자광이었다.
‘그 이후에 서얼을 크게 등용하시겠지.’
임금 융이 하고자 하는 일을 누구보다 잘 짐작하는 사람이 바로 영의정이었다.
* * *
인수대비의 전각.
“그렇습니다. 저는 조선팔도의 모든 토지를 국유화할 것이고 왕실의 것으로 만들 것입니다.”
이걸 공표하게 되면 나는 사대부들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게 될 거다.
물론 종친부도 그럴 것이고.
‘14명의 왕자!’
내게 불만을 가진 사대부들은 아버지 성종의 아들들을 흔들기 시작할 것이고.
반란이 계속될 거다.
‘내부의 불만은 외부로 돌려야겠지.’
그래서 남벌과 북벌이 필요하다.
“주, 주상!”
“할마마마께서도 이렇게 놀라시는 일입니다. 그러니 토지 대부분을 가진 사대부와 종친들은 얼마나 놀라고 또 제가 얼마나 밉겠습니까.”
나는 토지를 국유화한 후에 기존 토지 소유자들에게는 토지 사용권만 줄 생각이다.
물론 당장 내일 있을 조정 회의에서 발표하지는 않을 거다.
‘농지는 10년 단위로 국가와 개인이 사용권을 놓고 계약하는 거지.’
이렇게 되면 대지주가 사라지게 될 거다.
‘농지를 제외한 토지는?’
그런 토지에 가옥을 지으면 50년 단위로 계약할 수 있게 만들 생각이다.
이래서 나의 개혁이 50년짜리라고 말한 거다.
‘물론!’
50년 동안 전문 관료로 키워질 존재들이 성장하고 관료로 등용되고 자리를 잡기에 나의 개혁이 50년이라고 말한 것도 이유다.
“제게 불만이 있는 자는 역모를 꾸밀 것이고 그런 역모는 반드시 제게 발각될 것입니다.”
자만하는 자가 실패한다.
그렇기에 나는 절대로 자만하지 않을 생각이다.
“으음!”
“하지만 무도한 자들이 역모를 모의할 때 이번처럼 제일 먼저 거론될 왕자는 진성입니다.”
진성대군의 위치가 그런 거다.
‘나를 제외하면?’
정통성을 가진 왕자가 바로 진성대군이니까.
‘욕심 없이 살다가 중종반정 주역들에 의해서.’
조선의 11대 임금이 된 진성이다.
누군가가 흔들지 않는다면 대군 그대로 평온하게 살아갈 아우인 거다.
‘거기다가 신수근의 여식의 남편이지.’
신수근은 나와 끝까지 가야 할 동지이니 그의 딸도 돌봐줘야 한다.
“저는 진성을 지키고자 진성에게 잠시 불가에 귀의하라고 할마마마께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가 아우를 사사하는 일을 할마마마께서 없게 하소서.”
내 말에 인수대비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주상께서는 참으로 독하십니다.”
어린 진성을 꼭 스님으로 만들어야겠냐는 눈빛이다.
[처남에게는 당분간 미안합니다.]나는 인수대비를 보면서 처남인 신수근을 떠올렸다.
[아니옵니다.] [나의 질녀가 졸지에 생과부가 됐네요.]질녀의 단어적 의미는 형제자매의 딸이라는 의미다.
[주상 전하, 소신의 여식을 질녀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처남이야말로 내 형제이지 않소이까.]나는 성종께서 낳으신 15명의 아우는 형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화근이지.’
물론 그들이 욕심 없이 산다면 내가 정복할 식민지의 초대 총독으로 평온하게 또 조선 발전에 공헌하며 살게 될 거다.
[주상 전하.] [질녀가 생과부로 오래 있지는 않을 겁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사실 우의정의 입에서 진성대군이 거론됐을 때 가장 심장이 철렁했던 사람은 나의 처남인 신수근일 거다.
[처남은 나만 믿으면 됩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진성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나는 잠시 신수근과 이야기했던 때를 떠올렸다가 다시 인수대비를 봤다.
“주상, 그렇다면 선대왕의 아들이 14명이나 더 있다는 것은 압니까?”
그들도 다 스님으로 만들 생각이냐고 묻는 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