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73)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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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들이 있지요.”
나의 폭정으로 사대부처럼 숨을 죽이는 왕자들이다.
“그들이 역적 무리의 입을 통해서 거론되면 어쩌실 겁니까?”
왕이 낳았다고 해서 다 같은 왕자가 아니고.
왕이 낳은 딸이라고 해도 다 같은 공주가 아니다.
왕이 낳은 아들은 대군과 군으로 구분되고.
딸은 공주와 옹주로 구분된다.
‘이것도 철저하게 구분이 되는 조선이네.’
이러니 서얼이 적자와 구분되고 차별받는 거다.
‘떨거지에게는 명분도 기회도 없지.’
물론 반역을 꿈꿀 수는 있다.
그러다가 발각이 되면 사사가 아니라 목이 잘리는 거고.
“저는 세자일 때 할마마마께 진성 하나만 약속했습니다. 그들이 역모에 가담하고 역모자의 입에서 나온다면 누구라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형제애보다 중요한 것이 왕실의 존엄이고 종묘사직이지 않습니까.”
이복형제만 열다섯이다.
그렇게 많은 왕자를 다 살려줄 수는 없는 거다.
“또한 저는 다른 아우들이 경거망동하지 않게 역모에 가담한 아우는 사사로 끝내지 않을 겁니다.”
내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인수대비다.
‘진성대군의 목이 저잣거리에 효수되는 걸 상상하시겠지.’
인수대비가 그런 상상을 했다면 진성대군은 내일쯤에 머리를 깎게 될 거다.
‘나중에는 진성을 환속시켜서.’
진성대군을 남부럽지 않게 평온하게 살게 해줄 생각이다.
“알겠소. 내가 주상의 뜻대로 잘 처리하겠소.”
인수대비는 또 한 번 내게 꺾였다.
“감사합니다. 할마마마.”
이미 진성대군의 사가에도 진성대군이 역모자의 입에서 거론됐다는 사실을 알 거다. 그러니 중이 되라고 하면 중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진성의 외숙인 윤탕로는.’
무인이다.
고려 이후 조선의 사대부는 사병을 거느릴 수는 없지만, 호위로 무사를 두는 자들이 꽤 있다.
또는 왈패로 위장해서 거느리는 경우가 꽤 있고.
‘나는 누군가 경대승이 되고자 함을 경계해야 한다.’
대궐 밖에 3만의 갑사 군단이 있고.
한양 밖 지방에 남벌군과 북벌군이 합쳐서 5만이라고 해도 결국에 임금인 나를 시해하는 것은 단 하나의 칼이고.
또 한 방울의 독약일 테니까.
* * *
수평선에 해가 뜨기 직전, 명나라 삼산포 해안가.
왜인부대의 사략 함대 선단은 명나라 북부 삼산포 해안까지 도착했고 임금 융의 밀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왜구로 변장해서 해안으로 상륙을 완료했다.
“확보된 지도로 마을로 이동한다.”
임금 융은 모든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 철저하게 준비했고.
해안 무역을 담당한 박충선에 지시해서 명나라 해안에 있는 마을들을 지도에 기록하게 했다.
그리고 그 지도가 그 지역을 지옥으로 만들 길잡이 노릇을 하는 거다.
“예, 알겠습니다.”
이곳에 상륙한 왜인부대의 수는 2,000명이고 이들은 충실히 훈련된 정규군이기에 명나라 군사와 싸워도 승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
그러니 일반 양민들을 약탈할 때는 피해가 없을 거다.
“대만 점령을 위한 물산을 확보하고 최대한 많은 노예를 확보한다.”
명나라를 털어서 확보한 재원으로 대만을 식민지로 만든다는 것이 임금 융의 계획이고.
또 왜인부대의 노략질은 명나라 조정에서 보기에 왜구의 소행이기에 조선에 가 있는 명나라 칙사가 명나라로 복귀했을 때 임금 융의 요구가 명나라 황제에게 관철될 수 있는 포석이 되는 거였다.
“예, 알겠습니다.”
“박충선 상단에는 이미 알렸지?”
단조가 부관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연락선을 통해서 이 근방으로 오라고 연락을 미리 취했습니다.”
“약탈한 재물은 바로 박충선 상단에 넘긴다.”
“예.”
“행군한다.”
이렇게 단조의 왜인부대는 노략질을 위해서 행군을 시작했고.
명나라 해안을 지키는 수군은 이 사실을 확인조차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니 삼산포로 불리는 대련에 사는 명나라 백성들의 피해는 극심할 것이다.
* * *
바다 위.
우현이 지휘하는 두 번째 사략 선단은 단조가 병력을 이끌고 행군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 후에 돌아섰다.
“곧 박충선 상단에서 길잡이를 할 배가 도착할 것입니다.”
왜인부대 부제독인 우현의 부관이 우현에게 보고했다.
“이렇게도 주상 전하는 치밀하시다.”
모든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임금 융의 계획에서 진행되니.
임금 융이야말로 참으로 외롭고 고독한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임금 융이 그런 존재이기에 상황에 따라서 진짜 폭군이 될 수도 있고.
미친 왕이 될 수도 있으리라.
“박충선 상단이 명과 왜 그리고 유구국과 무역을 하면서 확보한 뱃길이면 충분히 대만이라는 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다. 우린 일단 대만으로 가서 주력이 상륙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한다.”
대만에 왜인부대의 거점을 만들고.
왜인부대의 주력은 명나라 남부 해안을 계속 노략질하면서 재원을 확보하면서 우현 부제독이 이끄는 부대는 대만을 완벽하게 장악하여 식민지화하는 것이 임금 융의 계획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허허, 단조 제독이 끌고 올 노예들이 빨리 올까? 아니면 박충선 상단이 보낸 길잡이 배가 빨리 올까?”
명나라 수군이나 해안 경비 부대가 지금의 상황을 눈치도 채지 못하고 있으니 노략질은 수월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우현이었다.
* * *
아침, 대전 전각 임금 융의 침소.
“아!”
가장 서글픈 눈빛으로 또 가장 처량한 눈빛으로 나는 중전 신 씨 옆에 앉아 있는 두 명의 비구니를 봤다.
이건 가식이다.
가식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내가 품었던 여자를 그냥 덤덤히 보내면 다른 후궁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는가.
보낼 여자는 측은하고 서글픈 마음으로 보내고.
옆에 둔 여자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즐기면 되는 거다.
‘아비를 잘못 만난 죄지.’
나는 중전 신 씨가 이렇게 처리할 줄 짐작했다.
‘이러지 않으면 조정 신료들이 저 두 여인을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역모를 일으켰다가 발각되거나 역모에 실패한 자의 가솔들은 사내는 죽이고 여자는 관노비가 되거나 역모를 막은 공신들에게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저 둘은 임금의 여자이니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사사해야 한다고 난리를 칠 거다.
“주상 전하, 신첩의 마음을 헤아려주십시오.”
중전 신 씨가 내게 말했다.
“예, 압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내 말에 중전 신 씨가 고개를 끄덕였고.
두 후궁이었던 비구니들은 눈물을 흘렸다.
“잠시입니다, 두 분께서는 불가에 깊이 귀의하지 마시오.”
여지를 남겼다.
‘참으로 못된 놈이 나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두 여인은 내게 버려진 것이 아니라 정치 상황이 좋지 않아서 자기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비구니로 살 거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두 명의 비구니가 내게 말한 후 큰절했다.
여지를 남겼지만 내가 강심장이 아니기에 아비를 총살하고 딸의 몸을 탐해서 품을 수는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이를 의금부에서 독약으로 자살하게 만들고 그의 딸의 젖을 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모르는 일이잖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럽을 떨게 했던 훈족의 왕인 아틸라가 결혼식 피로연에서 코피를 쏟으며 죽었단다.
‘독살이겠지.’
내가 그 꼴이 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거다.
“번뇌를 떨치고 계시오.”
“예, 알겠나이다.”
그렇게 아비를 잘못 만난 두 명의 후궁은 대궐을 나갔다.
‘이제는 사대부를 썰어 버릴 만큼은 썰었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조선 백성들의 민생을 돌보는 일일 거다.
그리고 그 민생의 핵심은 최대한 조선 백성의 인구수를 늘리는 일이기에 곡물의 증산과 함께 질병 퇴치가 최우선이 될 거다.
‘수인성 질병부터 해결하자.’
물을 잘못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 조선 백성들이 많이 죽는다.
‘그리고.’
종두법도 개발해 보자.
아니 뭐든 해볼 거다.
어떤 것은 실패할 것이고.
또 어떤 것은 성공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실패하는 과정에서 성공하게 되는 것을 발전이라고 부르니까.
* * *
인수대비의 전각.
인수대비는 종친부의 큰 어른이고 정현왕후만큼 진성대군을 아꼈다. 사실 임금 융에게는 크게 정이 없었던 인수대비였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임금 융의 모후인 폐비 윤 씨를 사사하는 일에 깊이 관여한 사람이 인수대비였다.
“진성을 출가시키라고 하셨습니까?”
정현왕후는 인수대비의 급한 부름을 받고 대궐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진성이 삽니다.”
인수대비의 말에 정현왕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대비께서도 들으셨지 않소.”
정현왕후가 대비고.
인수대비가 대왕대비다.
“예, 들었지요, 역적의 입에서 진성대군이 거론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상께서 함구령을 내리셨지만 그게 얼마나 가겠소?”
이건 임금 융의 생각이면서도 인수대비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 그렇지요.”
“칡넝쿨처럼 질기고 모진 것이 사대부들의 고집이지 않소.”
인수대비는 언젠가는 사대부들이 임금 융이 함구령을 내린 일을 다시 거론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린 진성을 불가에 출가시키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진성을 그대로 두면 노산군처럼 될 수도 있어요.”
인수대비의 말에 정현왕후는 기겁했다.
“왕대비 마마.”
“내 시아버지께서 왜 그렇게 모질게 노산군을 죽였겠소.”
“아!”
“물론 내 시아버지께서는 정통성이 없으셨기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는 하지만 주상의 개혁이 너무 급진적이오. 개혁이 막히기라도 하면 주상은 돌파구를 찾으려고 진성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소.”
이건 위협이고 협박이다.
하지만 인수대비가 오래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주상은 내 시아버지의 직계입니다. 아시겠어요.”
진성대군의 어머니인 정현왕후에게 이 말은 소름이 돋는 말이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인 일은 대비께서 주상이 어릴 때 지극정성으로 돌보셨고 그걸 주상이 잊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내 시아버지였다면 진성은 이미 노산군이 되어 있을 겁니다.”
“왕대비 마마.”
“주상께서 당분간이라고 하셨소. 잠시 불가의 의탁한 후에 왕권이 더욱 강화된다면 주상께서는 진성을 환속시켜주시겠다고 내게 약조하셨소. 어떻게 하실 겁니까?”
“……”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정현왕후였다.
“딱합니다. 참으로 딱해요.”
인수대비는 바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정현왕후를 질책하듯 말했다.
“대비께서는 현덕왕후처럼 귀신이 된 후에도 자식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셔야겠습니까?”
현덕왕후?
현덕왕후는 단종의 생모다.
그녀는 화산부원군 권전의 딸로 문종의 세 번째 세자빈이 된 인물로 단종을 낳은 후에 산후병으로 사망했다.
그러고 보면 문종도 처복이 참으로 없는 임금일 거다.
“현덕왕후라고 하셨습니까?”
현덕왕후는 단종 복위 사건이 발각되어 서인으로 강등이 된 인물이지만 인수대비는 여전히 그녀를 현덕왕후라고 불렀다.
“결정하셔요. 그래야 진성이 평온히 삽니다.”
인수대비의 말에 정현왕후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사옵니다.”
“고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왕실을 평온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시고 진성을 위한 일이라는 사실만 아시면 됩니다.”
이렇게 진성대군은 원래 역사와 다르게 잠시 불가에 귀의하게 됐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