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74)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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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임금 융의 침소.
“주상 전하.”
그때 상선 김처선이 나를 불렀다.
“왜 그런가?”
“주상께서 예전에 토끼 사육에 성공하시어 닭을 키워서 달걀을 많이 생산하라고 하셨나이다.”
토끼는 풀을 먹지만 닭은 풀도 쪼아 먹고 곡물도 소비한다.
‘실수라면 실수지.’
조선이 이제야 백성이 먹을 곡물 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인데 곡물을 먹여서 키워야 하는 닭을 대단위로 사육하라고 지시한 일은 임금인 나의 실수가 맞다.
그리고 지시만 해놓고 깜빡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임금인 나의 또 다른 잘못일 거다.
“그랬지.”
정치적 문제로 바빠서 그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었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모양이군.”
“망극하옵니다. 이번에 올라온 양계장의 장계에 의하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는 듯합니다.”
내가 두 명의 후궁이 대궐을 나가는 것을 보며 서글픈 척을 하기에 상선 김처선이 다른 쪽으로 내 신경을 돌리게 하도록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그래?”
사실 잘될 턱이 없다.
조선의 토종닭은 내가 현대인일 때 봤던 토종닭과는 현저하게 달랐다.
‘현대에서 봤던 토종닭은 컸지만.’
현재의 조선에서 키우는 토종닭은 작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현대에서 먹었던 치킨보다는 크다는 거다.
“주상께서 말씀하시기를 닭을 잘 키워서 수컷은 육계로 쓰고 암컷은 양계로 쓰라고 하셨나이다.”
사실 말로는 무슨 일을 못할까?
‘임금에 달에 가서 달 토끼를 잡아 오라고 하면.’
잡으러 가는 척이라고 해야 하는 세상이 이제 나의 조선인 거다.
하지만 임금인 내가 지시했다고 해도 실행이 불가능한 일은 많을 거다.
‘대형 판옥선 건조만 해도 그렇지.’
판옥선은 평저선이다.
‘그 평저선으로 과연 베링 해협을 건널 수 있을까?’
이건 사실 나의 치명적인 실수일 거다.
‘평저선과 첨저선(尖底船)을 동시에 개발해야 했다.’
첨저선(尖底船)은 길고 좁은 각재 하나만을 바닥에 깔고 그것을 뼈대로 외판을 붙여나가는 배를 통칭하는 것으로 안다.
‘명나라에서 만든 누선(樓船)이 대표적이지.’
하여튼 V형으로 바닥을 만들어서 뾰족하여 참저선은 직진 기동력에서 유리하지만.
선체 하부의 구조가 좁기에 화포를 발사할 때의 반동을 흡수하는 부분에서 평저선보다 불리하다.
내가 알고 있기로 세종 15년쯤에 조선 수군의 함선을 평저선에서 첨저선으로 개혁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나중에 문종 때 다시 평저선으로 회귀했다.
‘실수다.’
평저선인 판옥선으로 해안 전투를 진행하고.
개발과 건조 중인 대형 범선이 첨저선(尖底船)이니 대양의 시대를 열겠다고 계획한 것이 나의 실수인 거다.
이미 왜인부대와 함께 나는 신대륙 개척을 위한 개척 함대를 은밀히 만들었고.
장승포에 조선소까지 설치해서 대형 판옥선을 12척이나 만든 상태다.
‘다행히 아직은 명을 내리지는 않았다.’
급하게 진행할 일이 있고.
철저하게 준비해서 처리할 일이 있으니까.
‘지금 평저선인 대형 판옥선으로 신대륙 개척을 위해서 출항하면?’
베링 해협에서 다 죽겠지.
물론 연해주에 조선의 깃발을 꽂을 수는 있을 거다.
‘사할린도 조선의 영토로 편입시킬 수 있겠지.’
더 나가면 일본의 홋카이도도 일본의 영토가 아닌 조선의 해양 영토로 편입할 수도 있다. 물론 곰을 신으로 모시는 아이누족을 복속시키거나 말살시켜야 한다.
‘어느 쪽이든 어려운 건 없지.’
복속이든 말살이든 나의 결정에 달렸으니까.
하지만 그게 최대일 것이고.
동아시아의 끝까지 가서 조선의 깃발까지는 꽂을 수 있겠지만 살벌한 베링 해협의 파도를 판옥선을 대형으로 건조했다고 해도 버티지는 못할 거다.
‘계획을 수정해야겠지.’
상선 김처선이 내가 지시해 놓고 감독하지 않은 양계 사업을 말할 때 나는 이렇게 신대륙 개척까지 생각을 확장해 버렸다.
‘이러다가 내가 미칠 수도 있지.’
뭐라고 할까?
외롭다고 해야 할까?
나 혼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지시하고 감독하려고 하니 미칠 지경이고.
그래서 만든 것이 블랙 기업 집현전이다.
“주상 전하.”
내가 또 깊은 생각에 빠진 것을 확인한 상선 김처선이 나를 조심히 불렀다.
“그래, 계속 말해 보게.”
“예, 육계는 털을 뽑으니 한 줌도 되지 않고 양계는 알을 낳는 것도 부실하다고 하옵니다. 먹이는 곡물보다 얻는 고기의 양이 적기에 조선 백성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상선.”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상선 김처선을 불렀다.
“예, 주상 전하.”
“내가 서글플 것 같아서 이런 말을 하는 건가?”
“망극하옵니다.”
“참으로 서글프다. 과인의 계획에는 우의정과 좌의정의 역모는 없었으니까.”
사실 내게도 돌발상황이라면 돌발상황이었다.
“예, 그러실 겁니다.”
“그래도 상선이 나의 심기까지 생각해 주니 고맙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요?”
사실 성공하는 일이 있으면 실패하는 일도 있다.
시행착오가 없이 어디 발전하겠는가.
“제가 내시부 책상물림들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더니 중국 고서에서 남부 지역의 닭들이 참으로 실하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시부가 비대해지고 있다.
‘감찰 기관으로는.’
사헌부에 버금갈 정도가 됐고.
상선이 책상물림이라고 불리는 상책 휘하의 서책 관리자들 역시 많아졌다.
‘내시들은.’
각자의 탐욕에 의해서 재물을 탐하거나 권력을 탐하는 자가 많고.
또 지식을 탐하는 자들도 상당하다.
“그래요?”
역시 상선 김처선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문제점만 보고하는데 상선 김처선은 대안까지 확인한 후에 내게 말하고 있으니까.
“그렇사옵니다. 그 명나라 남부 지역의 닭을 수입하여 조선의 닭과 교배한다면 좋은 닭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닭만 그럴 일이 아니라 먹을 것도 없는 토종 돼지도 이번에 수입해서 교배하면 좋겠소.”
사실 내가 조선의 임금이기에 숙청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 일도 충선에게 맡기면 될 듯하오. 명나라 남부에서 암탉과 암퇘지를 최대한 많이 가지고 오라고 하시오.”
이왕이면 수탉보다는 암탉이고.
수퇘지보다는 암퇘지다.
‘씨는 조선의 것이어야지.’
그리고 이런 생각은 앞으로 가축들에게만 적용되지는 않을 거다.
“예.”
먹을 식량을 최대한 많이 늘려야 한다.
곡물의 생산량도 최대한 늘려야 하고.
‘세종 때 인구가 대략 900만 명 정도였다.’
세종 때보다 지금은 몇 대나 지났다.
‘그러면 보통에는 두 배는 늘어야겠지만.’
현재의 조선 백성의 인구는 거의 세종 때와 같을 거다.
‘20년 안에 2,000만으로 늘려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여자들이 애도 많이 낳아야 하지만 태어난 신생아의 사망률도 낮춰야 한다.
‘사망률을 낮추는 최고의 방법은 위생과 보건이지.’
지금의 조선은 하천에만 가도 악취가 진동한다.
그러니 위생은 엉망이고.
보건도 형편없다.
‘화장실부터 제대로 보급해야겠지.’
정말 내가 기겁한 일은 뒷간 옆에 우물이 있고.
그 우물의 물을 조선 백성이 아무렇지 않게 마신다는 거다.
문제는 내 계획대로 또 목표대로 인구가 급증하게 되면 당연히 극심한 식량난이 닥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식량 증산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식량을 증산하라면 만주 일대의 흑토 지대도 장악해야 하지만 중남미 대륙에 서식하는 감자와 옥수수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한다.
‘중국이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땅콩을 도입했기 때문이고.
땅콩이라는 작물은 지력이 약한 모래땅에서도 잘 자라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땅콩의 원산지도 남미대륙이다. 젠장!’
그러니 신대륙 개척은 필연적으로 진행해야 할 최대의 사업인 거다.
“상선이 양계 사업은 주도하시오.”
“예, 알겠나이다.”
상선 김처선이 바로 대답했다.
* * *
장례원 전각 안.
장례원(掌隷院)은 조선시대 노비를 관리하는 담당 관청으로 장례원의 수장은 정3품이고 관직은 판결사였다.
세조 13년에 설립되었고 상황에 따라서 죄인이 된 자를 직접 판결할 수 있기에 조선 시대에서는 사헌부와 한성부와 함께 사법삼사로 불렸다.
“판결사는 왜 아직 전국의 노비 문서를 모으지 못하고 있나?”
장례원의 수장인 판결사는 정자세로 서 있고.
그를 질책하는 것은 박원종이었다.
“송구합니다.”
“주상의 지엄한 어명인데 아직도 이리도 진행이 늦어서 어찌하겠는가, 쯧쯧!”
아들을 귀양을 보낸 박원종이고.
임금 융이 말하기를 자신이 공헌하면 아들의 귀양을 빨리 풀어주겠다고 했기에 이렇게 서두르는 거였다.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장례원에서 가지고 있는 노비 문서와 실질적인 노비 문서를 대조해야 주상께서 원하시는 실질적인 노비의 수가 명확해지네.”
박원종이 판결사에게 말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장례원에 있는 노비 문서와.’
주인들이 가진 노비 문서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많은 노비를 보유했던 박원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알량한 권세를 이용해서 양민을 노비로 만든 사대부와 지주들이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는 박원종이었다.
왜 그렇게 잘 알까?
자신이 공신 가문 출신이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수많은 양민을 노비로 만들었으니까.
‘이런 일들을 주상께서 아시면 또 크게 노하실 것인데.’
박원종은 현재 궁지에 몰린 상태라서 어떻게든 자기가 지은 죄를 덮어야 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을 문서로 묶어서 지옥 같은 삶을 살게 만드는 것은 죄악일 거다.
물론 지금의 조선에서 노비를 보유한 것을 죄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또 일부는 가뭄과 홍수로 인한 기근 때문에 자청해서 대갓집의 노비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서두르시게. 최대한 빨리 서둘러야 해.”
“예, 알겠습니다.”
장례원 수장인 판결사는 사실 죽을 맛이었다.
만약!
이 장례원에 조선 팔도에 있는 모든 노비 문서들이 모이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 * *
인왕산 인근 으슥한 오두막.
갑사 군단 상사 출신인 살주계 계주는 이곳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함께 제대한 노비 출신과 살주계의 임무를 수행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상사 출신 살주계 계주는 갑사 부대 총사령관이 자기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고래기름은 확보했나?”
“예, 그렇습니다. 도성에서 대량의 고래기름을 사면 혹여 나중에 의심받을 일이 있을 것 같기에 여주까지 내려가서 구했습니다.”
노비로서 주인에게 원한이 깊은 자들이 꽤 있었다.
물론 살주계의 중심은 갑사 부대에서 강제 제대를 당한 노비 출신들이지만 말이다.
“잘 들으시게.”
“예, 계주.”
“우리의 첫 거사가 크고 대단해야 세상이 발칵 뒤집힐 것이고 그래야 노비들이 호응할 것이네.”
이건 맞는 말이다.
물론 살주계의 첫 거사가 크게 성공하면 한성부와 장례원 그리고 갑사 군단이 모두 살주계를 찾으려고 총력을 다하게 될 거다.
“예, 압니다.”
자리에 모인 자들이 모두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첫 거사는 내 아비의 주인이었던 공조 정랑 박흥수를 제거하는 것으로 정했네.”
상사 출신 돌쇠는 갑사 군단 총사령관에게 자신이 살주계를 조직하면 제일 먼저 제거할 사람은 자기 아버지를 멍석에 말아서 죽인 주인이라고 말했었다.
“예.”
“그 망할 놈의 집구석을 활활 태워서 재로 만들 것이야.”
분노에 사로잡혀 복수심에 불타는 자는 거칠고 잔인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살주계의 활약을 임금 융은 또 적절하게 이용하고자 사대부들에게 함정을 팔 것이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