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78)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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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전각 앞.
“참으로 박성균이 무엄합니다.”
박성균이 나를 성균관으로 불렀기에 성균관에 왔는데 성균관은 37인의 성균관 유생이었던 자들이 귀신이 됐기에 텅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폐가처럼도 느껴졌고.
그래서 활력을 잃은 것 확실했다.
‘성균관도 개편한다.’
과거 공신들이 조국에 충성했다고 그 자손들이 특혜로 성균관에 입학하는 악습을 폐지할 생각이다. 그런 과정에서 정말 조선의 천재들만이 조선을 위해서 연구하고 학문을 닦는 곳으로 바꿀 거다.
‘신분은 중요하지 않다.’
성균관의 입학 조건에서 앞으로 나는 신분과 출신 사항은 뺄 생각이다.
‘얼마나 대단한 것을 발견했으면 불경인지 모를까?’
어떤 면에서 박성균은 몽상가고 철부지다.
‘오늘 도승지한테 혼나겠지.’
나는 말로만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서 내게 제일 많이 당한 사람이 도승지다.
[장 교위, 너는 돌대가리냐?] [송구합니다. 세자 전하.] [말로 해서는 안 되는 법이 있다.] [예?] [영어가 어렵기는 해도 노력하면 깨치지 못할 언어는 아니다.] [참으로 어렵사옵니다.] [한문보다 쉽다. 여긴 외울 글자가 많지 않으니까.]물론 단어로 친다면 엄청나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때부터 도승지 아니 장 교위는 내게 정신 교육과 얼차려를 받았고.
아마도 조선인 최초로 대가리 박아도 해봤을 거다.
“무엄한 놈이기는 하다. 하하하!”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온다.
“제가 따끔히 질책하겠나이다.”
도승지가 내게 말했다.
“임금을 불러도 될 정도이니 불렀을 거다.”
기대된다.
나는 박성균에게 석탄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과정에서 박성균은 증기기관의 원리까지 유추해냈다.
물론 아직 증기기관 개발에 착수하지는 못한 상태다.
증기기관을 개발할 여력과 재물이 없는 상태다.
‘만약에!’
범선 개발에 착수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또 달라졌을 수도 있다.
“주상전하를 뵙습니다.”
손에 검정을 엄청나게 묻힌 박성균이 내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했다.
“성균, 그 몰골이 뭔가?”
딱 봐도 석탄이다.
얼굴에도 석탄이 가득 묻어서 흑인처럼 보일 정도다. 그런데 내게 인사한 박성균은 아이처럼 신이 난 상태고.
저렇게 신이 난 것은 내게 자랑할 것이 있다는 증거다.
“주상 전하께 보여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보여주겠다는 것이 어디에 있나?”
기대된다.
“주상 전하.”
박성균을 질책하겠다고 했던 도승지가 나를 불렀다.
“나중에 조용히, 알았지.”
나는 도승지를 보며 웃었고.
도승지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대답했다.
“예, 알겠나이다.”
박성균이 혼날 짓을 한 거다.
그러면 나 없을 때 혼나면 된다.
* * *
갑사 군단 산하 병력 훈련장.
조선은 임금 융에 의해서 갑사 군단이라는 직업 군인이 양성되었지만, 일반 백성과 사대부도 군역의 의무를 담당하게 됐기에 군역 개혁이 이루어지자 갑사 군단의 주도로 소집 훈련이 진행됐는데 사내만이 군역을 담당하는 것에서 계집들도 군역을 담당하게 됐다.
“내가 살다 살다가 계집도 군역을 지게 되는 꼴을 볼 줄은 몰랐네.”
사대부 하나가 불만 가득한 말투로 이죽거렸다.
“거기 조용히 합니다.”
갑사 군단 소속 하급 간부 중에서 군역 훈련 담당으로 임무를 받은 하급 간부들이 도포와 갓을 쓰고 온 사대부에게 말했다.
“이보시게 나는 양반일세.”
아직 정신 못 차린 사대부들이 있었다.
“양반도 군역을 담당하는 것으로 경국대전이 개편됐소.”
“중인으로 보이는데 무엄하다.”
사대부의 말에 하급 간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후에 직접 이죽거리는 사대부에게 걸어왔다.
저벅, 저벅!
툭!
사대부 앞에 서자마자 갓을 쳐서 벗겨버렸고.
바닥에 떨어진 갓을 하급 훈련 간부가 지근지근 밟았다.
“무, 무엄하다.”
무엄하다가 말했지만, 사대부가 겁을 먹은 것도 사실이었다.
“주둥이 닥쳐, 주상전하께서 어명을 내리시기를 훈련소에 입소하면 신분과 출신은 없다.”
“뭐, 뭐라고?”
퍽!
말을 더듬으며 되묻는 양반에게 돌아가는 것은 매질이었다.
“으윽,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사대부가 훈련 간부를 노려봤다.
“내가 무사하지 못하면 주상 전하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는 거지.”
말 안 들을 것 같은 사대부 하나를 조져서 훈련 기강을 잡으려는 거였다.
그렇게 양반이 구타당했고.
조선이 변했다는 것을 이 훈련소에 들어온 후에 사대부들은 실감했다.
* * *
남성 훈련소 옆의 여성 훈련소.
임금 융이 여성에게도 군역을 부담하게 했지만, 열외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자식을 다섯 이상 낳은 아녀자들은 군역을 면제해 주는 거였다.
그 말의 뜻은 자식을 넷을 낳아도 40세 이하라면 군역을 부담해야 하고 이렇게 한 달에 5일은 훈련받아야 한다는 거였다.
“들고 있는 것은 쇠뇌라는 무기다.”
훈련 교관이 줄을 서서 설명을 듣는 아녀자 예비군들에게 설명했고.
훈련 교관 옆에서는 조교 역할을 하는 하급 간부가 쇠뇌를 들고 아녀자 예비군들에게 쇠뇌를 보여줬다.
“쇠뇌는 활과 비슷한 무기로 활이 오랜 기간 숙련 훈련이 필요하지만, 쇠뇌는 손재주만 있으면 누구나 바로 쏠 수 있는 무기다.”
갑사 군단 훈련 부대 간부들은 남성과 여성의 신체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에 맞는 군사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쇠뇌의 끝을 바닥에 놓고 발로 그 쇠뇌를 밟은 후에 두 손으로 힘껏 시위를 당기고 걸쇠에 걸면 장전은 끝난다.”
훈련 교관의 설명과 함께 조교가 아녀자 예비군들이 볼 수 있게 시범을 보였다.
“그 후에 화살을 올리고 조준하여 당기면 된다.”
척!
조교가 화살을 쇠뇌에 장전한 후에 옆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곳에는 과녁이 보였다.
“방아쇠를 당기면 쇠뇌는 발사된다. 발사!”
훈련 교관의 지시에 조교 역할을 하는 하급 간부가 바로 쇠뇌의 방아쇠를 당겼고.
화살이 발사됐다.
슝!
퍽!
발사된 화살은 과녁을 명중했다.
“이제부터는 반복 숙달이다.”
이렇게 조선의 군역 체계는 완벽하게 개편됐고.
임금 융의 계획에 의해서 전 백성의 병력화에 돌입했다.
“핵심은 여성 예비군들이 나처럼 다른 여성에게 똑같이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의 임금이 여자들까지 군사 훈련에 동원한 이유는 조선의 인구가 명나라의 1/10도 되지 않기 때문이고.
조선의 아녀자들이 남자들처럼 힘들게 훈련받아야 그 훈련이 면제되는 조건인 자식 다섯을 출산하려고 힘을 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힘드네.”
30대 중반의 여인이 투덜거리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세상이 변해도 정말 이상하게 변했네.”
“자네는 훈련받기 싫은가?”
“좋을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여자가 때로는 더 솔직할 때가 많다.
“다 그렇지.”
“그렇죠.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남정네처럼 군사 훈련까지 받는다면 여편네들의 등골이 휠 겁니다.”
“그게 싫으면 순풍, 순풍 아이를 낳으시게. 다섯만 낳으면 되네.”
“나리도 참 딱하십니다.”
“내가 딱해?”
훈련 교관이 아낙네에게 되물었다.
“예,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허허허!”
“노임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왕실에서 강제하는 노역에 이렇게 한 달에 5일이나 군사 훈련에 징집되니 쇤네가 어디 하늘을 볼 시간이 있겠습니까.”
아낙네의 넉살에 할 말을 잃은 훈련 교관이었다.
님을 봐야 뽕을 따고.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 법이다.
조선의 사내들은 임금 융이 내리는 노역에 등골이 휘고.
그 노역을 다녀오면 지쳐서 아내를 품기보다 쓰러져 잠을 잘 수밖에 없었고 또 이렇게 군사 훈련에 동원되면 노역보다 더 힘드니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이 이제는 사내가 아닌 아녀자에게 해당하게 될 것이니 부부가 체력이 바닥이 나니 서로 안고 배꼽을 맞출 힘이 없는 거였다.
‘말은 맞네.’
* * *
돈의문 안쪽 시전.
임금 융의 계략에 의해서 갑사 군단 소속 치안 부대는 한성부와 함께 도성 안의 치안을 담당했는데 이것은 현대적으로 보면 계엄령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순기능만 작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게 전부야?”
한 번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는 말이 있듯.
갑사 부대에 강제로 입대한 왈패들은 시전 상인들에게 금품을 갈취하는 일이 늘어났다.
“예, 나으리.”
“우리가 여기를 지켜주고 있어서 시전이 잘 되는 거야. 알아? 몰라?”
“압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로 어디 탁주 한 사발이나 마시겠어.”
“송구합니다.”
시전 상인은 왈패 출신 갑사 군단 치안 부대 병졸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더 없다 이거지?”
“요즘 장사가 잘···.”
퍽!
왈패 출신 갑사 군단 병졸이 들고 있던 곤봉으로 상인을 가격했다.
“억!”
상인은 바로 쓰러졌다.
“이거 옛날 성질 나오게 만드네.”
한 마디로 이 상황을 표현하자면 망할 놈들이 상인을 몰매를 놓기 직전이었다.
“멈춰라.”
그때 갑사 군단 감찰 부대 중급 장교가 나타났고.
왈패 출신 병졸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돌아봤다가 기겁했다. 그리고 중급 장교 뒤에는 병졸들이 화승총을 왈패 출신들에게 겨누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갑사 군단 장졸로서 전하께서 아끼시는 백성의 고혈을 빠는 자는 역적이다.”
“그, 그것이, 그러니까.”
“무기를 버리라.”
털컥, 털컥!
왈패 출신들이 무기를 버렸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
“참하여 시전에 효수하라!”
본보기가 이렇게 빨리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임금 융의 왕권 강화와 함께 팽창하기만 했던 갑사 군단은 스스로 쇄신을 시작했고 쇄신을 위한 본보기는 상당히 가혹했다.
* * *
대궐 안 형조 전각.
형조는 현대적으로는 법무부와 법원의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그리고 지금은 팽형 집행 당시에 임금 융이 공표한 군역의 거부한 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조례안 비슷한 것을 임금 융의 어명으로 만들고 있었다.
“일단 경국대전에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형조판서가 모인 형조 관원들에게 못을 박듯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형조의 관원은 상복사와 고율사 그리고 장금사와 장례사의 관청에 속해 있는 수장으로 상복사는 형벌을 결정하는 일을 담당하고 고율사는 사건을 수사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리고 장금사는 감옥을 관리하고 장례사는 노비와 포로를 관리한다.
“형조판서 대감, 경국대전에 보면 사대부는 군역에서 면제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상복사 수장이 형조판서에게 말했다.
“확실하오?”
대충 아는 것으로 자기주장을 펼쳤다가 성균관 유생 40명 중 37인이 팽형을 당했고. 형조판서의 아들도 이미 귀신이 된 상태라서 형조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예?”
“경국대전에 확실히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거요.”
다시 한번 확인하는 형조판서였다.
“그, 그럴 것입니다.”
“성균관 유생 40인이 팽형이 집행된 이유는 모두 알 것이오.”
형조판서는 임금 융에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상복사의 수장도 덜컥 겁이 나서 꼬리를 내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