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79)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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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봐도 소용이 없소. 경국대전 위에 전하께서 계시니까요.”
장금사 관청의 수장이 모두에게 말했고.
“전하께서는 항상 경국대전을 바꾸고 계시니까요.”
그 말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조선의 법은 경국대전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임금 융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조세법과 노비 제도 그리고 군역까지 바꾸었으니 경국대전 위에 임금이 있다고 말한 신하의 말이 옳은 거였다.
“창검으로 신료들을 위협한 지 벌써 5년입니다.”
임금 융이 즉위한 지 5년이 지났고.
임금 융의 나이가 이제 23살이 됐다.
“그렇지요, 처음 즉위하실 때 백성들의 호환을 막으시겠다고 사병인 갑사 부대를 창설하실 때부터 말려야 했습니다.”
“영의정께서 결단코 막으셔야 했습니다.”
영의정이 없는 자리.
속담에 나라님 없을 때는 나라님 욕도 한다는 말이 있지만 임금 융이 없을 때 임금 융을 욕하면 반역이었다.
물론 이 자리에 영의정이 없기에 영의정을 비난하는 거지만 말이다.
“갑사 부대가 정예군 5만이 될 정도로 커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얼마 전만 해도 중앙군 격인 갑사 군단의 병력은 3만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2만이나 늘었고.
그래서 한양과 경기도 일대에는 거지들과 부랑자들이 없었다.
“수만 늘린 겁니다.”
“수만 늘렸다고요?”
“그렇습니다.”
회의 주제가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내가 듣기로 1년 전부터 갑사 군단에 입대한 병사들은 거지와 부랑자들이라고 하오.”
“부랑자면 도망 노비도 있지 않겠소?”
“그렇겠죠. 그렇다고 노비의 어느 주인이 살벌한 갑사 군단 주둔지까지 가서 자기 노예를 찾겠소.”
“그건 또 그렇소이다. 나는 근처에만 가도 소름이 돋아요. 소름이!”
“불만은 그만 토로하고 회의를 합시다.”
듣고 있던 형조판서가 말리듯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신료 하나가 형조판서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형조판서는 여전히 임금 융의 장인이니까.
“누구라도 이런 철혈 정치에 불만이 없겠소, 그나저나 모든 백성에게 군역을 부담하는 개혁이 이리도 빨리 진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장례원 관청 수장이 형조판서에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워낙 성격이 급하시니까.”
사실 임금 융은 세자 때부터 성격이 급하기로 유명했고.
또 엉뚱한 짓을 저지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폐비 윤 씨 때문에라도 인수대비에게 미운털이 박혔던 세자 융이었는데 그런 행동들 때문에 더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었다.
“전하의 어명을 등에 업은 갑사 군단이 주도하고 있기에 사대부들의 훈련을 진행할 때 안하무인이라고 합니다.”
문을 숭상했던 조선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고려의 무신 정권 때보다 더 살벌하기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형조판서가 인상을 구겼다.
“선비의 갓을 벗겨서 바닥에 던진 후에 지근지근 밟았다고 합니다. 다들 아시듯 갑사 부대는 사냥꾼과 백정 그리고 노비가 주축입니다.”
천대만 받던 조선의 백성들이 이제는 사대부를 압박할 정도로 임금 융의 군권은 거대해진 거다.
“그렇지요.”
“이대로 가면 강상의 도가 완벽하게 무너지고 동방예의지국은 아니게 됩니다.”
“그런 불만을 여기서 터트린다고 달라질 것은 없소.”
형조판서는 임금 융을 직접 상대하는 고위급 관료이기에 임금 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관청의 수장들은 임금 융을 상대해본 적이 없기에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니 이런 소리를 하는 거였다.
“하오나.”
“이제 조정에서 주상께서 하시는 일에 불만을 표출하면 목부터 걸어야 합니다.”
형조판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겁박이라도 모두가 동의한 일입니다. 그러니 군역은 모두가 부담해야 합니다. 그리고 군역을 대신하는 세금도 없어졌습니다.”
돈 좋아하는 임금 융이지만 군역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세금을 내는 제도를 과감하게 철폐했고.
그래서 이제 조선은 있는 집 자식이나 없는 집 자식이나 똑같이 군역을 부담하게 됐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녀자들까지 군사 훈련을 시키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우리가 백성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할 것은 사대부라고 해도 예비 훈련에 5회 이상 이유 없이 불참하면 노비로 삼는다는 법령을 알려야 한다는 겁니다.”
“사대부도 노비가 된다고요?”
관청의 수장들이 모두 놀랐다.
“그렇소이다. 이것은 지엄하신 주상 전하의 어명이니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몰랐다고 변명해도 천한 노비가 되는 형벌을 면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여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조선이었다.
이래서 통치자가 누구인지가 이렇게 중요한 거다.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는 임금 융이야말로 한민족의 마지막 희망일 거다.
* * *
명나라 삼산포 해안 마을.
삼산포 수군 도독부에서 왜구가 급습했다는 통보를 받고 이곳으로 병력을 보냈으나 단조 제독이 지휘하는 왜인부대는 빠르게 이 지역을 이탈하여 다른 지역을 털고 있는데 그게 바로 명나라 수군이 주둔한 수군 도독부였다.
단조 제독의 사략 부대가 이럴 수 있는 이유는 명나라 삼산포에 주둔한 수군 도독부 인근에 정찰조를 매복해 놨고 그 정찰조가 수군 도독부의 부대를 은밀히 추적하며 보고하기 때문이었다.
“도독, 생존자입니다.”
잔뜩 겁에 질린 노인과 아이 하나가 수군 도독부 장수와 함께 수군 도독 앞으로 끌려 왔다.
“왜구더냐?”
수군 도독이 여전히 공황 상태인 노인에게 물었다.
“야차입니다. 악귀입니다. 괴물입니다!”
노인은 여전히 겁먹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정신을 차리고 도독께 제대로 고하지 못할까?”
수군 장수가 소리쳤다.
“마을을 급습한 놈들은 야차입니다. 오자마자 불을 지르고 그 불에 놀라서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그냥 죽였습니다.”
마구 죽인 건 아니었다.
반항하는 자들만 죽였지.
하지만 당하는 처지에서는 도륙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냥 죽였다?”
“예, 그렇습니다.”
기선 제압이라면 기선 제압일 거다.
사실 명나라 산둥반도에 사는 힘없는 명나라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하지만!
전쟁은 원래 그런 거고.
침략이 또 그런 것이며!
약탈은 그럴 수밖에 없다.
훗날 이런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조선의 백성은 임금 융을 욕하지 않고 칭송할 것인데 현대에서 영국군이 저지른 수많은 만행을 세계인들이 욕해도 영국인들은 그 자체를 자긍심으로 생각하는데 앞으로의 조선 상황이 그와 비슷할 거다.
“다···. 다 죽이고 끌고 가고 몇만 살린 후에 재물을 챙겨서 떠났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몇은 살렸다는 거다.
그것을 명나라 수군 도독이 간파한다면 명장이리라.
“으음!”
노인의 말에 수군 도독은 신음을 터트렸다.
“도독, 노인의 말처럼 이 마을에는 산 자는 거의 없습니다.”
수군 도독부 장수도 수군 도독에게 말했다.
단조 제독은 자신들이 저지른 참담한 만행을 소문낼 명나라 사람 일부만 남기고 죽이거나 노예로 삼기 위해서 후발대를 이용해서 바다로 끌고 갔고
그들은 바로 대기하던 박충선 상단의 노예 수송선에서 선별되어 대부분은 대만으로 또 일부는 유구국으로 바로 끌려갔다.
“정말 산 자가 거의 없다?”
사실 왜구들이 잔인하기는 해도 지금까지 이 정도로 잔인한 놈들은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가옥은 모두 불탔고 시체만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산 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잔인한 왜구가 침범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왜구가 더 잔인해진 건가?”
원래 왜구는 잔인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건 왜인의 특성인데 강한 자에게는 굴복하고 약한 자에게는 횡포를 일삼는 민족성이 그대로 왜구의 잔인성으로 확대된 거였다.
“왜구들이 노린 것은 노예 확보일 수도 있습니다.”
명나라 수군이 멍청한 자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자기 소임을 다하는 장수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장수들은 실력을 보이면 탄핵당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된다.
“노예를 노렸다?”
뭐 사실 노예 확보를 위한 노략질도 상당하게 많았다.
그런데 노예 확보를 위한 노략질은 왜구보다는 왜구로 가장한 명나라 출신 해적단들이 많았다.
명나라의 땅은 넓고.
산둥에서 잡은 노예를 남부에 팔아먹는 경우가 많았고.
남부에서 잡은 노예는 산둥이나 대월국에 파는 경우도 많았다.
“예, 그렇습니다. 하여튼 이미 왜구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수색조는 보냈나?”
명나라 수군 도독부는 지금 제대로 뒷북만 치는 상태였다.
“예, 보냈습니다.”
“왜구들이 예전과 다른 것 같다.”
“소장도 그리 생각됩니다.”
“직접적인 전투를 피해야겠다.”
명나라 백성들이 이렇게 처참하게 도륙당했다면 어떻게든 왜구를 추적하여 공격해서 복수해야 할 건데 수군 도독은 왜구와의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겠다고 말했다.
“예?”
“수군을 잃게 되면 조정에서 문책이 내려온다.”
사실 삼산포 수군 부대 장군은 이 지역 출신이 아니기에 삼산포에 사는 명나라 백성을 목숨을 걸고 지킬 이유가 없었다.
그저 임기만 채우면 됐다.
‘이거 한동안 복구가 어렵겠군. 쯧쯧!’
삼산포 해안에서 활동하는 명나라 해적의 배후가 수군 도독이었다.
두두두, 두두두!
그때 몇 기의 기병이 달려와서 급하게 말에서 뛰어내려 수군 부대 장군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냐?”
불길한 예감이 밀려드는 수군 도독의 부관이었다.
“도독 각하, 병력을 최대한 빨리 회군하셔야 합니다.”
기병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회군?”
명나라 수군 도독이 인상을 구겼다.
“예, 그렇사옵니다. 수군 도독부가 왜구에게 급습당했습니다.”
단조 제독은 사전에 정찰병을 보내서 명나라 수군이 왜구가 침범한 지역에 군사를 보내면 바로 수군 도독부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말 그대로 빈집털이를 계획했고.
단조 제독이 빈집털이까지 실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나라 백성들이 가진 재물이 형편없기 때문이니 그 백성들의 재물을 탈취한 자가 명나라 수군 도독부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뭐, 뭐라고?”
놀라 기겁하는 수군 도독이었다.
“왜구의 공격이 거침이 없고 잔인하옵니다. 최대한 빨리 회군해야 강탈당한 재물을 되찾을 수 있나이다.”
명나라 백성이 가난한 이유는 관청의 관리와 주둔하는 수군과 육군의 부대가 명나라 백성들을 쥐어짜기 때문이니 쥐어짜서 만든 재물들은 수군과 육군 주둔지에 있었다.
다시 말해서 삼산포 해안 인근 마을의 재물은 대부분 수군 주둔지에 다 있다는 의미인 거다.
“이런 망할!”
수군 도독이 소리를 질렀다.
“부관.”
“예, 도독.”
“최대한 빨리 도독부로 회군한다!”
명나라 수군 도독은 이제야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왜?
자기 재물이 털렸으니까.
그리고 이 모습을 단조 제독의 정찰병이 지켜본 후 명나라 수군 부대보다 더 빠르게 이동했다.
‘병신들!’
정찰병은 단조 제독에게 말을 달리며 명나라 수군을 조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단조 제독이 보낸 정찰병이 명나라 삼산포 수군 부대 주력과 함께 이동하고 또 즉각적으로 보고하니 명나라 수군은 단조의 사략 부대를 코빼기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본진이 수군 도독부를 공격하면 명나라 수군 도독부는 어느 곳으로도 출병하지 못한다.]이것은 빈집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또 공격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수군 도독에게 심어주어 다른 해안 마을을 사략 부대가 노략질하기 편하게 만들기 위한 계책이기도 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