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8)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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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을 파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일단 주물로 반을 만들어서 하나로 붙이시게.”
과연 조선의 주물 기술이나 단조 기술로 이런 것들이 가능할까?
안 된다 생각하면 못 만들어내는 거고.
임금이 된다고 생각하면 지시받은 자들이 갈려 나가는 거고.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야 한다.
“알겠나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홈을 파면 좋겠네.”
내가 말할 때마다 대장장이는 알았다는 눈빛을 보인 후에 머리를 조아렸다.
“도승지.”
“예, 주상전하.”
“과인을 지금까지 도운 대장장이에게 양반 호패 하나 주게.”
내 말에 도승지가 기겁한 눈빛을 보였지만, 내가 뭐라고 해도 자기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는 건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이건 나중에 양반 놈들이 지랄하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힘 있는 군주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는 것이 양반 놈들이니까.
역사적으로 진짜 연산군한테 한동안 찍소리도 못한 놈들이 많았었다.
“왕명을 받들어서 바로 진행하겠나이다.”
“그렇게 하게.”
내 말에 대장장이가 놀랍고도 기겁한 눈빛을 보였다.
‘양반 호패가 돈 드는 일도 아니잖아.’
내가 삼정승과 육판서의 사위라서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으리라.
“도승지.”
“예, 주상전하.”
“아홉 명의 장인께 선물로 은이 가득 든 궤짝을 보내시오.”
도승지는 왜 갑자기 또 뜬금없이 선물을 보내냐는 눈빛이다.
“왕실 내탕고에 더는 금은보화를 넣을 수 없다고 상선이 말하니 장인들과 나눠야지 않겠나?”
물론 창고는 더 짓고 있다.
“아, 알겠나이다.”
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은 금과 은이 되고 있고.
특히 왜국과 여진과의 무역은 왕실의 부를 더 확대하고 있다.
‘뭐라도 주면 말을 잘 듣지.’
그리고 주는 만큼 받아내는 거고.
* * *
김일손의 사가 사랑채.
“어린 주상의 행보가 반상의 도를 반하고 있습니다.”
김일손을 찾아온 사림파 소속 선비 하나가 김일손에게 말했다.
김일손은 성종 때의 문인이고 시인이며 사관이다.
타협할 줄 모르는 사대부로 특히 훈구파를 비난할 때 제일 먼저 앞장을 서는 사림파의 거두였다.
하여튼 세조에게 반감이 있어서 성종실록을 편찬할 때 조의제문으로 세조를 모욕한 것이 발각되어 사형당한다.
“압니다.”
“주상께서는 이대로라면 폭군이 됩니다.”
사림파는 조선의 임금 융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이유 중 하나가 임금 융이 사림파보다는 훈구파 대신들을 가까이하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언제까지 참습니까?”
“힘을 하나로 응집해야 합니다. 조선은 왕의 나라가 아니라 선비의 나라고 우리 사대부의 나라입니다.”
김일손을 비롯한 사림은 조선의 임금인 융의 눈 밖에 날 소리만 하고 있었다.
* * *
승평부대부인 박 씨 사가로 왔다.
내게는 백모가 되는 분이고.
예종이 봉와직염의 악화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아버지인 성종은 절대 왕이 되지 못했을 거다.
거기다가 예종의 아들인 제안 대군이 약간 모자란 부분이 있고.
또 왕대비였던 정희왕후가 더 오랜 기간 수렴청정하겠다는 탐욕이 없었다면 아버지 성종이 아니라 월산대군이 왕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여튼 아버지가 예종의 양자가 되어서 보위에 오른 거다.
‘월산대군께서 병약하시다는 건 핑계고.’
아버지인 성종의 장인인 한명회와 인수대비가 결탁해서 만든 결과물이 바로 아버지의 보위인 거다.
그리고 또 진짜 연산군이 월산대군의 부인을 겁탈했다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주상께서 이 누추한 곳까지 어떤 일입니까?”
미모는 확실히 출중하군.
“어릴 적의 기억이 나서 왔습니다.”
나는 어릴 적에 병치레가 많았고.
그때마다 승평부대부인의 집에서 병을 치료한 적이 많았다.
“그러세요.”
“백모님의 얼굴을 뵈었으니 저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오래 있을 자리는 아니다.
“예.”
“내시부에 일러서 필요하실 물목들을 창고에 채우라고 했습니다. 백모님께서는 제게는 어머니 같으신 분이시니 만수무강하셔야 합니다.”
“주상께서 매번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니 성은이 망극할 뿐입니다.”
“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 옆에는 환관 김처선이 있고.
방문은 활짝 열어둔 상태다.
‘이제 장녹수만 보면 되나?’
* * *
영의정의 사가.
“주상께서 또 은이 가득 든 궤짝을 보내셨다고?”
영의정이 기겁한 표정으로 자기 아들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아버님.”
“주상께서 또 무슨 개벽을 하시려고 이러실까?”
삼정승과 육판서는 임금에게서 선물을 받을 때마다 개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기에 임금이 주는 선물이 달갑지 않았다.
영의정의 이름은 노사신이고.
그의 아들은 노공필로 훗날 중종반정에 가담한 인물로 훈구파지만 판돈녕부사(判敦寧府事) 교성군(交城君)이 되고, 중종에게 궤장까지 받을 정도로 천수를 누렸다.
“대감마님, 대감마님, 궐에서 좌승지께서 오셨습니다.”
마름의 말에 영의정이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주상께서는 성격도 급하시지.”
선물을 보낸 후에 바로 자기를 부르니까.
“주상께서 왜 부르시는지 아니 바로 입궐하겠다고 전하시게.”
좌승지를 만날 이유도 없다는 듯 영의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이 든 궤짝은 선물이 아니라 고역이야, 고역!”
* * *
임금의 전각.
“장인.”
나는 삼정승도 또 육판서도 따로 부를 때는 직책을 부르지 않고 장인이라고 부른다.
왜?
장인이니까.
그러면 내가 요구하는 일들이 쉽게 관철되니까.
‘생각해보면 왕건이 똑똑해.’
고려를 건국하면서 팔도의 여자도 맛보고 그 지역 호족들도 흡수하고 혼맹은 남는 장사인 거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
표현이 너무 저급했나?
“예, 주상전하.”
“공납의 문제로 백성들의 고충이 이만저만하지 않다는 것을 장인께서는 아십니까?”
광해군이 실시한 대동법을 100년 이상 앞당겨야겠다.
물론 대동법이 폐해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나는 잘 알고 있다.
‘대동법을 시행한 후에.’
화폐를 개혁하여 조선을 신용사회로 만들어야 하고.
‘은본위제를 정착시킨다.’
마음 같아서는 금본위제를 쓰고 싶지만, 금은 소량이니 유통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 일단 은본위제로 자리를 잡은 후에 지폐로 개혁을 이끌 생각이다.
물론 은본위제를 조선에 실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농업 중심의 조선을 상업과 공업 중심의 국가로 개조해야 하고.
막대한 양의 은도 필요하다.
‘아마도 은본위제를 쓴 청나라가?’
그 시절의 세계 총생산량의 35%를 차지한 걸로 안다. 그러니 은본위제를 조선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연은분리법(鉛銀分離法)이 이쯤에서 개발됐다는 거다.
은광석에서 은을 추출하는 기술인데 이게 세계 최초로 조선에서 개발한 방법인데 조선이 멍청해서 연은분리법(鉛銀分離法)은 크게 사용되지 못했고.
일본에 전파된 후에야 일본의 은 생산량이 크게 높아졌다.
분명한 것은 조선이 개발한 연은분리법(鉛銀分離法)은 세계를 변화시킨 법이라는 거다.
“주상 전하 공납에 폐해가 있기는 하오나 백성 대부분이 토산물로 세금을 내는 것이 월등히 수월한 일이옵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장인, 나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주상께서는 항상 노신들과 생각이 다르시지요.”
“제가 어려서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하! 하여튼 쌀로 세금을 받을 겁니다.”
“주상전하, 그리되면 백성들이 세금을 낼 때 더 곤란해질 수도 있사옵니다.”
“왜요?”
“백성들이 자기 고을에서 구하기 쉬운 토산품을 쌀로 바꿔서 세수를 내야 하는데 어찌 쉽겠습니까?”
“그 쌀을 왕실에서 미리 비축하고 있다면 쌀이 부족할 때 내놓고 많을 때 회수하면 되죠.”
한마디로 쌀을 왕실이 전매하겠다는 거다.
‘소금도 이미 전매고.’
돈 되는 건 모두 왕실 차지고 내 차지다.
“아···!”
싫다고 말할 수도 없다는 듯 탄성을 터트리는 영의정이다.
“대동법을 시행할 것이니 장인께서 조정 신료들이 잡음을 내지 않게 잘 다독여주십시오.”
“저 혼자서 다독일 일도 아닐 것이니 크게 염려하지 마십시오.”
자기가 안 하면 우의정이나 좌의정을 내가 부를 거라는 사실을 아는 거다.
‘물론 오늘 밤에.’
좌의정도 부르고.
또 우의정도 부를 거다.
‘오늘은 바빠서 뜨밤이 없네, 젠장!’
하여튼 나는 조선의 임금이 되어 단기간에 조선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 * *
대전 옆 임금 융의 개인 서재가 있는 전각.
“그대의 이름이 뭔가?”
납으로 은을 분리하는 법을 개발한 양이 둘과 종 한 명이 내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있다.
“김감불이라고 합니다.”
“소인은 장례원이옵고 옆에 있는 자는 노비 김검동입니다.”
저들이 바로 연은분리법을 개발한 개발자들이다.
“그대 셋이 납을 이용하여 은광석에서 은을 분리해서 과인에게 진상했다지?”
“모든 것이 주상전하의 성은이기에 그리했나이다.”
김감불이 내게 말했다.
“엄청난 기술을 개발하고 또 모든 공을 과인에게 돌리니 참으로 고맙네.”
임금이 양인 둘과 노비 하나에게 고맙다고 하니 나를 보좌하는 도승지가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세 사람이 동시에 내게 말했고 머리를 조아렸다.
“납 한 근으로 은을 얼마나 불릴 수 있나?”
“은 두 돈을 불릴 수 있나이다.”
장례원이 내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방법이 뭔가?”
연은분리법이 있다는 것만 알지 어떻게 하는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기에 물었다.
“분리하는 법은 무쇠 화로나 냄비 안에 매운 재를 둘러놓고 납을 조각내어 끊어서 채웁니다.”
눈치를 보던 양인 김감불이 내게 말했다.
“그런 후에?”
“예, 그런 후에 깨어진 질그릇으로 사방을 덮고, 숯을 위아래로 피워 녹이면 은광석에서 은이 납에 의해서 분리가 됩니다.”
“그대들은 참으로 대단한 것을 발견했도다. 하하하!”
은산분리법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기술이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크게 쓰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다를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