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80)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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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군주 연산! – 80화
연산 대제 5년(서기 1500년) 4월, 갑사 군단 총사령부 지휘통제실.
임금 융이 즉위한 지 벌써 5년의 세월이 흘렀다.
갑사 군단의 편제는 이제 모두 현대식으로 개편된 상태고.
이건 임금 융 혼자 편하기 위해서 개편한 거였다. 그래서 갑사 군단 총사령관 휘하에는 각 부서의 참모장들이 존재했고.
갑사 군단이기에 3개의 사단으로 부대를 나눴다.
그리고 각각의 임무를 임금 융이 직접 부여했는데 그 사단의 이름도 임금 융만 편하게 1사단, 2사단, 3사단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북벌군은 2군단이 되고.
남벌군은 3군단이 됐다.
또한 북벌군에도 3개의 사단이 있고 남벌군에도 3개의 사단이 있으며 별기군으로 명명한 두 개의 특수전 사단이 존재했다. 물론 아직은 임금 융의 내탕고에서 녹봉을 받는 사병이지만 조선 백성이라면 누구도 갑사 군단과 북벌군 그리고 남벌군을 무시하지 못했다.
갑사 군단 사령관은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임금 융이 자기에게 했던 말을 되새겼다.
[전하, 3년 전에 실시한 인구 조사에서 조선의 백성이 남녀를 포함해서 700만 명이라고 합니다.]인구 조사만도 몇 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안다. 벌써 3년 전이 됐으니 통계청에서 다시 인구 조사를 실시해야겠군.]임금 융은 의정부와 삼사 그리고 육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기가 필요할 때마다 현대식으로 관청을 하나씩 만들어서 육조에 편입시켰다.
[다시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인구를 제대로 확인해야 뭐든 정확하게 할 수 있다.]“총사령관 각하.”
갑사 군단 총사령관의 부관 참모가 그 어떤 것을 골똘히 생각하는 갑사 군단 총사령관을 불렀다.
“아, 미안하네.”
“아닙니다.”
보고를 진행하던 동원 훈련 부대 최고 지휘관이 갑사 군단 총사령관에게 말했다.
“보고를 계속하게.”
“예, 사대부 놈들은 그래도 궁수로 쓰기는 충분한 듯합니다.”
동원 훈련에 대한 분석 보고가 지휘통제실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분석 회의를 통해서 다음에 있을 동원 훈련의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 바로 임금 융의 생각이었다.
처음 하는 일이기에 불만을 가진 자가 많아지고 있었다.
만약 임금 융의 휘하에 갑사 군단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공신들과 조정 신료들에 의해서 임금 융은 폐위가 됐으리라.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왕실 종친부도 임금 융의 행보가 달가울 수가 없었다.
모든 일을 준비할 때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려고 노력하는 임금 융이었다.
그렇게 계획을 세워도 임금 융이 신이 아니기에 베링 해협을 넘을 주력 선단의 군선이 대형 범선이 아니라 평저선인 판옥선이 된 거다.
만약 신대륙 개척 함대가 여름에 베링 해협을 건너게 되면 거친 파도에 배들은 난파할 것이고.
겨울에 베링 해협을 넘을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한다면 빙산 때문에 함대가 좌초하여 침몰할 가능성이 아주 컸다.
한마디로 조선이 가진 지금의 항해술과 선박 건조 기술로는 베링 해협을 죽었다가 깨어나도 건널 수가 없는 거였다.
“그럴 것이야, 사대부들은 활쏘기를 육예 중 하나로 생각하니까.”
육예(六藝)는 《주례(周禮)》에서 이르는 여섯 가지 기예를 가리키는 말이다.
육예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다.
예학은 예법을 의미하는 것인데 예법을 모르는 자는 쌍놈이라는 취급을 받았고.
악학인 음악을 모르는 사대부는 풍류를 모른다고 하여 소인배라고 놀림을 당했다.
활쏘기와 말타기는 사대부들이 꼭 할 줄 알아야 했다.
글자가 자신들의 최대 무기라는 사실을 사대부들은 잘 알고 있기에 서예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학으로 불리는 수학 역시 꽤 실력이 있는 사대부들이 많았다.
“그렇습니다. 사대부 출신 아녀자들도 활만큼은 잘 쏩니다.”
동원 훈련 부대 지휘관이 갑사 군단 총사령관에게 말했다.
“다행이다, 개똥보다 더 쓸모가 없을 줄 알았던 사대부인데 그렇게라도 쓸 곳이 생겼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사대부들의 존엄이 깨지고 있었다.
이것도 조선의 새로운 변화라면 변화일 것인데 이런 변화는 사대부들의 불만을 팽배시킬 것이니, 조선 팔도에서 백성들의 민란은 일어나지 않아도 지방 사대부의 반란이 일어날 확률은 더 높아지고 있었다.
‘전하께서는 지방 사대부들의 불만을 조장하고 계신다.’
갑사 군단 총사령관은 곧 지방에 피바람이 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총사령관 각하.”
갑사 군단 총사령관의 부관 참모가 조심스럽게 총사령관을 불렀다.
“더할 말이 있소?”
“사대부들이 불만을 가질 이유는 충분합니다.”
“부관 참모가 사대부 출신이니 그 이유를 말해보시오.”
“지휘와 통솔에는 그에 따른 직책과 품계가 있어야 하옵니다.”
갑사 군단 총사령관의 부관 참모는 사대부 출신이다. 하지만 가난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나면 부유한 중인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하고.
과거 제도도 공신들의 손바닥 안에서 등수가 결정되기에, 재물도 없고 배경도 없는 양반 자제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군요.”
“예, 갑사 군단이 현재 한성부와 함께 도성 치안을 담당하고는 있지만 조선의 중앙군이 아니라 전하의 사병 집단입니다.”
“그것이 불만이다?”
“그렇습니다. 지휘와 통솔에는 당연히 품계와 직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갑사 군단의 한계점입니다.”
현실을 정확하게 찍어내는 총사령관의 부관 참모였다.
“옳소이다.”
“이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야 합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되네. 전하께서 준비하고 계실 테니까.”
“알겠습니다.”
“고승환 중령.”
“예, 총사령관 각하.”
“지금 보니 그대는 내 옆에서 나를 보좌할 것이 아니라 전하의 옆에서 전하를 보필해야 할 것 같소.”
총사령관도 부관 참모인 고승환이 사대부 출신이라서 아예 하대는 하지 않았다.
[갑사 부대에는 온갖 잡것들이 다 모이지.] [그럴 것입니다.] [그런 잡것 속에 나와 너를 닮은 자가 있다면 찾아서 궁으로 보내라.]임금 융은 13살 때부터 경연에 참여하지 않고 도망치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부터 사냥을 핑계로 사냥꾼들과 어울렸다. 그렇게 사냥꾼들과 어울리다가 보니 백정 마을에 가게 됐고.
거기서 키가 2미터에 육박하지만 다부진 몸을 가진 백정의 자식을 알게 됐다.
백정 자식의 이름은 장쇠였고.
장쇠는 임금 융이 세자인지는 몰랐지만, 호위가 붙은 것으로 귀한 집 자식이라고는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세자 융은 자기 이름을 융이라고 밝혔는데 놀랍게도 백정의 자식인 장쇠는 세자의 이름이 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세자 융의 이 한마디가 장쇠의 마음을 흔들었다.
세자가 자기 아비에게 존대하니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전하께서는 사특하게 사람을 홀리신다.’
갑사 군단 사령관은 자기가 임금 융에 홀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홀려 있을 거라고 다짐했다.
13살이었던 세자 융은 그때부터 사대부들을 적폐로 규정했었다.
[저는 무식해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재, 세자를 속이면 벌 받아요.] [예?] [아비가 지혜롭지 않으면 어떻게 자식이 지혜롭겠습니까? 장쇠는 내가 세자라는 거 압니다.] [세, 세자 저하.] [이런 젠장, 이제는 이 맛난 고기를 공짜로는 못 먹겠네. 하하하!] [용서하십시오.] [장쇠는 내가 데려가오. 장쇠야, 너는 이제 내게 홀리거라, 하하하!]그런데 운명인지 필연인지, 장쇠의 아비가 도축을 위해서 소를 맡긴 사대부의 집에 가서 돈을 받으려고 할 때 천한 것이 양반에게 대놓고 품삯을 달라고 했다고 몰매를 맞고 와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그때 울분을 참지 못한 것은 백정의 아들이 아니라 세자 융이었고.
그 사실을 안 세자 융은 궁궐 안의 조력자인 환관 조명호에게 내시부 무사를 요청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상책이었다.
백정의 아들은 아비가 죽었지만 도리어 세자 융을 말렸다.
[너에게는 아비고 나에게는 아재이며 벗의 아버지다.] [하오나 참담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해온 행동을 숨기지 못할 바보라면 조선의 임금이 안 되는 것이 옳다.] [세자, 세자 저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어찌 해로운 것을 치울까.]그렇게 세자 융은 흉한 사대부의 집에 도적으로 난입하여 백정을 죽인 자를 장쇠와 함께 참살했고.
그것을 본 자들은 내시부 무사들이 모두 입을 막고자 주살했다.
환관 조명호가 세자에게 했던 말이다.
[내가 조조라면 조선이 이롭다.] [자신의 행위를 숨기고자 모두를 베시지 않습니까.]조조가 동탁을 암살하려다가 실패하고 도망치다가 아는 자의 집에 잠시 머물렀는데 조조를 대접하기 위해서 돼지를 잡으려는 행동을 오해해서 도와준 자의 일가족을 몰살시킨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찌 될 것 같나?] [세자께서 뜻을 이루지 못하시면 폭군이 되실 겁니다.] [그럼 뜻을 이루면 명군이로세,] [세자 저하···.] [내 사람을 얻는 게 이리도 힘이 드는 일이구나.]세자 융이 자기에게 홀리라고 했기에 장쇠는 도깨비 같은 임금 융에 죽는 끝날까지 홀리기로 작정했다.
“자네야말로 전하께 꼭 필요한 인재일 것이오.”
잠시 임금 융과 보냈던 어린 날을 떠올렸던 갑사 군단 총사령관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졌다.
이렇게 임금 융이 세자 때부터 부린 심복은 각각의 사연이 있었다.
“예?”
“전하께서는 항상 외롭소. 홀로 고민하시고 또 홀로 계획하시니 얼마나 고충이 심하시겠소.”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내가 백정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승환 중령은 내게 항상 공손했고 내 명령을 어기지 않았소.”
“지휘와 통솔에서 사령관 각하께서 상급자이시기 때문입니다.”
“그건 당연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갑사 군단 총사령관의 말에 부관 참모인 고승환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책이나 읽으며 세상을 한탄하고 자기 자식 입에 풀칠도 못 하게 하는 아비는 사대부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갑사 군단에 입대하면서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놨습니다.”
“그러니 전하를 도와주시게. 내 인사참모에게 지시해서 근무지를 조정할 것이니.”
“예, 알겠습니다.”
임금 융이 갑사 군단만큼은 현대적으로 개편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의식의 개혁이었다.
그래서 갑사 군단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의식의 개혁을 이룬 사람들이 있었다.
하여튼 임금 융의 주변에 새로운 인재들이 하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