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81)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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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간.
수라간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수라간 최고 상궁부터 대령숙수까지 중전의 회임으로 음식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고.
또 중전이 입덧이 심하기에 음식을 올리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최고 상궁 마마, 중전마마께서는 입덧으로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십니다.”
대령숙수의 말에 수라간 최고 상궁도 인상만 찡그렸다.
“압니다. 알아요. 과일만 겨우 드시는데 지금은 계절이 계절이라서 마땅한 과일이 없어요.”
“그렇지요.”
“일단 곶감으로 허기는 면하고 계십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여튼 중전의 입덧 때문에 수라간을 비롯한 내명부는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중전만 입덧이 심한 것이 아니라 수의 조 씨의 입덧은 더 심했다.
“나인들에게 들으니 숙의 마마도 입덧이 심하다고 합니다.”
“그러게요.”
중전의 입덧 문제는 심각하게 반응하던 수라간 최고 상궁인데 숙의 조 씨의 입덧은 별 관심이 없는 듯 흘리듯 말했다.
‘숙의 마마께서 왕자를 낳고 중전께서 공주를 낳으시면 어쩌려고 저러실까?’
대령숙수는 숙의 조 씨가 특별 상궁이 되기 전에 수라간 나인도 아닌 무수리이었기에 최고상궁이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보시오?”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라간 최고 상궁에게 대령숙수가 대답했다.
‘나래도 신경을 써야겠지.’
최고상궁을 보며 웃는 대령숙수였다.
‘성은 한 번 못 받고 밥이나 하는 할망구가 질투하기는, 쯧쯧!’
* * *
명나라 남부 해안 위에 떠 있는 거대 상선 선단.
단조 제독의 노략질 부대의 후발대의 임무는 명나라 백성을 포로로 잡으면 그들을 바다로 운반하는 일이고.
바다로 운반되는 노예들은 상선에 옮겨져서 일부는 대만으로 보내지고 또 일부는 왜로 유구국으로 팔리게 되는데 그 일을 담당한 사람은 당연히 왜와 유구국에 상단을 거느린 박충선이 담당했다.
“반반한 계집은 유구국으로 보낸다.”
상선 갑판 위에서는 박충선의 심복에 의해서 노예의 선별 과정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유구국에 팔린 명나라 계집은 유구국에서 또 어디로 팔릴지 몰랐다.
“조선 말이다.”
포로로 잡힌 사람 중 중년의 남자가 박충선의 심복이 조선말을 하기에 놀란 눈빛으로 변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속삭였다.
선박 위에서는 왜인부대처럼 왜인의 말을 쓸 필요가 없었다.
“정 씨 어르신, 왜구로 위장한 조선 놈들이라는 겁니까?”
청년이 중년의 남자를 정 씨 어르신이라고 불렀다.
“그렇구나.”
하지만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이들은 바다에 떠 있었고.
노예를 실은 수송선은 곧 출발할 예정이니까.
“정 씨 어르신 우린 이제 어떻게 합니까?”
청년이 다시 중년의 남자를 정 씨 어르신이라고 불렀는데 이것만 봐도 이 중년의 남자가 마을에서 촌장 역할을 하는 인물로 짐작할 수 있었다.
“해적 놈들처럼 우리를 노예로 팔겠지.”
청 씨 어르신이라는 남자의 말에 청년이 더 기겁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이 정 씨 어르신이라고 불린 중년의 남자가 훗날 명나라의 마지막 충신으로 불리는 정성공의 6대조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명나라 말기에 청나라에 끝까지 저항하며 한족에게 칭송받게 되는 정성공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의미인 거다.
그것도 아니면 정성공은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나서 노예로 살다가 죽게 되거나.
이렇게 임금 융의 등장은 수많은 존재들의 미래를 바꿔놓고 있었다.
그런데 정 씨들이 대만으로 간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정복자로 가든지 노예로 가든지 가고 있으니까.
“자기 목이 물고기 밥이 되고 싶은 놈은 더 떠들어라.”
왜인부대 병사 하나가 소리쳤고.
그제야 모두가 조용해졌다.
“나머지 놈들은 이주로 끌고 간다.”
이미 우현 부제독의 함대는 대만에 상륙한 상태였다.
그런 우현 부제독의 함대를 따라서 박충선의 상단 선단이 따라가는 거였다.
“어르신···.”
잔뜩 겁을 먹은 청년이 인상만 찡그리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조용히 불렀다.
“역시 우릴 노예로 쓰려는 거야.”
중년의 남자는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배라서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노예라고요?”
“이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정성공의 6대조 조부가 중얼거렸는데 그가 이주로 불리는 대만을 안다는 거였다.
* * *
중궁전 중전의 침소.
“중전마마의 입덧을 줄여주는 탕약이옵니다.”
어의가 조심히 중전에게 탕약을 올렸다.
“탕약이 복중 아기씨에게 해로울 수도 있지 않소?”
임신한 후에 뭐든 조심하는 중전이었다.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안심하시고 드셔도 괜찮사옵니다.”
“알겠네. 그런데 숙의 조 씨도 내가 듣기로 입덧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어의는 숙의 조 씨에게도 탕약을 올렸나?”
“예?”
중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의가 되물었다.
“어의는 숙의 조 씨에게도 똑같은 탕약을 올리라.”
이게 되는 집구석인 거다.
원래 중전이 회임하고 후궁이 회임하면 서로 온갖 비방을 하는 법인데 중전은 숭고한 사람으로 숙의 조 씨를 진심으로 아껴줬다.
물론 숙의 조 씨가 공신 가문의 딸이 아니고 평민 출신이고 오라비가 환관 상책이기에 안심하고 더 신경을 써주는 거지만 말이다.
“아, 알겠사옵니다.”
“지금 숙의가 제일 서러울 것이야.”
중전인 자신은 온갖 대우를 받고 있지만 숙의 조 씨는 전각 안에서 숨어 지내듯 있어야 했다.
* * *
귀인 안 씨의 처소 전각.
귀인은 내명부에서 종 1품의 품계로 위로는 품계가 있는 정 1품 빈(嬪)이 있고 그 위에는 세자빈부터 중전 그리고 대비는 품계가 없었다.
귀인 안 씨는 현재 형조 판서의 딸로 천성이 시기심이 많은 여자였다.
그래서인지 중전이 회임했다는 사실에 시기심을 느꼈다.
“중전의 복중 애새끼가 녹아버려라. 녹아버려라.”
옆에 무당은 없지만, 미신을 믿듯 두 손을 비비며 빌고 있는 귀인 안 씨였다.
귀인 안 씨가 이런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게 되면 대궐이 뒤집힐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지금까지는 아비를 잘못 만난 임금 융의 후궁들이었는데 딸 교육 잘못시킨 아비가 딸의 문제로 목이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시기심에 눈이 돌아간 귀인 안 씨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
* * *
숙의 조 씨의 전각.
“입덧으로 동아가 그리 먹고 잡으셨소?”
숙의 조 씨의 모친이 입궁했고.
그녀가 입궁한 이유는 숙의 조 씨가 동아를 구해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동아?
박과에 속하는 열매로 그 크기가 상당하고 무게도 7~10킬로그램이나 나가지만 특별한 맛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한 마디로 아삭한 맛이 먹는 채소로 조선 백성들은 소금에 절여서 짠지로 먹었고 동치미를 만들어서 먹었는데 동아를 귀한 소금에 절여서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임금 융이 즉위 초에 대대적으로 염전 개발 사업에 착수해서 염전의 수가 전국 50개가 넘었고 생산되는 소금의 양도 조선 백성이 흔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남아돌았다.
그래서 이 시절부터 밤에 자다가 오줌을 싸면 아이에게 키를 씌워서 소금을 얻어오라는 풍습이 생겼다.
그리고 성웅 이순신 장군이 악동일 때 동아에 관한 일화가 있는데 이순신 장군이 철들기 전에는 세상에 둘도 없는 악동이었단다.
그래서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의 집에 동아가 많다는 것을 알고 그 아이에게 동아 서리를 가자고 말한 후에 손을 잡고 동네를 몇 바퀴 돈 후에 그 아이의 집에 가서 그 아이를 지붕에 올린 후에 동아를 따게 했고 그 동아를 받은 악동 이순신은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를 그대로 지붕에 두고 동아만 들고 도망쳤단다.
이런 일화가 있으니 동아는 조선 이전부터 서민들의 채소였던 거였다.
“저 먹을 거 아니에요.”
“마마님이 드실 것도 아닌데 이 무거운 동아는 왜 가지고 오라고 하셨소?”
자기 딸이 내명부의 숙의가 됐기에 들은 소리가 있어서 함부로 반말하지 못하는 숙의 조 씨의 모친이었다.
“중전께서 입덧으로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계시다네요.”
숙의 조 씨의 말에 그녀의 모친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중전마마야 챙길 사람이 많은데 왜 마마가 챙깁니까. 마음 같아서는 정화수를 떠 놓고 애 떨어지라고 빌고 또 빌고 싶은 심정인데.”
모친의 말에 숙의 조 씨가 기겁했다.
“어머니, 그런 소리를 함부로 입 밖에 내시면 경을 쳐요, 경을.”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마마께서 왕자마마를 낳고 중전께서.”
“큰일 난다니까요.”
숙의 조 씨는 왜 자기 오빠인 상책이 모친을 가까이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머니께서는 마음은 착하시지요, 하지만 말을 너무 함부로 하시는 버릇이 있으니 마마께서는 절대 대궐로 부르시면 안 됩니다.] [오라비, 저도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제가 내시부를 장악하고 있으나 내시들만큼 권세를 탐하는 자들도 없습니다. 말이 화근이 되니 항상 조심하셔야 합니다.] [예, 명심할게요, 오라비.] [그리고 꼭 공주를 낳으셔야 합니다.] [예?] [마마께서 옹주를 낳으셔야 전하의 총애가 식지 않으실 겁니다. 이해가 잘 안되시죠?] [아니요, 이유를 알겠어요.] [마마님께서는 어릴 적부터 영특하셔서 정말 장하십니다.]“마마님,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시오.”
“입에 꿀을 발라서라도 입을 꾹 다물고 계셔야 해요. 오라비 앞길 망치고 이제 일어서려는 집안 다시 주저앉히기 싫으면 꾹 아셨죠.”
“알았소. 그런데 그 귀한 꿀을 내 입에 바를 것이 있소, 호호호!”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철이 드는 건 아닌 거다.
“아, 됐네요.”
숙의 조 씨는 더는 할 말이 없었다.
“밖에 누구 계셔요?”
숙의 조 씨가 밖에 대기하는 환관을 불렀다.
“예, 숙의 마마.”
환관이 들어왔는데 그는 상책의 최측근이면서 양아들이었다.
환관은 고자이기에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어린아이를 양아들로 삼고 그 아이를 환관으로 만드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하지만 상책은 성한 아이를 내시로 만드는 일은 죄라고 생각했기에 어린 환관 후보 중에 영특하고 착한 아이를 골라서 양아들로 삼았다.
“못 들으셨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의 조 씨가 환관에게 물었다.
“숙의 마마의 모친께서 중전마마의 입덧을 크게 걱정하시어 정화수를 떠 놓고 치성을 드린다는 말씀은 제가 들었습니다.”
환관의 말에 그제야 안심하는 숙의 조 씨였다.
“감사해요.”
“아닙니다. 고모님.”
“아, 또 제가 있었네요.”
“시키실 일이 있습니까?”
환관의 말투는 담담했고 또 조용했다.
그의 이름은 조인수고.
그는 자기 양부인 상책과 함께 궁궐 서고를 관리하는 일을 하다가 상선 김처선의 배려로 숙의 조 씨의 전각에 다시 배치됐다.
“수라간에 가서 꿀 좀 가져다주세요.”
“예, 두 통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할머님 입술에 발라 드릴 꿀도 가지고 와야겠네요.”
환관 조인수가 숙의 조 씨의 모친에게 핀잔을 주듯 또 농을 하듯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