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82)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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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이 좋다고 하던데 사람 살 곳이 못 되네.”
할 말도 못하고 살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한 숙의 조 씨의 어머니였다.
“어머니 가셔요.”
궁궐에 더 있다가는 일만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숙의 조 씨는 자기 모친을 가라고 말했다.
“예, 가야죠. 갑니다.”
“어머니, 이거.”
작은 주머니 하나를 숙의 조 씨가 자기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전하께서 제게 주신 패물과 노리개입니다.”
임금 융은 숙의 조 씨에게 많은 장신구와 재물을 줬었다.
“그걸 왜 저한테 줍니까?”
“여전히 궁핍하시니 쓸 곳이 많을 겁니다.”
“됐네요. 망할 년이 아들 고자 만들고 호의호식하면 천벌을 받지요. 내가 듣기로 대궐 안에서 그런 패물은 쓸 곳이 더 많다고 하더이다. 마마나 쓰시오.”
그래도 어머니는 어머니였다.
“어머니 잘못이 아니에요.”
갑자기 구슬퍼지는 숙의 조 씨였다.
하여튼 상책 조명호가 환관이 된 사연이 따로 있다는 거다.
“잘못된 일은 다 내 잘못이고 명호가 잘 된 것은 명호가 잘나서 잘 된 거고, 마마께서 이리 귀하게 되신 이유는 마마께서 귀하셔서 이리되신 겁니다.”
하여튼 숙의 조 씨의 모친은 동아를 가지고 입궐해서 숙의 조 씨에게 주고 퇴궐했다.
* * *
상책은 성균관 전각 뒤편으로 걷고 있는 임금 융의 뒤를 호위 무사와 함께 따르고 있었다.
임금 융은 기분이 좋은 듯 봄날의 꽃가지처럼 흔들거리며 걷고 있었다.
‘도깨비 같으신 분이시다.’
상책이 어린 세자 융을 만났던 때가 상책의 나이 20살이었고.
세자의 나이가 열 살쯤이었다.
대궐에서 폐비 윤 씨의 일은 비밀이었다. 그래서 세자만 모르고 있는 줄 아는데 세자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알아, 보위에 오를 때까지는 모르는 척하고 살 거야.] [예, 그러셔야 합니다.] [명호 환관에게 꽃다운 막둥이 여동생이 있다지?] [예?] [어디 시집 보내지 말고 여물게 키워, 내가 명호 환관의 매제가 되어줄 테니까, 하하하! 그런데 명호 환관처럼 못생기면 어쩌지, 하하하!]어린 세자 융은 10살 때에도 도깨비 같았다.
그리고 어린 세자 융이 10살 때 한 말을 임금이 된 후에 지켰고.
그게 바로 숙원 조 씨였다.
‘봄날의 바람이시고 북녘의 삭풍 같으시다.’
상책 조명호는 임금 융의 양면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양면성이 자기 사람에게는 오직 봄날의 바람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상책.”
그때 임금 융이 상책을 불렀다.
“예, 주상 전하.”
“임금의 그림자를 밟으면 불충이다.”
이건 임금 융의 농이었다.
“제가 감이 어찌 그리하겠나이까.”
임금 융의 농에 걸려든 사람은 도승지와 호위 무사였다.
“그러면 도승지가 역적인가, 하하하!”
“즐거우십니까?”
도승지가 임금 융에 물었다.
“그래, 즐겁다. 뭔가 일이 되고 있기에 즐겁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하하!”
* * *
성균관 전각 뒤편 공터.
“오호~”
성균관 정각 뒤편에는 석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석탄 가루가 아니라 조개처럼 뭉친 갈탄 형태였다.
갈탄이라고도 부르고 조개탄이라고도 부르지.
저러다가 연탄이 만들어지는 거고.
또 연탄을 만들면 연탄 아궁이도 민간에서 만들 거다.
그렇게 되면 연탄보일러도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발전인 거다.
‘물론.’
나중에는 동관이나 철관으로 보일러 관을 깔겠지.
그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거다.
“석탄 가루가 불에 잘 타고 화력을 높여줍니다.”
성균관 유생 박성균이 의기양양하게 내게 말했다.
“그건 전에도 네가 내게 말했었다.”
성균관 유생 박성균이 성균관에서 대궐까지 달려와서 내게 소리쳤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석탄을 대장간에 보내서 화력을 높이는 데 사용하라고 했고 이렇게 뭉쳐서 조개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생활에 적용한 박성균이었다.
그리고 대장간의 용광로의 화력이 상승하면 철광석에서 더 많은 쇠를 만들 수 있고.
특수강도 만드는데 쉽다.
‘나의 다음 목표가.’
대규모 제철소이니까.
이런 과정에서 발전은 계속되는 거다.
그와 함께 공업화까지는 아직 이르지만, 공장식 분업화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군수품과 무기의 대량 생산도 가능해지게 될 거다.
‘사실!’
조선의 공업 기술력이 세계를 기준으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으리라.
단지!
사대부 놈들이 공업 기술을 가진 기술자들을 천대하면서 세종 대왕 이후로 조선이 가진 기술력이 후퇴한 상태라는 사실이 문제고 이대로 두면 조선 후기에 가면 조선의 거지들만 득실거리는 사대부들의 나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있을 과거 시험에 모든 신료의 만류와 저항을 뿌리치고 잡학 관련 과거 시험도 포함했고 그중에서도 의원을 뽑는 과거 시험과 대장장이를 뽑는 과거 잡과를 크게 준비하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다.
거기다가 무인을 뽑는 무과는 조선 건국 이후 최대 규모다.
조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재 부족이다.
그걸 나는 일단 과거로 만회하고 초등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아이들을 통해서 양성하고자 한다.
‘이 시대는 철을 지배하는 자가!’
지금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대양을 제패하는 나라 역시 최강국이 된다.
‘마음 같아서는.’
철갑선 가고 싶다.
또 마음 같아서는 증기기관 개발에도 착수하고 싶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아직 이르다.
“박성균, 이 많은 석탄은 어디에서 났느냐?”
지금 내가 알고 있기로는 석탄은 강원도에서 보낸 거다.
‘사실.’
강원도에서 석탄을 조선 팔도로 보급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 보급을 미루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석탄은 나무 땔감보다 저렴해야 한다.
그래야 백성들이 산에 가서 나무를 베지 않고 시전에서 석탄을 사서 쓰게 될 테니까.
그러니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 거다.
“제가 고문서를 통해서 알아본 것으로 평양과 평택 그리고 철원 일대에는 노천에 석탄이 깔려 있다고 합니다.”
고문서?
나도 본 것 같다.
고구려를 기록한 문서에서 고구려의 수도성인 평양성에는 검은 물이 존재하고 검은 돌이 있다는 기록이 있었다.
‘검은 물은 석유겠지.’
대한민국 아니 한반도도 원유는 존재한다.
문제는 경제성이 없다는 거다.
“네가 거기서 가지고 왔다는 거냐?”
몽상가인 줄 만 알았는데 행동가이기도 한 박성균인 거다.
“예, 그렇습니다. 신수근 영감께 부탁하니 우마차와 수레 그리고 노비를 내어줬습니다.”
나의 처남인 신수근에게 부탁했다는 것은 똑똑한 짓이다.
“잘했도다. 하하하!”
하여튼 성균관 유생 박성균은 석탄을 조개탄으로 만든 거다. 이 조개탄은 조선 백성의 생활을 꽤 윤택하게 만들 거다.
거기다가 앞으로 위생과 보건에도 크게 이바지할 거다.
‘사실 석탄은 조선에 많지.’
하지만 강원도에서 이동시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성균관 유생 박성균은 다른 쪽으로 나의 고심을 모두 해결한 거였다.
‘선비가 모름지기 이래야지.’
사대부가 박성균의 1/10만 닮았어도 조선 개혁에 쓸모가 없다고 결론 내지는 않았을 거다.
‘공신들과 그들의 후손이 가진 나에 대한 불만도 이해는 되기는 하지.’
사실 조선을 건국하는데 지대하게 공헌한 존재들이 공신이고 신진사대부다.
그들은 그런 명예심으로 살았고.
그들의 후손도 공신의 가문이라는 자긍심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며 많은 것을 당연히 누렸을 거다.
국가 건국과 통치에 이바지한 애국자들은 분명 존중받고 대우받아야 한다.
‘사실 그런 존재이기에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사대부는 다 가지려는 것이 문제다.
지나치면 죄가 되는 거다.
언제까지 조상들의 공덕으로만 누리고 살 건가?
누리고 산다고 해도 백성들의 기회를 빼앗으면 죄악인 거다.
그런 기회를 빼앗고 있는 사대부라서 척결 대상으로 낙인을 찍은 거다.
“전하.”
싱글벙글한 박성균이 나를 불렀다.
“장하다, 박성균.”
칭찬은 재물이 드는 일이 아니니 아낌없이 해줘도 손해가 없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제가 추가로 전하께 드릴 말씀은 이 조개탄을 백성들에게 보급한다면 전하의 산천의 나무가 훼손되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맞는 말이다.”
땔감으로 나무를 써야 하는 조선이기에 가뭄과 홍수의 피해가 크다.
그런데 이제 평양과 평택 그리고 철원 지역에 노천 석탄 광산을 찾았고 석탄을 원활하게 보급할 수 있게 됐으니 백성들은 나무를 땔감으로 쓸 필요가 없는 거다.
“상책.”
성균관으로 올 때 상책도 같이 데리고 왔다.
“예, 전하.”
“석탄을 국유화하고 저 조개탄을 만드는 방법을 박성균 유생에게 배워서 대량으로 만들게 하라.”
석탄을 수급할 곳이 가까이 있다면 석탄 보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조선 최초로 조선 석탄공사가 설립되는 거다.
“예, 알겠나이다.”
상책이 바로 대답했다.
“상책, 석탄과 저 조개탄의 가격은 어찌 정해야 할까?”
자기가 찾아내고 개발한 것을 가격부터 내가 생각하고 있기에 박성균이 찰나지만 인상을 찡그렸다.
‘백성을 상대로 폭리를 취할 것으로 생각하나?’
석탄으로 조개탄을 만들어서 판다고 해도 당장은 폭리를 취할 수는 없으리라.
석탄의 가격이 비싸면 백성들은 시전에서 조개탄을 사서 쓰지 않고.
산에 가서 벌목으로 땔감을 마련할 테니까.
“소인이 생각하기에 나무 장작보다 저렴해야 하고 가난한 백성도 쉽게 사서 쓸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책은 나와 생각이 일치했다.
‘당장은 거의 공짜로 풀어야겠지.’
그리고 법을 만들어서 나의 산천에서 함부로 벌목할 수 없게 벌목 금지법을 강력하게 실행해야 할 거다.
“옳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지식과 발견은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되어야 합니다.”
박성균은 확실히 몽상가다.
“상책의 생각이 그런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