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86)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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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전각 안.
“주상께서 며칠째 대전 회의도 중지하시고 경연도 파하셨습니다.”
의정부라고는 하지만 우의정과 좌의정이 임금 융에 사살되고 또 독살됐기에 영의정만 의정부 전각을 지키고 있었다.
“그것은 주상의 배려라면 배려시죠.”
영의정인 노사신이 우찬성에게 말했고.
우찬성은 성준이다.
원래 역사라면 이 시점에서 우의정이어야 할 사람은 우찬성 성준이지만 해서여진 침입을 막지 못했기에 좌천됐다가 우찬성으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배려라고요? 주상께서 어디 신료를 배려하시는 분입니까?”
우찬성은 임금 융에 불만이 가득한 인물이었다. 사실 그가 1년 전에 좌천되지 않았다면 제일 먼저 임금 융에 숙청당했을 거다.
“우찬성, 자중하세요.”
영의정은 임금 융이 조정 신료들을 쇄신할 구실만 찾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임금이 무부처럼 직접 신료를 살해한 적은 없었습니다.”
“궐에는 벽에도 귀가 있습니다. 그걸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실까요?”
“영의정 대감, 왜 이리 나약해지신 겁니까?”
임금 융이 즉위하기 이전에도 영의정인 노사신은 훈구파에서도 온건파였는데 임금 융의 즉위한 이후에는 더욱 그랬고.
말만 하기 좋아하는 사대부들은 영의정이 임금 융과 종사와 사직을 망치고 있다고 말들이 많았다.
“강경했던 신료들은 다 어떻게 됐습니까.”
영의정의 말에 우찬성이 인상을 찡그렸다.
“나의 후임이 되시려거든 온화해야 합니다.”
영의정의 말에 눈빛이 확 변하는 우찬성이었다.
“그렇기는 해야겠지요.”
“그래야 할 겁니다. 그리고 주상께서 대전 회의를 중단하시고 경연까지 파하신 것은 대전 회의가 시작되면 누구라도 죽은 우의정이 말한 것을 거론할 수도 있기에 그것을 주상께서 걱정하시는 겁니다.”
“진성 대군을 거론한 일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그 일이 다시 거론되면 주상께서는 참지 않으시고 사화로 번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무오사화로 인해서 조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전하께서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시기 때문이지요. 지방 사대부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임금 융에 대한 한양 사대부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르고 있었지만, 임금 융의 잔인함을 아직 직접 경험하지 못한 지방 사대부들의 불만은 엄청났다.
“불만이야 어쩔 수가 없겠지요.”
며칠 전 팽형 집행 때 임금 융은 대대적으로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말처럼 이미 지방에서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기할 뿐이지요. 그렇게 빨리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 나는 놀랍소.”
소문을 퍼트리는 존재가 일반 백성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영의정 노사신이었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자기 말만 하던 우찬성이 되물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불경에 해당하겠지만 주상께서는 덫을 참으로 잘 파시는 사냥꾼입니다. 소문이 조선 팔도 방방곡곡에 퍼져서 지방 사대부들이 반발하면 주상께서는 또 한 번 철퇴를 후려치실 겁니다.”
“으음!”
“만약 그렇게 되면 사대부들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오.”
“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일부 사대부들이 자발적으로 낙향하고 있습니다.”
당장 임금 융을 상대할 방법이 없는 일부 사대부는 자발적으로 낙향했다.
“그래요?”
“예, 그렇다고 합니다. 후학을 양성하여 후일을 도모하자는 거지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대표적으로 밀양으로 낙향한 남곤이 있습니다.”
남곤?
역사적으로는 무오사화를 잘 피한 남곤이고 갑자사화에서도 목숨을 건진 후에 중종반정 이후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주상께서도 아시겠군요.”
찰나의 순간 영의정이 다음에 있을 사화는 서원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
우찬성이 되물었다.
“사림파들이 낙향하여 서원을 세우고 후학을 양성한다고 하니 주상께서도 아실 것 같다고요.”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서원이 임금 융의 급진적인 개혁 행보로 더 빨리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
“사대부들이 손오공이라면 부처님 손바닥 안이겠지요.”
영의정이 지금까지 무탈한 이유는 임금 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리라.
* * *
대전 전각 옆 임금 융의 개인 서재 전각.
모처럼 정치에 신경을 끊고.
내의원 어의와 혜민서의 핵심 의원들을 이곳으로 불렀다.
“어의.”
내의원이 만들어지고.
또 혜민서가 설립된 이후에 의원들이 지금처럼 바쁜 적은 없을 거다.
이것도 연구를 해봐라.
저것도 살피라.
내가 계속 요구했으니까.
‘그래서.’
아스피린 비슷한 물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조선의 백성들은 제대로 된 의약품을 쉽게 사용할 수가 없고.
의원에게 병을 보이려면 많은 재물이 쓰여야 했다.
‘집에 상비약 같은 거 있으면 좋잖아.’
내가 의원들과 함께 개발한 버드나무 껍질로 만든 아스피린 같은 거 말이다.
‘아니지.’
후대의 명의인 허준같이 백성을 진심으로 아끼고 돌보는 의사가 지금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존재가 있다면 나는 허준에게 동의보감을 편찬하게 만든 광해처럼 바로 지시를 내렸을 거다.
아니 그 지시를 지금 의원들에게 통보하기 위해서 저들은 부른 거기도 하다.
“예, 주상 전하.”
“나의 지시로 어의를 중심으로 의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일을 나는 잘 알고 있소.”
물론 아직 모르핀을 만들지 못했고.
마취제도 개발하지 못했다.
그래도 버드나무 껍질을 이용한 진통제는 개발에 성공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조선 사람들은 조정 신료나 어의나 일반 백성이나 내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밖에는 없는 모양이다.
“성은이 망극한 일이 아니라 그대들의 공로인 거요.”
잘된 일과 성공한 일은 형식적으로도 모두 나의 은혜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실질적으로 노력하고 연구한 자들에게 그 공을 돌리고 보상하고 있다.
“주상께서 하찮은 저희의 알아주시니 그 역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알겠소, 내가 그대들을 부른 이유는 대궐 밖으로만 나가면 거리에 악취가 진동하고 썩은 물이 고인 것을 자주 보니 그것을 해결하기 위함이오.”
정치와 숙청이 계속됐던 나날들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조선 사회 발전에 신경을 써야겠다.
‘일단 당분간이야.’
밀어붙이는 것도 상황을 봐서 해야 하니까.
매일 조정 신료들과 사대부들을 몰아붙일 수는 없다.
“그렇기는 하옵니다.”
“내가 잠행을 나갔을 때 놀란 것은 변소 옆에 우물이 있다는 거요.”
땅을 파서 그 위에 나무판을 올린 것이 변소다.
그렇다면 인분은 옆에 파놓은 우물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물론 조선은 아직 그런 위생 개념이 없지만 말이다.
“예?”
“인분이 사람에게 해롭지 않소?”
내 말에 어의와 다른 의원들은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는데 변소와 우물의 거리를 멀리했으면 합니다. 그 일을 내의원에서 담당해주시고 감독하시오, 실행에 옮기는 것은 갑사 군단에 소속되어 있는 장졸들이 하게 될 것이오.”
일단 수인성 질병부터 해결해야 한다.
“꼭 그래야 합니까?”
의원 하나가 내게 물었다.
“똥이 더러운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 않나?”
“그렇습니다.”
“비가 오면 땅에 물이 고이지 않고 땅속으로 흡수가 되는 일처럼 변소에 쌓인 똥물이 땅을 통해서 우물의 물을 더럽힐 것이니 백성들이 병에 걸리기 쉬울 것 같다. 그러니 일단 우물과 변소를 멀리하는 일이 급선무다.”
내 말에 어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하천과 도랑을 정비할 것이다.”
썩은 물이 고인 땅은 평탄화를 해서 물이 고이지 않게 할 것이고.
그렇게 웅덩이를 제거하면 모기도 줄어들 것이니 뇌염 발병도 줄게 될 거다.
“알겠나이다.”
물론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성에 상수도 시설과 하수도 시설을 개발하여 설치하는 거지만 그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일단 거기까지는 잠시 보류다.’
모든 일은 재물이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나의 재물은 대부분 무기 개발과 범선 개발에 사용되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새로운 화수분이 될 대만을 점령하라고 우현 부제독에게 지시한 거고.
또 단조 제독에게 명나라 남부 해안에 침략하라고 지시한 거다.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지.’
그리고!
“병에 걸린 백성들이 의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혜민서를 더 늘릴 생각이오.”
“예, 주상 전하, 이미 주상전하께서 명하신 그대로 의원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나이다.”
내가 즉위하자마자 진행한 것이 인재 양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의원 인재 양성이고.
전임 도승지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강제하지 않으니 누가 아이들을 학당으로 보내겠습니까, 배움은 때때로 강제되어야 합니다.]조광이 했던 말이다.
[배움을 강제한다?] [예, 그렇습니다. 주상 전하의 땅을 경작하는 노비들과 소작농들에게 먼저 자식들에게 학당에 나갈 수 있게 강제하소서.] [그래도 안 하면?] [보란 듯 토지를 몰수하시면 됩니다.] [역시 조광 자네는 급진적이야.] [우매한 백성을 계몽하려면 급진적이어야 합니다. 아비가 배우지 못했기에 배움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입니다.] [도승지도 그리 생각하는가?] [배워도 쓸모가 없기에 배우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도승지의 말도 옳다.]양민이 공부하여 학업을 증진해서 과거를 봐도 사대부들이 장악하고 있기에 과거에 낙방할 수밖에 없다.
‘세조 때 양인이 장원급제했지만.’
양인 출신이라고 꼬투리를 잡아서 공신들인 훈구파가 급제의 급을 낮춰야 한다고 상소한 적도 있으니까.
“이 모든 것이 주상 전하의 은덕이옵니다.”
어의가 아부를 빠트리지 않았다.
“아부해주니 귀가 달고 고맙소.”
나는 어의에게 좋은 말로 핀잔을 줬다.
“어의.”
“예, 전하.”
“의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다고 해도 아픈 백성보다 많을 수가 없소.”
조선 백성이 내게 즉위한 후에 굶어 죽는 백성의 수가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난한 백성은 많을 것이다.
‘빈부의 격차는.’
절대 줄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진 자의 재물을 함부로 빼앗아서 가난한 자에게 이유 없이 나눠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몰수도 명분이 있어야 하고.
분배도 그래야 한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보상만 받는다면 내가 가장 크게 생각하는 백성들의 의식 개혁은 안한 것보다 못하게 되니까.
“그렇기는 하옵니다.”
어의는 자기에게 또 무슨 지시를 내릴까 하는 눈빛이다.
“또한 민가에서 떠돌고 있는 잘못된 방법으로 병을 치료하려다가 백성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그것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오.”
민간요법 중에서 제대로 치료가 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신에 가깝다.
‘민간요법 중에 좋은 것도 있지.’
순조 때 편찬된 규합총서라는 책에는 오징어의 뼈를 우물에 담그면 벌레가 죽는단다.
‘말이 안 되지.’
뼈로 항균?
민간 요법이 이런 거다.
물론 안 해봤으니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