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89)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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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은 더 하실 듯합니다.”
“어의는 중전의 입덧을 단축할 방법을 찾으라.”
“예, 알겠나이다.”
대답은 잘했지만, 어의도 마땅한 방법은 없다는 눈빛이다.
“수라간 책임 상궁.”
임신한 여자는 잘 먹어야 한다.
또 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 하고.
“예, 전하.”
“계속해서 진미를 만들어서 중전에게 올리라.”
그렇게 계속 진미를 올리다 보면 중전의 입에 맞는 음식이 하나쯤은 있을 테니까.
“알겠나이다.”
“모두 다 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보시오.”
입덧이 멈추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중전마마의 입덧도 심하오나 숙의 조 씨의 입덧도 심각하옵니다.”
그래도 눈치가 빠른 상선 김처선이 내 마음을 아는 듯 숙의 조 씨도 거론했다.
‘참 고마운 분이다.’
내가 가려운 곳을 항상 적절한 시기에 긁어주는 사람이 바로 상선 김처선이니까.
‘김처선이 있기에.’
내시부가 평온하게 또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거다.
‘하지만!’
나는 십상시의 난을 곱씹을 거다.
힘을 가지게 되면 썩는 것은 세상의 이치이니까.
“그렇소?”
“예, 그렇사옵니다.”
“숙의 조 씨에게도 산해진미를 만들어서 보내시오.”
“알겠나이다.”
“중전께서 과일은 드신다고 했소?”
나는 지밀상궁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알겠소.”
나는 도승지를 본 후 다시 머리만 조아리고 있는 사람들을 봤다.
“모두 물러가시오.”
“예, 알겠나이다.”
그렇게 수라간에 관련된 사람들이 대전 침소를 나갔다.
“도승지.”
“예, 주상 전하.”
“대만에 상륙한 우현 부제독에게 연락선을 보내라.”
“예, 주상 전하.”
“대만의 숲에 자생하는 나무들에 달린 모든 열매를 따서 최대한 빨리 연락선을 통해서 보내라고 하라.”
“그래도 한 달 이상은 걸릴 것입니다.”
맞다.
“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중전께서 과일만 드신다고 하는데 조선에는 지금 마땅한 과일이 없다.”
곶감으로 계속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바로 어명을 집행하겠나이다.”
여기서 내가 느낀 것은 가로돛과 세로돛의 개발이다.
‘두 돛이면 항해가 빨라진다.’
필요로 모든 발명은 이루어지는 법이다.
‘알아서 보내면 좋을 건데.’
우현 부제독이 그런 눈치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 * *
다음날 아침, 중궁전 중전의 침소 전각.
중전은 입덧 때문에 홀쭉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앉은 숙의 조 씨도 다를 것이 없었다.
“이게 뭔가?”
숙의 조 씨는 자기 모친이 가지고 온 동아로 짠지를 만들었고 꿀로 동아청을 만들었다.
“동아라는 채소입니다.”
“그래?”
“예, 중전마마께서 입덧으로 힘들어하신다고 하시기에 제가 만들어 왔습니다.”
숙의 조 씨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숙의가 나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놀라면서도 감격하는 중전 신 씨였다.
“예. 솜씨가 보잘 것 없사옵니다.”
“숙의도 입덧 때문에 고생이 많을 건데?”
“저는 원래 튼실하여 괜찮습니다.”
“숙의.”
“예, 마마.”
원래 사람은 자기가 힘들 때 잘해주는 사람에게 정을 느끼는 법이다.
“가까이 좀 오게.”
“예, 중전마마.”
숙의 조 씨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중전 신 씨에게 다가가 다시 앉았고.
그런 숙의 조 씨의 손을 중전 신 씨가 꼭 잡아줬다.
“중전마마.”
“우리 서로 자매처럼 지내세.”
“황공하옵니다.”
“내가 자네처럼 착한 사람은 더는 못 볼 거야.”
여기서 문제는 이 두 여인이 과연 동아로 만든 짠지와 꿀로 절인 동아청을 입덧 때문에 먹을 수 있냐는 거다.
“제가 이리 평온하고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전하와 중전마마의 은혜이니 죽는 날까지 또 제 복중에 있는 옹주가 대를 이어서 원자 마마께 보필할 것입니다.”
숙의 조 씨는 자기가 낳을 아이는 딸이라고 말했고.
중전 신 씨는 무조건 원자를 낳을 거라는 투로 말했다.
“말이라도 고맙네.”
“드셔 보시겠습니까?”
“그러세, 먹어야지, 내 아우 숙의가 힘든 몸으로 직접 만든 이것을 내가 먹고 힘을 내야지.”
중전 신 씨의 말에 상궁이 숙의 조 씨가 가지고 온 동아 짠지와 동아청을 접시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동시에 중전 신 씨와 숙의 조 씨는 바로 입덧 때문에 헛구역질했고.
상궁은 바로 음식을 치워야 했다.
“숙의, 참으로 미안해요.”
“괜찮으십니까? 중전마마.”
“그대의 노고가 있는데 내가 먹지 못하니.”
“제가 송구하옵니다.”
“아닙니다. 우리 같이 곶감이라도 듭시다.”
중전 신 씨는 곶감만 먹어야 했고.
곶감의 꼭지에는 변비를 유발하는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기에 중전 신 씨의 임신 기간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 * *
우현 부제독이 보낸 정찰병이 확인한 마을.
“해안에 상륙한 자들은 못 보던 자들입니다.”
놀랍게도 마을에서도 우현 제독의 부대가 대만에 상륙한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마을 촌장에게 보고하는 남자는 칼을 차고 있는데 마을에서 조직한 자경대 대장이었다.
“또 해적단일까?”
이들이 우현 부제독의 부대가 대만에 상륙한 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해적들이 가끔 대만에 상륙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해적단이 상륙하게 되면 해안에 건설된 마을은 쑥대밭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말 그대로 이 대만은 처절한 생존의 땅이라는 소리다.
“그건 아닌 듯합니다.”
우현 부제독의 함대를 발견한 남자가 말했다.
“아니라고?”
“예, 그런 듯 보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조선인 같습니다.”
“조선인?”
촌장은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조선은 사실 대만에서 아주 멀었다. 그리고 조선의 수군은 근해에서만 활동하지, 먼바다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남자의 말에 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에 아직 조선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촌장은 분명 아직이라고 말했다.
“찾아보겠습니다.”
“요즘 풍랑이 없었다.”
촌장의 눈빛이 변했다.
“그렇죠.”
“그렇다면 풍랑으로 여기까지 밀려온 조선 수군은 아니라는 거야.”
촌장의 말에 자경단 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누가 봐도 우현 부제독의 부대는 군대로 보였다. 그래서 이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거다.
“그리고 군사의 수가 대규모입니다.”
해적단도 꽤 많은 해적 선단을 구성하기는 하지만 우현 부제독의 함대처럼 대규모이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조선군이라면 도대체 잘 알지도 못하는 이주까지 왜 온 거야?”
촌장과 자경대 대장은 불길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혹여 공격해 올지 모르니 방어 준비를 단단히 하게.”
결국에는 방어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대인, 그들이 공격해 오면 방어 자체가 어렵습니다.”
자경대 대장의 말에 촌장이 인상을 구겼다.
“저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우현 부제독의 부대 병력은 군사의 수만 2,000명이 넘었다.
그리고 2,000명이나 되는 군사가 대만에서 터를 잡으려면 제일 먼저 식량 확보가 우선이니 상륙한 이주라고 불리는 대만에 건설된 마을이 있다면 그 마을부터 공격하여 약탈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 거다.
“그럼 어떻게 할까?”
촌장은 곧 우현 부제독의 군대가 자기들을 찾을 거라고 확신했다.
“산으로 일단 대피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자경대 대장의 말에 촌장이 고개를 저었다.
“산에는 짐승만 산다.”
촌장이 말한 짐승은 일반 짐승은 아닐 거다.
“그렇기는 하죠.”
“사람 목을 사냥하는 야만인이 득실거리는 곳이 이주의 산이다.”
해안지역의 대만 원주민들은 그래도 순하다고 할 수 있지만 대만의 고산족들은 전사라고 불리기 충분한 자들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저들이 이곳에 터를 잡기 위해서 온 거라면 먼저 엎드리는 것이 최고일지도 모르지.”
“그게 싫어서 조상들이 여기까지 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어떻게 보면 잘 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때 아무 말도 없던 소년이 두 사람의 대화에 꼈다.
“잘된 일이다?”
“예, 아버지.”
“어째서?”
“아버지께서는 항상 저희에게 우리는 자랑스러운 신라방의 후예라고 하셨습니다. 신라방은 신라의 후인들이고 조선은 고려의 후인이 세운 나라이니 뿌리는 같잖아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산둥지역에서 활동하던 신라방의 후예들이었고 신라 멸망 이후에 당나라와 송나라 그리고 원나라의 차별과 억압을 견디지 못하고 이주라고 불리는 대만까지 이주해온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어느 역사학자는 화교의 뿌리가 신라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협조만 잘하면 땅을 더 넓힐 수도 있고 무역을 제대로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들의 말에 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가 우리 마을에서 100리 떨어진 곳에는 우리 마을을 호시탐탐 노리는 송인이 있습니다.”
사실 이 마을은 적대적 관계의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은 송나라가 원에 멸망할 때 원나라의 지배를 거부한 송나라 사람들이 건설한 마을로 이 마을보다 몇 배는 더 번성하고 세력이 컸다.
이것만 봐도 대만에는 원주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
“그것들이 언제든 공격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시기의 문제이지 놈들이 공격해 오면 모두가 이족처럼 노예로 전락합니다.”
이족?
명나라 사람들은 대만을 이주라고 불렀고.
그래서 대만에 사는 모든 원주민을 이족이라고 불렀지만 대만 원주민은 16개나 되는 부족이 있었고.
세부적으로 구분한다면 100개가 넘는 소수 부족이 존재했다.
“공격당해서 그들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보다 같은 뿌리에 흡수되어서 송인을 노예로 부리는 것이 이롭습니다.”
어린 소년이지만 대찬 면이 있었다.
“우리가 투항하면 저들이 우리를 받아줄까?”
“저들이 조선인이라면 우릴 죽일 이유가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이곳에 터를 잡기 위해서 왔다면 저들보다 우리가 이주에 대해서 더 많이 아니 저들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
도움이 되는 존재는 쉽게 죽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년은 잘 알고 있었다.
“옳은 말이기는 하다.”
“이참에 말씀을 드린 것처럼 이이제이로 송나라 놈들 마을도 공격할 수 있고요.”
또 놀라운 사실은 송나라가 망할 때 대만으로 이주한 한족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이제이라?”
“그렇잖아요.”
“그런데 우리를 같은 뿌리로 생각해 줄까?”
이게 중요했다.
이들이 신라방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조선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정체성 측면에서 이들이 조선인이라고 인정해 주기는 어려웠다.
“우리가 협조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대방아.”
“예, 아버지.”
“너의 말이 옳은 것 같다.”
싸울 능력이 안 되면 협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약한 자들의 현실인 거다.
“먼저 그들에게 찾아가서 엎드려야 합니다.”
대방의 말에 촌장과 자경대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을에서 조선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서 그와 함께 제가 가겠습니다.”
“네가?”
“예, 아버지. 촌장은 위험할 때 앞에 나서야 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잖아요.”
“그렇지.”
“그러면 제가 가야죠.”
“그렇게 하자.”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