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90)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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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융의 침실 전각.
오늘 밤의 숙직은 상책이다.
“전하, 오늘은 귀인 안 씨의 처소로 모시겠나이다.”
상책이 내게 말했다.
“밉지?”
나는 뜬금없이 상책한테 물었다.
“미우나 미워해서는 안 되는 줄 압니다.”
내가 뜬금없이 물었지만, 상책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귀인 안 씨는 숙의 조 씨를 아직 무수리라고 부른다지?”
내가 아는 일을 내시부를 장악한 상책이 모를 턱이 없으리라.
궁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환관과 상궁들이 다 알고 그것을 내게 보고하니까.
그리고 상책은 이미 내시부를 거의 장악했고.
상선 김처선은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내시부의 간판 정도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모든 내시가 상선 김처선을 존경하고 따르고 있다는 사실도 나는 알고 있다.
“호칭이 입에 익기에 그리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처남.”
내가 상책을 처남이라고 부르자 상책이 기겁했다.
“전하.”
“속내를 숨기려는 건가? 아니면 만족하는 건가?”
“저와 숙의 마마께서 누리는 모든 것은 전하께서 내리신 것입니다. 그러니 더 바라지 않는 것이 신하의 도리로 배웠나이다.”
“가르친 사람이 상선이겠지?”
“예, 그렇습니다.”
“상선이 그대를 내게 남겼구나.”
이제 곧 상선 김처선은 상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귀인 안 씨가 사실 걱정이다.”
꽃이 다 똑같이 생겼고 또 똑같은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닐 거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귀인 안 씨도 아껴줄 생각이다.
‘그리고.’
내 장인 중 한 명인 형조판서는 이미 내게 온전히 적응한 것 같다.
형조의 관원들을 잘 통솔하며 나의 개혁을 실행하고 있으니까.
‘단지 걱정이 되는 것은.’
귀인 안 씨가 시샘이 많고 이기심이 많은 여자라는 거다.
‘조용히 또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쯧쯧!’
귀인 안 씨가 괜한 사고를 쳐서 내 장인을 죽음으로 몰고가게 될지 그게 참 걱정이라면 걱정이다.
“감사합니다.”
“그래, 가세, 귀인 안 씨도 내 여자이니까.”
계집은 이런 맛도 있고.
저런 맛도 있는 법이다.
‘현대에 살 때 여자를 계집이라고 부르면?’
세상이 난리가 났을 거지만 여긴 조선이고.
계집은 계집이라고 불러도 되는 세상이다.
* * *
귀인 안 씨의 전각.
“송구하옵니다. 귀인 마마.”
내의원 의원이 가는 명주실을 귀인 안 씨의 손목을 묶은 후에 수렴 뒤에 앉아 있는 귀인 안 씨를 진맥했다.
“다시 한번 하게.”
“송구하옵니다. 새로운 맥이 잡히지 않습니다.”
의원의 말에 수렴 뒤에 앉은 귀인 안 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물러가라.”
귀인 안 씨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의원을 물려났다.
“이대로는 안 돼.”
귀인 안 씨는 시기심이 많았다.
“귀인 마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귀인 안 씨에게 말한 상궁은 귀인 안 씨의 유모 출신인데 대갓집 여식이 임금의 후궁으로 입궐할 때 이렇게 유모나 몸종을 대궐로 데리고 오는 경우가 꽤 있었다.
“중전과 천한 무수리도 이미 회임했어.”
귀인 안 씨가 유모 출신 상궁에게 투정을 부리듯 말했는데 중전 신 씨를 함부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임금 융이 가장 사랑하는 숙의 조 씨를 무수리라고 불렀다.
“귀인 마마.”
“방법을 찾아야 해, 방법을.”
눈빛이 확 달라지는 귀인 안 씨였다.
“주상 전하, 납시오.”
밖에서 임금 융이 왔다는 말에 귀인 안 씨의 눈동자가 빛났다.
‘내 오늘은 꼭 용종을 받아 회임할 것이야.’
* * *
다음날, 임금 융의 개인 서재 전각.
갑사 군단 총사령관이 사람을 내게 보내기로 했는데 그 사람이 갑사 군단 부관 참모였다.
“그대의 이름이 고승환이고 계급이 중령이었지 아마?”
임금 융이 자신의 이름과 갑사 군단만 사용하는 계급까지 알자 고승환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어떻게 그거 아느냐? 이런 표정인 거지?”
“망극하옵니다.”
“고 별장.”
임금 융은 바로 고승환에게 내금위 별장의 자리를 내렸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고 별장, 대전 회의에 가면 신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망극하옵니다.’이고 ‘통촉하여주십시오.’ 가끔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할 때도 있고.”
“그렇사옵니까?”
“맹하네.”
“예?”
“고 별장은 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고, 그냥 단답형으로 대답하면 돼, 항상 생각은 내가 해왔으니까.”
“총사령관이 전하께서는 외롭고 고독하신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당연하지.”
“혼자 생각하시고 계획하고 실행하면 그 얼마나 외로우시겠습니까.”
“외로운 건 중요하지 않아. 조선이 더 커지면 나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게 나는 안타까운 거다.”
대마도, 대만, 마카오와 홍콩을 점령하고 나면 그다음이 중국 최대 남부에 있는 하이난이다.
물론 그 전에 유구국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칠 생각이고.
그게 전부라면 내가 나 혼자서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다.
‘북으로는 북간도를 시작으로 연해주를 또 사할린을.’
또 일본 열도의 끝인 홋카이도를 점령해야 하고 통치해야 하기에 나 혼자서는 어려워지는 순간이 올 거다.
‘신대륙에 건너갈 수만 있으면?’
아마 나는 과로사로 죽거나 복상사로 죽을 거다.
“참, 그대가 갑사 군단 최초의 사대부라지?”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사대부가 아니라고 부정하려는 건가?”
“소인은 지금이 만족스러울 뿐입니다.”
“지금이?”
“예, 그렇습니다. 자식이 이제야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는데 과거처럼 공자나 논하고 맹자나 논한다면 제가 바로 광자입니다.”
“아비답다. 하하하!”
나는 고승환 별감을 보고 웃었다.
“손.”
“예?”
“손을 보자.”
내 말에 고승환이 손을 조심히 내게 내밀었다.
“검은 잡은 적이 거의 없지만 활을 꽤 쐈군.”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직업과 신분을 짐작할 수 있다.
“육예 중 하나가 활쏘기잖습니까.”
“그래, 그래도 사대부가 활을 쏘네. 활은.”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투입한다.
이것이 내 인재 등용 방법이다.
“고 별장은 항상 내 옆에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똑같이 생각하고 보라.”
“알겠습니다.”
“먼 훗날까지 재물을 탐하는 관리가 되지는 말게.”
“명심하겠나이다.”
“지금은 절대 그럴 일이 없겠다고 생각하지만 가난한 자가 권세를 누리면 더 탐욕스럽게 변하는 법이다.”
“그 역시 명심하겠나이다.”
고승환은 내게 적응하는 데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 * *
며칠 후, 아침, 조정 회의.
모처럼 조정 회의를 진행했고.
또 모든 조정 신료들이 놀랄 수밖에 없는 인사를 단행하는 중이다.
“병조 판서 유자광을 영의정에 명한다.”
도승지가 나의 뜻을 신료들에게 공표했고.
신료들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는 표정이지만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
‘우찬성이 제일 똥을 씹는군.’
우찬성은 성준이다.
역사대로 하면 우찬성이 성준은 1499년에 우의정이었다가 1500년이 되면서 좌의정이 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1499년 삼수군(三水郡)에 야인들이 침범하게 되었고 서정장수(西征將帥)가 되어 파견되었다가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퇴각하여 좌천됐다가 이번에 다시 우찬성으로 등용됐다.
갑사 군단 사령관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딱 1년 전에 해서여진 놈 중 근거지에서 세력을 잃은 놈들이 삼수군까지 이동해서 침범한 일이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명나라의 군사 제도가 썩어서 엉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요동군은 강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요동군의 주체는 누구일까?
요동은 고구려의 영토였다. 그러니 요동군 대부분이 고구려의 유민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나의 목적은 충샨의 침범이다.
그것을 반격하여 충샨이 점령한 땅을 바로 조선의 영토로 편입하는 것이 목적이고.
그것을 이루게 되면 나는 명나라와 최대한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 서쪽으로 진격하지 않고 동쪽으로 진격하여 연해주를 장악할 생각이고 현대적인 지명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조선의 땅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 이후에 북으로 진격하여 러시아가 모피를 확보하며 영토를 넓힌 것처럼 서로 진격하여 무주공산인 중앙아시아 지역에 형식적이라도 조선의 깃발을 꽂을 생각이다.
‘그와 동시에 육로로 유럽과 키예프 공국과 연결되는 무역로를 개척한다.’
물론 러시아처럼 모피를 유럽에 수출할 생각이다.
그와 함께 범선 개발이 완료되면 또 대만의 원시림을 이용해서 더 많은 범선을 건조하면 조선이 시작하는 대항해시대를 열 생각이다.
전투에만 승리하다가는 조선은 결국에 고구려 꼴이 될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전쟁에 승리해서 명나라를 완전하게 정복해서는 안 된다.
‘몇백 년의 시간은 짧다.’
만주족이나 몽골족처럼 중국을 200년에서 300년 정도 정복해서 위세를 떨치다가 쪽수의 한족에게 흡수당해서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할 수는 없으니까.
‘성준, 네가 영의정이 될 줄 알았느냐?’
내가 밀정의 보고를 받기로 성준은 영의정의 사가에 꽤 자주 드나들었다고 했다.
우의정과 좌의정의 집안은 역적으로 변해서 쑥대밭이 됐는데 그걸 기회로 삼으려고 했던 성준인 거다.
“좌의정에는 노공필을 임명하고 우의정에는 도승지가 승차하여 임명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나의 최측근인 도승지가 도승지로서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내게 허리를 숙였다.
“신임 도승지는 들어라.”
좌승지가 도승지가 됐다.
“예, 주상 전하.”
원래 도승지보다 좌승지가 더 개혁적인 인물이지.
‘또 급진적인 인물이고.’
[너의 증조부가 조려라고?]조려?
생육신 중 한 명이다.
조려는 세종, 문종, 단종 때의 문신이다.
사복시정 조안(趙安)의 아들로 진사가 되었고 여러 관직을 역임하며 조정과 왕실에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으나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바로 항거해서 관직을 버리고 낙향했다.
‘죽기는 싫었던 거지.’
하여튼 조려는 고향 함안으로 낙향한 후에 백이산(伯夷山) 아래에 숨어서 살았기에 문중이 오늘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신임 도승지의 이름은 조광이다.
[나의 증조부가 세조 대왕이다.]만남은 악연처럼 보일 거다.
[아!] [너와 내가 합심하여 새로운 조선을 만들어 보자.] [세자 저하, 저는 급진적입니다.]내가 신임 도승지 조광을 급진적인 인물로 규정한 것은 그의 입에서 나온 말 때문이다.
[나도 그렇다, 성격이 급하고 포악한 것이 증조부를 닮았다.] [자랑은 아니신 것 같사옵니다.] [유순한 성격으로는 조선을 바꾸지 못한다. 내게 건의할 것이 있으면 하라.]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