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91)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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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신 중 한 명인 조여는 함안 조 씨다.
조선의 남부 지방에서는 꽤 세력을 가진 문중이고.
대지주까지는 아니라도 많은 토지를 보유한 문중이다.
이런 말을 하면 예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진짜 빨간 맛의 선구자는 레닌이나 스탈린이 아니라 조선의 조광일 것이다.
이 말을 통해서 나는 동양식 사회주의자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조광이 수정 사회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추진하는 급진적 개혁 중 꽤 많은 부분이 조광의 머리에서 나온 거다.
‘조광이 내게 발탁되지 않았다면?’
함안이라는 곳에서 시나 짓고 그림이나 그리면서 살았겠지.
생육신 중 한 명인 조여의 후손들은 오랫동안 그렇게 유유자적하면서 살았으니까.
“좌승지, 그대의 후임으로 신수근을 임명할 것이니 그리 알고 집행하라.”
이것으로 처남 정치의 포문이 열린 거다.
“예, 알겠나이다.”
사실 정승을 선임할 때는 임금이 마음대로 정하지 않고 추천받은 후에 승인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조선이었다.
하지만 나는 병조 판서를 임명할 때 3명 이상이나 죽여야 했기에 바로 이렇게 임명해버린 거다.
“조정 신료들은 들으시오.”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우의정과 좌의정을 내 마음대로 임명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우의정이나 좌의정에는 누구를 앉혀도 사실 상관없다.
“예, 전하.”
조정 신료들이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내게 대답하며 사관 옆을 힐끗거리고 있다.
‘사관 옆에는.’
임금인 내가 직접 임명한 기록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사관 아닌 기록관은 조정 회의 때 조정 신료들의 표정 하나까지 기록하라고 내가 명을 내렸다. 그리고 사초를 기록하는 사관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모든 내용을 기록하라고 명을 내렸다.
“과인과 다른 의견이 있소?”
과인은 임금이 자신을 낮춰서 부를 때 쓰는 단어다.
‘이럴 때는 그래도 과인이라고 해줘야지.’
이럴 때만 말이다.
“없사옵니다.”
영의정이 바로 대답했다.
반대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곧 낙향할 영의정은 아는 거다.
“영의정.”
이제 영의정이었던 노사신을 내게서 떠나보낼 때다.
‘사대부가 딱 노사신 정도였다면?’
나는 실록에 좀 더 유순한 임금으로 기록됐을 거다.
“예, 전하.”
“그동안 부덕한 과인을 보필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고마웠소. 도승지.”
“예, 주상 전하.”
신임 도승지가 바로 대답했다.
“병조 판서가 공석이지 않소?”
이게 진짜 핵심이다.
“그렇사옵니다.”
“과인의 뜻을 신료들에게 공표하시오.”
“예, 알겠나이다.”
신임 도승지가 바로 대답했고.
병조 판서의 자리에 누가 임명될지 궁금하고 또 걱정된다는 눈빛을 보이는 신료들이다.
“신임 병조 판서에는 갑사 군단 사령관을 임명하고 갑사 군단 사령관이 양인이기에 그 성이 없기에 주상 전하께서 새로운 성을 내리시니 ‘충’이요.”
말 그대로 충(忠) 씨의 시조가 바로 갑사 군단 사령관이 되는 거다.
‘사실 충 씨는 없지.’
새롭게 탄생하는 성 씨고.
나는 조선의 임금이 된 후에 거제 단 씨를 창성했고.
또 이번에 한양 충 씨를 창성하게 됐다.
‘나중에 아탕개는?’
아마도 함흥 아 씨의 시조가 되리라.
“주, 주상 전하!”
신료 중 하나가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불렀는데 우찬성이다.
“왜 그리도 놀라시오?”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우찬성 성준에게 물었다.
‘우찬성은!’
종1품 숭정대부와 숭록대부에 해당하는 관직이다.
의정부에 속했으며, 좌찬성과 함께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보좌하는 직책인데 우찬성 성준는 이제 얼자인 유자광과 한참 후배인 노공필을 보좌하게 됐다.
“병조 판서는 육조 중 하나로 중요한 소임입니다. 어찌 그런 자리에 백정 출신인 무부(武夫)를 병조 판서의 자리에 제수하신다는 겁니까?”
무부의 뜻은 용맹스러운 남자라는 뜻인데 고려 무신 정권 때부터 무사들을 낮춰서 부르는 말로 쓰였다.
고려가 망한 이유는 무신을 천대하고 문신을 우대했기 때문일 거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문신인 권문세가가 썩었고.
신진사대부들이 집요하게 개혁을 진행하면서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건국된다.
“우찬성은 그리 생각합니까?”
우찬성은 성준이다.
“백정이 병조 판서에 제수가 되면 조선의 근간인 신분 질서가 완벽하게 무너지게 되옵니다.”
신분 질서?
사대부를 위한 질서겠지.
“얼자 출신인 병조 판서 유자광이 영의정이 되는 일은 되고 백정 출신이 병조 판서가 되는 것은 아니 된다는 것이오?”
사실 영의정은 권한이 크지는 않다.
그리고 이렇게 반대하려고 했다면 영의정에 유자광을 임명할 때부터 반대했어야 했다. 물론 조정 신료와 우찬성 성준은 내가 백정 출신인 갑사 군단 사령관을 병조 판서에 제수할지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말이다.
“그, 그것이···.”
할 말이 없을 거다.
“화척(禾尺)을 세종 대왕께서는 평민의 명칭인 백정이라고 부르게 하였소.”
사실 조선시대에서 평민을 뜻하는 단어는 백정이었다.
그 백정의 뜻이 나중에 도축 업자를 통칭하는 백정으로 변했고 천하게 만든 거다.
“경국대전에 명시하기를 백정은 양인이니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있소.”
따지기를 좋아하는 자들은 법전을 딱 펼쳐 놓고 사실을 근거해서 누르면 입을 다물게 된다.
“비록 신임 병조 판서가 될 충장쇠가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에 오른 무장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조선 중앙군 총사령관이니 그에 합당한 벼슬을 내리는 것이오.”
우찬성 성준과 나머지 신료들은 백정 출신이 병조 판서가 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숨겨 놓은 핵심은 다른 건데. 쯧쯧!’
나의 사병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갑사 군단이 이제는 조선의 정식 중앙군이 되는 거다.
‘조선은 4군 체제로 바꾼다.’
중앙군, 남벌군, 북벌군 그리고 특기군!
그런데 특기군?
특기군은 이미 대만을 개척하고 명나라 남부 해안을 교란할 왜인부대가 포함하고 또 신대륙 개척의 중심이 될 부대가 포함될 것이다.
갑사 군단 총사령관이 내게 물었었다.
[과도기를 거친 후에 폐지할 것이다.] ‘5위는.’조선의 군사 제도의 뿌리는 고려에 있다.
중앙군은 전, 후, 좌, 우, 중의 5개로 조직으로 구분하여 그 중심을 방어하는 전투개념에서 만들어진 거다.
그러다가 태종 이전에는 5위를 간편화하여 중군, 좌군, 우군으로 하는 편제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의흥삼군부다.
그러다가 다시 태종에 의해서 5진으로 개편되었다가 지금까지 5위로 내려오고 있다.
하여튼 5위는 방어 개념이다.
그러니 정복 군주가 될 내게는 맞지 않는 군사 편제인 거다.
그러니 군사 편제도 개혁해야 하고.
그 시작이 내 친위대이지만 사병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갑사 군단을 조선의 중앙군으로 일단 편입시켜야 한다.
“영의정은 어찌 생각하시오.”
내 물음에 유자광과 노사신이 나를 봤고.
노사신은 유자광이 이제 영의정이니 당신이 답하라는 눈치를 줬다.
“신임 영의정 유자광, 주상 전하의 어명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유자광이 대답했고.
신료들은 가재는 게 편이라는 표정으로 유자광을 흘겨봤는데 그게 전부다.
“또한 갑사 군단을 이제는 조선의 중앙군으로 편입하심이 옳을 듯하옵니다.”
유자광이 못을 박듯 말했다.
“그리합시다.”
“주상 전하.”
우찬성 성준이 나서려고 했다.
“됐소, 지금 장계를 내가 살피니 북변이 위태롭다고 하니 무반 윤탕로를 북변 병마절도사로 임명하여 함경도 일대를 안전케 할 것이니 그리들 아시오.”
진성 대군의 칼이 될 수 있는 존재는 멀리 보내야 한다.
‘멀리 보내면?’
무장으로 국경 수비에 전념하면 무사할 것이고.
훗날 스님이 된 진성대군이 환속하게 될 때 복을 받게 될 것이다.
딴짓을 꾸미면?
야인과의 작은 전투에서 죽게 될 것인데 눈먼 화살이 뒤통수에 꽂히게 될 거다.
“오늘 대전 회의는 이것으로 끝낼 것이오.”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대전 밖으로 나와버렸다.
‘이제 내가 없다고 험담도 못 하겠네. 하하하!’
이제 조정 신료들은 내가 없는 대전에서 나의 험담을 하겠지만.
영의정 유자광과 도승지였던 신임 좌의정이 있기에 그런 속풀이 험담도 못 하게 됐다.
물론 병조 판서 충장쇠도 야차 같은 눈으로 조정 신료들은 노려볼 거다.
* * *
합스부르크 대공의 저택.
“응애, 응애!”
아기가 태어났고.
아이의 어머니는 스페인 왕국 후아나 공주이고 아버지는 부르고뉴 공국의 공작이었다.
임금 융이 조선을 성장시키고 또 해상 강대국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태어난 아이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인 카를 5세가 되겠지만.
이 아이의 운명도 임금 융에 의해서 바뀔 가능성이 클 거다.
역사적으로 보면 카를 5세는 신성로마 제국의 황제이고 해상 강대국으로 발전한 스페인의 국왕이며 이탈리아의 군주로 유럽 중세사에서 가장 많은 국가의 왕이 되는 인물이지만 과연 아시아에서 거대해지고 있는 조선이 세계사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기에 인생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아이의 턱이 왜 이래?”
보통 신생아들은 얼굴이 작은데 훗날의 카를 5세는 태어날 때부터 턱주가리가 튀어나왔다. 이건 합스부르크 가문이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근친혼을 선호했기에 발생한 문제였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정확한 혈통이라는 증거죠.”
산모가 아이를 품에 안고 부르고뉴 대공에게 말했다.
“하하하, 그런가? 하여튼 내 아들은 대단한 상속자로 살아가게 될 거야.”
과거나 현대에서도 부모 잘 만나서 엄청난 덕을 보고 사는 사람이 있는데 그중에서 갑을 찾으라면 카를 5세일 거다.
친가와 외가로부터 막대한 영토를 상속받아 1,000년 동안 유럽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지배하는 군주가 되는 것이 저 신생아의 운명이지만 운명은 항상 외부적 요소에 의해서 바뀌는 법이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