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92)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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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주여진 충샨의 근거지 대형 천막 안.
건주여진 충샨 부족은 조선의 지원을 통해서 함경도 이북 일대의 건주여진 부족을 거의 흡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칸을 따르는 전사의 수가 5만에 육박합니다.”
건주여진의 족장 중 충샨에게 굴복한 자들은 충샨의 부하가 됐고.
충샨의 야망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그 야망의 불을 지핀 것은 장녹수가 장녹수는 오로지 임금 융의 지시로 충샨의 귀에 탐욕을 속삭였다.
“그렇지, 하나로 된 부족의 전사 수가 벌써 5만이야. 하하하!”
[건주여진의 용맹한 기병 전사 3만이라면 일주일이면 한양에 당도할 수 있어요.]충샨은 장녹수가 자기에게 속삭인 말이 또 떠올랐다.
“금나라도 몇만의 군대로 송나라를 굴복시켰습니다.”
부하들 역시 이제는 충샨의 마음에 야망이 더 커지도록 부추기고 있었다.
“옳다.”
“벌써 5월입니다.”
5월이면 유목민인 건주여진도 만주의 흑토 지대에서 농사를 지을 때다.
“대칸, 추수를 끝내시고 거병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거병?”
“예, 그렇습니다. 대칸께서 대금의 후예로 자청하셨으니 이제는 나라를 세울 때입니다.”
충샨은 아탕개가 한 말도 떠올랐다.
‘그래, 기회가 왔을 때 잡는 자가 황제가 되는 거지, 하하하!’
충샨은 이미 탐욕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옳다, 모든 정비를 끝내고 조선을 치자.”
충샨은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 * *
임금 융이 박차고 나가버린 대전 안.
“주상 전하께서는 항상 이런 식입니다.”
우찬성 성준이 바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그가 터트린 불만은 모두 임금 융의 기록관이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기록하고 있었다.
“정승들은 왜 말이 없습니까? 주상의 사병 집단이 이제는 조선의 중앙군이 됐습니다. 주상께서 이렇게 조정을 일방적으로 이끌어가시면 아니 되는 겁니다.”
“우찬성은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신임 병조 판서인 충장쇠가 우찬성 성준을 질책하듯 말했다.
“뭐라고 했는가?”
병조 판서인데도 우찬성은 신임병조 판서를 대놓고 무시했다.
“조선은 주상의 나라입니다.”
조선에는 왕토 개념이 강했고.
조선의 모든 것은 임금의 것이라는 개념 말이다.
“지금 백정 출신이고 나이도 나보다 어리면서 품계도 낮은 그대가 나를 가르치려는 건가?”
“모르시는 것이 있으면 배우셔야죠.”
“병조 판서는 백정 출신으로 얼마나 알기에 나보고 배우라고 하는 건가?”
두 사람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우찬성, 자중하시오.”
더 큰 싸움이 나겠다고 생각한 신임 영의정 유자광이 나섰지만 적자 출신 신료들은 영의정 유지광을 여전히 하찮게 바라보고 있었다.
“조정에서 강상의 도가 이리도 무너졌으니 어찌 조선이 바로 설까, 쯧쯧!”
우찬성 성준은 신임 영의정까지 무시하며 대전을 나가버렸고.
병조 판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우찬성을 노려봤다.
‘객사하시겠군.’
임금 융이 대전을 나갔다고 해도 임금 융이 사관 옆에 붙여 놓은 기록관이 모든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병조 판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 *
두만강 이북 건주여진 대족장 충샨의 근거지에 있는 장녹수의 천막.
충샨은 이제 건주여진을 대표하는 대족장으로 불릴 정도로 세력이 커진 상태고.
충샨의 총애는 장녹수에게 쏠려 있었다.
“나는 꿈에도 몰랐소.”
장녹수의 앞에 앉은 사람은 아탕개였고.
장녹수와 아탕개 사이에는 엄청난 귀금속과 장신구들이 담긴 상자가 놓여 있었다.
“나 역시 마른하늘에 떨어진 날벼락이었소.”
담담한 표정의 장녹수였다.
[계집의 마음은 조석으로 달라진다.]아탕개가 장녹수에게 온 것은 장녹수를 살피기 위함이고.
이것은 임금 융의 명령이기도 했다.
“그러실 것 같소.”
“그렇지요.”
담담한 표정인 장녹수인데 그 눈빛은 예전과 다르게 무척이나 당당했다.
장녹수는 임금 융의 계략으로 충샨의 옆에 심어놓은 끄나풀이지만 다른 쪽으로 보면 충샨이 가장 총애하는 애첩이었다.
“부친께서 당상관이 되셨고 언니께서는 면천되었습니다.”
“그래요?”
표정이 밝아지는 장녹수였다.
“그와 동복 언니의 서방은 밀양 현감이 되셨소.”
“호호호, 호호호!”
기쁘게 웃는 장녹수고.
그런 장녹수의 몸을 살피는 아탕개였다.
‘배가 나온 것 같지는 않군.’
하여튼 임금 융은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전하께서는 나도 안 믿으실까?’
그런데 아탕개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아탕개, 너의 아들은 성균관에서 배우게 될 것이고 조선에서 이름을 크게 떨치게 될 것이다.]아탕개는 임금 융이 자신에게 약속한 것이 떠올랐다.
“내게 전할 말이 있소?”
임금 융은 아탕개를 장녹수의 조력자로 보낸 거였다.
“삼수호란에 관해서 알려드리기 위해서 왔소.”
“삼수호란?”
장녹수가 되물었고.
이제는 때가 됐다는 눈빛을 보였다.
* * *
장녹수의 천막 밖.
아탕개의 심복인 한쥬가 장녹수의 몸종에게 귀한 장신구를 건넸다.
“네 주인이 달거리하지 않으면 알려주면 된다.”
“예?”
“귀한 거다.”
“예, 알겠습니다.”
몸종은 한쥬의 손에 있는 장신구를 품에 넣으며 대답했다.
‘계집의 달거리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한쥬는 아탕개의 지시가 이해되지 않았다.
* * *
의정부 영의정의 집무실.
유자광은 바로 영의정의 집무실로 왔고.
이제는 영의정에서 물러난 노사신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십니까?”
“막중한 직책을 주상께 부여받으니 영의정 대감이 대단하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충고라도 해달라는 겁니까?”
“아드님께서도 정승의 반열에 올랐으니 제가 충고해 주시면 모두가 무탈한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유자광의 말에 노사신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임 영의정께서도 아시듯 임금께서는 정하신 그대로 하셔야 하는 분이십니다.”
“그렇지요.”
“그런 과정에서 사대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셔야 할 겁니다.”
노사신의 말에 유자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금께서 생각하시는 조선에 사대부도 분명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오늘까지 무탈한 이유는 나를 낮췄기 때문이오, 곧 아시겠지만, 영의정은 힘이 큰 자리는 아닙니다.”
영의정에서 물러난 노사신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대는 언제 주상께 버림을 받을까? 쯧쯧!’
노사신은 유자광을 보며 웃어줬지만, 마음속으로는 걱정해줬다.
* * *
임금 융의 개인 서재 전각.
“조정에서 강상의 도가 이리도 무너졌으니 어찌 조선이 바로 설까, 쯧쯧! 라며 혀까지 차고 대전을 나갔습니다.”
기록관은 나의 녹음기라고 해야 할 거다.
‘머리가 나쁜 건가?’
나는 분명 조정 신료들에게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서 사관 옆에 기록관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기록관은 모든 언행을 기록할 거라고 미리 말해줬다.
그런데 내가 나가자마자 우찬성이 그렇게 말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병조 판서.”
이제 신임 병조 판서는 갑사 군단 총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예, 주상 전하.”
“내시부 감찰과에 가 보라.”
죄 없는 사대부가 없다.
내시부 감찰과는 사헌부와 함께 사대부들을 탈탈 털어서 죄를 찾아내고 죄가 없다면 죄를 만드는 곳이다.
“예, 알겠나이다.”
* * *
숙의 조 씨의 사가.
임금 융의 후궁의 사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했는데 숙의 조 씨의 사가에는 생모와 생부 그리고 상책이 보낸 노비 몇이 전부라면 전부인데 말이 걸걸해서 문제지 숙의 조 씨의 모친은 좋은 사람이라서 부리는 노비들도 가족처럼 대했다.
그리고 그 노비들은 일가족이었다.
“마님, 또 양반들이 선물을 바리바리 들고 싸리문 앞에 진을 치고 있는데요.”
“마님은 무슨, 형님이라고 부르게.”
자신을 사람들이 갑자기 마님이라고 부르자 놀랐던 숙의 조 씨의 생모였다.
“아무리 그래도 숙의 마마의 어머니이신데 제가 어떻게 그럽니까.”
“같은 식구끼리 마님은 무슨 마님이야, 됐고, 선물에 공짜가 없어요.”
“예?”
“저거 받으면 우리 명호와 숙의 마마께서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싸리문 안으로는 절대 들여놓지 못하게 해.”
분수를 아는 사람은 인생이 평온할 수밖에 없다.
“마님, 안으로 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저는 윗마을 김 참봉댁 마름입니다.”
싸리문 밖에 짐꾼을 세워두고 평상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숙의 조 씨의 생모에게 중년의 남자가 공손히 말했다.
“들어오시오.”
“예, 감사합니다. 안으로 물품들을 넣어라.”
김 참봉의 마름이 짐꾼들에게 말했다.
“잠깐!”
그때 평상에 앉아 있던 숙의 조 씨의 모친이 말했고 쌀섬과 비단 등 재물들을 안으로 넣으려는 짐꾼들이 멈칫했다.
“왜 그러십니까? 마님.”
“마님이고 나발이고 사람은 들어와도 되는데 화근은 절대 우리 집에 못 들어옵니다.”
“화근이라고요?”
마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거지한테도 공짜 밥이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저 귀한 것들이 어디 공짜겠소.”
사실 무수리 출신이었던 숙의 조 씨가 임금 융의 후궁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인사를 하려고 오는 양반들이 꽤 있었다.
그런 후에 숙의 조 씨가 회임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그때부터 숙의 조 씨의 생가는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싸리문 안으로 선물을 넣고 돌아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고 제 주인이신 김 참봉께서 인사를 위해서 보내는 물품입니다.”
“나는 그 인사를 안 받으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숙의 조 씨의 모친이었다.
“개똥 어멈.”
숙의 조 씨의 모친이 자기 옆에 서 있는 노비 어멈을 불렀다.
“예, 마님, 아니 형님.”
“짐꾼들이 윗마을에서 저 무거운 것을 들고 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거니까, 목이라도 축이게 우물물이나 떠서 줘.”
“예, 알겠습니다.”
개똥 어멈이 바로 대답하고 움직였다.
“김 참봉 나리께 전하세요. 내가 숙의 마마님 덕분에 이렇게 꿀을 입에 바르고 살 정도로 호사를 누립니다. 괜히 몰래 두고 갔다가는 상책인 내 아들에게 말해서 전하께 뇌물을 쓰는 양반이 있다고 고하라고 할 것이니 그리 아세요.”
뇌물이라는 말에 김 참봉의 마름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고 또 말이 많았네.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살아야 하는데.”
숙의 조 씨의 생모는 숙의 조 씨가 신신당부한 것을 잊지 않았다.
‘내 사위가 임금이야, 호호호!’
말로 안 해도 속으로는 세상 부러울 일이 없는 숙의 조 씨의 모친이었다.
“임자.”
그때 초가의 문을 열고 숙의 조 씨의 부친이 자기 아내를 불렀다.
“왜 그러시오?”
“나 좀 밖에 나갔다고 오면 안 되나? 답답해서 환장하겠네.”
“안 됩니다.”
“왜 안 되나?”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술을 권할 거고 그 술을 받아서 먹다 보면 간이 커지니 명호와 숙의 마마께 좋을 일이 없어요.”
“임자, 내가 팽형 당한 귀신도 아니고 이렇게 방구석에만 있어야 해?”
“개똥 아범이 곧 탁주를 받아올 거니까, 개똥 아범이랑 드시오.”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눈치를 보고 사나?”
“인생사 새옹치마라고 했소.”
“새옹지마.”
“하여튼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도 있다고 명호가 신신당부하고 갔어요. 탁주라도 배불리 먹을 팔자가 됐으면 좋은 거요.”
상책과 숙의 조 씨는 생모 단속에 여염이 없었고.
생모는 자기 남편 단속에 전념하고 있었다.
이런 집이 잘되는 집일 거고.
이런 사실은 사헌부와 갑사 군단 정보부를 통해서 임금 융에 보고되고 있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