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95)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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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융의 서재 전각 밖.
환관과 함께 임사홍과 임숭재 부자가 서재 전각에 도착했다.
‘이곳을 출입할 수 있는 신료가 진짜 권세를 잡는다.’
도승지가 그랬고.
영의정이 그랬으니까.
그리고 영의정의 아들은 이제 승지가 되어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권세를 누리고 있으니까.
‘내게 제대로 기회가 왔다.’
임사홍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두 분께서는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주십시오.”
환관이 임사홍에게 말한 후 임금 융의 서재 전각으로 들어갔다.
“숭재야.”
“예, 아버지.”
“오늘이 우리 부자에게 기회다.”
“기회라고 하시면?”
임숭재의 눈빛도 확 변했다.
“전하께 외할머니에 관해서 고하고 두 분이 상봉할 수 있게 해드리면 전하의 총애가 우리 부자에게 향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
“왜?”
“그 일을 진행하시면 많은 신료가 화를 입사옵니다.”
놀랍게도 임숭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하께서도 아실 것은 아셔야지.”
“하지만 사화로 번질 수 있습니다.”
“죄를 지은 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 내가 권세를 잡게 될 것이야.”
“아버지.”
“너는 잔말하지 말아라.”
아들의 입을 막아버리는 임사홍이었다.
* * *
대전 전각 옆에 있는 임금 융의 개인 서재.
“주상 전하, 임사홍 대감 들었나이다.”
서재 전각 복도에서 환관이 내게 고했다.
“들라고 하라.”
나는 임사홍을 의도적으로 개인 서재로 불렀다. 조선 조정에서는 권력의 행방이 이 개인 서재에서 나온다고 말들이 많다.
내게 이곳으로 불려오는 신료들이 권세를 잡는다고 말하니 계략을 쓰기 위해서는 이곳으로 신료를 불러야 한다.
“예.”
환관이 대답했고.
서재의 문이 열렸는데 다소 긴장한 눈빛으로 임사홍이 들어왔고 그의 옆에는 그의 아들인 임숭재가 있었다.
‘임사홍과 임숭재.’
진짜 연사군의 간신들!
일단 임사홍은 신수근 등과 함께 폐비 윤씨 사사 사건을 진짜 연산군에게 알린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고.
그에 따라서 갑자사화의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 중 하나다.
임사홍은 음서로 출사한 뒤 관직은 숭록대부 지중추부사에 오른 인물로
작위까지 받았는데 풍성군이다.
또한!
‘조선 왕실의 인척이자 겹사돈이지.’
임사홍은 효령대군의 손녀이며 보성군의 딸인 전주 이씨와 결혼했다.
그런 후에 임사홍의 아들인 임숭재가 나의 아버지인 성종의 딸인 휘숙옹주와 결혼하여 두 임금의 사돈이 된 자다.
하여튼 그렇다는 거고.
역사적으로는 채홍사의 수장으로 조선 팔도에 있는 미녀들을 진짜 연산군에게 바친 인물인데 처음에는 진짜 연산군의 제안을 거부했지만 결국에는 수락했다.
‘그런데 임사홍과 임숭재를 욕할 것이 있나?’
진짜 연산군은 조선에서 둘도 없는 폭군이었다. 과연 누가 그런 폭군의 말을 거부하겠는가?
그리고 지금 나 역시 새로운 형태의 폭군이다.
그러니 내가 하는 말을 저 부자는 거부하지 못 하리라.
“오셨소?”
임사홍과 임숭재가 들어와서 내게 예를 갖췄다.
“예, 전하, 전하의 부르심을 받고 부자가 한걸음에 달려왔나이다.”
임사홍은 자신과 자기 아들이 이곳에 불려왔다는 것에 희망을 품은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상의할 것이 있어서 불렀소.”
“예, 황공하옵니다.”
임사홍이 내게 말할 때 임숭재는 서재 안을 조심스럽게 살폈고.
조금은 놀란 눈빛과 신기함 가득한 눈빛으로 변했다.
‘역사를 온전히 믿지 않을 것이다.’
저 두 사람을 간신으로 만든 존재는 진짜 연산군이니까.
‘쓸모가 있다면 쓰고.’
쓸모가 없다면 이용하다가 버릴 생각이다.
‘역사적으로.’
임사홍이 진짜 연산군과 그의 외할머니를 상봉하게 해준 인물이다. 그리고 그때 야사겠지만 진짜 연산군의 외할머니가 폐비 윤 씨가 사사될 때 각혈을 받은 천을 진짜 연산군에게 건넸고 그걸 본 진짜 연산군이 눈깔이 뒤집혔단다.
‘마지막 개혁을 위해서 포석을 깔아야지.’
마지막 개혁?
토지 개혁이다.
‘빨간 맛은 안 돼.’
도승지 조광이 내게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원칙으로 하면서 조선의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는 개혁을 건의했었다.
‘그렇게 되면 누가 조선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까?’
탐욕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이 있어야 악착같이 모으는 법이니까.
그러니 토지 개혁도 그 방향성이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일단 시험해 보자.’
정말 내가 아는 역사대로 임사홍이 진짜 연산군이 채홍사의 책임자로 선정했을 때 거부했는지 궁금해졌다.
“조선 팔도에 특출한 미녀들이 많을 것이오.”
“예?”
내 말에 임사홍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여색을 즐기오.”
이건 대궐 안에 소문이 쫙 퍼진 상태다.
“망극하옵니다.”
“뭐가 망극하오, 황제는 무치라고 했고 왕도 무치라고 생각하오.”
“그렇사옵니다.”
눈치를 보고 있다.
“후궁들이야 사대부 가문의 딸이니 재미가 없소이다.”
“예?”
“긴 밤에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계집이 이 대궐 안에는 없다는 소리요, 대궐에 들어오면 내명부에 의해서 대궐 법도를 배우고 왕실 법도를 배우니 재미가 없소. 그러니 그대가 나를 위해서 팔도에 숨어 있는 미녀들을 찾는 채홍사의 수장이 되어줬으면 하오.”
내 말에 임사홍이 인상을 찡그렸다.
“왜 싫습니까?”
“전하, 임금은 무치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훗날 실록에 기록될 것이고 후인들이 전하를 비난할 소지를 만들기 충분할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싫소?”
“신은 불충하여 전하의 어명을 따르지 못하겠나이다.”
역사 그대로 처음에는 거부했다.
‘실록이 대부분 진짜네.’
그런데 처음 임사홍이 서재 전각에 들어왔을 때 나는 탐욕스러운 그의 눈빛을 봤었다.
‘한 번 튕긴 거지.’
딱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명을 따르지 못하겠다?”
“예, 그렇사옵니다.”
“임숭재, 너는 어떠냐?”
이번에는 임숭재에게 물었다.
“소인도 따를 수 없는 어명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망극하옵니다.”
“좋소, 그렇다면 내가 다시 두 사람에게 어명을 내릴 것이오.”
“예, 주상 전하.”
“미안하오, 내가 궁금한 것이 있어서 한 번 두 사람을 떠봤소. 대궐에 나의 여인은 많소, 물론 원나라의 태조인 테무친이 말하기를 가장 아름다운 계집은 적에게서 빼앗은 계집이라는 말이 나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나는 두 사람에게 전국을 돌면서 채홍사가 아닌 채청사로 무예와 병법이 뛰어난 자들을 찾아오기를 바라오.”
채홍사는 역사에서 없어지는 거다.
그 대신에 채청사가 생기는 거다.
“주상 전하.”
“조선이 싫고 임금이 싫은 자들이 꽤 있을 것이오. 그런 자들이 무예가 출중하면 조선에 쓰임이 많을 것이니 인재로 판단되는 사람들을 찾아서 내게 데리고 오시오. 이건 할 수 있겠소?”
“예, 따르옵니다.”
사실 이걸 지시하려고 이 서재 전각에 저 두 사람을 부른 건 아니다.
“임금의 어명을 구분해서 따르겠다고 하니 두 사람은 권세를 가진 간신이 되기는 틀린 것 같소. 하하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임사홍이 내게 말했다.
‘그런데.’
임숭재의 눈빛이 처음과 사뭇 달랐다.
‘내가 한 말 중에 무엇이 마음에 박혔을까?’
사람을 홀리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내가 내린 어명은 이것이니 그대가 내게 할 말이 있거나 청할 것이 있으면 하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내가 아는 건.’
내 처남인 신수근과 임사홍이 폐비 윤 씨의 일을 연산군에게 고했다는 거다. 그리고 외조모와 상봉할 수 있게 주선했다는 거다.
“주상 전하, 신이 외람되고 불충하게 전하의 생모이신 중전 윤 씨 마마의 복권을 주청하옵니다.”
“나의 생모?”
“그렇사옵니다.”
역시 간신은 간신이다.
“선대왕께서 신료들에게 함구령을 내렸기에 전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지만, 중전마마께서는 참으로 억울하고 원통하게 폐서인이 되셨고 궁전 암투를 통해서 사사되었나이다.”
이렇게 말하면 갑자사화가 빨라지는 거다.
[저는 알면서도 모르고 알아도 모를 것입니다.]성종대왕이 붕어한 후에 인수대비를 만나서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약속을 지켜주시겠소?] [여부가 있겠습니까.]친조모인 인수대비와 한 약속은 이제는 깨질 때가 된 거다.
“뭐라고 했는가?”
분노한 눈빛으로 임사홍에게 소리쳤다.
“그 일에 대한 소상한 내용은 전하의 외조모이신 장흥군부인 신 씨를 만나시어 들으시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임사홍.”
나는 분노했기에 또 흥분한 척 하고 있기에 바로 임사홍의 이름을 불렀다.
“예, 전하.”
“그대가 내게 고한 이 말이 조정에 어떤 풍파를 불러올지는 짐작하고 내게 고한 것인가?”
“민가의 무지한 백성도 부모의 원수를 잊지 않고 복수하옵니다. 지금이야말로 역적을 참하실 때입니다.”
임사홍이 내게 소리치듯 고했고.
그 찰나의 순간 임숭재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버지와 아들이 입장이 좀 다르군.’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임사홍 그대가 왕실의 겹사돈임을 나는 알고 있노라.”
“예, 그렇사옵니다.”
“나는 오늘 이후에 그대를 믿을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대는 잠시 함구하고 있으라, 내가 그대의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대야말로 과인에게는 진정한 충신이다.”
구실은 만들었다.
‘명분은 임사홍이 조정에서 만들어주겠지.’
폐비 윤 씨의 문제를 조정에서 공론화하면 그때가 바로 사화의 도화선이 되는 거고.
토지 개혁의 기폭제가 되는 거다.
“내가 기억할 것이니 그리 알고 물러가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임사홍과 임숭재가 조심히 서재 전각을 나갔다.
“주, 주상 전하.”
조금 전까지 표정 관리를 잘하고 있던 상책 조명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됐네, 내가 말했잖아, 피는 끈끈해서 물보다 진할 수밖에 없다고.”
“토지 개혁이옵니까?”
역시 상책은 나를 너무 잘 안다.
“조정 신료들이 죽어야 할 이유가 그거 말고 더 있겠는가.”
물론 당장은 아니다.
‘진성이 스님이 되어야 해.’
그런 후에 두 여인에게 아이가 태어난 후에 사화가 터지게 될 거다.
그리고 나는 토지 개혁을 감행하게 될 거다.
* * *
사대문 밖 장흥군부인 신 씨 사가.
“행랑아범이 의금부에 하옥됐다고?”
임금 융의 앞길을 막은 사람이 장흥군부인 신 씨의 사가 행랑아범이었다.
“예, 그런 듯합니다.”
“그런 듯 합니다는 뭔가?”
장흥군부인 신 씨가 자기에게 말하는 남자에게 다시 물었다.
“전하께서 의금부로 행랑아범을 하옥하라고 명하시는 것까지 듣고 쇤네가 도망쳐 왔나이다.”
“아!”
장흥군부인 신 씨는 하늘이 무너진 듯 탄성을 터트렸다.
“주상께서는 왜 이리도 모질고 또 모지실까.”
모질다는 의미는 왜 자기 생모의 억울한 죽음을 확인하지 않냐고 탄식하는 거였다.
“중전께서 너무 한이 크시어 구천을 떠돌며 구슬피 울고 계시겠구나.”
딸을 잃은 어미는 서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야.”
눈빛이 확 변하는 장흥군부인 신 씨였다.
“내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간악한 후궁 년들과 간신배들을 꼭 귀신으로 만들 것이야.”
죽은 딸을 위한 어미의 복수는 끈질긴 법이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