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96)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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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밖.
“아버지.”
대궐을 나서자 임숭재가 자기 아버지인 임사홍을 부르며 주변을 살폈다.
“왜 전하의 어명을 처음에는 거부했냐고?”
임사홍은 임숭재가 자기를 부르기만 했는데 어떤 이유로 불렀는지 짐작하고 되물었다.
이래서 간신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명석해야 간신도 할 수 있는 거다.
“예, 그렇습니다. 전각 안으로 들어가시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라도 하실 듯 제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사실 임숭재는 이게 궁금했었다.
“전하께서는 떠보기를 잘하신다.”
“예?”
“너는 몰랐더냐?”
“저도 그러실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전하께서 나를 떠보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선 팔도를 돌면서 계집이나 찾아다니는 일에 무슨 권세가 주어지겠느냐.”
임사홍의 말에 임숭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그 반대가 되니 권세를 쥘 포석은 만드신 것 같습니다.”
임금 융은 임사홍에게 분명 조선 팔도에 숨어 있는 인재를 모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임숭재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포석이라, 그렇지, 포석이라면 포석이지.”
인재를 임금 융에 천거할 때 임사홍은 마음만 먹으면 자기 사람을 천거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렇습니다.”
“숭재야.”
“예, 아버지.”
“그런데 너는 전각에 들어설 때 눈빛이 확 달라졌는데 왜 그랬던 것이냐?”
“명나라 해안 지도가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
임숭재는 임사홍이 못 본 것을 봤다.
“예, 그리고 바다에 떠 있는 붉은 점이 꽤 있었고 작은 점도 찍혀 있고 아주 큰 점도 있는데 제가 생각해 보면 작은 점은 유구국 같고 큰 점은 왜로 생각됩니다.”
“그래?”
임사홍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예, 전하께서는 대마도만 목표로 하시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임숭재는 이 엄청난 것을 걸려 있는 지도 하나를 보고 판단해냈다.
“하하하, 제일 먼저 내가 너를 전하께 천거해야겠다.”
과연 간신이 충신이 될 수 있을까?
여기서 분명한 것은 간신이 되려면 머리 회전이 빨라야 한다는 거다.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특히 임금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 * *
이틀 후 임금 융의 침소.
머리를 깎은 동자승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고.
그의 어머니인 정현왕후는 참담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마마마, 소자의 깊은 뜻을 헤아려 주십시오.”
동자승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은 정현왕후다.
그리고 내 앞에 앉아 있는 동자승은 진성대군이다.
‘고기를 정말 좋아하는 녀석인데.’
약간은 짠하다.
“주상 전하의 마음은 충분히 헤아려집니다.”
눈빛은 아니지만, 말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해하셔야 합니다. 역적으로 죽은 우의정의 입에서 진성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강조하듯 말했다.
사실 역적으로 죽은 우의정의 입에서 진성 대군의 이름이 나온 사실만으로도 내가 진성 대군을 의금부에 감금하고 국문을 열어서 역모 사건을 크게 키운다면 진성대군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다.
“압니다. 그 망할 놈의 역적이 제 눈앞에 있다면 다시 찢어 죽였을 겁니다.”
정현왕후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이것이 어머니의 마음일 거다.
‘키워주신 은혜도 은혜이니까.’
내가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 진성만큼은 온전히 살려주고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해줄 생각이다.
거기다가 신수근의 딸이 진성의 내자다.
그러니 두루두루 잘 돌봐줄 생각이다.
‘진성, 너는 야망이 없잖아.’
중종반정 때 공신들이 왕이 되라고 해서 왕이 된 인물이 바로 진성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임금이 된 후에는 환국 정치를 했고.
또 조광조와 함께 개혁 정치를 펼치려고 했지만, 조광조가 원래 사람 성질나게 만드는 탁월한 재주가 있기에 진성대군 아니 중종이 귀양을 보냈고 사사해버렸다.
“어마마마, 제가 일단 신료들에게 함구령을 내렸지만, 또 어떤 신하가 그 문제를 겁 없이 거론할 수 있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결국에 내 목적대로 진성을 출가시키기로 했다.
이제 진성대군은 조선의 역사대로 내가 아는 미래의 역사대로 중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님이 된 거다.
그런데 나는 생모를 어마마마라고 불러 본 적이 없다.
‘폐비 윤 씨?’
길러준 은혜도 이렇게 갚고 있는데 낳아준 은혜는 어떻게 갚을까?
‘갑자사화!’
낳아준 어머니의 복수도 하고.
조정을 다시 한번 쇄신하고 일거양득이리라.
“그저 성은이 망극할 뿐입니다. 하지만···.”
“잠시입니다.”
정현왕후에게 못을 박듯 말했다.
“저는 진성을 친아우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친아우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거다.
내가 강조하면 듣는 사람은 반대로 각인될 거다.
“주상, 과연 주상의 조선에서 주상께서 함구령을 내렸는데 누가 감히 그 일을 다시 거론할까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자꾸 하는 정현왕후다.
‘당신은 중종반정에 지분이 있지.’
물론 중종반정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 됐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중종반정의 주역인 3인방을 모두 정리하는 중이다. 그중 하나는 이미 끝냈고.
둘 중 하나는 지금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내일이면 성희안은 명나라 사신과 함께 사신의 자격으로 명나라로 가게 된다.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습니다. 어마마마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왕권이 더 강화되면 진성은 다시 환속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기대감을 줘야 한다.
“진정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아우가 자손을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환속시켜야지.
내 처남인 신수근의 여식이 지금 졸지에 생과부가 되게 생겼으니까.
신수근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과인은 진성의 반려자에게는 고모부가 됩니다.] [소신은 주상 전하의 깊으신 고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진성이 불가에 잠시 의탁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아비의 마음은 다 똑같다.
‘12살짜리 딸이 그때부터 생과부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가슴이 찢어지지.’
그런 일도 나는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스님.”
나는 처남인 신수근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가 스님이 된 진성대군을 스님이라고 불렸다.
“예, 형님 전하.”
진성대군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내게 대답했고.
머리를 깎은 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다과상만 먹고 있었다.
‘철부지기는 하지.’
세조의 눈에 보인 단종도 그랬을 거다.
하지만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죽였다.
나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형제를 잡아먹는 일은 금수도 하지 않는다.’
물론 사람이 금수가 아니기에 그럴 수도 있는 거겠지만 말이다.
“불가에 잠시 의탁하여 풍파에서 멀어지는 것이니 그리 알면 됩니다.”
“예, 형님 전하.”
그래도 진성은 내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곧 스님을 지도할 스승들을 보낼 것이니 배움에 있어서 의심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해 주세요.”
이복동생이라고 해도 진성대군은 버릴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신수근의 여식과 혼인시키지 않을 것을.’
이 모든 일이 우의정의 아가리에서 나온 돌발상황 때문에 만들어진 일이다.
‘만약!’
진성대군이 내 처남인 신수근의 사위가 아니라면?
나는 악독하기에 진성대군을 죽을 때까지 중으로 죽게 했을 수도 있다.
‘진성, 넌 운이 좋아.’
내가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은 유일한 존재가 바로 스님이 된 진성대군이니까.
* * *
민간 여염집 안방.
“여편네가 왜 갑자기 이래?”
낮인데도 자기 서방에게 덤벼드는 아내였다.
“내가 군역 훈련을 다녀왔다가 팔이 빠지는 줄 알았소.”
“그게 왜?”
아내는 남편의 옷을 벌써 벗기고 있었다.
“자식 다섯을 낳으면 무조건 면제라고 합니다.”
이건 임금 융의 출산 장려 정책 중 하나였다.
“다섯을 낳으면 면제라고?”
“예, 그렇소. 여자는 다섯이고 사내는 일곱이라고 했소.”
“가만히 보자, 우리가 벌써 넷을 낳고 기르지?”
“그렇소, 하나 더 낳고 나부터 면제받고 나중에 둘 더 낳으면 당신도 군역에서 면제요. 그러니 어서 합시다.”
군대는 누구나 싫은 법이다.
그러니 애를 낳거나 임신하면 있으면 군역이 면제되니 여자들은 남편에게 덤벼들 수밖에 없었다.
* * *
대만 정복군 우현 부제독의 목성 안.
신라방의 후예인 촌장의 아들인 대방은 우현 부제독의 명령대로 중형 연락선 선창과 갑판 위를 가득 채울 정도의 양의 과일을 따가지고 왔다.
“이것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이냐?”
우현 부제독이 노인에게 물었고.
노인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직은 못 먹습니다.”
“아직은?”
“예, 미리 따서 두면 익는 과일이기에 나중에는 먹을 수 있습니다.”
노인은 대만 정복군 우현 부제독의 통역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고.
신라방 후예들의 자경단 100명도 정복군에 편입된 상태였다.
“나중에 먹을 수 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밤톨 같은 과인은 왜 똥 냄새가 나는 거냐?”
밤톨 같은 거대한 과일?
두리안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류리엔이라는 과일입니다.”
“두리안?”
“류리엔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두리안!”
이렇게 해서 두리안이 조선에서 두리안이 된 거다.
“예, 두리안입니다.”
발음을 설명해도 못 알아들을 것 같기에 통역관인 노인은 그냥 두리안이라고 발했다.
“저 밤톨 과일도 익으면 향기롭겠지? 전하께 진상할 과일이다.”
“냄새는 똑같지만, 맛은 극락에서나 먹을 수 있는 맛이옵니다.”
“그런가?”
“예, 그렇습니다. 먹는 방법이 다 다르기에 조선 본토에서 잘 드실지는 모르겠습니다.”
노인의 말에 우현 부제독이 가만히 서 있는 소년 대방을 봤다.
“그렇다면 그대와 대방이 조선으로 가서 전하를 알현하면 된다.”
어떤 면에서 촌장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명령이었고 그래서 노인이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촌장을 보다가 통역했다.
“으음!”
촌장은 바로 신음을 터트렸다.
“갑니다. 제가 조선으로 가야만 믿을 겁니다.”
대방은 생각보다 대담했다.
“풍랑이라도 만난다면?”
“운명은 하늘의 뜻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의 전하께서 이주까지 군대를 보내시고 정복하라고 하셨다면 대단한 분이실 겁니다. 주인으로 모시기 좋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
“정말 괜찮겠느냐?”
“예, 괜찮습니다.”
소년 대방이 모진 노동에 시달리는 명나라 출신 노예들을 본 후에 다시 자기 부친을 봤다.
“우리가 저들처럼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소년 대방이 웃었고.
그렇게 해서 조선으로 향하는 연락선에는 엄청난 양의 덜 익은 열대 과일과 그 과일을 먹는 방법을 임금 융에 설명할 소년 대방 그리고 통역사가 타게 됐다.
“바로 연락선을 조선으로 보내라.”
“예, 부제독.”
이렇게 열대 과일을 가득 실은 연락선이 출항하게 됐고.
물론 이 연락선은 열대과일을 임금 융에 진상하는 목적도 있지만 현재 대만 정복 상황을 보고하기 위한 연락선이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