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97)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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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융의 개인 전각 서재.
“도승지.”
나는 도승지 조광을 불렀다.
“예, 주상 전하.”
“나의 개인 서재 전각에 출입할 수 있고 없고를 기준으로 이제 조정 신료들은 권세의 기준으로 삼는다지?”
대궐 안의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임사홍이 내게 들킨 탐욕스러운 눈동자에서 절실히 느꼈다.
‘처음 내가 개혁을 시도했을 때는.’
조정 신료들은 대부분 반발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반발을 포기하는 신료가 생겼고.
처음에는 두려움 때문이지만 그다음부터는 나를 설득하기 지쳤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다가 젊은 신료 중에는 박성균 같은 몽상가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물론 그 모든 신료의 목적은 내게 총애받고 권세를 누리는 거다.
‘임금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
조선의 권세라는 것이 참으로 웃기다.
중전은 임금의 본처이기에 중전의 친정 가문이 권세를 누리고.
임금의 어머니는 대비라서 권세를 누린다.
하물며 내시들도 임금에게 가장 가까이 있기에 권세를 누린다.
‘임금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 세상이.’
조선이다.
이게 참 문제다.
임금이 무능하면 조선을 망친다.
그렇다면 과연 조선에 임금이 필요할까?
내가 민주주의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사람이고.
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는 것을 즐긴다.
나는 현대인일 때 착한 척하면서는 살지 않았다.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본능적이었지.’
가장 이기적이면서 가장 법치주의자였지.
그런 내가 조선의 임금이 된 거다.
“예, 그렇사옵니다.”
나의 개인 서재 전각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자가 최측근이고.
나의 부름을 받고 오는 자가 그다음이다.
물론 무사하게 걸어 나가는 경우에서 그런 거다.
“조정 신료들이 기준을 그리 정했다면 그 역시도 활용하면 되겠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할 생각이다.
“예, 그렇사옵니다.”
“과인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신하가 임금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신하를 임금이 파악해서 적절하게 쓰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예, 그렇사옵니다.”
“뭔가?”
“인왕산에 만들어진 절의 횡포가 심하다고 합니다.”
“절이 횡포를 일삼는다?”
불교를 억압하는 조선에서 절의 중이 횡포를 저지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번에 만들어진 절이고 그 절의 이름이 왕은사입니다.”
“왕이 은혜를 내린 절?”
인수대비가 불교에 심취해 있기에 또 진성대군이 머물 절이라서 이름까지 내린 모양이다.
“그렇습니다. 대군과 두 명의 후궁 출신 비구니들이 기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승지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고려가 망한 이유는 불교에 있사옵니다.”
이럴 때 보면 신임 도승지 조광도 어쩔 수 없는 사대부인 거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고려가 망한 이유가 정말 불교 때문일까?
아닐 거다.
‘권문세가의 탐욕과.’
신진사대부들의 욕망이 고려를 망하게 한 이유고.
정말 완벽한 이유는 왕이 무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사옵니다.”
“하지만 고려가 망할 수밖에 없고 조선이 건국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고려가 가진 모든 문제를 다 포함해도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무엇입니까?”
“왕의 무능이다.”
왕이 무능하여 권문세가가 득세했고.
왕의 자질이 형편이 없기에 중들이 요사스러운 짓을 일삼은 거다.
“진정 옳으신 말씀입니다.”
도승지 조광이 내 말에 동의했다.
“도승지, 그걸 네가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왕을 가르치려는 신하는 소중하다.
하지만 왕을 함부로 이겨 먹으려는 신하는 조광조 꼴이 되는 거다.
‘조광조는 잘하고 있으려나?’
또 36인의 귀신들이 내 어명을 잘 수행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냥 놀고먹는 귀신이라면?’
본보기로 하나쯤은 돌로 때려죽일 생각이다. 그리고 귀신을 돌로 때려서 죽이게 되면 조정에 있는 그의 아비도 숙청할 수밖에 없다.
“망극하옵니다.”
경고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 도승지 조광이다.
“왕은사가 나의 은혜를 입고도 그것을 힘이라고 이용한다면 중들의 저녁은 지옥에서 먹어야겠지.”
조선의 근간인 사대부도 그냥 두지 않는데 불교가 설치면 죽자고 발악하는 거다.
“예, 그렇사옵니다. 주상 전하.”
“진성대군이 탈혜라는 법명으로 그 절에 있지?”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
‘진성은 유독 고기를 좋아하지.’
그러니 소고기를 가득하게 챙겨서 절로 가서 진성대군 아니 탈혜 스님과 함께 구워서 먹어야겠다.
“예, 그렇습니다.”
“일단 그 절의 주지를 불러서 조리돌림을 하고 중들에게 부역을 더 부과하라, 혹여 절에 속한 노비가 있다면 관노비로 전환하라.”
억불은 조선의 기본 개념이니까.
물론 성리학을 장려하는 기본도 나를 통해서 사라지게 될 거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야.”
“예?”
“그렇다는 거다.”
과거의 많은 나라들이 불교를 국교화한 이유가 뭘까?
이용해 먹기 편하기 때문일 거다.
‘불만을 잠재우는 좋은 방법이지.’
카르마.
업보 말이다.
전생에 지은 죄가 크기에 현생이 이렇게 고달프다고 설파하니 백성들이 참으며 현생에 덕을 많이 쌓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나라에 충성하는 거다.
“예, 알겠습니다. 참, 장승포 조선소의 책임 소장이 이틀 전에 도착했나이다.”
이걸 이제야 말하는 도승지 조광이다.
‘뭐 나도 깜빡했지.’
이래서 내가 외롭고 힘든 거다. 그러니 도승지 조광을 질책할 필요는 없다.
‘이래서 내 옆에 참모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나 혼자만 죽자고 일하지 않아도 되는 거다.
“바로 부르라.”
내가 조선의 임금이라고 해서 내가 한 실수를 그대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어야 발전이 있지.’
일단 판옥선 위주의 신대륙 개척 선단을 평저선이 아닌 명나라에서 쓰는 누선(樓船) 같은 형태로 바꿀 생각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비율을 5대5로 할 생각이다.
‘결국에는 개척지에 상륙해서 점령해야 하니까.’
* * *
귀인 안 씨의 전각.
귀인 안 씨는 끝내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어버렸다.
“비술이 있단 말이지?”
귀인 안 씨의 앞에는 상궁을 입은 무녀가 앉아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무녀가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 났네, 일 났어.’
귀인 안 씨와 무녀를 바라보고 있는 귀인 안 씨의 유모는 두려웠다.
“확실히 효험이 있는 거지?”
사람은 원래 못된 짓을 하려고 할 때 눈이 빛나는 법인데 귀인 안 씨의 눈동자는 살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는 임금 융에 반대하던 아비들 때문에 임금 융의 후궁들이 인생을 조졌지만, 이제는 딸 잘못 둔 형조판서가 인생을 조지게 생겼다.
“마마, 확실하옵니다. 쇤네만 믿으시면 됩니다.”
무녀가 나직이 나직이 말했다.
“시험해 봐야겠다.”
“시험이라고 하셨습니까?”
“꼴 보기 싫은 무수리가 하나 있지.”
여자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전하께서는 중전보다 무수리를 더 아끼시지.’
물론 그게 사실이라도 임금 융은 온화한 성격을 가진 중전 신 씨를 더 배려했다.
“숙의가 회임했다는 사실도 저잣거리에 파다합니다.”
“꼴 보기가 정말 싫어, 착한 척하는 것은 더 싫고.”
질투심이 자기 인생을 망치고 아비의 인생도 망치고 가문도 망치기 직전인 거다.
“알겠사옵니다. 그러시다면 이 인형을 살을 쏠 자의 전각에 묻으십시오.”
조선 왕실은 후궁의 비방과 주술을 극도로 혐오했다.
“이거면 돼?”
“예, 됩니다. 호호호!”
무녀가 귀인 안 씨에게 내민 인형은 짚으로 만든 것인데 붉은색 천으로 만든 치마와 저고리를 입혀 놨다.
“알았다. 유모.”“예, 귀인 마마.”
“뒷문으로 조심히 내보내라.”
“예, 알겠습니다.”
지금 제일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귀인 안 씨의 유모였다.
‘대감께 알려야 해.’
그래도 귀인 안 씨의 전각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 * *
밤, 부산포를 떠나서 제주로 향하는 선박 갑판 위.
배가 근해를 나와서 제주도로 향하니 물살이 거칠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바다고.
그 바다의 파도는 금방이라도 떠 있는 배를 집어삼킬 듯 거칠었다.
성희안은 임금 융에게 좌찬성을 자리를 받고 또 임금 융의 특명을 받은 상태로 조선의 사신 자격으로 명나라로 떠났고.
조선 사신단을 따라서 수많은 상단이 각종 물품을 챙겨서 명나라로 향했다.
그리고 같은 날 성희안의 아들인 성율은 죄인의 신분으로 마포 포구를 떠난 배를 타고 부산포까지 왔고.
부산포에서 제주로 향하는 대형 선박을 타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하, 내가 바다 건너 제수까지 가는군.’
답답함과 참담함이 느껴지는 성희안의 아들인 성율이었다.
‘참아야 하겠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는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임금께서 저리 무도하신데.] [황제는 무치라고 했고, 조선에서 전하께서는 황제 그 이상이다.]성희안은 이제 임금 융이 황제 놀이를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더는 말릴 수가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됐다.
말릴 수 없다면 순응하거나 반항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야 했다. 하지만 성희안은 순응하는 쪽을 택하고 말았다.
성희안은 굴욕을 당했을 때 반정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성율은 자기 아버지의 지시를 곱씹고 있었다.
철썩, 철썩!
파도가 심하게 치기에 배가 흔들렸다.
“나으리, 마음이 착잡하십니까?”
죄인이 된 성율은 제주로 호송하는 부대 군관은 갑사 군단 소속이었다.
그런데 갑사 부대 호송 군관이 자신을 나으리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하자 안도하는 성희안이었다.
호송 군관은 갑사 군단 사령관이 자기에게 한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죄인이 무엄하게 어찌 그런 마음을 가지겠소.”
이미 기세가 제대로 꺾인 성율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자기 아버지에게 호되게 질책을 당했고.
유배를 떠나기 전까지 대궐 앞에서 일어난 팽형 사건을 똑똑히 들었기에 기를 펼 수가 없었다.
“그러셔야죠.”
“바닷길이 참으로 험하구려.”
성율은 갑판에서 바다를 내려봤다.
이미 몇 차례나 뱃멀미를 한 상태라서 정신도 혼미한 상태라서 이렇게 갑판으로 나온 거였다.
“그렇지요.”
그리고 바로 바다를 내려보던 성율을 호송 군관이 바다로 밀어버렸다.
“으악!”
풍덩!
“죄인이 바다로 뛰어들어서 도망친다!”
성율의 등을 밀어놓고서는 호송 무관은 도망쳤다고 소리쳤지만 이미 파도에 휩쓸린 성율을 이 칙흑 같은 밤바다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하여튼 뇌물로 살아난 자 셋 중 둘이 이렇게 비명횡사로 끝났다.
노비 문서를 다 모으고 있는 박원종의 아들만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하겠지만 그가 돌아오는 날에 바닷길은 험해질 것이다.
임금 융이 그렇게 바다에 명했으니까.
참으로 악독한 군주가 바로 임금 융일 거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