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98)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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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왕후의 별당 안채.
정현왕후의 아우인 윤탕로가 임금 융의 어명을 받고 임지인 함경도로 떠나기 직전에 하직 인사를 올리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아우님께서는 임지로 가셔서 항상 자중하셔야 합니다.”
아직 인사를 올리기 위해서 윤탕로가 찾은 거지만 결론적으로는 정현왕후가 윤탕로에 당부하는 자리가 됐다.
“예, 대비마마.”
“대군께서 최대한 빠르게 환속하기 위해서는 주상에게 대군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정현왕후는 그래도 정치적 감각이 있었다.
“잘 알겠습니다.”
“오직 국경 수비에 전념하세요.”
“국경 수비에 전념하게 되면 강병 육성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윤탕로는 그래도 무인이었다.
“그렇게 되면 주상께서 곡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 휘하에 있는 장졸들을 오합지졸로 그냥 둔다면 야인이 급습하여 주상의 백성의 백성을 도륙하는 것을 방치해야 하니 어떤 면에서는 저는 진퇴양난입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윤탕로가 함경도 병마절도사가 된 것은 좌천이라면 좌천이었다.
“임금께서는 지혜로우신 분이십니다.”
정현왕후는 그래도 역적의 입에서 진성대군이 거론됐을 때 임금 융이 함구령을 내렸기에 임금 융을 좋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현왕후가 임금 융을 낳지는 않았지만 친자식처럼 돌본 정성이 있기에 임금 융을 나쁘게 말하지도 않았다.
“압니다. 그래서 제가 내일 주상을 뵙고 갑사 군단 소속 출신을 저의 부관으로 임명해 주실 것을 주청할 생각입니다.”
자신이 아무리 조심해도 임금 융의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윤탕로가 찾은 방법이 이것이었다.
“예,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비마마.”
“말씀하세요.”
“대군께서 가장 빠르게 환속하실 방법은 대군 부인께서 회임하시는 일입니다.”
“두 분이 아직 어리기에 남녀의 정을 알겠습니까.”
“그렇기도 합니다.”
오늘따라 윤탕로는 옳은 말만 했다.
* * *
유구국 도성에 있는 박충선 상단 건물 안.
“이것이 양귀비의 씨입니다.”
박충선은 끝내 임금 융의 지시대로 양귀비의 씨를 구했다.
물론 임금 융이 이 양귀비꽃의 씨로 무엇을 하려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것이군.”
박충선은 자신이 애타게 찾은 것을 이제야 손에 넣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었다.
“꽃이 피면 화려하고 열매를 맺은 후에 상처를 내면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그걸 모아서 굳히면 극락을 본다고 합니다.”
양귀비의 씨를 구한 자가 자기가 들은 그대로를 박충선에게 말했다.
“극락을 본다?”
말하는 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박충선이었다.
사실 양귀비꽃의 열매가 아편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예, 저도 그렇게만 들었습니다.”
양귀비꽃의 씨를 구해온 남자도 자세한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너는 양귀비 꽃에 관해서 자세하게 아는 자를 찾아와라.”
“예, 알겠습니다.”
박충선의 부하가 대답했다.
“단주.”
박충선은 자기 부하들에게 단주라 불렸다.
“왜?”
“1차로 잡아 온 노비들을 유구국에 풀 때가 됐습니다.”
대만으로 가지 않고 유구국으로 끌려온 명나라 출신 노비들은 대부분 계집이었다.
“비싸게 팔아야 한다. 희소성이 있으니까.”
유구국 사람들과 명나라 남부 지방 사람들은 외모가 확연하게 달랐다.
특히 여자들은 다리가 쭉쭉 뻗었기에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사략 함대로 벌써 수익을 올리고 있는 조선이었다.
물론 이것이 나중에 역사로 기록되면 이 시대의 조선을 욕하는 후인들도 있으리라.
* * *
귀인 안 씨의 전각에서 나온 무녀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유모와 함께 대궐 뒷문을 이용해서 대궐을 나섰고.
그녀들의 뒤를 내시부 감찰과 무사가 감시하고 있었다.
“상책 영감,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내시부 감찰과 무사 한 명이 미행을 멈춘 후에 돌아와서 상책에 보고했다.
‘이놈이 보고 체계를 무시했군.’
상책은 내시부 감찰과 소속 무사가 자기에게 달려왔을 때 괘씸함이 먼저였다.
내시부에서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순간이고.
내시 하나의 돌출행동이 문제가 되면 내시부가 고초를 당한다는 사실을 상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시는 궁궐의 흑막으로 통하지만, 궁궐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임금 융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내시부의 기강이 무너지면 제일 큰 타격을 입는 것이 바로 내시부였으니까.
“무녀일 거라고 했나?”
상책이 되물었다.
“예, 그럴 것입니다.”
“확실하지는 않다는 거군.”
상책은 지금 냉철해야 했다.
“저와 같은 조인 내시부 감찰에 소속된 환관 무사가 미행하고 있으니 곧 밝혀질 겁니다.”
“으음!”
상책은 신음을 터트렸다.
“염탐한 결과 사악한 귀인 안 씨가 무녀의 주술을 이용하여 숙의 마마를 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내시부 감찰에 소속된 무사가 상책을 자극하듯 말했다. 그리고 내시부 감찰 소속 환관은 이번 일이 공론화가 되면 귀인 안 씨는 사사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니 그의 입에서 임금의 여자인 귀인 안 씨를 사악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거였다.
이것이 바로 궁궐의 인심일 거다.
“질투심이 많고 시샘이 많은 분이시지.”
놀랍게도 상책은 덤덤하게 말했다.
“상책께서는 화도 나지 않으십니까?”
환관 무사는 상책의 반응이 놀라운 듯 되물었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사실이라면 찢어 죽이고 싶지.”
눈빛이 확 변하는 상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의외의 말을 하는 상책이었다.
[상책, 고충이 참으로 많소.]상책은 내시부 환관 무사의 말을 들으며 예전에 형조판서가 자신과 나눴던 말들이 떠올랐다.
[아닙니다. 대감마님.] [내 여식이, 아 아니지, 귀인 마마께서 나의 막내딸이라서 철이 정말 없소이다.]인수대비가 강제로 삼정승과 육판서의 딸을 임금 융의 후궁으로 간택하지 않았다면 형조판서는 절대 자기 막내딸을 후궁으로 않았을 위인이었다.
[예?] [귀인 마마께서 지엄한 궁중에서 혹여 실수가 없게 상책께서 잘 살펴주시면 정말 고맙겠소.]사대부에게 환관은 천한 존재에 불과했다.
하지만 형조판서는 궁궐의 실질적인 관리자가 내시부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뭐라고 할까?
현대적으로 표현한다면 계급보다는 직책인 거다.
놀랍게도 형조판서는 자기 딸이 어떤 여자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인수대비가 원망스러운 형조판서였다.
‘이걸 전하께 보고하면 어떻게 반응하실까?’
상책은 자기 여동생이 숙의 조 씨이기에 임금 융이 오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전부터 자신을 천한 내시로 대하지 않고 애써 살뜰하게 챙겨준 형조판서의 부탁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예?”
환관 무사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확인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엄청난 일이 분명할 일이기는 하나 실수하게 되면 내시부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상책은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오나.”
“이번 일이 공론화가 되면 내명부에 피바람이 분다.”
상책은 자기에게 말하려던 환관 무사의 입을 막듯 말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하께 고해야 할 일입니다.”
이미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상책에 온 환관 무사기에 그는 어떻게든 자기가 생각한 쪽으로 사건을 진행하게 만들어야 했다.
“일단 사실부터 확인한 후에 전하께 고해야 할 것이다.”
상책의 말에 내시부 감찰과에 속한 환관은 안타깝다는 눈빛을 보였다.
‘왜 기회가 왔는데 망설이는 거야?’
소인배는 바로 받을 이익만 보이는 법이다.
사실 환관 무사가 이러는 것은 상책이 숙의 조 씨의 오라비이기 때문이고.
숙의 조 씨가 상책을 이용해서 계략을 펼치면 임금의 총애를 더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전하께서 지금은 자중하고 계신다.’
상책도 상책 나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임금 융이 지금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형조판서를 그 어떤 일로도 숙청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귀인 안 씨가 무녀의 비술로 숙의 조 씨를 해하려고 하면 임금 융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진정한 충신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책은 정말 임금 융의 충신이 되려고 마음을 먹은 거였다.
[진정한 충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상선 영감.]어린 날의 상책은 상선 김처선에게 질문했던 때가 떠올랐다.
[환관으로서 임금을 모실 때는 임금을 즐겁게만 해드리면 된다.] [그렇지요.] [하지만 그 환관이 신하의 탈을 쓰고 싶다면 그것도 충신이기를 바란다면 임금을 고민하지 않게 해야 한다.] [무슨 말씀입니까?] [환관은 임금을 현혹하지만 않아도 충신이다.] [그렇다면 누가 알아줍니까?] [너는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임금을 모시느냐? 너 같은 놈이 간신이 되는 거다. 서고에 가서 책이나 관리해라.]상선 김처선의 지시로 상책은 서고나 관리하는 환관이 된 거다.
사실 서고 관리 환관은 환관들도 무시하는 자리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조선에서 책을 좋아했던 임금은 지금까지 세종 대왕 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귀인 마마의 유모도 같이 궁을 나갔다고?”
상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귀인 안 씨가 데리고 입궁한 유모 출신 상궁이 무녀와 같이 궁을 나갔다는 보고를 떠올라서 다시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알겠다. 당분간은 이번 일은 함구하라.”
“예, 알겠습니다.”
내시부 서열 2위인 상책이 이렇게 지시하니 환관 무사는 일단 알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고 체계가 있으니 앞으로는 오늘처럼 내게 바로 보고하지 말고 감찰과 과장에게 보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고 계통을 무시한 내시부 감찰과 환관 무사를 질책하는 것도 잊지 않은 상책이었다.
“예, 송구하옵니다.”
“가서 일 보시게.”
“예.”
내시부 감찰과 환관이 대답한 후에 급히 사라졌다.
[환관들은 탐욕스럽다.]상책은 자신의 사가로 갈 때 임금 융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벌써 이러는 건가. 쯧쯧!’
상책은 환관의 탐욕스러운 한계를 보고 한탄했다.
* * *
내시부 감찰과로 돌아가던 환관 무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상을 차려줘도 떠먹지를 못하네. 쯧쯧!”
인간은 항상 기회주의자인 법이다. 그리고 내시부 감찰과 환관 무사가 보고 계통을 무시하고 상책에 먼저 보고한 것은 상책에 잘 보이기 위함이었다.
“이걸 그냥 함구해? 미쳤어, 하하하!”
환관 무사가 웃었고.
그는 지금 내시부 감찰과 전각과 임금 융의 개인 서재로 가는 길의 딱 중간에 섰다.
“나라고 전하의 총애를 못 받을까?”
사람이 욕심이 생기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환관 무사는 내시부 감찰과 전각으로 가지 않고.
임금 융이 있는 대전 옆 서재 전각으로 뛰었다.
* *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