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 Lord's operation RAW novel - chapter (99)
ⓒ 흑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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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 후문 밖.
대궐 후문으로 몰래 나온 무녀는 다급한 눈빛인 유모 출신 상궁을 보고 피식 웃었다.
“메뚜기처럼 어디로 뛰게.”
“뭐요?”
“그쪽은 나한테 평생 고마운 마음 가지고 살아.”
“무슨 헛소리요?”
유모 출신 상궁은 이번 일이 만약에라도 발각되면 형조판서의 집안은 쑥대밭이 될 것이기에 무녀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미친년이야.’
속으로 욕하는 유모 출신 상궁이었다.
“그쪽 아들 이름에 불(火)자가 다섯 개나 있네.”
무녀가 뜬금 없는 소리를 했다.
“일단 조심히 가시오.”
“오늘 밤을 넘길 수 없는 사람의 넋두리는 듣고 가줘야지.”
“뭐라고요?”
“어떻게 보면 내가 자네 아들 앞길을 열어줬는데 고맙다는 말은 해야지.”
유모 출신 상궁은 무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헛소리는 하지 마오.”
상궁은 마음이 급했다. 그런데 자꾸 무녀가 자신에게 말을 거니 짜증이 났다.
“내 제삿밥은 자네가 챙길 거네. 호호호!”
무녀가 요사스럽게 웃었고.
그 웃음에 소름이 돋는 상궁이었다.
“가세, 가세, 어서 가보시게. 호호호!”
무녀는 그렇게 말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상궁은 무녀가 정말 미쳤다는 생각만 들었고 저렇게 미친 여자의 말을 믿는 귀인 안 씨가 답답하기만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형조판서의 집으로 달려야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형조판서의 집과 대궐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거다.
물론 무녀의 뒤를 또 상궁의 뒤를 내시부 감찰이 미행하고 있었다.
* * *
형조판서의 사가 사랑채.
“헉헉, 헉헉, 대감마님, 대감마님!”
궁에서 급하게 나온 귀인 안 씨의 유모가 야밤에 형조판서가 자는 사랑채까지 뛰어와서 형조판서를 급하게 불렀고.
귀인 안 씨의 유모가 이렇게 형조판서를 부르며 소리치자 형조판서댁의 마름이 기겁했다.
“왜 이러는가? 대감마님께서 주무시고 있는데.”
마름이 급하게 말렸다.
“집안이 망하게 생겼는데 주무실 때가 아닙니다. 대감마님, 저 막내 아가씨의 유모 이천댁입니다. 대감마님, 지금 주무실 때가 아닙니다.”
벌컥!
귀인 안 씨의 유모가 미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기에 잠에서 깬 형조판서가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이러는가?”
“대감마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바로 인상을 구기는 형조판서였다.
“예, 그렇습니다.”
형조판서는 귀인 안 씨의 유모가 기겁한 표정이기에 불길했다.
“안으로 들어오게.”
“예, 대감마님.”
“장 서방은 근처에 아무도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게.”
“예, 대감마님.”
마름이 대답했고.
귀인 안 씨의 유모가 형조판서의 사랑채로 들어갔다.
* * *
내가 서재 전각에서 나왔는데 환관 무사가 급히 내 쪽으로 뛰어왔고 그가 칼을 차고 있기에 나를 호위하는 내금위 호위 총관들이 바로 칼을 뽑았다.
‘미친놈이네.’
환관이 칼을 차고 있으면 내시부 감찰과 소속일 거다. 그렇다면 이곳에는 나를 경호하기 위해서 숨어 있는 저격수가 있다는 것도 알 것인데 뛰어온다는 것은 둘 중 하나일 거다.
‘급한 일이거나.’
자살 특공대 비슷한 것.
“멈춰라!”
나는 또 손을 들었고.
내 앞에는 호위 총관들이 소리쳤다.
“헉헉!”
환관 무사가 급하게 멈춘 후에 그제야 자기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기겁하여 바로 엎드렸다.
‘자살 특공대는 아니라는 거네.’
뭐지?
내시부 감찰과 소속이라면 상책이 보낸 사람일 거다.
“칼을 옆으로 치워라.”
호위 총관이 내시부 환관 무사에게 지시했고.
환관 무사는 바로 칼을 멀리 던졌다.
그와 동시에 검을 뽑아 들고 있는 호위 총관 중 하나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환관 무사의 뒤에 섰다.
여차하면 바로 뒤에서 베려고 저렇게 자세를 취하는 거지.
호위 총관은 칼을 들고 당장이라도 벨 수 있게 준비를 끝낸 상태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을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환관 무사도 알고 있을 거다.
“무슨 일이냐?”
나는 무릎을 꿇고 있는 환관 무사에게 물었다.
“전하, 급하게 보고할 일이 있기에 이리도 무엄하게 뛰어왔나이다.”
“너, 너도 알다시피 죽을 뻔했다.”
내 말에 환관 무사가 알고 있기에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압니다. 저의 목숨보다 더 중한 일이 있기에 경황이 없었나이다.”
“좋다. 보고할 것이 무엇이냐?”
목숨을 걸고 뛰어온 거다.
“예, 아뢰겠나이다.”
눈빛이 확 변하는 환관 무사다.
‘탐욕스럽네.’
내가 받은 느낌이 딱 그렇다.
* * *
임금 융의 서재 전각 앞.
“그리되었기에 전하께 고하기 위해서 달려왔나이다.”
조선에서 가장 큰 문제가 이렇게 고변하는 자가 큰 보상을 받는다는 거다.
그래서 가짜 고변도 많다.
“이 사실을 상책은 아나?”
상선 김처선은 이제는 내시부에 대한 일에서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로 오직 대전환관 역할만 충실히 하고 있다.
[상책이 올바름이 저를 뛰어넘었으니 전하께서는 옆에 두시고 귀히 쓰시면 좋을 듯합니다.] [너무 올바르지 않나?] [그렇기는 하옵니다.] [상선도 알다시피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 [상책도 연륜이 쌓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상선, 낙향을 준비하는 건가?] [노신은 이제 늙었나이다. 전하.] [서 있기 불편하면 궤장을 내릴 것이고, 그 지팡이로 서 있기 힘들면 의자를 내릴 것이니 그리 알라.] [전하, 저는 이제는 쉬고 싶나이다.] [상선, 내가 실행하는 개혁에서 어쩔 수 없는 피가 두려운 건가?] [망극하옵니다. 전하.] [그렇다면 알겠네. 곧 낙향할 수 있게 해줌세.]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아마도 내가 연산이 된 후에 인생이 180도로 변한 사람을 꼽아보라면 상선 김처선일 거다.
“상책에 고했으나 좀 더 지켜보자고 했나이다.”
“그랬단 말이지.”
“하오나 저는 지켜볼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바로 전하께 달려왔나이다. 사특한 귀인 안 씨가 만약에라도 무녀와 함께 주술을 펼쳐서 중전마마를 비방하여 해하려고 한다면 참으로 망극한 일이지 않습니까.”
환관 무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옳다. 베라.”
“이얍!”
기합과 함께 무릎을 꿇고 있는 환관 무사의 뒤에 서 있는 호위 총관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컥!”
툭!
환관 무사의 피가 사방으로 뿜어졌고.
피가 뿜어질 때 다른 호위 총관이 나를 대신해서 내 앞으로 나와서 그 피를 다 뒤집어썼다.
“상책을 부르라.”
내 표정이 어둡기에 호위 총관 하나가 대답도 하지 못하고 바로 뛰었다.
* * *
대전 옆 서재 전각 앞에서 나는 죽은 자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한 시진은 훌쩍 지난 것 같다.
‘상책이 아직 멀었군.’
상책이 아직은 내시부를 장악할 깜냥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상선 김처선의 낙향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주상 전하, 주상 전하!”
참으로 격정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형조판서군.”
형조판서가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로 또 관복도 입지 않은 상태로 뛰어왔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손을 다시 들어야 했다.
‘진심으로 급했군.’
손을 들지 않고 있으면 내 앞으로 10보 이내로 뛰어오면 저격수가 달려오는 자가 누구라도 사살하게 되어 있으니까.
“헉헉! 주, 주상 전하!”
형조판서는 상투가 다 풀어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은데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불렀다.
“장인~ 몰골이 왜 이러십니까?”
살짝 농을 던졌다.
“헉헉… 전하, 전하!”
“신도 신지 못하시고 왜 이렇게 뛰어오신 겁니까? 도성에 범이라도 출몰한 겁니까? 하하하!”
형조판서의 발은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버선이 붉게 물들었군.’
살짝 짠하다.
‘선택은 탁월하네.’
이렇게 달려오지 않았다면 내일 형조판서와 귀인 안 씨 그리고 그의 문중은 어떻게 됐을까?
“주상 전하, 노신을 죽이시고 어리석은 저의 딸년을 살려주옵소서.”
자기 딸이라고 해도 임금의 후궁이 되면 함부로 딸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하대하지 못하는데 형조판서는 귀인 안 씨를 딸년이라고 말했다.
“무슨 말씀이오?”
일단 모르쇠로 반응했다.
“어리고 어리석은 딸년이 샘이 많아서 질투했나이다.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그러니 전하, 저를 죽이시고 제 딸을 살려주십시오.”
다 알고 왔다는 거다.
‘피에 물든 버선을 보고 나도 직감했지.’
형조판서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저쪽에서 귀인 안 씨의 유모가 화들짝 놀라서 바로 엎드린 것도 나는 봤다.
“아!”
내가 탄성을 터트리자 형조판서가 나를 올려보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듯 이마로 머리를 찍으며 내게 절했다.
“전하, 저만 죽이시고 노여움을 푸십시오.”
쿵, 쿵, 쿵!
형조판서는 여기까지 뛰어오면서 발에도 피가 흥건한데 이제는 이마까지 찍혀서 피가 나고 있었다.
“장인.”
내 목소리는 차가울 수밖에 없다.
“예, 주상 전하.”
형조판서가 고개를 들었을 때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눈에 들어가서 형조판서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내 눈에는 형조판서가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과인은 장인을 살리고 딸을 죽이고 싶소이다.”
이건 내 진심이다.
‘품을 후궁은 많다.’
하지만 내 개혁에 협력할 조정 대신은 몇 없다.
척!
그때 호위 총관이 검을 다시 뽑고 무릎을 꿇고 있는 형조판서의 뒤에 섰다.
“됐다.”
내 지시에 호위 총관이 검을 다시 넣고 뒤로 물러났고 그제야 형조판서가 안도하는 눈빛을 찰나지만 볼 수 있었다.
“전하,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마음에 묻는다고 했나이다.”
형조판서는 사가에서 대궐까지 뛰어오면서 수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고.
내가 감동할 수밖에 없을 계책을 생각했을 것인데 결론은 신파인 거다.
“장인, 옆에 죽은 자를 보시오.”
“예?”
내게 되묻는 형조판서지만 바로 고개를 돌려서 목이 잘린 환관 무사를 보고 기겁했다.
아마도 마음이 너무 급해서 죽은 자를 보지 못했을 거다.
“전, 전하.”
형조판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조금 전에 내가 모든 일을 죽은 저자를 통해서 알게 됐소.”
이번 일이 일어난 것을 따지고 보면 귀인 안 씨의 책임이겠지만 상책이 똑바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내가 상책이라면?’
아마도 죽은 자부터 죽였을 거다.
그래야 임금이 고민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전, 전하.”
“이제 과인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소?”
내가 나라고 칭하지 않고 과인이라고 칭한 것은 이번 일이 나의 부덕에서 왔다고 형조판서에게 강조하기 위함이다.
“노신은 입이 열 개라도 전하께 드릴 말씀이 없나이다. 흑흑흑!”
운다.
역시 신파다.
“형조판서.”
나는 지금까지는 형조판서를 장인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제는 거래의 시간이다.
“예, 전하.”
“내게 신파로 통사정할 것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말해야 할 것이오.”
돌려 말할 필요는 없다.
안 씨 문중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거니까.
‘내가 바로 밀어버려도 되고.’
구해줘도 된다.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형조판서도 알다시피 이번 일은 형조판서의 딸만 죽고 끝날 일이 아니라 형조판서의 가문이 멸문으로 가게 될 것이오.”
내 말에 눈빛이 확 달라지는 형조판서다.
“주상께서 하시려는 모든 개혁에 노신이 선봉장이 될 것이옵니다.”
이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공조와 형조가 가장 적극적입니다.]보고 받았으니까.
“개혁의 선봉장?”
알면서도 되물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