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03)
마운드의 빌런-103화(103/285)
마운드의 빌런 103화
구속을 본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103마일이라니?!”
“전광판 고장 났어?!!”
전광판이 고장 난 게 아니냐는 반응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103마일이란 수치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속도였다.
현지 중계진 역시 연속해서 감탄을 터뜨렸다.
[정말 믿기지 않는군요. 103마일이라니? 작년 정하성 선수의 최고 구속인 102마일을 시즌 시작과 동시에 갱신했습니다.] [이런 공은 타자가 때릴 수 없어요. 반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정하성은 본인의 말을 지켰어요! 언터처블이 돌아왔습니다!]언터처블의 복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그 장면에 네티즌들도 난리 났다.
-103마일 실화냐?
-저게 ㎞로 몇임?
-165㎞ ㅋㅋㅋㅋㅋ
-헐…….
-도랐네.
-하성이 거품 터졌다고 한 애들 어디 갔냐?
-이제 고작 1구로 호들갑은.
-ㅇㅈ. 저런 공을 매번 던질 수 있을 거 같음?
-어쩌다가 한 번 저런 공이 들어간 거지.
어쩌다가 한 번.
안티들은 여전히 하성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직은 데이터가 쌓인 게 아니기에 그들이 커뮤니티에서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몸쪽을 찌르는 패스트볼! 구속은 101마일이 나옵니다!]쐐애액-!!
후웅!!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개막전 첫 타자를 공 세 개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구속은 무려 100마일!! 3구 연속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져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냅니다!!]타자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
세 번째 공에 배트를 돌리긴 했지만, 스윙의 궤적과 공의 궤적이 완전히 어긋났다.
정타는커녕 스치지도 못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1번 타자 아담 무어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런 무어의 옆을 케이시가 지나쳤다.
“케이시 조심해. 녀석의 공이 작년보다 훨씬 지저분해졌어. 그리고 빠르고 덜 떨어진다.”
“뭐야 그게? 더 업그레이드됐다는 소리야?”
“그래.”
무어의 전언에 케이시는 타석으로 들어서면서 마운드에 서 있는 하성을 바라봤다.
‘작년에 만났을 때도 괴물이었는데. 거기에서 더 진화를 했다고? 작년이 끝이 아니었단 말이야?’
만약 그게 사실이면 놀라운 일이다.
케이시는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타석에 섰다.
[타석에는 매리너스의 2번 케이시 코치먼이 들어섰습니다.] [작년 시즌 토론토에서 시작해 애틀랜타를 거쳐 보스턴에서 시즌을 마감한 코치먼 선수가 올해는 매리너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네요.]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게 된 케이시 코치먼도 하성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빠각!!
[3구를 강타! 하지만 배트 부러지고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2루수 잡아 1루로!]퍽!!
“아웃!”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결정구로 던진 건 커터로 보입니다. 패스트볼과 커터, 두 개의 구종만으로 아웃 카운트를 가볍게 잡아내네요.]하성은 오늘 경기 처음으로 커터를 던졌다.
덕분에 코치먼의 배트가 반으로 쪼개졌다.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하성을 상대하기 위해 숀 피긴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매리너스의 3번 타자 숀 피긴스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과연 정하성 선수가 개막전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마감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세 번째 타자를 상대로 1구 던집니다!]하성은 여전히 집중력을 유지한 상태로 1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몸쪽을 날카롭게 찌르는 공에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2구를 하이 패스트볼.’
트레버의 사인에 하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콰직!!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스파이크의 징이 마운드에 박히고 그의 몸이 회전했다.
쐐애애액-!!
방출된 힘을 실은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후웅!!
높은 공이었지만, 눈과 가까워서 그런지 타자의 배트가 반사적으로 나왔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뒤로 날아가 안전망을 흔들었다.
“파울!!”
두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갔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내자 트레버는 고민에 빠졌다.
‘여기에서 한 번쯤 유인구를 가도 괜찮을 거 같은데.’
너무 많은 패스트볼을 던졌다.
타자들이 익숙해질 수 있다.
여기에서 변화구를 던져 그들을 교란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때 하성이 사인을 보내왔다.
그걸 본 트레버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나? 네가 누군지 잊어버리고 있었군.’
트레버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트를 내밀었다.
‘오라고.’
공 받을 준비를 끝낸 트레버를 보며 하성이 호흡을 내뱉었다.
“후우…….”
그리고 와인드업과 함께 9번째 공을 던졌다.
콰직!!
스파이크의 징이 마운드에 박히고.
휘릭!!
하체가 돌아가면서 힘이 상체로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한 힘을 손끝에 모아 일순간 폭발시켰다.
“흡!!”
쐐애애애액-!!
단말마의 기합과 동시에 뻗어 나간 공이 타자의 바깥쪽 가장 낮은 곳을 찔렀다.
뻐어억-!!
타자는 꼼짝도 하지 못할 코스.
그의 시선이 구심에게 향했다.
구심은 이내 손을 들어 올리며 콜을 외쳤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두 번째 삼구삼진으로 이닝을 마감하는 정하성 선수! 102마일의 광속구로 타자를 돌려세웁니다!!] [숀 선수는 아쉽다는 듯 쉽사리 타석을 벗어나지 못하네요.] [완벽하게 1이닝을 틀어막은 정하성 선수의 오늘 경기는 계속 이어집니다!!]1이닝을 마무리한 하성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오클랜드 팬들이 무언가 깨달은 듯 말했다.
“맞아, 오늘은 선발이었지?”
“으하하! 하성이 올라오면 언제나 경기가 마무리될 때였으니, 당연히 집에 갈 뻔했어.”
“오늘 하성의 투구를 오래 볼 수 있겠어!”
“맥주가 더 필요하겠는데?”
관중들이 혼동을 겪는 것도 당연했다.
지난 1년간 마무리로 올라오면 경기를 끝냈던 하성이기에 팬들은 이번에도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1이닝이 마무리됐다.
“후우…….”
더그아웃에서 하성은 전투 모드를 끄지 않고 다음 이닝을 준비했다.
* * *
충격적인 선발 데뷔전이었다.
최고 구속 103마일.
던진 공들 중 커터를 제외하고 모두 100마일 이상이 찍히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 압도적인 모습에 인터넷의 여론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평균 구속 100마일 실화냐?!
-거품 터질 거라 했던 애들 좀 나와봐!!
-이게 정하성이지!!
-언터처블이 귀환했다!!
-그는 신이야!!
-이것이 바로 갓하성이지!
-안티들 싸그리 사라졌네.
-아-! 이제야 좀 클린해졌다.
하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적던 안티들 대부분이 사라졌다.
하지만 모두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아직 1이닝밖에 안 됐음.
-ㅇㅈ. 1회부터 저렇게 힘 빼면 금방 퍼지지.
-성빠들 또 신났네.
-선발은 최소 6이닝 이상을 던져야 한다.
-완급조절 없으면 얘 금방 강판임.
안티팬들의 주장은 하성의 체력에 있었다.
100마일 이상을 던지는 걸 전력투구로 보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100마일이 넘는 공을 마지막까지 던진다는 건 상상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쨌건 여론은 뒤집혔다.
안티팬들의 의견은 금세 묻혔고 인터넷에는 하성에 대한 찬양글이 도배가 되었다.
그렇게 하성은 스스로 자신에 대한 평가를 뒤집고 있었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2회에도 세 명의 타자를 11개의 공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벌써 4개의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이번 이닝도 완벽한 투구였습니다.]최고 구속 103마일은 나오지 않았지만, 2이닝 역시 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총 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무엇보다 투구 수가 단 20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토니 감독은 더그아웃에 들어와 쉬는 하성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초반의 페이스가 무섭다. 오늘 경기에서 몇 이닝이나 던질 수 있는 거지?’
하성은 마무리로서는 완벽했다.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그저 믿으면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하지만 선발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계산이 서지 않아.’
첫 번째는 몇 이닝을 던질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이닝 소화 능력은 선발투수에게 있어 가장 중요했다.
거기에 투구 수 조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계 투구 수를 모르니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끌어가야 할지 모든 게 미지수인 상황이었다.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지.’
하성을 믿는다.
지금으로서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 * *
0 대 0의 스코어가 이어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3회에도 2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하는 정하성 선수!]하성은 벌써 탈삼진 6개를 기록하면서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의 상대인 시애틀 매리너스의 에이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슬라이더에 배트 돌아갑니다!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도 3회까지 퍼펙트피칭을 이어갑니다!]킹 펠릭스 에르난데스도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에이스 대 에이스.
두 투수의 대결은 타자들이 아무것도 못 하게끔 만들었다.
[에이스 간의 대결이라 그런지 투수 싸움이 되어버리는군요.]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투수들에게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이 팽팽한 마운드 대결이 과연 어디서 무너질지가 중요해 보입니다!]투수가 잘 던진다고 해서 경기에서 이기는 건 아니다.
결국 점수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두 투수를 상대로 점수를 뽑아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얘네들에게 점수를 어떻게 뽑냐?
-못 뽑아 ㅋㅋㅋㅋ
-이 정도면 양키스 타선이 와도 점수 못 뽑을 거 같은데?
-ㅇㅈ
-결국 두 투수 중 누가 먼저 내려가냐가 승부를 가르겠네.
-누가 먼저 강판되느냐.
대중의 관심은 이제 거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 * *
경이로운 피칭이 이어졌다.
딱!!
[높게 뜬 타구! 중견수 거의 제 자리에서 잡아냅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며 5이닝 동안 단 하나의 출루도 내주지 않는 정하성 선수!] [마무리일 때도 그랬지만, 선발투수로서도 완벽 그 자체의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카메라가 마운드를 내려가는 하성을 비추었다.
그의 모습이 전광판에 나타나자 오클랜드 팬들은 그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와아아아아!!”
“정하성 네가 최고다!!”
“우린 널 믿었다고!!”
5회까지 투구 수는 고작 60개.
1이닝당 평균 12개의 공만 던지면서 이닝을 막아내고 있었다.
거기에 탈삼진은 모두 9개를 기록하면서 두 자릿수 탈삼진까지 단 1개를 남겨두었다.
이런 하성의 활약에 묻히고는 있었지만,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3루수 정면! 가볍게 잡아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펠릭스 에르난데스 역시 세 명의 타자를 잡아내면서 5이닝 무실점 피칭을 이어갑니다.] [4회에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면, 두 투수 모두 퍼펙트피칭일 텐데. 그게 좀 아쉽군요.]펠릭스 에르난데스의 투구 수는 어느덧 74개를 기록 중이었다.
하성보다 많은 투구 수였지만, 선발투수로 봤을 때 그의 투구 역시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메이저리그 개막전! 그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올라온 투수들답게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팽팽한 대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대됩니다.]경기는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