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06)
마운드의 빌런-106화(106/285)
마운드의 빌런 106화
하성의 퍼펙트게임 달성은 엄청난 뉴스였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정하성 선발전향 첫 경기에서 퍼펙트게임 달성!] [메이저리그 역대 19번째 퍼펙트게임 달성자 정하성!] [메이저리그 역사상 개막전에서 퍼펙트게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 [역대 두 번째로 만 20세에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선수로 등극! 첫 번째는 존 몽고메리 워드.] [역대 최다 탈삼진(18K)을 기록한 퍼펙트게임 달성자로 등극! 이전 최다 탈삼진 기록 보유자는 샌디 쿠팩스의 14탈삼진.] [역대 9번째 최저 투구 수(100구)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투수에 등극!]하성의 기록달성과 함께 잠들어 있던 퍼펙트게임과 관련된 기록들이 모두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한국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아예 퍼펙트게임 특집 프로그램과 칼럼을 발표하는 등.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만들어졌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었다.
[어슬레틱스의 세 번째 퍼펙트게임 달성자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디 엔드 정하성 선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디 엔드라는 별명이 클로저 시절에 붙어서 이제 별명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 많았는데, 정하성 선수는 선발로 나와서도 게임을 끝내버렸어요.] [정말 엄청난 피칭이었습니다. 최고 구속은 무려 103마일까지 나왔고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무려 98마일이 나왔습니다.] [6회까지 평균 구속은 100마일이 찍혔어요. 믿어지십니까? 최고 구속이 100마일도 아니고 평균 구속이 100마일이 나오는 투수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패널로 나온 야구 전문가들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가 자주 나오기 시작한 2000년대지만, 여전히 100마일은 꿈의 구속으로 불리었다.
한 경기에 그런 공을 한 번만 불러도 파이어볼러로 불리는 시대가 2000년대다.
그런데 평균 구속이 100마일을 찍었다는 건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퍼펙트게임의 달성과 함께 메이저리그 역사를 쓴 정하성 선수, 과연 그가 이번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ESPN을 통해 방송된 특별프로그램은 미 전역에 전파되었다.
그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개막전 퍼펙트게임 실화냐 ㅋㅋ
-평균 구속이 100마일에 근접했다는 거 진짜야?
-최고 구속은 103마일?
-뭐야? 일본 망가에서 나오는 기록 가져온 거 아니야?
-실화임.
-한국에서 온 20살짜리 투수가 기록했다는데?
-한국은 또 어디야?
-김정일 있는 곳 아니야?
-핵미사일을 쏘는 곳에서 투수가 나왔어?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은 코리아라는 단어에 북한을 먼저 떠올렸다.
2000년대는 그런 시대였다.
아직 한국이란 나라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파하는 이들도 있었다.
-노스 코리아가 아니라 사우스 코리아.
-핵미사일 쏘는 곳 아님.
-작년에 어슬레틱스에서 메이저리그 세이브 신기록 세운 애 있잖아.
-아아-! 디 엔드!
-디 엔드가 왜 퍼펙트게임을 달성해?
-걔 올해부터 선발로 전향함.
-잠깐, 메이저리그 세이브 신기록을 세운 19살짜리 루키가 2번째 시즌에 선발로 전향했다고?
-ㅇㅇ
-그런데 개막전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해?
-ㅇㅇ
-최고 구속은 103마일에 평균 구속은 98마일을 찍고?
-퍼펙트!
-X발! 그걸 지금 나한테 믿으라는 거야?!
-알려줘도 지랄이네.
믿을 수 없는 소식은 미국에 존재하는 모든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네티즌들만이 아니었다.
[Tom : 디 엔드의 퍼펙트게임 봤어? 정말 대단한 피칭이었어!!]할리우드 배우를 시작으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하는 가수 등.
각 분야의 유명스타들도 SNS에 하성에 대해 포스팅했다.
그만큼 이번 퍼펙트게임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미국에서 이 정도의 반응인데 한국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정하성 선수가 메이저리그 역대 19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습니다.]공중파에서는 속보로 뉴스를 전달했다.
[정하성 선수가 개막전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 최초의 선수가 되었습니다. 초구부터 최고 구속 103마일을 던지며 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정하성 선수는 27개의 아웃 카운트 중 18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습니다.]기자의 설명과 함께 하성의 투구장면이 리플레이되어 전국에 알려졌다.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보급이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유튜브와 같은 사이트가 대중화되기 전이기에 여전히 TV의 파급력은 높았다.
공중파에서 속보로 기사를 내놓을 정도라면 사회적인 현상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그런 사건에 네티즌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터졌드아아아아-!!
-미쳤네 ㅋㅋㅋ
-야 이거 가짜뉴스 아니냐?
-진짜임 ㅋㅋㅋ
-아니, 이걸 어떻게 믿냐고 ㅋㅋㅋ
-작년에도 퍼펙트게임 나오고 올해도 나오네.
-그것보다 최다 탈삼진 퍼펙트게임 진짜야?
-ㅇㅇ 기존 기록인 샌디 쿠팩스 넘어섬.
-작년에는 마무리로 사고치고 올해는 선발로 사고 치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악플러들은 게시글을 쓸 수조차 없었다. 그런 게시글을 올렸다가는 폭격을 당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직접 해봐야 아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었다.
-100구 던지면서 구속이 안 떨어질 수 있냐? 얘도 약물 빤 거 아님?
-이제는 약무새냐?
-분위기 파악 못 하지?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데 약 같은 소리 하네.
-네가 도핑을 알아?
-방구석 존문가 어서 오고.
-꺼져라 좀!
한마디 잘못해서 순식간에 악플이 100개 이상이 달리는 걸 경험한 안티는 금세 사라졌다.
그렇게 인터넷은 다시 청정구역이 되어 하성의 찬양으로 도배가 되었다.
* * *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다음 날.
눈을 뜬 하성은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썩 나쁜 곳은 없는데?”
놀라울 정도로 몸 상태는 정상이었다.
평소와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어깨가 묵직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몸이 정말 좋아졌어.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뜨겁다는 게 느껴졌는데. 하루를 자고 일어나니 멀쩡해졌어.”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순간에는 별다른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흥분상태였기에 엄청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극도의 흥분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장을 떠나 혼자 남게 되자 근육통이 밀려왔다.
아이싱을 충분히 한 어깨에서도 뜨거운 열기가 점점 올라와 그를 괴롭혔다.
“그런 공을 100구나 던졌으니 당연한 열상이었지. 그런데 하루 만에 그러한 열상이 사라지다니.”
강속구를 던지면 어깨에는 염증이 생긴다.
염증의 흔한 반응 중 하나가 열상이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이게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냐였다.
“이전 삶에서는 다음 날까지는 열상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생에서는 하룻밤이 지나니 모두 사라졌어.”
단순히 어리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아직 나이가 젊은 것도 하나의 이유일 거고 거기에 트레이닝의 효과도 더해진 거겠지.”
한 가지만 있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승효과를 내고 있었다.
“거기에 회귀 후에는 육체가 예전보다 더 좋아진 느낌이야. 뭔가 훈련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스펀지와 같다고나 할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분명 그런 느낌을 받았다.
“신이 장난이라도 친 건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뭐가 이유건 지금 당장은 나에게 손해는 아니지. 일단 메디컬센터를 방문해서 지금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자.”
하성은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 * *
구단에 도착한 하성을 직원이 마중 나왔다.
“캐서린이 직접 나왔네요?”
“원래는 단장님이 나오실 예정이었는데, 사장님과 회의가 잡혀서 제가 나오게 됐어요.”
“그렇군요.”
“그럼 가실까요?”
캐서린과 함께 메디컬센터로 향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자체적인 메디컬센터를 두거나 지역에 위치한 병원과 협력 관계를 맺는다.
대부분은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진료를 받지만, 선발투수는 예외였다.
“흠…… 이상한 곳은 없군. 그 정도의 공을 던지고도 염증 반응이 이 정도밖에 일어나지 않은 걸 보면 몸이 정말 강철로 되어 있는 거 같아.”
선발투수는 100구에 육박하는 공을 던진다.
투구라는 동작 자체가 육체적 한계에 도달하게 만드는 동작들이었다.
그런 동작을 100번이나 반복한다는 건 큰 무리를 주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선발투수는 투구가 끝난 다음 날에는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아야 했다.
“이 정도라면 당장 내일 던져도 이상이 없을 정도로군.”
닥터 리먼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리먼 박사에게 캐서린이 물었다.
“그럼 정상적인 투구를 해도 된다는 건가요?”
“응. 루틴에 맞춰서 다음 등판을 준비시키면 될 거 같아. 큰 무리는 없다고 크리스 단장에게 전해줘.”
“알겠습니다. 데이터는 트레이닝 센터로 전송 부탁드릴게요.”
“그래.”
메디컬센터와 트레이닝센터는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해 선수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신속한 조치였다.
연간 막대한 돈을 쓰기에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캐서린은 하성과 함께 병원을 나오면서 그를 바라봤다.
‘대단한 사람이야. 어떻게 그 정도 공을 던지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
나이는 어리지만, 그녀는 메이저리그의 다양한 데이터를 봤었다.
그렇기에 완투에 부정적이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투수에게 썩 좋은 영향을 끼치는 투구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소한 이번 퍼펙트게임은 하성의 몸에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듯했다.
“오늘은 딱히 훈련 일정이 없으니 저녁에 구장으로 가도 되죠?”
“네. 상관없는데. 따로 스케줄이 있으신 건가요?”
“친구 녀석들 물건을 좀 사러 가야죠.”
“물건이요?”
“메이저리그 문화 몰라요? 퍼펙트게임 달성하면 해야 하는 거요.”
“아……!”
그제야 하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캐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뵐게요.”
“옙.”
인사를 나눈 하성이 자신의 스포츠카에 몸을 실었다.
굉음과 함께 멀어지는 그를 본 캐서린이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멀쩡한 사람을 누가 어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사람이라고 보겠어.”
그렇게 볼 사람은 절대 없을 것이다.
* * *
메이저리그에는 하나의 문화가 있다.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면 같이 호흡을 맞춘 포수에게 로렉스 시계를 선물하는 것이다.
이는 퍼펙트게임이란 기록이 투수 혼자만의 힘이 아닌 포수도 합심해서 이루었다는 뜻에서 투수가 선물을 하는 것이다.
“이런 순간을 매번 기록할 수 있는 게 아니지.”
하성은 그러한 로렉스 시계를 사기 위해 오클랜드 다운타운에 있는 로렉스 매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는 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카메라를 챙기고 있었다.
“아직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너무 후지단 말이지.”
그래서 DSLR을 하나 장만했다.
하성은 카메라를 영상 모드로 전환하고 차에서 내렸다.
“반갑습니다, 정하성입니다.”
그리고 카메라로 자신을 찍으면서 멘트를 이어나갔다.
“오늘은 퍼펙트게임을 달성하게 해준 트레버에게 줄 로렉스를 사러 왔습니다.”
유튜버로 변신한 그가 매장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