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08)
마운드의 빌런-108화(108/285)
마운드의 빌런 108화
많은 이가 말했다.
-정하성 두 번째 경기 조심해야 함.
-맞지.
-퍼펙트게임 직후 경기가 위험함.
-난타당하면 멘탈 털린다.
-구속은 제대로 나올까?
-조금 떨어지겠지.
-어쩔 수 없음.
-퍼펙트게임에서 체력 많이 썼을 테니까.
퍼펙트게임 이후에 부진할 것이다.
그게 대중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정하성 선수,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합니다.] [퍼펙트게임 이후 첫 경기이니 초구가 중요합니다.] [그동안 퍼펙트게임 혹은 노히터 경기를 펼친 투수들이 직후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많이 보였죠?]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그런 경향이 많았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사인 교환을 끝내고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사람들의 걱정과 달리 하성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컨디션은 좋다.’
몸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오늘도 컨디션은 좋았다.
‘칠 수 있으면…….’
콰직!!
스트라이드와 함께 몸을 회전시켰다.
‘쳐봐!!’
휘릭!!
회전에 속도를 더하면서 힘을 손끝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그 힘을 일순간에 폭발시켰다.
“흡!!”
쐐애애액-!!
[1구 던졌습니다!]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타자가 배트를 반쯤 휘둘렀을 때.
뻐어억!!
공이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구심의 콜과 함께 타자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작년보다 더 빨라졌어?’
자신이 생각한 타이밍보다 한 박자는 빠르게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100마일이란 숫자가 전광판에 찍혀 있었다.
[초구부터 광속구를 뿜어낸 정하성 선수!! 타자의 몸쪽을 날카롭게 찌르는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냅니다!] [퍼펙트게임의 후유증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초구에서만큼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하성도 같은 생각이었다.
‘몸 상태가 아주 좋아.’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1회.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5구 바깥쪽 낮은 코스를 강하게 찌르면서 삼진입니다! 세 명의 타자를 모두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탈삼진 능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1회에 벌써 2개의 탈삼진을 잡아냈습니다!]하성은 2개의 탈삼진을 추가하면서 삼자범퇴로 이닝을 시작했다.
투구 수는 고작 14개.
탈삼진 2개를 잡아낸 것에 비하면 무척이나 적은 숫자였다.
더그아웃에 돌아온 하성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어깨는 문제가 없어.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도 좋다. 원하는 대로 공이 나가고 있어.’
모든 게 완벽했다.
‘오늘도 마음대로 날뛰어도 되겠군.’
체크를 끝낸 하성은 2회에도 자신의 공을 과감하게 던졌다.
딱-!!
[때렸습니다! 2루수 잡아 1루로!]퍽!!
“아웃!!”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공 2개로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타자가 슬라이더를 노렸지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배트 끝에 걸렸습니다.] [정하성 선수의 슬라이더는 마구에 가깝네요.] [몸쪽에 붙어오던 공이 갑자기 바깥쪽으로 이동하니 타자들에겐 마구나 다름없습니다.]정하성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엄청난 광속구였다.
100마일을 가볍게 찍는 그의 패스트볼은 팬들의 뇌리에 강력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의 슬라이더가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뛰어나다는 걸 말이다.
[퍼펙트게임으로 걱정했던 컨디션 난조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회복력이 좋은 거 같습니다.]보는 이들이 놀랄 정도로 하성은 호투를 이어갔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7회 안타를 내주었지만, 정하성 선수! 마지막 타자를 잡아내면서 13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7이닝 무실점 13탈삼진 1피안타.
총 투구 수 99개로 하성은 마운드를 내려왔다.
첫 번째 경기에서 퍼펙트게임.
두 번째 경기에서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한 하성은 압도적인 스타트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점수가 나지 않다니.’
타석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다.
아무리 잘 던지더라도 타석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경기는 이길 수 없다.
첫 경기에서도 퍼펙트게임이 진행되고 있을 때 타석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었다.
그건 두 번째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하성이 호투를 하는 와중에도 좀처럼 타석에서 점수가 나지 않았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잭과 아놀드가 연속 안타로 득점권까지 나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타선이 엉망이네.’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어슬레틱스는 올 시즌 타선의 보충에 실패했다.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스몰마켓은 문제점을 알고 있어도 고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돈이 있어야 선수를 사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데.
그것이 불가능하니 약점을 알고도 내버려 두는 경우가 있었다.
어슬레틱스가 딱 그런 상태였다.
‘뭐, 내 평가에 영향이 갈 일은 없으니까.’
하성은 승리에 집착하지 않았다.
미래에는 승리보다 다른 스탯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된다.
승리는 투수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투수를 평가하는 부분에서 조금씩 배제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거야.’
하성은 머리에서 승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며 경기를 관람했다.
* * *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한 정하성! 하지만 승리는 챙기지 못했다.] [7이닝 13탈삼진 1볼넷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정하성!] [엄청난 호투에도 타선의 도움은 없었다.] [퍼펙트게임의 후유증은 없었다. 단지 타선이 돕지 않았을 뿐.]두 번째 등판에서도 호투를 펼친 하성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아쉬움이라면 승리를 챙기지 못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 경기였기에 큰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하성은 홈에서 에인절스를 맞이해 마운드에 올랐다.
“정! 정! 정!!”
하성이 마운드에 오르자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환호가 얼마나 대단한지 마운드에 서 있는 하성에게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정하성 선수의 등판에 오클랜드 팬들이 엄청난 환호성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같은 환호네요.] [정하성 선수가 얼마나 오클랜드에서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하성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오클랜드를 연고로 하고 있는 그 어떤 스포츠 스타보다도 하성의 인기가 높았다.
그만큼 올 시즌 하성이 보여준 장면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정하성 선수,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초구 던집니다!]인기가 높아질수록 부담감이 생긴다.
그래서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하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99마일의 빠른 공이 몸쪽을 찌릅니다!] [절묘한 제구입니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정하성 선수를 더 빛나게 해주는 건 바로 제구예요!]하성의 제구는 구속만큼이나 뛰어났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정하성 선수, 2구 던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뿌린 하성의 공이 타자의 바깥쪽을 향해 날아갔다.
‘빠졌다.’
빠졌다고 판단한 타자가 스윙을 멈췄다.
그 순간.
휘릭!!
공의 궤적에 변화가 생기더니 밖에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뻐억!!
공이 미트에 박히고 구심의 손은 여지없이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투!!”
“아니,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에요? 빠졌잖아요!”
“마지막에 들어왔어.”
“이게 들어왔다고요?”
타자가 허탈한 얼굴로 홈플레이트를 바라봤다.
[판정에 불만이 있었는지 구심에게 불만을 토로하네요.] [이번에 던진 공은 싱커로 보였는데요. 화면상으로는 살짝 보더라인에 걸치면서 공이 들어왔습니다.] [타자 입장에선 그만큼 멀게 느껴졌다고 봐야겠죠?] [그렇습니다. 정말 절묘한 제구라 할 수 있습니다.]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정하성 선수, 과연 여기에서 승부를 낼지! 3구 던집니다!!]3구는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타자의 배트는 반쯤 나오다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뻐억-!!
“볼!!”
“체크!!”
구심의 콜과 거의 동시에 트레버가 1루심에게 스윙을 확인했다.
하지만 1루심은 팔을 좌우로 벌리며 스윙이 돌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 스윙 돌지 않았습니다!] [아슬아슬하게 헤드가 돌지 않았네요.] [좋은 공을 던졌습니다만,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는 투스트라이크 원볼이 됩니다.]하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볼카운트는 여전히 여유로운 상황.
그렇다 해서 승부를 길게 끌고 갈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빠르게 승부하자.’
그리고 트레버도 하성과 같은 생각이었다.
‘최근 리드가 공격적으로 변했네.’
하성은 그런 트레버의 사인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은 것과 같은 리드였기 때문이다.
‘포수가 내 생각을 알고 있다는 것만큼이나 든든한 건 없지.’
와인드업을 한 하성이 4구를 던졌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똑같은 코스로 두 번째 들어오는 공이었다.
동네 야구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타자가 반응하지 않을 리 없었다.
후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배트가 돌아갔다.
그때 공의 궤적이 변했다.
휘릭!!
‘젠장! 슬라이더였어?!’
깜짝 놀란 타자가 엉덩이를 빼면서 어떻게든 공을 때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공의 변화를 따라가기엔 무리였다.
퍽!!
“스윙! 아웃!!”
[삼진입니다! 결정구는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정하성 선수! 첫 타자를 가볍게 삼진 처리합니다!] [아-! 이번 공은 예술이에요. 만약 배트를 멈췄더라도 존 안으로 들어오면서 스트라이크 됐을 겁니다.] [어차피 아웃이 됐을 거란 소리군요.] [맞습니다.]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하성에게 팬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 * *
딱!!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7회 말.
마운드에 오른 하성이 던진 104번째 공을 타자가 때려냈다.
높게 떠오른 타구는 좌익수가 앞으로 달려 나오며 자리를 잡았다.
퍽!!
“아웃!!”
[잡았습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면서 오늘 경기에서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세 경기 연속 Q.S플러스를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거기에 오늘 경기에선 2점이란 득점 지원도 있으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옵니다!]2승의 요인을 모두 채운 하성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런 하성에게 오클랜드 팬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네가 최고다!!”
“우리의 에이스 수고했다!!”
팬들의 환호에 하성은 모자를 벗어 인사를 보냈다.
그러자 더욱 커진 환호가 쏟아지며 그의 호투에 팬들이 화답했다.
단 3경기.
하성이 오클랜드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걸린 시간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 * *
시즌 2승을 거둔 하성이 클럽하우스로 들어왔다.
에이스다운 면모를 오늘도 어김없이 보여준 그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정하성 선수, 벌써 23이닝 연속 무자책 경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하십니까?”
“오늘도 1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올 시즌 벌써 42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는데. 올 시즌 목표는 몇 개인가요?”
기자들이 쉬지 않고 질문을 쏟아냈다.
그만큼 올 시즌 하성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그 어떤 투수도 초반 페이스가 하성보다 좋은 선수는 없었다.
하성은 기자들에게 가볍게 대답을 해주고는 라커룸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잘 던졌다. 돌아가서 푹 쉬어야지.’
만족스러운 피칭이었다.
기분 좋게 돌아가서 휴식을 취할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 기분은 스마트폰을 보는 순간 다운됐다.
[KBO의 이진철 부장입니다. 대표팀 관련해서 미팅이 필요하니 경기 후 연락 바랍니다.]문자를 본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협회 새끼들은 꼭 자기들이 갑이라 생각한다니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성은 스마트폰을 라커룸에 박아두고는 샤워룸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