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1)
마운드의 빌런-11화(11/285)
마운드의 빌런 11화
그동안 숨겨져 있던 시한폭탄이 터졌다.
[시한폭탄을 터뜨린 정하성!] [정하성! 싱글A 베이커즈필드 블레이드와 마이너리그 계약!] [아마추어야구협회의 비리가 드러나는가?] [부상 없는 선수를 방치한 학교! 그 뒤에는 아마추어야구협회가 있다?]폭탄이 터지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몇몇 기사에서 하성의 싱글A 진출을 보도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그게 아니었다.
-태일고면 고교야구 명문 아님?
└프로도 자주 배출함 ㅋ
-아직도 촌지를 받는구나.
└세상은 여전히 더럽지 ㅋㅋㅋ
-뒷돈 주면 선발이야? ㅁㅊ
-돈이 없으면 야구도 하기 힘드네.
-와 의료기록까지 오픈했네.
└이거 마음대로 오픈해도 되나?
└기사 내용 보니 본인이 동의하면 가능한 듯?
의료기록도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하성은 태일고를 저격했다.
태일고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관리 주체인 협회 역시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협회는 뭐 했냐?
-얘네들 프로에 데뷔한 애들한테 기부금도 받지 않나?
└2퍼센트인가 받을걸?
└매년 계약금 규모만 수십억일 텐데. 그중에 2퍼면 엄청난 거 아님?
└엄청나지.
-얘네들 기부금 제대로 쓰는지도 의문이네.
-역시 운동협회는 양궁밖에 없는가?
-이번에 탈탈 털어라.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예전이라면 어영부영 묻혔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08년은 아니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따고 이게 뭔 쪽이냐?
-대표팀은 금메달 땄는데 협회라는 놈들은 뒷돈이나 받고 있네.
└협회가 아니라 선생이 받은 거 아님?
└그 선생이 어디 소속임?
└당연히 협회지.
└그럼 협회 놈들은 안 받았을까? 그놈이 그놈인데?
└그렇게 되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 사건은 프로야구의 올라가던 인기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이제는 인기를 넘어 국민스포츠라 불릴 정도의 직위까지 올라갔다.
거기에 백전백승 야구단이란 프로그램까지 등장하며 아마추어 야구인들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말인즉슨 야구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를 때 터진 스캔들이란 소리였다.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그리고 이러한 대중의 반응은 문화체육부 장관까지 나서게 만들었다.
장관이 언급하자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대한아마추어야구협회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검찰에서 특수부 설립을 검토!]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 [KBO. 공식성명에서 대한아마추어야구협회에 유감의 뜻을 밝혀!]대한아마추어야구협회에 칼날이 드리웠다.
아군이었던 KBO는 그들과 선을 긋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기사를 보면서 하성은 미소를 지었다.
“조질 때는 확실히 조져야 다시는 날 건들 생각을 못 하지.”
전생에 어설프게 상대를 건든 적이 있었다.
치킨집 근처에 들어왔던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상대로 할인 정책을 펼쳤다가 더 큰 할인 정책에 잡아먹혔다.
당시의 경험은 지금의 하성을 강하게 해주었다.
“최소한 협회는 올해 안에 날 건들 수 없어. 이야기가 잠잠해지고 몇 개월이 지난 뒤에야 날 건들려고 하겠지.”
하성의 시선이 달력으로 향했다.
어느덧 10월.
몇 개월 뒤에는 내년이 될 것이다.
“과연 그때도 너희들이 날 건들 수 있을까?”
* * *
한국에 돌아온 하성은 자신에게 쏠릴 스포트라이트를 완벽하게 돌렸다.
기자들은 모두 대한아마추어야구협회의 비리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했다.
하지만 모든 기자는 아니었다.
‘정하성이 스스로의 힘으로 블레이즈와 계약을 맺었어. 현시점에서 열리는 트라이아웃에선 내년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즌을 위한 선수를 뽑는 시점이야.’
하성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킨 기자는 백준기였다.
그는 자신이 모은 자료를 확인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내년 시즌 싱글A에서 뛰기 위해선 정하성도 슬슬 몸을 만들어야 해.’
프로 선수들의 시즌 준비는 1월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고교선수였다가 프로에 데뷔하는 선수들은 그보다 일찍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 시즌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선수들이 제법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녀석의 행동을 보면 분명 움직일 거야.’
백준기는 하성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블레이즈와 계약을 맺은 것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데뷔가 이유겠지. 스몰마켓인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은 블레이즈와 계약한 이유는.’
메이저리그 데뷔.
모든 야구선수의 꿈이라 할 수 있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안겨주는 무대.
그곳에 오르기 위해 가장 빠른 루트를 택한 것이다.
그럼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간단하다.
바로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실력은 충분해. 전력투구를 했을 시 160을 던지는 게 확인됐어. 제구를 신경 써도 150 초중반의 공을 던진다. 거기에 수준급의 커터까지.’
하성의 공을 직접 봤다.
구위가 대단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한국과 달라. 마운드 역시 단단하지. 거기에 그곳의 이동 거리는 한국과 전혀 다르다.’
앞의 두 개는 적응의 영역이다.
하지만 뒤의 이동 거리는?
적응을 하고 말고의 영역이 아니었다.
체력을 길러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
과연 하성이 그렇게 할까?
궁금증을 가질 찰나.
“응?”
아파트 입구를 통해 하성이 걸어 나왔다.
트레이닝 복장의 그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더니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트레이닝을 하나?’
백준기는 수첩을 집어넣고 그를 따라갔다.
‘내 기자 인생 최고의 특종이 될 수 있어.’
일종의 직감이었다.
하성은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 * *
하성은 메이저리그가 얼마나 힘든 곳인지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 외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이 가장 고생하는 건 그곳의 문화다.’
다문화로 이루어진 미국.
하지만 거기에는 그들만의 룰이 있었다.
외국에서 온 선수 중 그것에 적응하는 건 일부에 불과했다.
‘향수병도 문제야. 설마 내가 향수병으로 그렇게 고생할지 누가 알았겠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병.
고국에 있을 때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다.
나만 외톨이인 거 같고 이방인 거 같다.
그렇게 무너진 멘탈은 쉽사리 잡을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부분들은 체력이 부족하기에 생기는 현상이야.’
심신일체라는 말이 있다.
정신과 신체는 하나라는 뜻이다.
이는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다.
스포츠 사이언스가 꾸준히 발달한 미래에는 신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는 연구가 연달아 나왔다.
우울증 역시 신체가 약해졌을 때 얻는 경우가 많았다.
‘향수병도 우울증의 일종으로 본다면 신체가 단련되어 있는 상태에선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의 지옥 같은 경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선 체력을 더 늘려야 했다.
‘천천히 하면 된다. 조급해지는 순간 모든 게 망가지게 될 거야.’
하성은 일부러 조금 이른 시점에 훈련을 개시했다.
조급하게 훈련을 진행하면 자신의 몸이 상할 것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 모든 마이너리그를 통과하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다.’
그것이 하성의 목표였다.
* * *
12월.
첫눈이 내리면서 대한아마추어야구협회의 공식 성명이 나왔다.
[협회에 소속되어 있던 지도자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음을 통감하며 그 책임으로 협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또한 앞으로는 기부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혀 회원들이 언제든지 알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기자회견까지 밝히며 사퇴를 표명한 야구협회장.
그 모습이 TV에 나오자 고기를 굽던 한정수가 감탄을 터뜨렸다.
“와…… 결국 협회장이 물러나네.”
한정수는 삼겹살을 뒤집으며 맞은편에 앉은 하성을 바라보고 물었다.
“넌 이렇게 될 거라 생각했어?”
“뭐, 대충은…… 오물오물! 예상했지.”
대충 잘린 고기를 한입에 넣고 대답한 그가 다음 고기를 집으며 마저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번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결국 윗대가리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해. 이전처럼 꼬리 자르기로 무마하기에는 국민의 관심이 쏠렸잖아.”
하성의 말은 정확했다.
사건이 터지고 초기에는 협회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협회의 썩은 부위는 그들의 예상보다 컸다.
파도 파도 끊임없이 나오는 사건들에 결국 협회가 손을 들었다.
‘정말 괴담 수준의 사건들도 있었지.’
고교야구는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뒷돈이나 폭력은 큰 사건도 아니었다.
심지어는 선배가 후배를 성폭행했던 사건까지 튀어나왔다.
‘야구부 내에서 일어난 학폭에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녀석들도 있었고.’
전국에 퍼진 수십 수백의 야구부.
거기에 속한 야구부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하성이 모두 알 길은 없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나오는 사건 사고에 그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통령은 이번 대한아마추어야구협회와 관련된 학교폭력에 유감을 표시하며 학폭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일이 얼마나 커졌는지 대통령까지 나섰다.
그만큼 민심이 기울었다는 소리다.
‘이걸로 한동안 시끄러워지겠네.’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하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삼겹살을 입에 넣었다.
그런 하성을 보며 정수가 물었다.
“그런데 너 괜찮겠어?”
“뭐가?”
“최근에 우리 학교 졸업생들끼리 모여서 밥 먹었거든. 거기에서 다들 네 욕을 하더라.”
“내 욕?”
“응. 너 퇴부하고 우리 학교 조사 나오면서 전국대회에도 못 나갔잖아. 그래서 다들 불만이 대단히 많았거든.”
태일고는 검찰의 집중조사 대상이었다.
트리거를 당긴 하성이 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협회 역시 초반에 꼬리를 자르기 위해 태일고에 징계를 내렸다.
그 징계란 전국대회 진출 금지 명령이었다.
당연히 태일고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협회는 강경했다.
그들에게는 제물이 필요했으니까.
덕분에 태일고에 소속된 야구부원들은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말았다.
하성에게 불만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나한테 불만이 많아?”
“응. 다들 너 만나면 두고 보자 하더라고.”
“으흠, 뭐 알아서들 하라 그래.”
“응?”
“별로 관심 없어. 그리고 그놈들이 그렇게 억울하려면 방관을 했으면 안 됐지.”
하성은 비웃음을 지었다.
“놈들은 내가 부당하게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에 도와줄 생각은 전혀 안 했잖아? 녀석들이 도와줬으면 이 정도로 일이 커지지는 않았겠지.”
정수가 듣기에 하성의 말은 너무 자기중심적이었다.
하지만 하성에게는 그게 당연한 것이었다.
원래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너도 축하한다.”
“아…… 응. 고맙다. 다 네 덕이야.”
“내 덕은 무슨. 네가 잘해서 지명된 거지.”
“그래도 네 공을 받은 뒤부터 공에 대한 공포심이 좀 사라졌어. 좀 쉬워졌다고 해야 할까?”
“상대적이라서 그런 거지. 내 공이 빠르니까, 그보다 느린 공은 더 쉽게 잡을 수 있게 된 거야.”
자신의 공이 빠르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하성을 보며 정수는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오늘 고기 네가 쏘는 거지? 계약금도 제법 받았잖아?”
“야야, 계약금이래 봤자 어차피 부모님에게 다 넘어갔지. 그리고 넌 메이저리그와 계약했으면서 나한테 고기 얻어먹으려고 하냐?”
“마이너리그,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가 아니고 마이너리그야. 그것도 싱글A다. 거기 월급이 얼만지 아냐?”
“얼만데?”
“천 불밖에 안 돼. 그걸로 숙박비랑 식비도 내가 내야 해.”
“헐…… 야, 그걸로 어떻게 미국에서 먹고 살려고?”
정수의 걱정 어린 말에 하성이 씩 웃었다.
“그러니 빨리 올라가야지.”
“올라가? 어디로?”
“메이저리그로. 우적우적!”
삼겹살 한 줄을 통째로 들고 가 씹어 먹는 하성을 보며 정수는 생각했다.
‘정말 자신감이 넘치네. 그나저나 이 녀석…….’
그러다 문득 예전과 달라진 걸 발견했다.
‘예전보다 더 몸이 커졌는데?’
이전에도 커졌던 몸이 더 커진 거 같았다.
단순히 체중이 늘어났다가 아니라 커졌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나저나 오늘 고깃값 얼마나 나오는 거야?’
“이모! 여기 삼겹살 5인분 추가요!”
정수는 깨달았다.
계약금에서 받은 용돈의 상당 부분이 오늘 깨질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