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10)
마운드의 빌런-110화(110/285)
마운드의 빌런 110화
에이스.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를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1선발이 맡다 보니 자연스레 에이스 대 에이스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지구가 다르거나 일정이 다르다면 조금씩 어긋나긴 했지만, 시즌 초반에는 더더욱 에이스 간의 대결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투수전이 자주 나왔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데릭 지터 잡아서 1루로!]퍽!!
“아웃!!”
[깔끔하게 아웃을 잡아내는 데릭 지터! 사바시아 2회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하고 내려갑니다!]사바시아는 2회에도 1개의 삼진을 포함 삼자범퇴 이닝을 이어갔다.
‘컨디션 좋네.’
기억상으로 그는 올 시즌 커리어하이 시즌을 찍는다.
이후 내리막을 걷기에 더욱 임팩트가 남는 시즌이었다.
한국에서 그의 기사를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우리 애들은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거 같고.’
상위타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기대를 접어두는 게 좋아 보였다.
‘내 할 일에 집중하면 되겠지.’
더그아웃을 나서는 하성에게 다시 양키스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우우우우-!!”
“이번에는 얻어맞을 거다!!”
“네가 우리 캡틴을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유치한 도발부터 시작하여 F로 시작하는 욕설까지.
온갖 야유와 조롱이 이어졌다.
‘너네들이 아무리 떠들어 봐라. 부산이나 마산 아재들이 더 무섭지.’
부산과 마산은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지역들이었다.
그곳에서 공을 던졌던 하성은 팬들의 야유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었다.
‘데릭 지터라…….’
하성은 팬들의 야유를 무시한 채, 타석에 들어서는 지터를 바라봤다.
‘뭐, 다른 녀석들이랑 크게 다를 건 없지.’
상대가 누구건 자신이 해야 할 건 하나였다.
‘마운드에서 어떤 타자건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특정 타자에 대한 이미지가 잡히면 상대할 때 위축되는 일들이 있었다.
특히 네임밸류가 높은 타자를 상대할 때 그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
하성은 이미 회귀 전에 그걸 경험했다.
“내가 최고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말한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2회 말! 정하성 선수가 데릭 지터를 상대합니다.]* * *
트레버는 조심스러웠다.
‘지터 이 녀석은 거의 모든 코스를 잘 때린단 말이지.’
지터가 얼마나 좋은 타자인지 잘 알고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후우…… 무슨 생각이냐? 지터도 대단하지만, 하성이 더 대단한 녀석이야.’
트레버는 생각을 고쳐먹고 사인을 보냈다.
‘몸쪽 패스트볼.’
하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트레버는 살짝 몸을 움직여 지터의 몸쪽으로 붙었다.
그리고 미트를 내밀고 하성이 공을 던지길 기다렸다.
동시에 스트라이드를 밟은 하성이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는데, 공이 순식간에 날아와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크윽……!”
정확히 웹(볼집)으로 포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손바닥을 뚫을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스트라이크!!”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구심의 소리에 고통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미트를 움직일 필요가 없었어.’
완벽한 제구력과 구위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트레버가 하성에게 공을 던지며 외쳤다.
“나이스 볼!!”
타석에서 물러나 스윙하며 몸 상태를 체크하는 지터가 더 이상 걱정되지 않았다.
하성이라면 충분히 그를 누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 *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2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지터가 움찔했다.
그 순간, 공의 궤적이 변하면서 바깥으로 흘러나갔다.
퍽!
“볼!!”
원볼 원스트라이크에서 트레버가 공격적인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3구를 던졌다.
“흡!!”
쐐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몸쪽으로 붙어오는 공에 지터가 반응을 보였다.
후웅!!
배트가 매섭게 돌아가면서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하며 배트의 중심부를 벗어나 헤드를 강타했다.
빠각!!
“파울!!”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는 라인을 벗어나 떨어집니다!] [커터로 땅볼을 유도하려고 한 것 같은데. 파울라인 밖으로 공이 굴러가면서 지터 선수가 타격기회를 더 얻게 됩니다.]그때 지터가 구심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더니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아-! 배트가 부러졌군요.] [역시 정하성 선수! 선발로 전향했지만, 여전히 배트 브레이커라는 별명이 유효한 거 같습니다!]하성의 커터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원볼 투스트라이크의 상황에서 지터가 다시 타석으로 들어왔다.
‘커터와 패스트볼의 구분이 되지 않아.’
원래 두 구종은 구별이 어려웠다.
하지만 하성의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리베라의 예상이 틀렸어. 마무리 때와 크게 다를 게 없어.’
오늘 경기에 들어오기 전.
리베라는 하성이 선발로 전향했기에 커터가 마무리 시절보다 덜 위력적일 거라 했다.
아무래도 커터를 던지는 데 악력이 더 들어가기에 선발로 전향한 지금은 조절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러지 않았다.
‘조절 따위 하지 않아도 완투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있다는 소리겠지.’
시즌 초반이니까 그럴 수 있다.
지터는 타석에 서며 생각을 정리했다.
‘중요한 건 녀석의 커터를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거야.’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건 그의 반응을 조금이나마 느리게 만들었다.
하성은 그 틈을 노렸다.
“흡!!”
쐐애애애액!!
[4구 던졌습니다!]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바깥쪽 낮은 코스를 파고들었다.
보더라인을 살짝 걸치는 코스.
생각이 많아진 지터의 배트가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돌아갔다.
고작 0.1초 정도의 타이밍이었다.
찰나의 시간에 불과했지만, 하성의 패스트볼에 그 정도 시간은 억겁과 같았다.
뻐어억!!
후웅!!
[배트 헛돕니다!]“스윙! 아웃!!”
[지터를 4구 만에 삼진으로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이번 공의 구속은 102마일이 찍혔습니다!]지터를 완벽하게 잡아낸 하성을 상대하기 위해 알렉스 로드리고가 타석으로 들어왔다.
“로드! 로드! 로드!!”
그리고 양키 스타디움이 터질 듯한 응원이 쏟아졌다.
* * *
[정하성 선수, 알렉스 로드리고를 맞이합니다.] [작년 시즌 데뷔 이후 최악의 스캔들에 휘말렸던 로드리고지만, 데뷔 이후 13번째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괴물 같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입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하성 선수의 인터뷰대로 약물로 이룬 업적을 어느 정도로 판단해야 할지는 미지수입니다.]한국 중계에서는 하성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딱히 약물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이슈가 되긴 했지만, 로드리고의 영향력은 여전했기에 그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딱!
“파울!!”
[초구부터 반응하는 로드리고, 하지만 타구는 3루 쪽 관중석으로 떨어집니다.]초구의 구속은 99마일.
여전히 100마일에 육박하는 공이었다.
‘확실히 빠르군. 작년보다 구위가 더 좋아졌어.’
작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타격에 임한다면 당할 게 분명했다.
‘한두 번만 더 보면 때릴 수 있겠어.’
분명 좋은 공이었지만, 때리지 못할 공은 아니었다.
로드리고는 다시 타석에 서서 하성을 노려봤다.
그런 로드리고를 향해 하성이 2구를 던졌다.
[2구 던졌습니다!!]쐐애애액-!!
뻐억!!
“볼!!”
몸쪽으로 바짝 붙어오는 공에 로드리고가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피했다.
다소 위험한 공이었기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우우우우우-!!”
“제구도 제대로 못 하냐?!”
“힛 바이 피치볼이라도 나와봐!! 너 오늘 기어서 돌아갈 줄 알아!!”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지만, 하성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공을 돌려받고 조용히 사인을 교환했다.
[3구 던집니다!]쐐애애액!!
딱!!
“파울!!”
로드리고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변화구가 올 거야.’
유리한 볼카운트였다.
굳이 승부를 급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하성이 변화구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것을 머리에 담아둔 채, 로드리고가 타석에 섰다.
[과연 4구는 어떤 공을 던질지,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스트라이드와 함께 하성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코스는 몸쪽.
구종은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로드리고의 반응이 늦었다.
머릿속에 변화구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한 박자 느린 타이밍에 배트가 돌아갔다.
뻐어억!!
후웅!
“스윙! 아웃!!”
[삼진입니다! 이번에도 헛스윙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아-! 정말 멋집니다! 정하성 선수! 양키스를 대표하는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어요!] [모두가 변화구를 예상했지만, 정하성 선수의 결정구는 패스트볼이었습니다!]로드리고는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마운드에 있는 하성을 노려봤다.
그리고 이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설마 거기에서 패스트볼이 들어올 줄이야.’
예상하지 못했던 공에 타이밍이 늦고 말았다.
‘제대로 허를 찔렸군. 하지만 패스트볼을 충분히 봤다. 다음 타석에서는 담장 밖으로 날려주겠어.’
로드리고는 이를 갈며 다음 기회를 기다렸다.
아직 경기는 초반이었다.
기회는 로드리고 자신에게 더 많다는 걸 상기했다.
* * *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7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4회 말을 마무리하는 정하성 선수! 안타 하나를 제외하면 여전히 완벽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이른 아침.
TV에서는 하성의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이진철 부장이 인상을 구겼다.
“망할 새끼, 잘 던지긴 더럽게 잘 던지네.”
하성의 활약이 영 달갑지만은 않은 그였다.
그가 좋은 활약을 펼칠수록 여론은 그를 국가대표에 넣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으니 말이다.
‘넣긴 하겠지만, 우리가 꼭 을이 되는 거 같단 말이지.’
다른 선수라면 어떻게든 넣어달라고 부탁할 국가대표인데 정하성에게는 오히려 부탁해야 하니 짜증이 밀려왔다.
“그것도 다른 대회도 아닌 아시안게임인데. 급한 건 제 놈일 텐데, 우리가 왜 빌빌 기어야 하는 거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는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회였다.
그럼에도 하성은 여전히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누가 갑인지 알려주마.”
이진철은 피처폰을 꺼내 하성에게 문자를 보냈다.
공들인 이번 작업을 통해 하성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에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 * *
5회 말.
하성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스코어는 여전히 0 대 0! 두 팀의 에이스답게 두 투수의 훌륭한 투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7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정하성 선수가 선두타자 알렉스 로드리고를 상대합니다!]알렉스 로드리고가 타석에 섰다.
‘또 패스트볼을 던져봐.’
로드리고는 패스트볼을 기다렸다.
첫 타석에서 충분히 봤기에 이번에야말로 때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와인드업을 한 하성이 모든 힘을 모아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공이 몸쪽을 파고들었다.
로드리고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존을 지나가는 공을 그저 지켜보는 로드리고! 초구의 구속은 103마일! 165㎞의 광속구를 다시 선보이는 정하성 선수!!]로드리고를 바라보는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