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13)
마운드의 빌런-113화(113/285)
마운드의 빌런 113화
와인드업에 들어간 하성을 카메라가 잡았다.
“흡!!”
기합과 함께 뿌린 공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러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7회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 내는 정하성 선수! 오늘 경기에서도 무실점 피칭을 이어나갑니다!] [투구 수로 보아 이번 이닝이 마지막 이닝이 확실할 겁니다. 이대로 마운드가 교체되면 정하성 선수는 4월에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게 됩니다!]오늘 경기까지 하성은 4월에 다섯 번째 등판을 마무리했다.
직전 4경기의 성적은 경이로웠다.
[8회 초, 정하성 선수가 아이싱에 들어가네요.] [4월의 등판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거 같습니다.] [4월의 성적은 정말 놀라울 정도네요.] [그렇습니다. 5전 2승 무패 3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이 제로입니다.36이닝을 던지는 동안 64개의 탈삼진을 잡아내고 피안타는 단 5개, 그리고 볼넷은 1개밖에 내주지 않았습니다.] [정말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 성적입니다.]
5전 2승 0패.
36이닝 무실점 64탈삼진 5피안타 1볼넷.
만화와도 같은 성적은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36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경이로울 정도였다.
[선발로 전향한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우려가 많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든 불신을 실력 하나만으로 잠식시킨 정하성 선수입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달의 투수에 선정될 확률이 백 퍼센트라는 기사도 나오고 있더군요.] [당연한 겁니다. 정하성 선수는 양대리그를 통틀어 최고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투수입니다. 지금은 그 어떤 투수도 정하성 선수와 비교할 수 없을 겁니다.]하성에 대한 중계진의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한국의 중계진이라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하성에 대한 반응은 한국도 대단했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센세이션에 가까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원정을 오더라도 그 지역의 시민들이 모두 모여들 정도로 하성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하성의 4월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 * *
[메이저리그의 정하성 선수가 4월의 마지막 등판을 마무리하다.] [정하성의 뜨거웠던 4월! 경이로운 성적을 남기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은 정하성 4월의 기록!] [선발로 전향하는 게 정답이었다. 언터처블 정하성이 돌아오다.] [매 경기 선발로서 최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하성, 하지만 승운은 없었다.] [완벽했던 정하성의 한 달간의 여정, 그러나 어슬레틱스는 지구 3위에 그쳤다.]하성은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소속팀인 어슬레틱스는 지구 3위에 그치고 말았다.
당연히 이것은 큰 이슈가 되었다.
[정하성은 4월 한 달간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올드 스탯은 물론이거니와 세이버메트릭스를 적용하더라도 양대리그 통틀어 정하성 선수만큼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없습니다.] [정말 경이로운 4월이었다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소속팀인 어슬레틱스는 지구 3위에 그쳤습니다.] [선발투수 한 명으로는 팀을 구해내지 못한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거죠.]화면에 어슬레틱스의 타선이 나타났다.
[어슬레틱스의 문제점은 명확합니다. 바로 타선이죠. 9명의 타자들 중 3할을 넘는 타자가 아놀드를 제외하고는 전무합니다.] [정말 심각하네요.] [팀을 운영하는 크리스 단장이 스토브리그에서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 시즌 초반부터 나타나게 되네요.] [그렇습니다. 정하성이란 완벽한 카드를 쥐고 있지만,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선발로 뛴 5경기 동안 어슬레틱스 타선의 점수지원이 고작 0.7점에 불과할 정도니까요.]1점도 되지 않는 점수지원.
그러니 무실점을 하더라도 승리를 올리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팬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점수지원 0.7점 실화냐?
-1점도 되지 않네.
-어떻게 된 타선이 이렇게 물빠따일 수가 있냐?
-5번 등판해서 모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인데 2승인 게 에러네.
-진짜 정하성은 승운이 없다.
-이런 투수가 또 있었나 싶다.
-한국에도 한 명 있잖아. 이글스의 소년가장 ㅋㅋ
-한국이나 미국이나 소년가장이 짠한 건 매한가지네.
-걱정인 건 이러다 하성이 멘탈 털릴까 걱정이다.
팬들은 하성의 멘탈을 걱정했다.
그만큼 현재 어슬레틱스의 타선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투수 본인이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는데 점수가 나지 않아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는 건 투수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멘탈이 좋은 하성이라 해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았다.
전문가와 팬들의 걱정이 쏟아지는 가운데.
4월이 끝나고 5월로 넘어가면서 이달의 투수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아메리칸리그, 4월 이달의 투수에 정하성 선정!!]당연한 결과였다.
* * *
오클랜드로 돌아온 어슬레틱스의 클럽하우스는 분위기가 무거웠다.
그들 역시 최근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타선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선발투수도 하성을 제외하고는 제 역할을 크게 못 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특히 선수들은 하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젠장……. 오늘 경기에서 하성이 올라가는데. 점수 좀 내야 될 텐데.’
‘하성이 저렇게 잘하는데. 우리는 뭘 하는 거지?’
‘도무지 공을 제대로 때릴 수가 없어.’
오늘 경기에서 하성이 선발로 나선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호투를 할 건 분명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럴 때마다 자신들이 제대로 점수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사실은 타자들에게 크나큰 스트레스였다.
‘영 분위기가 안 좋네.’
하성도 클럽하우스의 일원이기에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다.
만약 경험이 부족하면 이런 분위기에 짓눌리겠지만, 그는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분위기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타격은 언제든지 슬럼프가 올 수 있지. 그래서 뜨거운 방망이를 믿지 말라는 말도 있고.’
피칭과 달리 타격은 언제든지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뜨거운 타격감을 가진 타자를 너무 믿지 말라는 말이 있었다.
그를 너무 믿었다가 순식간에 고꾸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해야 할 건 하나지.’
타격이 엉망이든 아니든 필요한 건 명확했다.
‘나만의 공을 던진다.’
하성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다짐하며 라커룸의 문을 닫았다.
* * *
카메라가 하성을 비추었다.
마운드에 서 있는 그는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다.
[오늘 경기에 앞서 정하성 선수에게 이달의 투수 시상식이 있겠습니다.] [타이밍 좋게 홈경기가 열려서 이런 장면도 보고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어슬레틱스는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 맞추어 이달의 투수 시상식을 개최했다.
약소하게나마 진행된 시상식에서 하성이 상패를 수여하자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넌 오클랜드의 자랑이다!”
“최고다 정하성!!”
“네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과 함께 상패를 수여한 하성이 투구 준비에 들어갔다.
[4월에 완벽한 피칭을 선보인 정하성 선수, 과연 5월에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카메라가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비추었다.
[오늘 상대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입니다.] [블루제이스는 최근 타자들의 페이스가 좋은 팀입니다. 특히 이 선수를 조심해야 합니다.]카메라가 블루제이스의 더그아웃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난간에 서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는 턱수염을 기른 선수가 있었다.
[호세 바티스타 선수죠?] [그렇습니다. 도미니카 국적의 선수인 바티스타 선수는 09시즌 빅리그에 데뷔했는데요. 올 시즌 페이스가 정말 무서운 타자로 성장했습니다.] [홈런의 개수는 아직 좀 아쉬운 수준이지만, 타율과 장타율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최근 타격하는 걸 봐서는 타이밍만 제대로 잡으면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선수입니다.] [과연 오늘 경기도 무실점 피칭을 이어갈 수 있을지! 정하성 선수 첫 타자를 상대합니다!]* * *
하성의 활약은 5월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13개의 공으로 세 명의 타자를 마무리하는 정하성 선수! 본인의 연속 무실점 이닝을 39이닝까지 늘립니다!]39이닝 연속 무실점이란 믿기 어려운 성적을 기록하면서 1회를 마감했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하성은 벤치에 앉아 목을 축였다.
‘과연 오늘 애들의 분위기는 어떠려나.’
하성은 말없이 타자들의 타격을 바라봤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들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도 힘들려나…….’
그나마 믿는 건 아놀드였다.
아놀드는 어슬레틱스에서 좋은 타격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투아웃에서 3번 타자 아놀드 선수가 들어섭니다.] [어슬레틱스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죠.]하지만 그 사실은 블루제이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아-! 원스트라이크 쓰리볼에서 아예 공이 빠지면서 1루로 걸어서 진루하는 아놀드 선수입니다.] [고의사구는 아니지만, 거의 상대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네요.] [아놀드만 아니면 다른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겠죠?] [그렇습니다. 아놀드는 한 방을 가진 타자니까요.]블루제이스를 비롯해 다른 팀들은 아놀드를 극도로 경계했다.
작년 데뷔 시즌에서 25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타자 중 한 명이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있으면 1점을 뺏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기습적인 한 방을 조심하는 거겠죠.]하성에게 점수를 뺏을 가능성이 적으니 점수도 내주지 않겠다.
그런 마인드로 아메리칸리그의 다른 팀들이 어슬레틱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날도 그런 전략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6회까지 던진 하성이 무실점으로 등판을 마무리했지만, 결국 승리는 챙기지 못했다.
[정하성 선수의 퀄리티스타트가 빛을 발하게 어슬레틱스가 경기를 내줍니다.]스코어는 2 대 0.
7회에 내준 2점의 점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 * *
승운이 따르지 않는 하성의 성적에 다들 답답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하성만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승리가 뭐 얼마나 대단한 스탯이라고.’
승리는 투수의 몸값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는 앞으로 더욱 도드라지는 현상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하성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내 몸값이지. 팀의 승리가 아니야.’
철저한 개인주의.
하지만 그게 하성의 진짜 생각이었다.
‘뭐 그래도 이런 순간일수록 내 가치가 더욱 빛나는 법이지.’
이런 상황이 딱히 나쁠 건 없었다.
‘진흙 속에서 고고하게 빛나는 진주일수록 더욱 눈에 띄는 법이니까.’
자신의 가치가 더욱 올라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목표는…….’
하성이 하나의 기사를 확인했다.
[정하성 42이닝 연속 이닝 무실점 피칭! 메이저리그 신기록이 눈에 보인다!]먹잇감을 본 듯 하성이 눈을 빛냈다.
‘너다.’